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박종남이 결승전에 앞서 각오를 드러냈다.

19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16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4 4강 2일 차 경기에서 '타임' 박종남이 '아이러니' 이지성을 4: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시간의 지배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박종남은 상대가 숨을 고를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다음은 '타임' 박종남의 인터뷰 전문이다.


Q. 결승 진출에 성공한 소감부터 듣고 싶다.

결승이란 단어를 들으니 얼떨떨하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오늘 '아이러니' 이지성 선수를 상대로 준비해 온 전략이 잘 통한 것 같아 굉장히 만족스럽다.


Q. 오늘 경기가 일방적이었다. 손 패도 좋았고, 벌목기, 임프 폭발 운이 모두 좋았다. 뭔가 되는 날이라고 느꼈나?

그렇다. 사실 하스스톤을 하다 보면 잘돼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다. 오늘 정말 감사한 게 잘돼는 날이라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잘 되는 날이었다(웃음).


Q. 이지성이 무가옳 성기사를 가져올 줄 몰랐을 것 같다. 당황하진 않았나?

첫 매치업이 성기사와 드루이드여서 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상성상 드루이드가 비밀 성기사에게 밀리니까. 약간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했는데, 멀록이 나오자마자 상성상 내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자신감이 생겼고 운영도 더 잘됐다. 무가옳 성기사는 한 번 정체를 들키고 나면 승리하기 어려운 덱이다. 드루이드를 첫 번째로 꺼낸 게 다행이었다.


Q. 드루이드를 첫 번째로 꺼낸 의도가 궁금하다.

상대가 첫 번째 직업으로 사제를 꺼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내 덱중에 상성이 그나마 유리한 드루이드를 꺼냈는데, 소 뒷걸음질하다 쥐 잡은 격이 됐다(웃음).


Q. 무가옳 성기사를 상대로 어떤 점을 주의하며 플레이했나?

무가옳 성기사가 한 번에 필드를 쓸 수 있는 광역기가 많다. 그래서 한 번에 필드가 텅 비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특히, 손님 전사 같은 경우는 한 번 정리당하면 일어나기가 어렵다. 필드 전개를 할 때 드로우와 손님 전사를 함께 깔 수 있는 상황을 노리면서 플레이했다.


Q. 사실 이번 시즌 사제를 한 번도 고르지 않았다. 사냥꾼을 매번 들고와서 셀프밴을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사냥꾼과 주술사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상대의 직업을 보니까 내가 사냥꾼으로 잡을 수 있을만한 덱이 하나밖에 없었다. 상대가 위니 흑마법사일 경우인데, 흑마법사가 워낙 다재다능해 뭐가 나올지 몰라 그냥 밴 해버렸다.

상대의 직업 예측에 실패한 것도 컸다. 내 예측이 빗나가 사냥꾼을 졸업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셀프 밴을 했다. 사제는 항상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대회에서 꺼내기엔 뭔가 아쉬움이 있다.


Q. 이지성이 운영을 정말 잘한다. 이를 카운터 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알다시피 이지성 선수가 운영을 잘한다. 그런 선수가 자연스럽게 템포를 가져가면 굉장히 부담스럽다. 때문에 내가 상대의 템포를 늦추기 위해서 뭘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 결과 빠르게 끝내면 된다는 것이 답이었다. 전체적으로 템포가 빠른 덱을 준비해왔다. 개인적으로 손님 전사, 드루이드도 템포가 꽤 빠르다고 생각한다.


Q. 오늘 4:0으로 완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나?

솔직히 4:0은 절대 예상 못 했다. 정복전의 특성상 그렇다. 내가 이긴다면 4:3으로 이길 줄 알았다. 경기장에 와서 오늘도 치열하겠구나, 실수 한 번이 크게 작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절대 실수를 하지 말자고 계속 생각했는데, 운이 따라준 것 같다.


Q. 승리를 예감한 순간이 언제였나?

마지막 위니 흑마법사가 남은 순간 이건 왠만해서는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란 생각도 금방 들었다. 상대의 무거운 성기사와 도적을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수인을 전개하고, 상대의 손패가 말린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임프 폭발의 대미지도 잘 들어갔다. 그때 승리를 예감했다.

지난 번에 실수를 하고나서부터 내가 혹시 킬각을 놓치지 않았나 오늘 계속 생각했다. 마지막에 단검 곡예사와 파멸의 수호병을 내지 않은 것은 불필요한 도박이라 판단 했기 때문이다.


Q. 오늘 승리로 최초로 올킬러즈가 없는 결승전이 만들어졌다. 기분이 어떤가?

사실 올킬러즈 팀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스스톤을 시작하고 항상 제일 잘하는 팀은 올킬러즈라고 생각했다. 올킬러즈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잘하는 선수들이 가장 많은 팀이 그 이유다. 이번 하마코를 봐도 올킬러즈의 강세가 뚜렷하지 않나.

올킬러즈가 없는 결승전이라는 건 나한테 큰 의미는 아니다. 내가 결승전에 올라갔다는 이유가 정말 기쁘다.


Q.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서긔' 신동주 선수 4강전 경기를 보니까 정말 잘하더라. 실수도 없고 플레이도 깔끔해서 놀랐다. 하지만 내가 준비를 열심히 한다면 못 이길 상대는 아니라고 본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매번 똑같은 것 같은데(웃음). 추운 날씨인데 경기를 보러와 주신 하스스톤 팬들에게 감사하다. 응원하러 와준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연습을 도와준 분들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걸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