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세계 게임시장을 관통한 수많은 이슈 중 하나를 꼽자면 누구라도 'VR'을 꼽을 것이다. 사실 개발 단계일 뿐이었다. 머지않아 상용화가 이뤄지긴 하겠지만, 엄밀히 말해 작년까지, 그리고 지금 이 시점까지도 VR은 출시를 앞둔 기술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한계에도 VR은 2015년 게임업계를 관통하는 '빅 코드'가 되었다. 그리고 2016년, VR은 이제 더는 상상 속 기술이 아니다. 구체적인 출시 일자와 가격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는 상황. 이제 VR은 추상적인 개념과 부정확한 기대로 형용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출시를 앞두었다는 것은 곧 기술적 완성이 필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대중이 원하는 VR은 머리에 끼면 좀 신기한 기분이 드는 수십만 원짜리 기계 덩어리가 아니다.

3월 14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GDC2016'. 매년 세계 게임업계의 네임드들이 등장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친분을 다지는 행사다. 그리고 이번 GDC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VR'이다.

하지만 VR이 전부는 아니다. VR이 발전한 만큼, 세계 게임시장은 작년보다 한층 더 커지고,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 GDC2016에서 또 주목할만한 코드를 하나 꼽자면, '게임 산업'그 자체를 꼽을 수 있다. 과거 GDC가 '게임 개발'과 기술에 관련된 소재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오늘날의 GDC는 '게임'이라는 공통의 코드만 적용된다면 모든 주제가 통용되는 지식의 장이 되었다. 그 때문에 이번 GDC에는 개발과 관련된 프로그래밍 강연이 아닌, 마케팅, 시장 분석 등등 사업적 영역의 강연들도 굉장히 많이 개설되었다.

▲ GDC2016이 진행될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



'VRDC'로 다시 묶이다 - 거대해진 VR 관련 강연의 볼륨

작년에 치러진 'GDC2015' 당시 VR은 굉장히 뜨거운 코드였다. 오큘러스의 기술 고문인 '존 카맥'이 직접 나와 모바일 시장과 VR에 대한 키노트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고, VR에 대한 기술적 관점부터 산업 전반에 대한 주제까지 다양한 강연이 진행되었다.

▲ 작년, '모바일 VR'에 대해 논하는 '존 카맥'

올해는 이 규모가 더 커져 아예 별도의 섹션이 되었다. 'GDC2016'의 VR 관련 강연들은 따로 분류 표기가 붙었고, 이 강연들은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VRDC'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VRDC'는 VR과 AR 관련 강연을 통틀어 말하는 단어로, '게임 VR'과 '엔터테인먼트 VR'이라는 두 섹션으로 나뉜다.

GDC2016에서 진행되는 VR 관련 강연은 총 25종. GDC의 전체적인 규모를 생각해보면 많다고 할 수 있는 수는 아니지만, 개발론부터 기획, 그리고 사업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주제는 굉장히 다양하다.

▲ 아예 새로운 범주로 묶였다

주목할만한 강연으로는 '크라이텍'의 'Riho Kroll', 그리고 노스웨이 게임즈의 'Colin Northway'가 연단에 서는 강연을 꼽을 수 있다. 두 강연 모두 공통적인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는데, 바로 3D 환경에서의 UI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VR 환경에서 UI는 아직 '정답'이 없다. 차후 대세를 이룰 VR UI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지 미리 가늠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 주목할만한 강연

Building 3-Dimensional UI for VR
ㄴ 리호 크롤(크라이텍)

Don't Go Alone - Take Me! The Social VR Experience
ㄴ 케이티 굿(트라이앵글러 픽셀)

Harassment in Social VR Spaces
ㄴ 패트릭 해리스(마이너리티 미디어)

Rebel Rebel: Challenging the Rules of VR
ㄴ 아담 오스(쓰리원제로)


'시장'의 판도를 읽어라 - 다양한 산업 관련 강연의 대두

팽창기가 끝난 모바일 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게임 산업에 대한 효율적 매니지먼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클래시 로얄'로 굳히기에 들어간 '슈퍼셀'이나 '캔디크러시사가'로 유명한 '킹'과 같은 초대형급 모바일 게임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멋진 게임만큼이나 효과적인 기업 운영의 중요성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두 개발사에서 나온 강연자들도 GDC2016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비슷한 행사인 'MGF'의 경우 아예 비즈니스쪽 노선의 컨퍼런스다

물론 사업적 영역에 대한 관심은 '모바일 시장'만이 아니다. PC 및 온라인 게임, 나아가 인디 게임들 또한 수익이 필요하며,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강연으로는 '라이엇 게임즈'의 '더스틴 벡(Dustin Beck)' 부사장의 'The Past, Present and Future for League of Legends Esports'를 말할 수 있다. '더스틴 벡'은 이 강연에서 '리그오브레전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사업적인 관점에서 말한다.

