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센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전한 '소니'의 부스에는 다양한 타이틀을 시연해볼 수 있었다. 이번 소니 부스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 중 하나는 국내 PS4 타이틀이 의외로 많다는 점. 그동안 국내에서 콘솔 플랫폼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지만, 올해 소니가 발표한 라인업에는 국내 타이틀이 꽤 많았다.

그 라인업중에는 대형 개발사의 프로젝트도 있고, 인디게임도 많았다. 눈여겨본 타이틀 중 하나는 바로 '용사는 진행중 어드밴스드'. 모바일 플랫폼인 '용사는 진행중' 시리즈의 PS4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용사는 진행중 어드밴드스'는 이미 스팀 그린릿에도 등록이 됐고, 이제는 PS4 버전도 등장해 점점 플랫폼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차세대 콘솔 기기하면 떠오르는 건 하이엔드 그래픽 아닌가? 으리으리한 하이엔드 그래픽의 게임들 사이에 있는 레트로 그래픽의 게임이기에 오히려 더 독특하고 더 돋보였던 것 같다. 관심 있게 지켜보던 도중, 마침 부스에 개발자인 '버프 스튜디오'의 김도형 대표가 방문한다기에 그를 만나 버프 스튜디오의 근황과 차기작에 대한 소식을 들어볼 수 있었다.

버프 스튜디오의 김도형 대표

Q. 이번 지스타에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는 좀 고민을 했었다. 그래도 지스타에 '용사는 진행중 어드밴스드'가 출전했으니 부스 동향과 유저들의 동향도 파악해볼 겸 참석했다. 그리고 비즈니스 미팅도 진행해볼 생각이다. B2B 쪽에서 '용사는 타이밍'과 관련해 중국 파트너사를 물색해보려 하고 있다.


Q. 현재 '용사는 진행중2'를 개발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개발 진척이 궁금하다.

=일정이 조금 늦어졌다. 원래는 12월 초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동안 내부 테스트와 지인 위주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완성도를 더 높이고 베타를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조금 미뤄졌다. 아마 내년 초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테스트가 끝난 후 한 달 정도 후에 소프트런칭을 해 볼 계획이다.

그리고 '용사는 진행중2'를 '힘내라! 게임인상'에도 출품을 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PS4 버전의 '용사는 진행중 어드밴스드'는 개발은 이미 완료됐다. 런칭 단계를 밟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 미국 쪽은 현재 조율 중이다. 일정이 어떻게 될 지가 좀 애매하긴 하다.


Q. '용사는 진행중'은 1시간 내외의 플레이타임이었는데, 2편은 플레이타임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어드밴스드는 분량이 좀 긴 편이다. '용사는 진행중'에서는 하나의 스테이지만 있었는데, '어드밴스드'에는 스테이지가 12개 정도 되고 보스 역시 12종이다. 대충 플레이타임이 4~5배는 길어졌다. 예상은 4~5시간 내외로 보고 있다.

'용사는 진행중2'는 현재 매출 순위에 있는 RPG 정도의 콘텐츠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계속해서 업데이트해 콘텐츠를 늘릴 예정이고, 패키지의 짧은 느낌보다는 좀 오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걸 생각하고 있다.

대신 시즌마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엔딩은 존재한다. 시즌이 지나면서 점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될 것이다. 시즌 마무리는 그냥 시나리오상의 마무리 정도로만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용사는 진행중2'에서 아마 전 편의 용사들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Q.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으로만 개발하다 콘솔에 처음 도전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개발 스펙 같은 경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용사는 진행중 어드밴스드'는 '용사는 진행중'을 바탕으로 약간 확장하는 거라서 크게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유니티로 만들었기 때문에, 포팅하는 과정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PS4가 모바일보다 훨씬 스펙이 좋아서 개발하는 데 제한을 두는 부분이 많이 풀려서 더 편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용사는 진행중 시리즈가 그렇게 고스펙을 요구하는 게임이 아니다 보니까, 오히려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

PC에 이어 PS4판으로 개발된 '용사는 진행중 어드밴스드'

Q. 모바일만 개발하다가 PC와 콘솔 플랫폼으로도 개발을 시작했는데,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 '버프 스튜디오'를 만들었을 때부터의 캐치프레이즈라고 해야하나. 개인적으로는 인디게임부터 AAA급 대작 타이틀까지 모든 게임을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다. 콘솔이나 PC 개발도 그 일련의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현재는 AAA급 게임을, 5년 정도 후에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후속작도 일단 모바일로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 이후부터는 멀티플랫폼에 최적화된 게임 형태로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차츰차츰 단계를 밟아서 5년 이후에는 큰 규모의 대작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계속 시장을 지켜봤는데, 모바일은 좀 묘하다. 웰메이드 게임을 런칭해도 대박, 아니면 쪽박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콘솔 시장은 웰메이드 게임을 내면 최소 중박은 하더라. 모바일은 게임성이 어떻든 간에 결국 마케팅 비용도 엄청 써야 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면 차라리 콘솔이 낫지 않나 싶다.


