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기술은 소름 끼치고 실감 넘치는 경험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아직 대중이 생각하는 '가상 현실'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많은 벽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멀미를 시작으로 방향감각 상실, 피로감, 무력감 등 말이다. 더구나 'VR 게임'은 단순 'VR 영상'과 달리 UI, 시선 처리, 카메라 이동 등 신경 쓸게 아주 많이 산재해있다.

'라쳇 앤 클랭크', '선셋 오버드라이브' 등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섬니악 게임즈(insomniac games) 역시 VR에 도전했다. VR 경험이 전혀 없는 개발자들은 3인칭 어드벤처 VR 게임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표현으로 '삽질을 했다.'는 어구가 어울릴 정도로 많은 테스트와 고민을 해야만 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라이언 엘게이어는 몇 번의 테스트, 그린릿 데모 제작, E3 2015 데모 제작 그리고 오큘러스 출시 버전을 앞둔 지금까지 '엣지 오브 노웨어(Edge of Nowhere)'를 개발하며 겪었던 일과 새로운 기술을 접하며 얻은 희미하게 빛나는 혁신과 신기원을 청중에게 전달했다.

▲ 인섬니악 게임즈 브라이언 엘게이어(Brian allgeie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험은 단지 나쁜 계획일 뿐이다.'

남극점과 북극점을 최초로 밟은 로알 아문센의 말이다. 아문센이 '나쁜 계획'에 도전하게 만든 것이 탐험가의 야망이었다면 엘게이어의 야망은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VR 기술은 남극과 마찬가지로 전인미답의 장소였다. 아무도 테크데모나 영상을 제외한 VR 상용 게임을 내놓지 않았기에, 전 세계 VR 전쟁은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점 탈환만큼 뜨거워졌다.

엘게이어는 처음엔 survios로 VR을 접했지만, 결국 오큘러스 DK2로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너티독의 창업자 제이슨 루빈의 권유였다.

"나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티’ 같은 느낌의 환상적인 FPS를 만들고 싶었다. VR의 실제적 느낌을 주는 데는 1인칭이야말로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장애물이 존재했다. 바로 부작용, 다른 말로 멀미라고 부른다. 지금이야 여러 고민의 결과로 1인칭 액션 슈터가 구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전에 익히 알고 있던 FPS를 그대로 구현하기는 어렵다. 하물며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5년에는 오죽했겠는가.

1인칭 VR 액션 슈터를 만들면 어쩌면 게임 시작 전 FPS VR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글을 타이틀 화면 전에 출력해야 할지도 몰랐다. 현기증, 멀미, 메스꺼움, 눈의 피로, 트림, 다한증, 방향감각 상실, 심계 항진, 두통, 균형감각 상실, 운전 전이나 중장비를 다루기 전에는 하지 말고 가족력이 있는지 어쩌고저쩌고하는 거 말이다.”

▲ 이런 1인칭 슈팅 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은 많이 해결됐다고 해도 VR 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문제점은 멀미다. 이는 VR이 자연스러운 삼차원 이미지를 제대로 출력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는 일반 평면 화면을 사용자의 눈앞에 두기 때문에 초점을 조절할 수 없고 공간의 깊이를 느끼지 못한다.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에 따라 실제 화면이 변화하는 헤드 트래킹 과정에서 정밀도나 기술의 차이, 개인의 차이, 게임 기획의 차이에 의해 멀미가 발생한다. 혹은 머리는 움직이되 몸은 움직이지 않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식 VR의 특징상 게임 내 캐릭터가 옆이나 혹은 뒤로 움직이는 동작을 취하면 사용자의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 멀미 현상이 생길 확률이 늘어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사용자가 예상하지 못하는 시점 변화나 시나리오 컷신을 최소화하고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할 수 있게끔 정보를 제공하거나 주변을 관찰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 아문센과 스콧, 그들의 첫 탐험은 결코 위대하지도 멋있지도 않았다.

엘게이어의 VR 탐험대는 모두 VR 개발 경험이 없었다. 그들은 기술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게임'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그린릿에 출품할 데모를 만들기로 했다.

