어드벤처 장르는 플랫폼을 막론하고 소수(Minor) 장르다. 특히 진득하게 게임을 하기 쉽지 않은 모바일 환경에서 어드벤처는 기피 장르일 수밖에 없다. ‘출시가 기적’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인 시장에서 어드벤처 시리즈를 낸다는 것은 어쩌면 허황된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디앤씨게임즈는 3부작으로 구성된 ‘왕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까지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며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출시 이후에도 각종 이슈에 시달려야만 했다. 디앤씨게임즈의 이윤환 실장은 오늘(2일) 열린 인벤게임컨퍼런스(IGC)에서 지난 3년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간의 경험을 공유했다.

▲ 디앤씨게임즈 이윤환 실장

‘탐정의왕’ 개발 인력은 총 다섯 명이었다. 상용화 게임 개발 경력이 있던 사람은 이 실장이 유일했다. 시나리오 작가가 기획까지 함께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참고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개발이나 기획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실장은 "그래도 '원숭이섬의 비밀’, ‘가브리엘나이트’, ‘데포니아’ 같은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고 싶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탐정의왕’, ‘범죄의왕’을 포함한 ‘왕시리즈’는 모바일 스릴러 어드벤처를 기반으로 한다. 그가 설정한 타겟은 1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어드벤처 게임을 즐기는 코어 유저. 호쾌한 액션도, 화려한 연출도 없고 오로지 시나리오만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라 판단하고 매니아층을 확실히 공략하기로 했다. 그가 고려한 기획 요소는 다음과 같다.

ㅇ 캐릭터
ㄴ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수 출력
ㄴ 포즈 변동 및 충격반응
ㄴ 캐릭터 조합이 가능한 난입 시스템

ㅇ 치밀한 설정에서 나오는 흡입력
ㄴ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관
ㄴ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
ㄴ 미려한 아트워크

ㅇ 시나리오 분기형 선택지
ㄴ 같은 상황에서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진행
ㄴ 클리어 순서에 따라 변하는 엔딩과 스토리
ㄴ 시나리오별 진행 가능

ㅇ 소셜활동
ㄴ 상황별 타이틀과 도전과제 부여
ㄴ 사용자간의 공략정보 주고받기
ㄴ 엔딩 콜렉터끼리의 경쟁 유도

즉, 게임의 최종 목적을 정해놓지 않고 게임 중간중간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변하게 하자

"만들면서 고민하자고 생각했다. 팔릴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그러나 이 게임에 빛을 보여주고 싶다는 절박함 하나로 개발을 이어갔다."

이 실장은 ’탐정의왕’ 개발 당시 워낙 소수 장르이기 때문에 확신도 전망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 게임 만큼은 반드시 출시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개발팀이 보기에는 정말 괜찮고, 정말 재미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발팀은 범용성이 강점인 ‘유니티3D’엔진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나 잦은 이미지의 등장과 퇴장으로 인해 발열과 버벅임을 경험했다. 그래서 자체 개발 툴 기획을 시작했다. 스크립트는 개발 비용을 아끼고자 스크립트 툴 없이 무료 텍스트 에디터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연출을 끝내고 보니 150만 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지닌 어드벤처 게임이 탄생했다. 통상 몇 번의 업데이트를 거친 MMORPG가 120만 자 정도라는 것을 상기해보면 엄청난 분량이다. 고생 끝에 출시했지만, 문제는 출시 후부터였다.

‘불법복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탐정의왕’ 출시 후, 컴플릿 에디션이 기대 이상의 판매 성적을 보였기 때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산일에 실제 금액을 확인한 순간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고 팀 해체 의견까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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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 사건'이 전부가 아니었다. 시나리오 작가인 신소음 작가가 음주 상태에서 캐릭터 뒷설정을 공개하면서 캐릭터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이로 인해 팬덤에서 잡음이 일었다. 이 실장은 "나와 작가에 대한 자체 처벌과 팬덤에 사과를 통해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후, 개발팀은 8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범죄의왕’을 출시했다. 플레이어 편의성을 보강하여 좀 더 ‘어드벤처스러운’ 면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개발과정에서 앞서 말한 자체 개발 툴의 프로토타입을 사용했다. 전작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더 복잡해진 시스템 때문에 시행착오는 여전했다.

이윤환 실장은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기획, 개발했으나 캐릭터가 직접 행동하는 액션이 보이지 않는 게임이다 보니 사용자가 ‘제대로 플레이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다만, 행동 체크포인트나 수행과제, 달성률 등의 요소는 기획한 만큼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범죄의왕'의 기획을 평가했다.

이어 매출이 전작에 비해 못 미친 것을 공개하며 "등장 인물 전원이 범죄자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을 끌어내기 힘들었다”며 “'범죄의왕'은 ‘탐정의왕’에 비해서 메인스토리 볼륨이 작다. 우리가 기획단계에서 고객의 욕구를 잘못 파악한 것 같다.”고 매출 감소 요인을 기획에서 찾았다.

▲ 홍보 수단에 대해 고민이 많다

“한국에서 어드벤처란 돈이 안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성취감만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이윤환 실장은 어드벤처 게임을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로 성취감을 꼽았다. 비주류 장르 중에서도 제일 소수 장르인 어드벤처. 때문에 부스팅을 통한 홍보 수단이나 페이스북 타겟 마케팅을 사용할 수 없어 홍보 방법에 대해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지만, 어드벤처 게임의 매력은 그의 개발팀이 '왕시리즈' 3편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그는 QA팀을 꾸리는 것과 함께 자체 개발툴의 완성을 향후 목표로 지정했다. "자체 개발툴은 현재 프로토 타입이 나와있는 상태고 이를 완성해서 어드벤처 게임 제작을 원하는 인디 게임팀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한국 어드벤처 게임의 명가로 자리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