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어레인 서버의 빛 캐릭터가 52레벨을 달성하여 최초로 데스나이트에 변신하고, 헤이샵이 없어지는 등 아덴 월드에 여러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911테러가 발생해 사회적으로도, 리니지 게임 내에서도 워낙 많은 이슈가 있던 때였다.

그중에서도 9월에 있었던 로데마이 서버의 '너의바램' 등 7인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등장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구문룡, 빛, 포세이든 등 최초라는 타이틀 대부분이 레벨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반면, 너의바램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안타라스 정벌에 성공하여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지룡 안타라스 정벌했을 당시 너의바램은 갓 스무 살이었다는 점과 장비 수준이 일반적인 6검 4셋의 유저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점이다. 그 역시 보통 유저였기에 안타라스 정벌이란 위업과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타이틀이 더 특별하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과거의 추억이나 이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15년이나 넘은 지금까지도 말이다.

너의바램은 지룡 안타라스 뿐만 아니라 수룡 파푸리온, 화룡 발라카스도 연이어 정복했고, 명실상부한 드래곤 슬레이어로써의 그 타이틀을 확고히 했다. 2005년 리니지를 떠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랬던 그가 약 10년 만에 리니지에 복귀하여 화제다. 현재 해골 서버에서 '너의바램'이라는 마법사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있다. 스무살의 나이로 안타라스를 정복했던 그는 30대 중반이 되어 있었고, 현재 한 혈맹의 군주로 제2의 린생(Lin生)을 보내고 있었다.




- 레전드가 아닌 1명의 리니지 유저로 기억되길 바라는 '너의바램'

너의바램. 2000년도 초반에 리니지를 했었던 유저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캐릭터다. 그랬던 그가 현재 해골 서버에서 새 출발을 하고 있다. 비록 게임사가 주관한 이벤트에서 레전드 캐릭터로 뽑히진 않았지만, 그의 캐릭터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상징성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버그성 플레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를 응원하는 유저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도 그렇고, 복귀한 지금도 그렇고. 많은 사랑과 비판을 함께 받아왔다. 드래곤을 잡던 시기는 아무래도 너무 어려서 올바른 생각과 판단을 하지 못했던 상황도 있었다. 지금은 30대 후반이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된 시기다. 다시 시작한 리니지는 정말 후회 없이 매너 게임을 하며,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다."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너의바램이 전한 말이다. 드래곤을 공략하고 정벌했던 것 외에 PvP 측면에서 후회되는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나이가 어려 올바른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있다며, 복귀한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방법으로 매너 게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니지를 떠난 시기가 대략 2005년도다. 사실 군입대 후에 다른 클래스를 플레이하긴 했다. 너의바램 캐릭터를 삭제하고, BestMage라는 마법사를 했었다. 다시 너의바램 닉네임으로 다크엘프로 전향하여 플레이하다가 오토 프로그램 패왕 때문에 완전히 리니지를 떠났다. 제대로 복귀한 것은 거의 10년만인 것 같다."

너의바램이 해골 서버에 복귀한 결정적인 이유는 친구들 때문이다.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수년을 매우 바쁘게 보내왔다. 이후, 다들 가장이 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서로 만나 술 한잔 기울일 시간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 과거처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온라인상에서 이야기라도 하며 같은 취미를 갖자는 생각에 리니지에 복귀한 것이다.

"마침 신 서버가 나왔길래 복귀했다. 사실 복귀를 생각했을 때 레전드 캐릭터 선정에 대한 소식을 들었고, 나 역시 레전드 캐릭터로 선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내 이름은 없더라. 조금 아쉽고 서운하긴 하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중요한 건 레전드에 선정되지 않아도 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덕분에 큰 행복을 느낀다. 덕분에 새로운 분들을 만나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겁다."



지룡 안타라스, 수룡 파푸리온, 화룡 발라카스, 풍룡 린드비오르.. 상징적인 의미였던 드래곤을 하나둘씩 정복하고, 다른 이들이 생각지 못한 공략법을 시도했던 너의바램은 버그성 플레이가 아니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또 게임사로부터 영구 이용 제한 조치를 받기도 했으나, 나중에 해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래서 유저들은 레전드 캐릭터에 선정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드래곤 정복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뭐, 기대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드래곤을 잡을 당시 너의바램 캐릭터는 삭제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로데마이 서버의 너의바램은 저레벨 다크엘프다. 닉네임만 보관중인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나 자신을 레전드라 생각하지 않는다. 금수저는 더더욱 아니고.. 한 은수저쯤 되지 않을까."

