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문명 온라인에 과학 승리와 주력전차, 핵미사일 등이 추가되는 현대시대가 업데이트됐다. 가장 먼저 '판게아 1주 01' 세션에서 오후 11시 즈음에 현대시대가 적용, 유저들은 돌격소총병과 저격수를 플레이하면서 새로 추가된 구축함의 파괴력을 확인 중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 '지구 2주 01' 세션에서는 도시가 다 터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핵미사일이라도 발사한 걸까? 아니다. 지구 세션은 이제 르네상스 시대라서 탱크도 나오지 않았다. 원인은 '철거 메타'라고 불리는 도시 철거 현상이 심화한 것. 유저들이 스스로 자신이 속한 문명의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는 소리다. 과연 철거 메타는 무엇이고, 왜 발생한 걸까?

※ 25일 업데이트로 주인 없는 시청에 철거 스킬을 사용할 수 없도록 변경되었습니다.
☞ 2015년 12월 25일(금) 업데이트 안내 [바로 가기]


▲ 세션 초반이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 공방전 시작 직전이다.




■ 철거 메타, 왜 유행하나? 도시 수비의 이득이 없기 때문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해가고 시대가 흘러 더욱 강력한 탈것과 직업이 연구되면서 수비 병력이 없는 도시는 소수 병력으로도 빠르게 파괴할 수 있게 됐다.

도시를 파괴한 길드는 그 자리에 시청을 세울 수 있는데 그렇게 건설한 시청은 다음 공방전까지 적에게 공격받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 문명의 도시를 부순 뒤에는 그 자리에 시청을 세울 터만 올려놓은 뒤에 바로 다음 전투에 합류하고, 공방전이 종료한 이후에나 도시를 확장하곤 한다.

시청을 건설하고 도시를 확장하는 일은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도시 공방전이 열리는 시간에는 최대한 많은 전투에 참가해야 더 많은 공방전 종료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공방전에 한 번만 제대로 참여해도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도시를 수비하는 것보다 상대의 도시를 파괴하기가 더 쉽다 보니, 아예 수비를 포기하고 공격에만 집중하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도시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방전이 시작하기 전에 도시를 스스로 '철거'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중이다.

도시를 철거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는 상대의 공방전 참여 보상을 못 받게 하기 위해서다. 공방전에서 부술 도시가 적으면 그만큼 참여 보상도 줄어들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공방전이 진행되는 도중에 시청을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문명의 도시를 파괴한 길드는 공방전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그 자리에 시청을 세울 수 있고, 그 시청은 다음 공방전까지 안전하다. 그래서 어차피 파괴될 것이 뻔한 도시는 아예 없애버려서 상대도 공방전 시간 동안 시청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 상대 도시를 부순 자리에 건설한 시청은 다음 공방전까지 적의 공격에서 안전하다.


세 번째는 다른 문명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도시가 많고 넓은 그리드를 차지한 문명일수록 다른 문명의 공격을 당할 확률도 높다. 자신이 속한 문명이 가장 많은 그리드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다음 공방전에서 3 대 1의 연합 공격을 받아 한 시간 만에 꼴찌로 추락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요 요충지에 수비 병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주로 광산이 많거나 불가사의가 건설된 도시, 주위에 바위산이 있거나 점령당하면 국토가 분단되는 도시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도시에 수비 병력을 밀집하기 위해 덜 중요한 도시를 미리 파괴해서 길드가 없는 유저들까지도 자연스럽게 수비 병력으로 포함하는 것이다.


▲ 딱 봐도, 방어하기는 쉬워 보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비를 포기하고 적이 쳐들어와도 이득을 볼 수 없게 도시를 파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성전은 수비가 공격보다 3배 정도 유리하지만, 문명 온라인은 수비에 특별한 이점이 없다. 도시 방위 대장 같은 수비 NPC가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니고, 성벽은 다양한 방법으로 뛰어넘을 수 있으며, 뛰어넘을 수 없다면 성문을 부수면 그만이다. 그래서 어차피 지키지 못할 도시는 상대가 파괴해서 이득을 얻지 못하게 하려고 모두 파괴하는 것이다.



■ 전략의 일부 vs 공방전 의욕 저하. 철거 메타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은?

문명 온라인의 원작이 되는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에서는 행복도나 생산, 자원, 문화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도시를 확장하거나 파괴하는 것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마구잡이식으로 도시를 늘리다 보면 넘쳐나는 불행과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고, 행여나 상대 도시를 점령해서 파괴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불행 폭탄을 맞고 전쟁광으로 낙인찍힌다. 오죽하면 도시 수로 인한 불행이 반으로 감소하는 간디가 패왕으로 불렸을까.


▲ 물론 간디 패왕설은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리고 실제 전쟁에서도 도시를 버리는 전략은 존재한다. 패배가 명확해질 때 도시에 불을 지르고 떠나거나, 병력을 보존하기 위해 도시를 버리면서 싸움을 피하는 식이다.

하지만 문명 온라인의 철거 메타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도시를 철거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어서 아예 전쟁이 벌어지기 이전에 도시를 파괴해 적이 쳐들어올 곳이 없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뉜다. 환영하는 쪽은 도시 철거도 전략의 일부며, 수비 병력을 한데 모을 수 있어서 대규모 전투를 벌이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도시 철거를 반대하는 쪽은 한순간에 도시가 사라져서 건축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의욕을 빼앗아 가고, 치고받을 도시가 없어서 공방전의 재미가 감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의 도시 철거가 다소 심한 편이라는 것에는 다들 동의한다. 이에 유저들은 공방전에서 상대 문명의 도시를 부순 뒤에 짓는 시청을 파괴할 수 있게 하거나, 도시를 철거하는 데 불이익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혹은, 도시를 방어할 때의 보상을 늘려야 한다고도 말한다.




문명 온라인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 세션마다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는 높은 자유도를 지닌 게임이다. 그리고 유저들은 언제나 자신의 문명이 승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전에는 전투코끼리와 탱크 등 탈것의 강력함이 주목받으면서 더 많은 탈것을 사기 위한 바위산 파밍이 유행했다면, 지금은 도시를 미리 철거해서 수비 병력을 집중하고 공격 측의 이득을 줄이는 철거 메타가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방전 1시간 만에 우주선을 쏘아 올려서 과학 승리를 따낼 수 있는 현대시대가 어제(23일, 수) 업데이트됐다. 앞으로는 우주선 발사대와 부품 공장을 한꺼번에 지을 인접 도시의 중요도가 다시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철거 메타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여러 차례의 업데이트와 인식 변경으로 바위산 파밍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철거 메타는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까? 게임의 흐름은 계속 변한다. 그리고 유저들은 언제나 답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