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한때 'GPU'는 형편 좀 되는 이들이 필요에 따라 덧붙이곤 하던 '옵션'에 가까운 장치였다. 15년 전으로만 거슬러가도 'GPU'가 달리지 않은 PC가 게이머들 사이에 더 많았을 거다. 물론 게임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 사용하던 PC는 더 말할 바가 없고. (지금도 비게이머층의 PC는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GPU'는 컴퓨터의 부품 중 가장 비싼 가격대를 이루고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PC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비용'은 고려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게임의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GPU'는 게이머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별도의 카드 없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CPU의 그래픽 연산 장치도 수준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고품질의 그래픽 처리를 하려면 그래픽 카드의 존재가 절실했다. 그리고 그 그래픽 카드 시장을 양분하는 기업 중 하나. 바로 '엔비디아'다.

지스타2015에 등장한 엔비디아. 올해는 이전과 다른 무장을 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GPU의 성능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PC들은 별다를 것이 없었지만, 부스 한편에 놓인 '바이브 VR'의 시연대는 확실히 시선을 끌었다. 짧았지만 강렬한 경험을 안겨준 '바이브 VR'. 그날 늦은 오후, '바이브 VR'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벡스코 맞은편 센텀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바이브 VR'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 줄 '제프 옌'을 만날 수 있었다.

※ 참고 기사: [체험기] '바이브', 준비된 이들을 위한 최고의 'VR'


▲ 제프 옌(Jeff Yen) 엔비디아 아시아 태평양 테크니컬 마케팅 총괄

Q. 반갑다. 간단히 본인을 소개해줄 수 있나?

반갑다. 내 이름은 제프 옌(Jeff Yen)이며, 엔비디아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테크니컬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Q. 지스타에서 '바이브'의 시연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지스타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원래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 벌써 7-8년째 지스타를 방문하고 있으며, 1년에 6-7차례 오는 때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열리는 게임쇼에서 시연을 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Q. '바이브 VR'은 HTC와 밸브, 그리고 엔비디아가 함께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히 그들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 수 있나?

일단 HTC는 하드웨어, 즉 장비 자체를 전담해서 만든다. 밸브는 HTC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바이브 VR의 능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데모 등을 만든다. 엔비디아는 양쪽 모두와 협업 상태를 유지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 관여하고 있다.



Q. 경쟁사인 AMD의 'Liquid VR'처럼 엔비디아도 '게임웍스 VR'이라는 VR 전문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가볍게 설명해줄 수 있는가?

모든 VR의 목표는 '보다 나은 경험'이다. '게임웍스 VR'의 경우 개발자들이 이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소프트웨어다. 기본적으로 '퍼포먼스'와 '레이턴시' 두 부분에 밀접하게 관여한다. VR이라는 개념 자체가 고해상도와 고주사율(프레임)을 모두 요구하는 장비이다 보니 넉넉한 PC 환경에서도 버거워하는 경우가 잦은데, '게임웍스 VR'은 개발 과정에서 기기 효율을 극대화하고, 콘텐츠를 최적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Q. 아침에 시연해 보았는데, 케이블의 위치가 미묘해 몸에 자꾸 걸리곤 하더라. 이게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그 문제는 우리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VR에 필요한 정보를 무선으로 송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굉장히 힘든 도전이며, 아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무선으로 전환하면 HMD에 전해질 하중이나 배터리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콘텐츠에 따라 위험 부담이 달라지니 콘텐츠의 측면에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완벽한 VR 환경의 구축을 위해서라면 현재로서는 더 두고 보아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 상단부에 몰린 케이블 포트는 좀 신경쓰이는 부분


Q. 또 다른 문제로는 '공간'을 들 수 있다. '바이브'의 경우 타 VR에 비해 넓은 공간을 요구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만큼의 공간을 VR에 할애할 게이머가 많다고 볼 수 없다.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나 또한 동의하는 부분이며, 현재도 도전적인 자세로 해결을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평균적으로 주거 공간이 넓은 국가에선 이런 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국이나 일본처럼 개인 단위 주거공간이 넓지 않은 국가들은 이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HTC'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Q. 내년 상반기에 다른 VR과 발맞춰 출시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이게 맞는 말인가? 그리고 가격대는 대략이나마 어느 정도가 될지 말해줄 수 있나?

'바이브'의 출시에 대한 뜬소문은 진짜 엄청나게 들려온다. 어제만 해도 누군가 나에게 와서 묻더라 "바이브 출시가 12월이라는데 맞나?"하면서 말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바이브의 출시와 관련된 정보는 나로서도 알 수 없고, 안다 해도 말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 가격 또한 마찬가지로 난 아는 바가 없다. 자세하게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Q. 아니 괜찮다. 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테니 말이다. 앞으로 컴퓨터는 점점 더 발전할 것이고, '바이브' 또한 언젠가는 구식이 될 것인데, 지속적으로 새 모델의 HMD를 발표하게 될 것인가? 혹은 한 번 나온 모델이 계속 쓰이게 되는 건가?

확답은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바이브'의 디스플레이 수준이 HD보다 높음에도 그래픽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보이곤 한다. 그 때문에 긍정적인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빨리 올 거로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 조금 더 먼 미래를 봐야 할 것 같다.



Q. VR 구동을 위해 높은 사양의 PC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바이브'의 권장 사양은 어느 정도인가?

HTC가 "어떤 사양이 필요하다."라고 사양 카탈로그를 발표한 적은 없다. 우리는 이번 시연에서 980 TI를 사용했으며, 보통 테스트를 할 땐 '오큘러스 VR'의 권장사양인 'GTX 970'급의 GPU를 사용하곤 한다. 아마 오큘러스와 큰 사양 차이는 없을 것이다.


Q. VR 환경에서 조작할 때 필요한 '컨트롤러'가 아직 다듬어진 모습이 아니었다. 앞으로 생김새가 바뀔 예정인가?

아마 바뀔 것이다. 말한 대로 이번 시연에 쓰인 컨트롤러는 아직 프로토타입에 불과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게 될 최종 형태가 어떨지는 감히 나로서 짐작할 수가 없다.

▲ 솔직히 두번 정도 씹은 아이스크림처럼 생겼다.


Q. 지스타2015뿐만 아니라 지금은 다양한 VR HMD들이 출시를 앞둔 상황이다. 그 장비 중 '바이브'가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소니는 오랜 기간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고, '오큘러스'는 사실상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기업이다. 하지만 '바이브'도 절대 모자라지 않다. 바이브의 강점은 수준 높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보급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VR 업계는 부상하는 과정 중에 있고, 모든 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예고된 황금 어장이다. 굳이 게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의 측면에서 계속 비슷한 콘텐츠를 고집한다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바이브'는 충분히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


Q. 성의있게 답변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과 VR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짧게 말해줄 수 있나?

세계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비단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VR'은 소수의 얼리어답터들이 주도해 개척하는 시장이 될 거이라 본다. 궁금한 점은 한국에서 어떤 스타일의 VR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지다.

이번 지스타에서 다양한 대학 산하 개발진들이 VR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굉장히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VR은 게임 장르의 새 지평을 열 것이다. 한국에는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매우 많으니 충분히 그 흐름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