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차 방문한 대만은 한국과 완전히 다른 날씨였습니다.
최고 온도 26도. 이거, 여름 못지않은 날씨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아, 해피툭 양민영 대표를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2012년부터 '테라'의 대만 서비스를 맡았던 OMG와의 계약이 종료, 새로운 퍼블리셔로 '해피툭'이 낙점되었거든요. 한국인 대표 그리고 직원들 상당수도 한국인으로 구성된, 약 절반 정도는 한국 호르몬이 흐르는 기업입니다.

올해 지스타에서 만난 인연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대만 현지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어볼 게 많았어요. '테라'를 지목한 배경, 대만 게임시장, 그리고 대만 게이머. 한국 게임사에게 도움이 될 현실적인 이야기.



▲ 해피툭 양민영 대표





해피툭이 한국 게임업계에 잘 알려진 회사는 아닙니다. 먼저 간단한 소개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설립한지는 3년이 좀 넘은 대만 현지 퍼블리셔입니다. 저희만의 특징이라면... 100퍼센트 한국 자본으로 설립되었다는 건데요. 사실 예전에는 이런 회사가 많았는데, 대만 내 게임 시장이 아주 큰 편은 아니다보니 많은 회사들이 떠났어요. 저희는 좀 늦게 시작한 편이죠.


늦었다고 생각했음에도 도전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회사 설립하기 전에는 엔씨소프트에서 해외 퍼블리싱 관련 일을 하고 있었어요. 마지막엔 엔씨소프트 대만 지사에서 근무했고요. 2년 정도 근무하면서 대만 게임시장을 쭉 봤는데,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대만 게임시장이 아직 가능성이 있고, 특히 한국의 PC 온라인 게임이 대만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컸어요. 기회는 분명히 있는데...

대만도 지금 모바일 게임으로 많이 넘어갔거든요. 제가 엔씨 나오는 시점에 모바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PC 온라인 게임 시장은 별개로 유지되리라 봤어요. 제 개인적인 고집이죠. 앞으로 더 상승할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유지는 될 거라고 생각해요. 회사 차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엔씨소프트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게임 기업 중 하나인데, 굳이 회사를 나와 따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을 것 같아요.

10년 쯤 다니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계속 있으면서 뭘 하게 될까' 이런 생각 말이죠. 사실 저는 엔씨소프트 나오기 전부터 개인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어떤 분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고, 또 어떤 분은 명성을 얻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는데, 저는 동기가 좀 달라요.

저는 엔지니어 출신이었고 엔씨소프트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도 대부분 기술 쪽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사회복지 관련 분야였어요. 이거 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일을 시작하려면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엔지니어 분들께는 손을 벌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 규모가 어느정도 되면, 주변에 함께 할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 김택진 대표가 복지 사업 한다면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겠죠.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짧게나마 목표를 잡아 본다면... 대만 대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만에서는 게임 산업으로 가려는 대학생이 많이 없어요. 게임산업이 위치가 그렇거든요. 그게 아쉬었어요. 엔씨소프트 보면, 입사하려는 대학생이 엄청 많지 않습니까. 그게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도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만 대학생들이 게임회사 입사를 왜 꺼리는 거죠?

게임 자체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요. 하지만, 대만 게임회사의 급여라던가 복지 이런 것들이 다른 산업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도 되도록이면 업계에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는 회사를 만들고자 해요. 급여도 보장되고. 제가 엔씨소프트에 있을 때 그런 혜택을 많이 받았으니 잘 알죠. 어떤 게 좋은 건지.

▲ 젊은이들이 원하는 회사가 되는게 첫 번째 목표


온라인 클라이언트 게임 서비스 숫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해피툭이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지금 라이브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 9개예요. 내년 2월 중까지 OBT하려는 작품까지 포함하면 10개죠. 그중에서 인지도로 보면 '테라'가 가장 높고, '열혈강호', 'R2', '십이지천2'도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다른 대만 퍼블리셔와 비교해 해피툭에는 한국 직원이 유독 많은 편인데요.