2015년 1월 5일에 프로젝트를 시작해 1월 내에 카메라 움직임에 대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2월까지 화이트박스 데모를 만들기로 하고 3월에는 그린릿 데모를 출품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짧은 시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일정이었다. 엘게이어는 그때를 떠올리며 "어떤 이들은 우리를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굴복할 생각이 없었다. 남극을 정복한 아문센과 스콧도 첫 출정은 별로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엘게이어가 언급한 아문센은 '벨지카'호를 타고 남극을 체험했다. 남극의 겨울을 겪는 동안 식량을 조달하는 방법과 의학적 지식을 얻었지만, 탐험 자체는 실패했다. 스콧 역시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남극으로 탐험을 떠났지만, 남위 82도까지 가는데에 그쳤다. 훗날 이때의 경험은 그들이 남극점 공략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엘게이어와 동료들은 계속해서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주일 간격으로 플레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하고 평가하고 다시 만들고 테스트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가장 중점적인 연구, 개발사항은 역시나 멀미였다. 멀미를 잡기 위한 카메라 움직임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현실화하기 위해 유니티 엔진을 선택했다. 평가 기준은 20분의 게임플레이를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 최소 20분 게임 플레이했을 때 어지럼증 및 피곤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가장 처음 한 테스트는 아케이드 게임이다. 비록 VR 게임 개발은 처음이었지만 ‘라쳇 엔 클랭크’로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노하우가 사내에 있었기 때문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테스트 게임은 미로에서 동전을 모으는 게임이었다. 카메라 회전은 없었고 평행 이동만이 있었다. 마치 스냅 카메라 같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테스트를 시작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많은 테스터들이 채 10분을 견디지 못했다. 최고기록이 14분이었다. 그들은 옆으로 그리고 뒤로 움직이는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주위 환경이 너무 빨리 이동했기에 어지러움을 유발했다고 결론 내렸다.

UI의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화면 정면에 UI를 출력해 남은 시간과 모은 동전 등을 표시했다. 화면을 좌우로 돌릴 때는 보이지 않지만, 가운데를 보면 보이게 했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일반적인 작품의 UI는 보통 가장자리에 위치하는데 그렇게 되면 눈이 계속 움직이면서 멀미를 유발하기에 VR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테스트 결과는 처참했다.

두 번째 테스트는 플랫포머 게임 ‘럭키스 테일(Lucky’s tale)’이었다. 굴러오는 장애물을 엄폐물을 이용해 피하는 게임이다. 카메라는 항상 진북방향을 쳐다보게 했다. 캐릭터는 가만히 있고 주위 배경이 돌아가는 식으로 자동차 네비게이션이나 항해 레이더와 같은 표현 방식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의 테스터들은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헤드셋을 벗어젖히지 않았다. 좀 더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테스트할 때 질병 분류 목록처럼 VR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기재하고 점수를 냈다. 기재한 항목은 구역질, 눈의 피로, 방향감각 상실의 3가지 종류였다. 그리고 25% 미만은 15.5점 99%는 53.1점 등으로 평가했다. 그들은 이것을 SSQ라고 불렀다.

"'럭키스 테일'의 SSQ는 20.8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다른 게임들을 참고하거나 디자인을 조금 가져오면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우리는 다른 게임을 베끼거나 따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세 번째 테스트 게임을 또 만들었다. 세 번째 테스트 게임은 23.38점으로 매우 실망스러웠다. 특히 멀미 항목은 최악이었다."

멀미의 주요 원인으로는 카메라가 방향 감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점과 앞뒤로 움직이는 헤드 모션이 꼽혔다.

▲ 점수가 높을 수록 구토용 봉투가 필요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네 번째 테스트는 두 번째 테스트 게임을 기반으로 카메라 구도를 수정했다. 카메라를 좀 더 가까이 붙이고 좌우 간격을 줄였다. 캐릭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테스트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SSQ는 15.9점을 기록했다. 진북고정 카메라 레벨 디자인에 대해 고려할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네 번에 걸친 테스트로 엘게이어의 팀은 멀미를 유발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됐다.

- 플레이어에게 향후 동작이 어떤 것인지 인지하게 하도록 하라.
- 비주얼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망막 움직임을 최대한 낮춰라
- 카메라 흔들림 = 괜찮음
- 플레이 후에 휴식기를 가지게 하라. 게임 내적이든 외적이든 정신과 눈에 안정을 취할 시간을 줘라.

그들은 헤드셋 모션과 회전 운동에 따른 멀미 유발 정도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확보했다.