더불어 유저층을 먼저 확보한 후 수익을 노리는 'F2P(Free to Play)'요금제의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전문으로 다루는 강연 또한 다수 개설되었다. 단순히 'F2P'라는 코드 하나만으로 개설된 강연만도 15종. 주목할만한 강연으로는 글로벌 SNS인 '페이스북'출신 연사들의 강연이 있다.

▲ 라이엇 게임즈, '더스틴 벡' 부사장


※ 주목할만한 강연

The Windows Store - Marketplace, DLC, Consumables, and More
ㄴ 바클레이 힐(마이크로소프트)

Taking Flight Again: Planning the Launch of Angry Birds 2
ㄴ 에릭 슈퍼트(로비오)

Manning the Oars or Raising the Sail?
ㄴ 스벤 자발(CCP 게임즈)

How to Price Your In-App Purchases
ㄴ AJ 글레이서, 다니엘 헵(페이스북)


스페셜 이벤트 - 오로지 GDC에서만 이들을 한번에 본다.

산업 전문적인 내용에 지쳤다면, 인기 게임들에 대한 흥미로운 강연들도 준비되어 있다. 대작 라인이 절멸했다시피한 2014년과 달리, 작년 한 해의 게임 라인업은 굉장히 풍성했다. 덕분에 GDC2016에서 그 작품들에 대한 노하우와 개발 과정 등을 설명하는 강연을 들어볼 수 있다.

'CD PROJEKT RED'의 음악 디렉터이자 작곡가인 'Marcin Przybylowicz '의 강연이 좋은 예다. 'Slavic Adaptation of Music in 'The Witcher 3: Wild Hunt'라는 이름의 이 강연에서 강연자는 '위쳐3: 와일드 헌트'의 음악 작곡 과정과 영감을 준 슬라빅 전통 음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위쳐3의 음악 개발 과정을 들어볼 수 있다.

'블리자드'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강연 또한 준비되어 있다. 블리자드의 시니어 사운드 디자이너인 'Scott Lawlor'는 GDC2016에서 '오버워치'의 사운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한다. '오버워치'의 효과음 시스템은 굉장히 절묘하게 짜여 있어 소리만 잘 들어도 게임이 흘러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이 강연은 바로 그 '효과음'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지 시각으로 수요일 아침에 진행되는 '스페셜 이벤트'를 또 빼놓을 수 없다. 'Flash Backward: 30 Years of Making Games'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게임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네임드 개발자들이 나와 지난 30여 년 간의 게임 개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이벤트에 등장하는 개발자들을 몇 명만 소개해보자면, '크리스 크로포드'는 'GDC'를 만든 인물이자 최초의 게임 디자인 이론서적인 'The Art of Video Game Design'의 저자이다. '세스 킬리언'은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리드 디자이너, 캡콤의 커뮤니티 매니저 등을 맡아온 격투 게임의 거장으로, '스트리트파이터4'의 보스인 '세스'가 그의 이름을 딴 캐릭터이다. '라프 코스터'는 '재미 이론'의 저자이자 '울티마 온라인'의 리드 디자이너였으며, 마지막으로 '팔머 러키'는 현재 가장 큰 이슈를 몰고 다니는 '오큘러스'의 창립자이다.

▲ 'The Art of Video Game Design'의 저자 크리스 크로포드

물론 위에서 말한 내용이 GDC2016의 전부는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자들이 한데 모이고, 고차원적 토론부터 단순 흥미성 소재까지 수없이 많은 대화가 오가는 게임업계 최고의 포럼이 바로 'GDC'다.

명실상부 '다음 세대'라는 말이 붙기에 부족함이 없는 'VR'부터 게임 산업 전반, 그리고 게임업계의 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GDC'. 이번 행사에서 또 어떤 소식이 게이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 주목할만한 강연

Flash Backward: 30 Years of Making Games
ㄴ 크리스 크로포드(GDC 창립자), 세스 킬리언(라디언트 엔터테인먼트), 팀 샤퍼(더블 파인 프로덕션), 데이브 존스(리젠트 게임즈), 로리 콜(트랜솔라 게임즈), 라프 코스터, 필 해리슨(얼로이 플랫폼 산업), 루크 머스캣(프리티그레이트), 켄 롭(마이크로소프트 스튜디오), 그래미 디바인(매직 리프), 팔머 러키(오큘러스)

Blending Autonomy and Control: Creating NPCs for 'Tom Clancy's The Division'
ㄴ 필립 던스탠, 드류 레흐너(유비 스튜디오 매시브 엔터테인먼트)

Overwatch - The Elusive Goal: Play by Sound
ㄴ스캇 로러, 토마스 뉴먼(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Slavic Adaptation of Music in 'The Witcher 3: Wild Hunt'
ㄴ마르신 시비워뷔츠(CD PROJEKT RED), 미콜라이 스트뢴스키(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