일단 저희가 한국 게임 위주로 서비스하다보니 한국 게임 개발사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입니다. 물론, 대만 분들 중에도 한국어를 잘 하시는 분이 많지만, 일단 개발사를 더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국인 직원을 채용할 필요가 있었어요. 또, 저희 플랫폼 개발팀에 한국인이 3명인데 모두 실력이 뛰어납니다. 저희가 퍼블리셔다보니 플랫폼에 가치를 많이 둘 수밖에 없고, 이쪽에는 확실한 전문가가 필요하거든요. 대만 현지에서 플랫폼 개발 노하우가 쌓인 분을 섭외하는 데 조금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만 현지에 있는 타 퍼블리셔와는 다른, 해피툭만의 노하우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국인 개발자가 많다 보니, 작업 진행이 빠르면서도 수월하게 진행되는 편입니다. 저희가 짧은 시간에 많은 게임을 서비스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이곳 사람들의 성향과 연결되는 것입니다만, 대만인은 중소 기업에 대한 편견 같은 게 거의 없습니다. 한국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지만, 대만은 그렇지 않아요. 국가적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도 굉장히 폭 넓게 운용하고 있고, 덕분에 중소 기업도 좋은 인력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부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인물이 해피툭 내에도 많은데, 이것도 저희가 내세울 수 있는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해피툭이 PC 온라인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입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서비스하고 있는 '가레나'의 규모가 훨씬 크지만, 저희는 MMORPG 서비스가 주력이거든요. 한국 게임에 대한 노하우 등을 종합한다면, PC 게임으로는 저희가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 대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도 매주 진행합니다.


'테라'의 대만 서비스를 맡고 계신데요. 한국에 있는 수많은 온라인 게임 중에서 '테라'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확실한 블록버스터 게임이라는 게 첫번째 이유였어요. 그리고 블루홀 자체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보았습니다. 한국에는 여러 게임 개발사가 있지만, 블루홀처럼 S급 게임 하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회사는 거의 없어요. 그리고 블루홀에 몸담고 있는 개발자들이 업계 초창기부터 워낙 유명하신 분들이라 믿을 수 있었습니다. 향후 10년, 혹은 20년까지도 서비스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요. 요즘 한국도 게임업계 사정이 썩 좋은 편이 아니잖아요. 온라인 게임 신작 출시 소식이 뜸하고, 출시 이후 운영 문제도 나오고 있고요. 이게 지속되다보니 외국에서 한국 게임 개발사를 보는 눈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한국 게임사가 잘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의심이 생긴 거죠. 그렇기에 확실히 검증된 회사의 게임이 필요했습니다.


해피툭에서 '테라'를 서비스하기 전, OMG라는 퍼블리셔에서 대만 현지 서비스를 담당했는데요. 이때까지 '테라'를 즐겨 온 대만 게이머들의 반응이 어떤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여러가지였죠.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다만, OMG에서 서비스하던 시절에 이러이러한 점이 아쉬웠다는 이야기가 꽤 나왔고, 저희도 그 부분을 케어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저들도 그런 면에서는 좋게 봐 주시는 것 같아요. 라인업 많은 해피툭이 서비스하니 의욕적인 이벤트 기대할 수 있겠다, 이런 반응도 있고요. 퍼블리셔 바뀌면서 더 안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건 앞으로 저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블록버스터 게임을 서비스하는 만큼, 대만 현지에서의 목표 순위도 잡아두었을 것 같은데요.

단순히 1등을 하겠다, 5등 안에 들겠다, 이런 목표는 없어요. 그저 유저분들에게 가장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꾸준히 유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또, '테라'가 기본적으로 워낙 요금제가 착한 게임입니다. 이런 좋은 게임을 대만 시장에서 오랜 기간 서비스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물론, 매출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쫙 뽑은 뒤 버리겠다, 이런 마음은 절대 없습니다.


대만에서 서비스되는 '테라'의 과금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한국과 완전히 똑같아요. 부분유료화인데다 상품도 거의 동일하죠. 블루홀이 되도록 글로벌 원빌드를 추구하고 있기에 저희가 딱히 추가하거나 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일본 '테라'의 경우, 상품을 키고 끄는 옵션 같은 것이 있는데, 이런 것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테라 대만 서비스,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른 한국산 게임 중에서 대만 게이머들에게 잘 알려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유명한 게임은 여기에서도 유명하죠.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라그나로크의 진정한 후속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대를 많이 모으고 있고요. '로스트아크'같은 한국의 대형 IP는 대부분 높은 관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해피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PC 쪽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대만도 모바일 게임이 주류로 떠오른 만큼, 이 부분도 함께 갖고 가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이죠.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반드시 함께 가져가야 합니다. 저희도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음 달에 '천상비' 모바일이 서비스를 준비중이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 게임 서비스 규모를 확 줄인다는 말은 아닙니다. 계속 이정도 수준은 유지할거예요. 저희의 가장 큰 노하우도 PC 온라인 게임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조만간 사무실도 이사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사무실이 꽉 찼어요. 그리고 내년 라인업도 어느 정도 잡혀있는 상태라 다 서비스하려면 대략 100명 정도의 직원이 필요합니다. 내후년에는 시장이 또 변할테니까 대비하는 것도 있고요. 또, 아까 말씀드렸듯 대만 게임시장이 그리 큰 편이 아니기에 중국에도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 있습니다.

