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엔투스가 미웠다. 내 마음 속 최고의 선수들은 긴 시간을 무관으로 지내며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엔... 그래도 이번만큼은... 조금만 부활의 날개짓을 보여도 날아오를 거란 기대감에 고개를 돌릴 수 없었고 날개깃에 머금은 바람이 말라갈 때까지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배신감으로.

지난 롤드컵 선발전 CJ 엔투스가 '패패승승패'로 진에어에게 패배하던 날, 울음바다가 됐던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이 기억난다. 패배가 확정된 뒤, 짧은 팬미팅을 통해 미안한 마음을 전하려던 선수들과 팬보다 힘들 선수들이 안타까워 흘리던 팬들의 눈물. 소리없는 흐느낌은 그칠 줄을 몰랐다.

KeSPA컵 8강전에서 다시 만난 진에어 그린윙스를 2:0으로 누른 뒤, 팀의 주장인 '샤이' 박상면은 인터뷰를 통해 "현재 5인 엔트리로 나가는 마지막 대회가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팀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을 담담하게 말하던 박상면. 결말을 알지 못하는 드라마의 슬픈 복선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슬픈 복선은 착각이었다. 이변이 속출했던 KeSPA컵 대회, 강팀으로 평가받던 여러 팀들이 걸음을 옮기다 뒤를 돌아봤지만, CJ 엔투스는 마지막까지 정상을 향해 걷고 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한 고비만을 남겨두었다. 우승컵을 들어올릴 절호의 기회.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가장 큰 기회.

14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2015 네이버 KeSPA컵 결승전에 CJ 엔투스가 ESC 에버를 상대로 우승을 두고 격돌한다. CJ 엔투스의 홰치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하늘을 향하는 힘찬 날개짓에 또 다시 마음이 설레고 있다. 화이팅! CJ 엔투스! 길고 길었던 그루잠을 깨고 우승을 바라는 팬들의 염원과 함께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 네이버 2015 LoL KeSPA컵 결승 일정

CJ 엔투스 vs ESC 에버 (오후 6시 30분)
*5판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