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유저들이 원했던 대로 상아탑 이용 시간이 캐릭터 단위에서 계정 단위로 변경되었다.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많은 유저들이 개념 업데이트라며 반기는 모습이다.

상아탑은 항상 1순위로 방문해야 할 중요한 사냥터다. 시간당 최대 30~40만 아데나를 벌 수 있기 때문에 일일 1시간만 이용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여 레벨업을 포기하고 상아탑만 전문으로 도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다. 계정 내 여러 캐릭터를 생성해두고, 장비를 창고로 옮겨 상아탑만 도는 것이다.

문제는 오토(BOT) 캐릭터도 이 방법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아탑 4층과 5층은 정상적인 사냥과 벌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오토 캐릭터 천국이 돼버렸다. 때문에 유저들이 이번 업데이트를 반기는 것이다.

실제 상아탑을 방문해 보니, 매일 같이 보이던 오토 캐릭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계정 단위로 이용하게끔 바뀐 것뿐인데 말이다. 새벽 시간에는 5층뿐만 아니라 4층에도 몬스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쾌적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오토 캐릭터는 실로 오랜 세월 동안 상아탑에서 일반 유저들을 괴롭혔고, 상아탑 전체를 잠식하려는 모습까지 보였었다. 하여 잠시 상아탑과 오토 캐릭터의 과거를 되돌아볼까 한다.

▲ 4층 입구. 놀고 있는 모습의 골렘이 대체 얼마 만이던가.


상아탑은 오렌 지역 업데이트와 함께 등장한 곳으로 거주 구역과 사냥터가 공존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에는 아이언 골렘, 유령 서식하여 요정, 군주 등 특정 클래스만 이용하던 사냥터였다.

이후 아덴 월드 대부분의 몬스터의 리워드에서 '아데나'를 제거하는 업데이트가 진행되었고, 상아탑은 '아데나'를 드랍하는, 그것도 일반 몬스터보다 수십 배 더 많이 드랍하는 사냥터로 리뉴얼 되었다. 오토(BOT) 캐릭터의 수익을 견제하고, 리니지 시장 경제를 유지할 의도가 담긴 업데이트였다.

요즘은 아덴 월드 전체에서 아데나를 드랍하는 몬스터는 거의 없다. 설령 아데나를 드랍한다고 해도 확률이 낮고, 매우 소량만 드랍한다. 하여 순수한 아데나를 모으려면 오로지 상아탑을 방문하거나, 획득한 아이템을 용해 혹은 팔아야만 아데나를 모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상아탑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냥터로 자리 잡게 되었다.

▲ 티끌 모아 태산은 다 옛말.


순수 아데나를 모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아데나를 매우 많이 드랍하는 곳은 상아탑뿐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여 상아탑을 이용하는 유저들을 괴롭히고, 불편을 감수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이유는 '오토(BOT) 캐릭터'다. 2000년도 후반에는 중국인이 플레이하는 수동 캐릭터가 많았다. 이들의 목적이 아데나를 모아 파는 작업장의 형태였기 때문에 일반 유저들이 반가워할 리 없었다. 중국인 캐릭터만 전문적으로 죽이는 유저도 있었고, 또 중국인과 친해져 블레스 웨폰 같은 버프를 주고받는 유저도 있었다.

이후 중국인이 플레이하는 수동 캐릭터는 오토 캐릭터로 변질되었다. 아주 잠깐 오토 캐릭터와 일반 캐릭터가 공존하던 때도 있었다. 작업장과 연계된 고레벨 캐릭터의 간섭, 그리고 사냥만 자동으로 할 뿐, 일반 유저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피해를 끼치지 않았던 이유가 컸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 시절의 오토 캐릭터는 그나마 착했다고 볼 수 있겠다. 중국인이 있던 시절은 뭐, 나쁘지 않은 추억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 이 시절의 중국인은 귀엽기라도 했지..


오토 캐릭터는 더 악랄해져 일반 유저들의 생태계까지 위협하기에 이른다. 일반 유저처럼 사냥만 하면 될 것을, 무차별적으로 스틸을 하는 형태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리젠되면 선공 몬스터의 경우, 이 몬스터가 바라보는 캐릭터에게 우선권이 있다. 일반 몬스터는 리젠될 위치를 기준으로 어느 캐릭터가 더 가까이 있냐에 따라 우선권이 달라진다. 이는 오랜 기간 정착해온 리니지 유저들 사이의 문화이자 타인을 향한 예의였다.

하지만 오토 캐릭터는 네 것, 내 것, 할 것 없이 에너지 볼트로 선 공격을 잡고, 몬스터 한 마리에 여러 오토 캐릭터가 몰려와 스틸을 비매너 행위를 일삼은 것이다. 이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았던 사냥터가 바로 상아탑이고, 오토 캐릭터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또 사냥터를 잃은 유저들은 자연스레 리니지를 떠나게 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 몬스터가 몰리면 치고 보는 것이 오토 캐릭터의 습성.


다시 최근으로 돌아와서 살펴보면, 엔씨소프트는 스탯 리뉴얼로 고레벨이 되어야 더 강해지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아덴 월드의 몬스터를 상향하여 조금씩 오토 캐릭터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주기적으로 디텍션 캠페인을 진행하여 수천, 수만개 캐릭터를 영구 제명하고, 사냥터에 변화를 주는 형태로 말이다.

작년부터는 그랑카인의 분노 시스템을 라이브 서버에 차등 적용하여 일반 유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토 캐릭터에게 타격을 주는 형태의 업데이트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오토 캐릭터를 제한하기 위한 완전한 대책이라 볼 수는 없어도, 체감상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측면이 희소식이다.

하여 이번 상아탑 사례처럼 게임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바탕이 된 시스템적인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상아탑. 오토 캐릭터로 인한 흑역사가 대부분이지만, 다시금 유저들을 위한 사냥터 변화한 모습이 매우 반갑다. 아주 간단한 업데이트 하나만으로 오토 캐릭터를 타격하고, 일반 유저들에게 득이 되는 아주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 현상이 계속 유지되고, 다른 사냥터 역시 상아탑처럼 되리라 기대해본다. 아덴 월드의 모든 사냥터가 오토 캐릭터가 아닌, 유저들로 가득하던 시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