중국지사는 내년 3월에 배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그게 완료되면 대만 본사와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중입니다. 중국 현지 전략은... 처음에는 대만과 비슷하게 갈 것 같아요. 중국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바로 하는 것은 리스크가 꽤 큰 편입니다.

▲ 아직은 작은 규모의 회사, "성장을 대비해 더 큰 보금자리를 구하고 있어요"


서구권의 '판타지'가 그렇듯, 중국 하면 '무협'이 떠오르는데요. 대만에서 '무협'의 인기는 어느정도인가요?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1900년대 초반까지, 소위 말하는 문장가들이 대만으로 많이 넘어왔습니다. 따라서 대만 사람들도 무협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높아요. 하지만 중국인들처럼 민족적인 성향까지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만은 서구권 문화에 대해서도 꽤나 개방적이거든요.

중국은 무협이 서양 판타지와 동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하지만, 대만은 하나의 '장르' 정도로 생각합니다. 한국과 비슷해요.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는데, 중국처럼 무협물로 게임 순위가 도배될 정도는 아닙니다.


대만 게이머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유럽,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 게이머의 성향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대만 게이머에 관한 데이터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현지에서 본 대만 게이머의 스타일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매우 관대합니다. 대만도 '리니지1'으로 PC 온라인 게임 문화가 시작되었어요. 매출만 보면 지금도 대만 게임 중에서 1위라고 들었고요. 모든 게임의 비교 대상이 '리니지'입니다. "리니지는 이런데 이 게임은 이렇다"는, 일종의 기준점이 생긴 셈이죠.

그 다음 시대를 연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중국산 웹게임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또 다른 세상이 열렸죠. 자동화 된 웹게임을 즐기는, 이른바 '웹게임 세대'가 생기면서 과금의 또다른 유형이 자리매김했어요. 그게 대만 유저들의 성향에 꽤 큰 영향을 줬고, 덕분에 모바일 게임의 자동화 전투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대만 게이머들이 MMO에 점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와우' 이후 퀘스트 위주의 온라인 게임이 쏟아졌는데, 저는 이 퀘스트 중심 MMO가 그리 생명력이 길다고 보지 않아요. '아이온'은 원래 '리니지'와 같이 유저 간 커뮤니케이션 및 전쟁을 중심으로 개발하던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와우'가 확 뜨니까 퀘스트 게임이 된 거죠. 그런 '아이온'도 점점 수그러드는데 이후에 나오는 MMO 역시 퀘스트 중심입니다. 물론, '검은사막'같은 게임은 좀 다른 경우지만, 아직 검증이 끝난 상태도 아니고요.

▲ 대만에 온라인 게임의 시대를 불러온 두 작품.


현재 대만의 인터넷 환경은 어떤가요?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좋아진 편이에요. 정확한 수치까지는 모르지만 다운속도는 평균 10MB 이상 나옵니다. 웹보드 게임 말고 진짜 온라인 게임 즐기려고 하는 게이머는 60MB 이상까지 나오고요. 한국하고 별 차이가 없어요.

그리고 대만 사람들이 쓰는 스마트폰 사양도 꽤 좋은 편입니다. HTC나 삼성, 샤오미 등이 많이 사용되고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보급형 기기가 나오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도 크게 활성화됐습니다. 그리고 대만이란 나라가 원래부터 휴대폰 기기 자체는 굉장히 저렴한 편이었어요.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급성장이 이루어졌는데요. 대만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비슷해요. 다만, 한국과 비교하면 2년 정도 늦게 모바일 게임시장이 열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시장의 모양새 자체는 한국과 똑같습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모바일 게임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중국 퍼블리셔가 한국보다 대만에 더 많습니다. 같은 언어권이다보니 마케팅이 수월하거든요. 그들이 하는 마케팅 전략은 중국 현지와 동일합니다. 게임 하나 당 20억 원 가까운 돈으로 마케팅 붙여보고 잘 안 되면 그냥 잘라내는거죠. 이렇게 물량전으로 나오니... 대만 퍼블리셔는 상대적으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100억 원 정도를 마케팅에 부으면 거리 점령하는데, 대만은 딱 절반이에요. 50억 원이면 가능하죠. 앞서 말했듯 보통은 20억 원 정도를 씁니다.


대만의 대표 게임사를 들어보고 싶어요. 한국에 어느정도 알려진 회사라면 온라인 쪽으로 '엑스레전드'가 있고,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는 '레이아크'가 있는데요. 그 외 현지에서 유명한 게임 개발사로 어떤 회사가 있을까요?