레전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너의바램이 과거에 알고 지냈던 다른 레전드 캐릭터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너의바램이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얻었던 반면, 대부분의 레전드 캐릭터는 30대 중후반부터 40대까지 연령층이 꽤 높았다고 한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50대를 훌쩍 넘는다. 때문에 레전드 복귀 이벤트에 대해 취지는 좋았으나, 이들의 복귀 가능성은 매우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연락하고 지내는 분은 캐스톨 서버의 퉁탕 형님 정도.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일이 바빠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 점이 많다. 요즘은 가끔 연락 드리고 근황도 여쭙고 있다. 데포로쥬 서버의 장지롱, 수희안녕 형님들은 연락드린지 오래되었고.. 이 외 섬뜩, 백무혼, 넙적만두, 빛, 아라키스 등 여러 레전드 본주들과 알고 지냈지만, 최근까지 연락을 드리고 있는 분은 퉁탕 형님밖에 없다."

레전드로 선정된 캐릭터 본주들과 함께 해골 서버에 모여 플레이를 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남다를 것이고, 또 매우 좋았을 것이라 말했다. 스무살의 나이로 만났기 때문에 모두 형님들이라고. 막내가 도와드릴 것이니, 언제든 연락을 주고받고 싶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 지금은 신관의 로브를 입고 있는 평범한 유저라고.



- 드래곤 슬레이어로써의 추억, 그때 그시절을 회상하다.

데포로쥬와 데컨을 거쳐 로데마이 서버에 정착한 너의바램. 사실 너의바램은 드래곤 슬레이어로써의 명성보다, PK 유저로써의 악명이 더 높았다. 당시 이럽피, 장피, 투피, 버그피 등 여러 PK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독특한 도베피를 즐기던 너의바램의 아이디는 늘 카오틱 성향에 의해 시뻘건 모습이었다.

"드래곤을 잡던 때는 내가 매너 게임을 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욕도 엄청 많이 먹고,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안좋은 소문의 부풀려지면서 엄청나게 과장되기도 했다. 아마 당시 내가 언급된 이슈 중에 80%는 부풀려지거나 와전된 것이 많다. 하지만 지난 일들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당시 나와 연관 있었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클 뿐이다. 그래서 복귀한 지금은 매너 게임을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트러블을 최소화하며 플레이하고 있다."

PK 유저로써 악명은 로데마이 서버 내에서의 이슈였다. 도배피가 막히고, 너의바램이 즐기던 여러 PK 방법이 업데이트로 막히면서 그는 새로운 PK 형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가게된 용던 7층에서 안타라스와 조우하게 되었고, 학창시절을 함께한 친구들과 함께 싸이클롭스를 테이밍하여 안타라스를 정복하고야 만다.

"당시 안타라스를 처음으로 잡았을 때의 희열과 쾌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친구들과 만나면 가끔 이야기하는 멋진 술안주 소재다. 스무 살의 패기로 도전한 우리들의 추억이다.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했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 드래곤 슬레이어를 꿈꾸던 유저들이 많았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안타라스는 '투명 망토'를 비롯하여 국민 아이템인 일본도, 레이피어의 상위 호환이었던 '싸울아비 장검', 그리고 스탯을 올려주던 '완력의 목걸이'와 '변신/순간 이동 조종 반지' 등을 드랍했다. 초고가의 아이템과 미구현 아이템까지 모두 드랍한 것이다. 이후, 너의바램 팀은 수차례 안타라스를 처치하는 것은 물론, 수룡 파푸리온까지 도전하여 정복했다.

이후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너의바램은 무수히 많은 루머에 시달렸다. 대표적으로 드래곤을 처치하고 얻은 전리품에 대한 루머가 대표적인데, 모두 현금화하여 집과 차를 샀다는 등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추측성 소문이었다.

