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 로이게임즈/가치온소프트 ⊙장르 : 호러 ⊙플랫폼 : 안드로이드, iOS
⊙발매일 :
2015년 11월 19일(T스토어)


공포 게임은 흔히 2개의 부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절대적인 약자의 입장에서 쫓아오는 적들을 피해 도망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흉측한 괴물들을 상대로 각종 무기로 무장한 주인공이 그 괴물들을 처치하는 방식입니다.

'화이트데이'는 전자에 가까운 게임인데요. 여기에 귀신과 한(恨)이라는 한국적 공포에 당시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제피(1999년, 미라 스페이스 개발)' 이후 두 번째로 만들어진 데다 개발사가 그 손노리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화이트데이'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팬들은 '화이트데이'를 즐기며 그리워했습니다.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 아쉽다고 말이죠. 그리고 그런 바람이 닿은 거였을까요? 마침내 '화이트데이'가 모바일로 돌아왔습니다. 원작의 장점은 그대로, 단점은 더욱 보완한 완전판으로 말이죠.

14년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부활한 '화이트데이 모바일'. 모바일로 부활한 그 공포를 느끼기 위해 화이트데이 전날 밤의 학교로 지금 들어가 보겠습니다.



얼마 전 연두 고등학교로 전학 온 '이희민'은, 우연히 동갑내기 여학생 '한소영'을 만나 첫 눈에 반한다. 첫 만남에서 그녀가 두고 간 다이어리를 얻게 된 희민은, 마침 다가온 화이트데이에 맞춰 다이어리와 함께 작은 선물을 전해 줄 생각으로, 3월 13일 밤 학교로 찾아간다.

하지만 어둠에 잠겨 있는 밤의 학교는, 더 이상 그가 알고 있던 학교가 아니었다. 나가는 길마저 막혀 꼼짝없이 학교 안에 갇히게 된 희민은, 학교 안에 남아있던 소영을 비롯한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점차 음모의 핵심에 서서히 다가서게 되는데…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14년 전보다 월등히 발전한 그래픽이 반겨줬습니다. 특히 인물들의 모델링이 매우 뛰어났는데요. 게임의 그래픽을 평가할 때는 광원과 텍스쳐 등 여러 요소가 들어가지만 전 그중에서도 인물들의 감정 표현에 집중하곤 합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는지 보는 거였죠.

'화이트데이 모바일'은 공포 게임이기에 더욱 감정 표현에 집중했습니다. 공포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목석처럼 딱딱한 캐릭터들을 본다면 제대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결과적으로 '화이트데이 모바일'의 그래픽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 인물들 간에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픽에 대한 평가를 끝마치자 다음으로 조작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기존에 PC에서는 마우스로 시점을 조작하고 키보드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모바일에서는 기본적으로 양손을 이용해 왼손으로는 이동을, 오른손으로는 시점을 조작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화이트데이 모바일'은 초보자, 숙련자, 전문가용으로 세밀하게 나눈 조작법을 제공하는데요. 시도 때도 없이 플레이어를 노리는 수위와 귀신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선 자신에게 딱 맞는 조작법을 찾는 게 필수입니다. 거기에 더해 문을 열 거나 아이템을 사용하는 방법 역시 모바일에 맞춰 간단한 터치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게 간략화됐습니다.

▲ 모바일에 맞춰 다양한 조작법이 제공됩니다

만족스러운 그래픽과 손에 익은 조작법을 고르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면서도 많은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거 무서워서 깰 수 있으려나?' 하고 말이죠. 그러는 한편, 게임에서 스토리를 추구하는 저로서는 모바일과 공포 게임이라는 두 요소 때문에 다소 심드렁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놀라게 하는 것에만 집중해 가벼운 스토리를 갖고 있을 거라고 여긴 거였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자 그런 마음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습니다. 전작보다 강화한 스토리와 이벤트에 저도 모르게 몰입된 거였는데요. 캐릭터들이 플레이어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컷씬이 추가되기도 하고, 선택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등 공포 외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원작보다 강화한 부분이 엿보였습니다.

이렇듯 원작을 뛰어넘은 퀄리티에 더욱 강화된 공포와 스토리는 '화이트데이 모바일'이 그저 추억팔이로만 만들어진 게임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 공포 게임에서 느껴지는 미연시의 향기

▲ 유저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은 막 나가는 변태가 되기도 합니다



'화이트데이 모바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상대할 수 없는 적에 대한 공포감입니다. 플레이어인 희민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수위나 귀신들을 상대할 어떤 방도도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을 피해 숨거나 도망치는 것이 전부로, 갇힌 학교에서 탈출하기 위해 연두 고등학교의 비밀을 파헤쳐야 합니다.

게임에서는 수많은 귀신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 백미는 귀신이 아닌 수위입니다. 등장하자마자 이름 모를 학생 한 명을 구타하며 섬뜩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위는 작 중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찾아다니는데요. 행여 플레이어가 근처에 다가오면 손전등과 호루라기를 불며 쫓아올 뿐 아니라, 설사 수위를 피해 숨는다고 해도 주변을 찾아 나섭니다.

교실이나 화장실에 숨으면 수위의 발소리와 열쇠고리가 부딪히는 소리로 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디에 숨든 수위가 항상 자신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옭아매는 듯한 공포를 선사합니다.

