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SNS를 뜨겁게 달군 게임이 있었습니다. 뭐만 했다 하면 죽기 일쑤였던 게임. '다크소울'의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셀렉트 버튼의 처녀작 '살아남아라! 개복치(이하 개복치)'의 얘기인데요. '개복치'는 과거 다마고치와 비슷한 형태의 게임으로, 단순하지만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맞물리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작년에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2015)에서 강연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그러던 중 셀렉트 버튼으로부터 신개념 레스토랑 게임을 개발하고 있단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소개할 게임 '헌트쿡'인데요.

요리 재료를 모아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게임인 '헌트쿡'은 기존 레스토랑 경영 게임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사냥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사냥을 통해 꿩에서부터 토끼, 멧돼지 등을 잡아서 재료로 이용하는, 이른바 지비에(Gibier) 요리라는 참신함을 들고나왔습니다.

화끈하게 타오르는 게임이 아닌, 오랫동안 따뜻하게 지속될 수 있는 게임이 되고자 한다는 셀렉트 버튼의 '헌트쿡'. '개복치'를 이을 흥행기록을 쓸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명백했습니다. 이 게임은 따뜻하단 거죠.



Good? -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픽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그래서 액션 RPG들은 더욱 화려한 그래픽을 추구하고, 캐쥬얼 게임들 역시 단순하면서도 게이머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헌트쿡'은 시선을 잡아끄는 화려함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오랫동안 지켜봐도 편안한 분위기로 무장했는데요. 파스텔톤의 색상과 귀여운 SD 캐릭터들, 그리고 편안한 BGM은 여타 게임들이 보여준 화려하고 웅장한 매력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입니다. 오히려 화려함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에게는 '헌트쿡'의 그래픽이 외려 신선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헌트쿡'의 그래픽

이런 게임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지되는데요. 사냥감을 사냥하는 미니 게임에서부터 도축까지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은 일절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간혹 나오는 시바견인 점장과 셰프의 만담 역시 게임의 분위기를 환기해 줍니다.

▲ 재료의 사냥과 도축 내내 가벼운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료를 확보하고 레스토랑을 키우자

'헌트쿡'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레스토랑을 키우는 겁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주인공은 열심히 재료를 구하고 손님들이 원하는 요리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그 방법 역시 다양합니다. 사냥을 통해 직접 구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함정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죠.

그 외에 부재료들은 점장이 중간중간 물어오는 것들로 충당할 수 있는데요. 간혹, 화면에 나타나는 참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황금뼈다귀를 이용한다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재료를 보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래도 부족하다면 골드로 부재료들을 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편, 요리에서 필수인 레시피의 경우 업적이나 혹은 랜덤하게 만나는 수수께끼의 남자 '삼식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데요. 이렇게 얻게되는 레시피는 메인 요리 및 서브 요리들에 필요할 때도 있으니 꾸준히 레시피들을 확보해야 합니다.

▲ 다양한 방법들로 재료를 얻고, 레시피를 얻어 레스토랑을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Bad? - 단조로운 게임 구성, 다양성이 부족하다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헌트쿡'이지만, 단점 역시 명확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냥을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최대 3회이고, 이후 회복하기까지는 1회당 1시간이 걸립니다. 거기에 요리의 경우 짧게는 수십 초에서, 많게는 몇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어서 사냥을 끝내고 요리에 걸리는 시간 동안 대부분 게임을 꺼두는 편입니다.

▲ 이럴 땐 잠시 게임을 꺼두고 폰을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게임성은 개발사인 셀렉트 버튼이 의도한 부분이었는데요. 전작인 '개복치'는 SNS을 통해 유저들의 입소문을 탔고 큰 인기를 얻었지만, 오랫동안 즐기는 게임이 아닌 굵고 짧은 게임이었습니다. '헌트쿡'은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몰입해서 짧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닌 조금씩,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든 것이었는데요. 문제는 이런 플레이 방식이 지루함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레벨이 오르고, 레스토랑이 커지면서 더 많은 사냥감과 요리들이 나오지만 유저에게 새롭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차라리 다양한 사냥감들이 존재하는 만큼 사냥감에 따라서 별개의 미니게임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우연히 발견한 미니게임. 게임 시작 후 오른쪽의 꿩 그림자를 클릭하면 숨겨진 미니게임이 따악!
※ 단, 혈압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화끈하진 않지만, 따뜻하다

"화끈하진 않지만, 따뜻하다."

'헌트쿡'을 소개할 때 이보다 잘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캐쥬얼 게임으로서 화려함이 아닌 편안함으로 무장한 '헌트쿡'은 분명 잘 만든 게임입니다. 파스텔톤의 편안한 분위기에,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단 점은 다른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장점입니다. 물론, 이런 느긋함이 단점으로도 작용했지만요.

느긋한 게임이라지만, 할 게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것과 할 게 있지만 여유롭게 하는 건 다릅니다. 파스텔톤의 그래픽, 지비에 요리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차별성을 두고 있지만, 유저들을 붙들 비장의 한 수가 아직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화끈하게 타오르다 금방 꺼지는 불길 같은 게임이 아닌, 오랫동안 따뜻하게 유지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셀렉트 버튼의 나카하타 코야 개발자. 따뜻한 온기는 전해졌습니다. 남은 건 이 온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지, '헌트쿡'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 개발자와 유저 모두 웃을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