Q. 인디게임을 장려하는 스팀에도 게임 출시를 했는데, 인디 게임 개발사에 스팀은 어떻다고 보나.

=스팀에도 게임을 출시해봤는데, 오히려 스팀이 더 어려운 면도 있다. 인디 게임이 스팀에 별로 나오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하루에도 정말 많은 인디게임들이 출시된다. 그림릿이 되면 마케팅을 지원해줘서 100만뷰, 500만 뷰가 기본으로 보장된다. 하지만 클릭률에 비해서 설치율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스팀 유저들은 해외 유저들이 많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알려질 방법이 없다. 스팀은 세일 때 정말 판매량이 급증하는 특징이 있다. 거기다 세일도 자주 하는 편이고. 평소에는 거의 구매가 없다가 세일을 하는 순간 평소 판매량에 50배가 넘는 판매가 되기도 한다. 유저들이 찜만 해두고 세일을 할 때 구매하는 걸 노리는 것 같아서 매번 세일마다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Q. 버프스튜디오가 투자를 받으면서 크게 인원이 늘어났고, 지금은 '오렌지팜'에 입주해있다고 들었다.

=오렌지팜에는 올해 2월 입주했다. 그때는 4명 정도로 인원이 좀 늘어나 있는 상태였고, '용사는 진행중2'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다. 그리고 점차 인원이 늘어났고, 최근에 3~4명이 더 늘어서 현재는 9명이 된 것 같다. 처음 입주할 때는 방이 큰 방이었는데, 지금은 서버 세팅 자리도 있어서 딱 꽉 차있다. 좀 더 큰 방을 노리고 있는데, 노리는 다른 개발사 분들도 많아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웃음).

원래는 작년 9월에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었다. 어느 정도 계획이 잡혀 있어서 퇴사를 결심했는데, 퇴사 직전에 약간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붕 뜬 상태가 돼 좀 난감했었다. 다행히 지인 분의 도움을 받아서 작은 공간에서 혼자 게임을 개발하다 올해 2월 오렌지팜으로 입주하게 됐다. 역시 사무실이 있는게 참 좋은 것 같다.


Q. 오렌지팜에 입주한 지 오래됐는데, 오렌지팜에 입주해서 얻는 장점도 있을 것 같다.

=처음에 입주했을 때는 오렌지팜이라고 해서 대체 이게 왜 농장인가 싶었다. 잘 몰랐는데, 있다 보니 오렌지팜이 마치 아낌없이 주는 오렌지 나무 같은 느낌이랄까. 입주한 개발사들에 대한 지원이 정말 많다. 일단 위치도 방배쪽이라서 시끄러운 공간도 적고, 주변 입지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에 있어서 출퇴근이 편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스태프분들도 꾸준히 방문해서 개발사에게 필요한 사항이 있는지 물어보고 지원을 해준다. 말 그대로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출퇴근도 자유롭고, 개발사가 다른 투자사를 만나는 데에서도 제한이 없다.

그리고 멘토링이 아주 적극적이라 개발사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석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리뷰데이에서 정기적으로 멘토링이 열리는데, 그때는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회장님도 매번 참석해서 진지하게 멘토링을 해주신다. 보통 인디나 소규모 개발사들은 정말 게임을 개발만 하던 사람들이라 법률이나 홍보 쪽은 잘 모른다. 이런 부분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Q. 최근에 모바일, 인디게임이 중국으로 도난당하는 사태가 많았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고 싶다.

=보안 이슈가 정말 크다. 중국은 엄청 심한 것 같다. 최근에 정부에서 한 번 제대로 대응을 한 것 같기는 하다. 요즘 중국 불법 복제 시장에 국내 게임은 잘 안 보이고, 해외쪽 게임들이 엄청 많이 보인다. 패키지 게임은 유출이 되면 타격이 커서 정말 조심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들은 대부분 실력이 있는 개발자라면 소스를 분해하기가 상당히 쉬운 구조다. 그래서 더 많이 복제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도 도난사태가 많았고...걱정이 많이 된다. 그나마 지금은 보안 솔루션을 적용해서 게임을 제작하는 중이다. '용사는 타이밍'을 런칭할 때도 보안 솔루션을 적용했다.


Q. '용사는 진행중2'는 어떤 방향으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용사는 진행중2'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을 많이 시도해보려고 한다. 스토리 전개도 그 일환이고, 유저들도 보면 많이 좋아해 주실 것 같다.

대부분 게임에서의 스토리는 커다란 메인스트림, 대칭적인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용사는 진행중2'도 그런 메인 스트림이 있고, 용사 개인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모드도 있다. 용사는 런칭 기준으로 20명 정도가 될 예정인데,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어째서 나는 용사가 됐는지, 그런 회상부터 대립이나 로맨스 등 스토리로 용사들이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구조로 짜보려고 한다. 굳이 스킵을 누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아마 볼 수밖에 없는 스토리가 전개가 되지 않을까? 괜히 대화가 길어지면 유저들이 스킵 버튼을 누른다는 걸 잘 안다. 방대한 스토리도 좋지만 그런 커다란 스토리는 스킵당하기 쉽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킵을 누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스토리를 짜보려고 한다.


Q. 마지막으로 '용사는 진행중2'를 출시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나 각오를 부탁한다.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다. 계속하다 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업계에 발을 들인지 15년 정도 됐는데, 알려질 만한 타이틀이 없었다. 그러다가 '용사는 진행중'이 잘 돼서 대표 타이틀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대표 타이틀이 없는 개발사들도 많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분들도 많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있고. '용사는 진행중2'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