수평 전진운동 = 좋음
수평 후진운동 = 좋지 않음
수평 좌우운동 = 괜찮음
수직 운동 = 좋음

롤(수평축 회전) 운동= 매우 가혹함.
피치(수직축 회전) 운동= 격통 유발.
요(중심축 회전) 운동= 가혹함






이제 테스트를 통해 얻은 교훈을 이용해 그린릿에 올릴 데모를 만들 차례였다. 인섬니악 게임즈도 아문센이 이누이트에게 설상 신발 등 피드백을 받았던 것처럼 내부 테스트에서 한 단계 나아가 유저 테스트를 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린릿 데모를 만들기로 했다. 첫 시도는 늘 그렇듯 어려움과 교훈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아문센은 ‘야손 호’를 타고 영국령 그림스비에 도착했을 때 국립 도서관에서 북서 항로에 관한 고문서들을 모으고 정리했다. 아문센의 탐험대는 북대서양에서 캐나다 북부를 거쳐 알래스카에 이르는 항로 개척에 성공했다. 극지방에서 사는 원주민들에게서 생존 법칙을 배운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컨셉은 미지를 탐험하는 내용의 게임으로 거인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명체들이 분포하는 초 현실적인 세계를 담고자 했다. 가장 무게를 싣고자 하는 요소는 공포였다. 대놓고 무서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로 은근한 무서움을 전달코자 했다.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다. 공포를 표현하는 데 VR보다 쉬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린릿에 데모를 출품했다. 그러나 작업물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특히 90Hz 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75Hz에서 오래 개발을 해서 그런지 90Hz 대역에서 제대로 된 기술을 내지 못했다.

초당 프레임 수가 변동하면 멀미가 늘어나는데, 현재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에서 지원하는 최대 프레임을 이용해 더 현실처럼 느껴지기에 렌더링을 최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또한, 멀미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 조금은 밋밋한 움직임도 개선해야만 했다.

▲ 그린릿 데모 화면

E3에 출품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빠듯했다. 2달이 채 안 되는 동안에 작업해야만 했다. 그래도 그들은 ‘새로운 IP와 새로운 VR 게임을 반드시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이어나갔다. 일단 게임의 방향성을 변경했다. 엘게이어가 누누이 말하는 아문센처럼 말이다.

"북서항로를 정복한 아문센은 1907년 같은 나라의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으로부터 프람호를 넘겨받아 ‘북극점’ 항해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북서항로 개척도 북극점 정복을 위한 일환이었다.

그러나 1909년 미국의 로버트 피어리가 먼저 북극점에 도달했다는 보도를 듣자 목표를 ‘남극점’으로 잡고 빠르게 다시 준비해갔다. 물론 피어리가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좀 더 오래 지나고 나서야 확인된 일이다."

아문센이 목표를 빠르게 전환하고 기민하게 움직인 것처럼 인섬니악 게임즈의 용감한 VR 개척자들도 그린릿에서 얻었던 교훈을 바탕으로 게임의 컨셉을 바꿔나갔다. 좀 더 판타지답게 만들고, 망막 움직임 및 90Hz 대역의 한계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넘어서야 할까 등등 새로운 고민을 했다.

▲ 개발이 말처럼만 된다면야...

“‘러브 크래프트’의 소설 ‘At the Moutain of Madness’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리 팀은 평소에도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해 낸 세계의 그로테스크함과 참신함을 존중해왔다. 러브크래프트는 이 소설을 리처드 에벌린 버드의 북극 비행 탐험에 영감을 받고 썼다고 한다. “

1930년대의 남극 탐험환경은 말 그대로 극지였다. 눈, 안개 그리고 어둠이 가득 찬 세계. 당시 탐험가들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환경은 현재 게임에는 최고의 환경이다. 왜냐하면, 눈, 안개 그리고 어둠은 GPU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1930년대 남극을 연상케 하는 호러 어드벤처를 만들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전 그린릿 데모가 완전히 초현실적인 모습이었다면 E3 출품작은 판타지다운 분위기에서 뛰고 달리는 게임을 만들기로 말이다.”

단순히 뛰고 달리는 행동 위에 그들은 이야기를 추가했다. 쏘고 달리는 행위에 집중돼 있던 VR 게임에 내러티브가 입혀지는 순간이었다. 소름 끼치는 순간, 불안하게 만드는 몬스터, 초현실적인 공포. E3에 출품할 데모의 목표였다.

