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의 강기종 PD는 내가 만나본 개발자 중에서도 가장 말을 못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외부로 나서는 일이 거의 없어 그런 스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하다.


보통 자신이 개발하는 게임의 테스트나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온갖 미사여구를 덧붙이며 어여쁘게 포장하기에 바빠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는 상황까지도 벌어지는데, 강기종 PD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머리 속 생각을 숨김없이 드러내버린다. 개발자 특유의 외골수 기질과 함께 어우러지면 꽤나 불편한 거부감이 들 것도 같지만 강기종 PD에게서 그런 감정도 느낄 수 없다.


그것은 다름아닌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수줍게 빛나는 솔직함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숨기려 하지도 않고, 없는 것을 만들어 꾸며내지도 않는다. 툭툭 던지는 그의 어투에는 기자를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대하는 편안함이 배어난다. 그와 함께라면 별다른 안주가 없어도 밤을 세워가며 오로지 게임 이야기에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곧, 2월 1일부터 웹젠의 신작 헉슬리의 2차 프런티어 테스트가 시작된다. 3차 CBT에 앞서 열혈 유저를 대상으로 매주 6가지 테마에 초점을 맞춰 심도 있는 피드백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게임 내외적인 문제로 인해 2차 비공개 테스트 이후 다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헉슬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곡동에 위치한 웹젠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내내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강기종 PD의 솔직한 매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 ▲ 헉슬리 개발을 총괄하는 강기종 PD ]




“2차 CBT 결과는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개발팀 전원이 심혈을 기울여 컨텐츠를 만들어 냈는데, 대부분이 생각했던 데로 작동을 하지 않았죠. 유저들 게임플레이 동선과 러닝커브를 예측하지 못한 탓도 크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분했던 것은 저희 집에서 조차 헉슬리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2차 CBT에서 테스터들은 클라이언트 지연문제와 게임 중 접속종료 문제에 시달려야만 했다.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제휴업체의 착오로 인해 다운로드 서버에 각기 버전이 다른 클라이언트를 올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테스트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개발자 입장에서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만만하게 본 것도 있었고요. 3차 CBT 때는 이번에 진행되는 프런티어 테스트를 통해 좀 더 유저 친화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려 합니다. 게임 내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좀 더 다듬어서요.”


이번 2차 프런티어 테스트에서는 3차 CBT에 구현되는 컨텐츠들이 미리 소개될 예정이다.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개발 빌드(Build)에 맞춰 테스터와 개발진이 함께 호흡하며, 비록 소수의 인원이지만 깊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테스트를 거치면서 유저들의 플레이 시간을 분석했는데, 금요일과 토요일이 가장 접속률이 좋았어요.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테스트 시간을 금, 토로 정하고 6주에 걸쳐 각기 다른 주제로 테스트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테스터들의 게임 플레이를 통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드백을 받을 때의 포인트를 매주 달리한다는 거죠.”


2차 프런티어 테스트의 가장 첫 번째는 그 동안 헉슬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던 다운로드 테스트가 포진해 있다. 이 외에도 새롭게 추가된 단일 레이더맵을 통해 좁은 장소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경험할 수 있고, 최초로 시도되는 레벨1 부터의 헉슬리를 만날 수도 있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헉슬리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유저들에게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프런티어 테스트에서는 전략적인 부분이 다소 배제되어 신나게 싸울 수 있는 컨텐츠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고요. 러닝커브를 대폭 보강하여 유저들이 점차적으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헉슬리의 전략적인 전투 속으로 빠져들게끔 할 생각입니다.”



[ ▲ 헉슬리에 대한 해외 매체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PC 게이머 최근호에 실린 헉슬리 ]




550명의 프런티어 테스터들은 그 동안의 플레이 시간과 참여도, 홈페이지 활동도를 고려하여 가장 판단 내리기 쉬운 GM들이 직접 선출했다. 현재까지는 인원 보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테스트를 거듭하며 상황에 따라 더 뽑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매주 다운로드 테스트부터, 1레벨부터 시작하는 헉슬리, 신규 맵들이 하나씩 소개될 거예요. 전장 매칭 시스템 또한 개선해서 기다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긴급전장과 BRT 전투간의 개념도 새롭게 해서 게임플레이의 변화를 꾀한 모습도 이번 테스터들에게 선보여집니다.”


함께 개발에 동참하고 고생하는 테스트인만큼 강기종 PD는 이번 프론티어 테스트들에 대한 특전도 여럿 마련해 놓았다. 헉슬리 오픈베타 시 닉네임을 선점할 수도 있으며, 엔딩크레딧에도 자신의 아이디를 올리게 된다. 현재 준비 중인 오프라인 행사에도 초청되어 강기종 PD와 직접 대면해서 헉슬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된다. 일단, 3월 정도에 유저 간담회와 FPS 랜파티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직접 개발자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테스트에 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직접 웹젠 본사에 초대해 포커스 그룹테스트를 진행했었는데, 그 때 직접 얼굴을 맞대고 피드백을 받을 것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거든요. 테스트가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고, 버그 등 그 외 지적하고 싶은 부분들을 칼같이 비판해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긴 기간을 두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헉슬리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몇 개의 계단이 남아있다. 이미 3차 CBT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혀 있으며, 그것이 끝나면 본격적인 오픈베타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2차 프런티어 테스트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오픈베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본적인 작업을 이번 테스트에서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MMOFPS라는 개념이 많은 혼동을 준 듯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유저들이 좀 더 헉슬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현재 개발팀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도 접근성과 안정성입니다 한 개씩 단계를 밝아서 차근차근 소개해 나간다면 게임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국내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요?”



[ ▲ 헉슬리의 진화 과정에 동참해 주십시오. - 강기종 PD ]




그 뿐만 아니라 강기종 PD와 헉슬리 개발팀 전원은 그 동안 자주 지적받았던 인터페이스를 더욱 사용하기 편리하게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최적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낮은 PC 사양의 유저들도 큰 무리 없이 헉슬리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헉슬리는 여전히 진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번 2차 프론티어 테스트에 참가하는 유저분들도 헉슬리의 미래를 바라보며, 그 과정에 개발팀과 함께 동참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헉슬리 2차 프론티어 테스트는 2월 1일부터 매주 금요일, 토요일 (설날 연휴 기간은 제외) 2일씩 6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 헉슬리 인벤 바로가기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