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박종남이 4강에 앞서 자신의 각오를 드러냈다.

1월 10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4 8강 3일 차 경기 결과 '타임' 박종남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박종남은 '플러리' 조현수에게 3:1로 제압했고, 이어진 승자전에서는 명승부 끝에 3:2로 조강현을 잡아냈다. 조강현과의 4, 5세트에서는 위험수를 절대 배재하지 않는 판단력과 극적인 드로우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선보였다.


Q. 4강 진출을 축하한다. 짜릿한 역전승이었던 만큼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빈말이 아니라 진짜 졌다고 생각한 경기였다. 운이 좋아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기분 좋다.


Q. 오늘 손님 전사의 승률이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셀프 밴으로 사냥꾼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상대가 내가 손님 전사를 셀프 밴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나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해주기가 싫었다(웃음). 물론, 실리도 따졌다. 방밀 전사에게는 약하지만, 드루이드 같은 직업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기에 졸업시킬 자신이 있어 선택했다.


Q. 2세트에서 상대의 '마법 차단'에 완벽히 말렸다. 또 3세트에서는 고귀한 희생의 압박 때문인지 보호막을 쓴 꼬마 로봇을 쉽사리 제압하지 못했는데... 초조하진 않았나?

2세트에서는 리노 흑마법사라 게임 템포를 길게 가져갈 생각이어서 '마법 차단'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세트에서는 상대의 비밀이 많이 걸려 보호막을 쓴 꼬마 로봇을 제압할 수 없는 상황이라 초조함을 느꼈다. 2연패를 하고 나서 마지막 남은 상대의 직업이 드루이드였다. 내가 리노 흑마법사를 빨리 졸업 못 시키면 질 것으로 생각해 정말 심리적으로 압박이 심했다.


Q. 4세트에서는 체력이 꽤 넉넉한 상황에서 정신 자극-자군-야포를 배재 하지 않는 판단이 정말 돋보였다. 상대의 수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나?

일단 상대가 하수인을 내지 않더라. 마지막 경기니까 박사 붐을 안 내면 손해지만, 어떻게든 경기를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힐을 했다. 체력을 회복하고 나서도 상대가 자군-야포라는 확신이 없어서 스스로 과감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런데 조강현 선수가 하수인을 계속 내지 않기에 이건 자군-야포라는 확신이 들어 더 안정적인 수를 선택해 승리할 수 있었다.


Q. 5세트도 마찬가지다. 벼랑 끝에 몰린 선수가 침착함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생명력 전환을 어떤 심정으로 눌렀나?

내가 필요한 것이 대지 고리 선견자, 리로이 잰킨스, 리노 잭슨이였는데, 리로이 젠킨스가 나와서 이겼다. 사실 턴을 넘기기 전에 선견자가 나오면 끌려다니다 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리로이 젠킨스가 나왔고, 2년 정도 하스스톤을 하면서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Q. 다음 상대가 '아이러니' 이지성으로 결정났다. 이지성은 상대가 조강현만 아니라면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던데?

'아이러니' 이지성 선수가 컨트롤 덱을 정말 잘하더라. 원래 컨트롤 덱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한 번의 실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런데 내가 오늘 이긴 상대가 '플러리' 조현수 선수와 '스틸로' 조강현 선수다. 하스스톤에 절대 강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Q. 4강은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아무래도 팀이 없다 보니, 연습의 질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팀원들이 도와주면 연습 과정에서 실력을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게 승부에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본다. 꼭 열심히 준비한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더라. 기존에 하던 대로 랭크 게임 하면서 좋은 덱을 찾아보고, 나를 도와주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8강과 똑같이 준비할 계획이다. 최선을 다해 8강을 준비했기에 4강이라고 달라질 것은 없다.


Q. 4강에 앞서서 각오 한마디를 듣고 싶다.

4강은 단판전이다. 그렇기에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덱을 준비해 볼 생각이다. 그 수가 잘 먹혀 상대가 당황한다면 내가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Q. 오늘 조현수와의 경기에서 고귀한 희생을 배제하고, 박사 붐으로 먼저 공격하는 실수를 범했다.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았나?

처음 든 생각은 "큰 실수다"였다. 시청자들과 오늘 응원 와준 친구들의 눈을 더럽혀서 미안했다. 그리고 상대인 조현수 선수에게도 정말 미안했다. 멘탈에 타격이 조금 있었지만, 다음 경기가 진행 되는동안 멘탈 수습이 가능했다. 오히려 실수를 한 번 하고 나니까 다음 경기에서는 실수를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자리 잡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사실 하스스톤 선수가 별명을 얻는 게 꽤 힘든 일이다. 지난 경기 이후로 시간의 지배자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기분이 어떤가?

내가 가져온 기계 법사 덱이 원래는 재밌는 경기를 연출하기 힘들다. 그런데 시간 되감개가 많이 나와 재밌는 경기가 연출돼서 기분이 좋았고, 시간의 지배자라는 멋진 별명으로 팬들이 불러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오늘 경기한 '플러리' 조현수, '스틸로' 조강현 선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통해 전하고 싶다. 또 나를 응원하러 와준 친구들에게도 정말 고맙다. 고마운 사람을 계속 말해 민망한데 연습을 도와준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