"용잡아 집을 샀다, 차를 샀다 등의 소문이 많았고, 실제로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 현재 내 PC방 사업도 '용잡아 PC방 차렸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내가 사회 생활화 적금, 금융 등으로 모아 시작한 사업인데도 말이다. 줄곧 내가 살아온 형편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이런 말을 믿지 않는다. 모두 잘못 와전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너의바램이 용을 잡고 친구들과 분배한 아이템의 현금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당시 싸울아비 장검은 지금의 집행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투명 망토도 가장 고가에 거래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드래곤을 잡아 얻은 전리품은 모두 엔 분의 일로 분배했다. 또 이것을 현금화하지 않고, 미구현 아이템은 절대 거래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우리들끼리의 약속이지만, 군입대 전까지는 최대한 지키고 이행했다. 이런 부분을 대외적으로 말한 적이 없기에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지금도 술 한잔 하며 그때 왜 팔지 않았을까.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래도 다들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만약, 현금을 목적으로 거래하거나 했으면, 우리들의 우정도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올바른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 당시 드래곤을 처치하여 얻은 전리품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후 난성 업데이트와 함께 싸울아비 장검 등의 희소성이 조금씩 하락했고, 군입대를 하게된 너의바램 팀은 러쉬로 장비를 모두 날렸다고 한다. 너의바램 역시 당시 기준으로 현금 2,500만원의 가치가 있었으나, 모두 러쉬로 증발시켜 리니지를 떠났다고 말했다.

"당시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이 축복받은 +9 싸울아비 장검과 +9 기사의 면갑 등 방어구까지 대부분 +9짜리였다. 당시 러쉬한 스크린샷을 인증하기도 했었고. 당시에 후회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다. 그러나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단순히 게임을 접은 것 뿐이고, 게임일 뿐이기에 후회나 미련이 남지는 않는다."

당시 너의바램은 지룡 안타라스, 수룡 파푸리온, 화룡 발라카스를 처치하고, 명실상부한 드래곤 슬레이어임을 전 서버에 알렸다. 풍룡 린드비오르는 싸이클롭스를 테이밍하고 근접 격수를 구성하여 공략했으나, 죽기 직전에 하늘로 올라간 뒤 더는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서버 다운이 되더니 더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후문. 린드비오르의 시체를 밟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4대 드래곤을 모두 정복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 해골 서버에서 펼치는 제2의 린생(Lin生)

2005년에 리니지를 떠난 너의바램은 약 10년의 공백기를 가지고 복귀했다. 해골 서버에서 제2의 린생(Lin生)을 위해 레벨업과 장비 등 캐릭터의 강함은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해골 서버에서 '강호'라는 혈맹을 만들었다. 지금은 수십 명이 서로를 믿으며, 끈끈한 정을 함께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모두 나 하나만 믿고 군소리 없이 따라와 주시는 분들이다. 지금 인터뷰를 위해 과거처럼 모두 정렬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너의바램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 그리고 인터뷰 중에도 '사람과의 인연'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골 서버에서 창설한 '강호' 혈맹 역시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강조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나가자는 것이 군주인 너의바램의 유일한 소망이라고 한다.

"지금은 한 혈맹의 군주로써 함께 플레이하는 혈맹원과 자주 오프라인 모음도 갖고,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잘 지내보려고 한다. 게임도 좋지만, 현실에서도 자주 만나 인연을 더 깊게 하고, 더 친하게 지내 소중한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 가는 것이 내 유일한 목표다. 이러한 부분을 중시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언제든 강호 혈맹에 문을 두드려 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목표로 리니지 유저들이 모두 모여 함께 이야기하고, 즐거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개인 사업으로 PC방을 하고 있는 만큼, 리니지 손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말이다.

이와 함께 너의바램은 복귀 유저로써 현재의 리니지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TAM 시스템부터 룸티스, 스냅퍼, 드래곤의 다이아몬드, 월 정액을 비롯한 스탯 등의 부가적인 결제가 부담이된다고 한다. 옛날 29,700원만 지불하면 뭐든 할 수 있던 때와는 너무 다르다고 한다. 복귀 유저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다.




스무살의 나이로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타이틀을 얻었던 너의바램. 당시 기자는 6검 4셋의 일반적인 리니지 유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시절의 유저 대부분은 기자와 비슷했을 것이다. 국민 방어 수치라는 -37방을 때우기 위해 뼈조각과 철괴를 팔아 젤데이를 1장씩 발라야 했던 그때 말이다.

너의바램 역시 일반적인 유저와 비슷한 수준의 레벨, 장비로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타이틀을 얻었기 때문이 이 위업이 더 특별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지금까지 회자되고, 과거의 추억이나 이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이리라.

30대 중반이 된 그는 해골 서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과거 음모와 배신을 겪었던 그이기에 사람과 사람 관계를 더 중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너의바램의 각오와 인(人)을 중시하는 생각이 변하지 않길 바라며, 생각하는 바를 이루길 기원한다.

▲ 과거처럼 찍은 혈맹 스샷

▲ 혈원 모집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