▲ 귀기 어린 눈빛으로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쫓아오는 수위

물론 원작의 귀신들도 건재합니다. 특히 게임 초반에 만날 수 있는 머리귀신은 '화이트데이'를 해본 적 없는 저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귀신인데요.

갑작스레 들려오는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어디에 있든 찾아와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는 머리귀신의 존재는 보이는 곳에서 쫓아오는 수위와는 다른 공포감을 선사해줬는데요. 말 그대로 끊임없이 도망가야 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귀신입니다.

▲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머리귀신

▲ 희민이의 심정이 저와 같습니다

한편, 새로운 귀신들도 대거 추가돼 원작을 즐긴 유저들도 방심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 수도 무려 원작의 3배에 달하는 21종류나 되는데요. 거기에 더해 원작에서는 그저 무서운 이야기일 뿐이었던 괴담을 통해 새로운 귀신들의 개연성을 부여했습니다.

이런 괴담들은 교실 구석이나 선반 위에 올려져 있어, 비교적 찾기 어려운 편인데요. 괴담을 모으면서 새로운 귀신들과 만나는 조건이 해제되거나 혹은 외전 격인 시나리오가 추가되기도 해서 공포 게임에 약한 저였습니다만, 새로운 시나리오를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한밤중 학교에서 괴담을 찾아 나서곤 했습니다.

▲ '화이트데이 모바일' 귀신들의 배경이 되는 괴담

대부분의 공포 게임들은 게임을 진행해 감에 따라 공포감이 무뎌지곤 합니다. '바이오하자드' 부류의 호러 액션 게임의 경우 초반에는 부족한 무기, 압도적인 적의 존재에 허둥대곤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나를 쫓는 괴물이 아니라 아이템 창고 역할을 할 뿐이죠.

'화이트데이' 부류의 게임들 역시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신출귀몰한 귀신이나 적의 존재는 항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익숙해지면 항상 똑같은 패턴, 똑같은 적의 존재에 심드렁해지기 마련이거든요. '화이트데이 모바일'은 여기에 새로운 귀신들을 대거 추가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개중에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등장해 플레이어의 간담을 써늘하게 하는 귀신들도 있는 만큼, 원작을 뛰어넘는 스릴을 제공합니다.

▲ 방심한 순간, 귀신들은 찾아옵니다



공포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제한적인 정보를 안겨줍니다. 알 수 없다는 건 곧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플레이어가 가야 할 위치나 길을 막는 귀신을 퇴치하는 방법 역시 제한적으로만 알려준다는 거였습니다.

왕이지(왕Easy) 모드에서는 휴대폰을 통해 다양한 문자 조언 서비스가 들어있지만 노멀 모드 이상부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힌트는 직접 찾는 쪽지뿐입니다. 쪽지에는 귀신들을 처치하는 공략법이나 아이템의 위치 등이 적혀있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 만큼, 쪽지를 봤음에도 몇 번을 헤맨 끝에 퇴치하곤 했습니다.

▲ 문자 힌트는 보통 난이도 이상에서는 수신되지 않습니다

이런 레벨 디자인의 단점은 명확한데요. 이른바 아는 사람들은 막힘없이 플레이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한 유저에게는 불친절한 하다는 거였습니다. "그럴 바에야 왕이지 모드로 플레이해라!"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은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엔딩까지 3~4시간이 소요되는 짧은 플레이 타임은 단점으로 다가옵니다. 윤태호 작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엔딩들은 기대감을 불러모으지만, 엔딩을 보기까지의 반복되는 플레이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 "어? 왜 안 죽어?! 나무귀신 처치하는 거 아니었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버그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혹자는 귀신보다 버그가 더 많아서 무섭다고 할 정도인데요. 개중에는 업적 등의 시스템 버그에서부터 크게는 스토리상 나와야 하는 귀신이 안 나와서 게임 플레이 자체를 방해하는 치명적인 버그까지 있습니다. 전에도 버그로 몸살을 앓아온 '화이트데이'인 만큼 개발사의 빠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11월 26일부로 버그, 밸런스 패치 실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화이트데이 모바일'은 뛰어난 완성도를 갖췄습니다.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긴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완성도에서 보면 나무랄 수 없습니다. 어지간한 휴대용 게임에 맞먹을 정도인데요. 원작의 향취를 고스란히 가져오고 거기에 더해 일신한 그래픽과 추가 요소들을 보노라면 충분히 원작의 완전판이라고 자부할 만했습니다.

뭐라 해도 공포 게임에 쥐약인 저조차도 흥미로운 스토리와 캐릭터들 덕분에 중간중간 두려움을 잊고 즐기곤 했으니까요. 캐릭터별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선택지, 그리고 공포의 조화가 절묘했습니다.

'화이트데이 모바일'은 지금보다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게임으로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는데요. P2P(Pay to Play) 방식을 채용함으로써 콘텐츠 쪼개 팔기와 인앱결제 없이도 재밌는 게임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장에 제시했습니다.

이번 '화이트데이 모바일'을 통해 시리즈의 부활과 후속작을 위한 추진력을 얻으려 한다고 말한 로이게임즈 이원술 대표. 그의 바람대로 후속작으로 만들어질 '화이트데이'를 기대해봅니다.

▲ '화이트데이' 부활의 신호탄이란 사실만으로도 그저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