▲ 수많은 브레인스토밍을 하게 만든 한 가지 물음.

컨트롤러는 엑스박스원 컨트롤러를 사용했는데, 좌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하고 A 버튼으로 점프하는 매우 간단한 조작체계였다. E3 출품용 데모를 만들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우선 호러 게임을 표방했는데 무섭지 않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이야기의 깊이도 없었다. 소설에 영감을 받은 이야기는 겉핥기에 불과했다. 시간은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우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공포를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해 질문을 끊임없이 했다. 무섭게 생긴 괴물을 만들까? 초자연적인 영혼을 만들어볼까? 생각하다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에 대해 떠올렸다.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공포는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다.’라는 러브크래프트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아트에셋의 분위기를 바꿔 공포감을 주려고 했다. 공포감 가득한 분위기를 전달하여 플레이어가 상상력으로 무서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물론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말이다. 그랬더니 게임이 무서워졌다. 개발자들은 만족했다.

개발자만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E3 데모는 오큘러스의 대표 '팔머 러키'까지 나서서 박수를 보낼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부터 3인칭 VR로 개발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1인칭이야말로 VR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호평을 받았다.


아문센은 개를 사용했다. 또한, 엄청나게 치밀하게 계획도 세웠다. 반면 스콧은 말과 설상차를 이용했다. 아문센은 이누이트가 입는 털가죽 옷을 입었고, 스콧은 버버리의 모직 방한복을 입었다. 이 차이가 남극 탐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로써 최신예 기술이었던 영국의 설상차와 버버리의 개버딘은 자연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아문센은 이누이트들에게 배운 대로 '간단하게' 개와 음식 그리고 연료를 가져갔다. 스콧은 사람이 먹지 못하는 말 먹이를 챙겼다. 연료를 설상차와 같이 공유해야만 했다.

아문센은 노르웨이의 스키 기술과 이누이트의 전통,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로 탐험을 이끌었다. 군더더기 없이 자신이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남극을 공략했다. 반면, 스콧은 설상차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신 새로운 기술이라는 말에 혹해 남극으로 가져갔다가 완벽히 낭패를 경험했다.

▲아문센과 스콧의 결정적인 차이.

인섬니악 게임즈는 아문센처럼 기본을 지키면서 약간의 변화를 주기로 한다. E3 데모에 편의 기능을 추가하고 본연의 시선 관련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기 한 것. 이것저것 여타 기술을 결합하는 행위를 경계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3인칭 VR이기에 참고할 사례도 없었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인지하고 당시 보유한 역량과 기술을 파악하여 한계점을 파악했다. 그 한계점을 최대한 포장할 방법을 찾았다.

예컨대 '카메라 선반'이 그러한 방법이다. '엣지 오브 노웨어'는 캐릭터를 후방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인데 달리고 점프하는 데는 멀미나 어지럼증을 유발하지 않아 좋지만, 좌·우측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약간 밋밋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메라를 캐릭터가 가지 못하는 지형 위(선반)로 올렸다.

시점을 더욱 가깝게 할 수 있었고 긴박감을 살릴 수 있었다. 플레이어에게 '이 코너를 지나가면 어떤 위협이 있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현실감을 더할 수 있었다.

또한, 약간은 복잡하고 다양한 키 배치를 지원한 알파 버전보다 훨씬 더 간결하게 컨트롤러 매핑을 바꿨다. 이를 위해 UI를 원형 순환 형태로 바꿨다. UI의 경우 사용자가 넓은 시야각을 가지면서 생기는 가시 영역 경계선 문제 때문에 기존 UI를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순환식 형태로 바꾸면서 훨씬 직관적으로 UI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엣지 오브 노웨어'는 오큘러스리프트의 소비자 버전 출시와 함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컨트롤러 키 매핑까지 하나하나 고민할 만큼 3인칭 VR 어드벤쳐 게임을 만드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브라이언 알레그리는 지금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그랬다. 하지만 그냥 '재미있어 보여' 시작했고 새로운 기술에 흠뻑 젖어 즐거웠다고 했다.

"VR 경험을 더 많이 할수록 더 좋은 게임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정말 놀라운 기술이고 아직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게임은 고민해야 할 거리가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많이 남아 있다.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꿈을 찾아 역사를 만들길 기원하겠다."

▲ 아문센이나 스콧이나 결국 남극점에 도달하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