개발사로 말하면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만에서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해요. 대만에서 개발 실력이 좀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 중국으로 갔어요. 아시다시피 요즘 한국의 개발 인력도 중국으로 많이들 가지 않습니까. 대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엑스레전드는 자체 퍼블리싱이기도 하고, 그곳의 게임은 캐주얼 MMO라는 일관된 색을 띕니다. 일본풍 판타지 월드를 잘 만들고, 나름대로 노하우를 상당히 쌓은 업체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온라인 게임을 출시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뭘까요. 저는 게임 만들 때 투자를 받고, 출시하고 난 뒤 투자금 돌리고 하는 구조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만은 그게 잘 안 됩니다. 감마니아, 소프트월드 등 예전에 대만에서 잘 나갔던 게임사들이 지금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예요. 게임을 자체 개발하는 업체가 극소수입니다. 레이아크는 약간 다른 성향을 띄는 개발사이니 예외로 하고, 현재 모바일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중국 게임입니다. 순수한 퍼블리셔 입장으로 봐도 중국 게임의 조건이 좋아요. 비슷한 퀄리티라면 중국 게임을 선택합니다. 가격이 더 싸니까.

▲ 대만은 게임 개발사 가뭄... 이후 등장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한국 게임시장 역시 몇 년 전부터 중국 게임들이 대량으로 들어오는 상황인데, 비슷한 이유라고 보시나요?

마찬가지죠. 저는 대만보다 한국 게임시장이 더 걱정돼요. 지금 대만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중소 게임 개발사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개발자 이탈이 생기지 않는다면 곧 중국 입장에서 한국인 개발자가 더 필요없다는 의미입니다. 자체 개발력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한국 게임사의 경쟁력이 하나 더 사라지는 셈이죠.

해피툭은 한국 게임사, 그리고 한국 게임시장과 운명을 같이 하는 상황입니다. 일본 게임이 특유의 스타일이 있듯, 한국 게임도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없어질까봐 걱정이에요. 자동화로 대변되는 중국 게임 스타일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사들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전에 좀 선순환 구조가 잘 갖춰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게임산업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로 사회적 이슈가 나오고 있는데요. 대만 정부는 현지 게임 산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규제는 확실히 한국보다 적어요. 셧다운제도 없고요(웃음). 그리고 대만은 기본적으로 등록제입니다. 대만제이던 외제이던 그다지 가리지 않고, 영내에 있는 회사가 등록 절차만 거치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어요. 이게 굉장히 자유롭게 되어 있기에 게임 들여오기가 편하죠.

뭐, 게임 산업 자체에 대한 규제는 딱히 없는데요. 반대로 게임 산업을 크게 부흥시켜야겠다 하는 정책도 없습니다. 중소 기업을 운용하기에 좋은 환경인데다 작은 회사를 무시하지 않는 문화가 퍼져있기에 저희 같은 퍼블리셔가 자생할 수 있었죠.

그리고 저는 최근 한국 정부의 게임산업 부흥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계속 치니까 게임산업이 쓰러지죠. 그런데 완전히 누워버리면 안 되니까 급하게 놓는 주사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게임산업을 살리려면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되지 않을까요? 작은 규모의 게임사도 즐겁게 일할 수 있고, 임금도 보장받는 환경이 갖춰져야만 한국 게임사들이 더 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만도 실패에 관대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처럼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수준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게임 개발사 및 대만 게임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분들께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대만 중소기업들이 정말 잘 하는 게 글로벌화입니다. 애당초 자국 시장만이 아닌, 전세계를 노리고 기획하는 겁니다. 중국, 미국, 이런 나라들 조준하고 만들어요. 이를 진행하기 위한 대출도 쉬운 편이고요. 하지만, 한국의 게임업체는 자국 시장을 먼저 조준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국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를 바라보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만 게임시장도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 주셨으면 해요. 중국이 옆에 있다보니 눈에 잘 안 들어올 뿐입니다. 처음부터 글로벌화를 노리고 만든 작품이라면 대만도 출시 후보군에 넣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한국에서 잘 안 된 게임이니, 대만이나 중국에서도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실제로 외국 나가서 성공한 게임도 꽤 많고요.

한국 게임 개발사들이 대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은 엄청나게 크지만 자리잡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은 모두들 아실 겁니다. 그리고 대만은 작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시장입니다. 이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한국의 개발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 "글로벌 진출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대만을 기억하세요.


[탐방] "작지만 화목해요" 한국과 대만의 교집합 '해피툭' 본사를 방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