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6일 토요일, 저녁 6시경에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벤 '구리구리딸' 유저의 게시물이 폭발적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자신은 게임내 비인가 프로그램(이하 헬퍼)을 초기에 신고한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구리구리딸' 유저는 글을 계속 이어가며 최초로 신고했을 때가 2014년 3월이라며, 즉, 2016년 3월 현재까지 2년 동안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헬퍼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헬퍼 판매 카페 운영자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와 만났던 자리에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롤 헬퍼 카페 운영에 대해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구리구리딸' 유저의 '헬퍼 판매 카페 운영자와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GM의 답변과 사실관계 자체가 다른 부분이 있어 유저들의 의구심은 더 증폭되었습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벤 '구리구리딸' 유저의 해당 게시물 "롤헬퍼의 진실, 라이엇코리아는 핵을 방관했다. (1)"

해당 게시물을 보고 라이엇 코리아 커뮤니티 팀을 총괄하는 '룬테라'가 직접 댓글을 달았습니다. 롤 헬퍼 카페 운영자가 라이엇 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해 함께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글이 전부 맞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룬테라가 거듭 추가 댓글을 남겼음에도 논란은 쉽게 진화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유저들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보다 해당 글을 작성한 유저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유저들의 반응은 이번 게시물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계속됐던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미온(微溫)적인 대처에 고온(高溫)의 분노로 답하는 것입니다.

그 방아쇠는 최근 개인 방송 BJ의 이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당 BJ는 개인 방송에서 헬퍼 사용으로 의심되는 플레이를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녹화 영상을 분석하며 헬퍼 사용 증거를 내놓았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가장 잘하고 이해하는 프로게이머들도 이 이슈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롤챔스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락스 타이거즈의 원거리 딜러 '프레이' 김종인은 "이 플레이를 보고 나니 내가 너무 초라하다. 오늘부터 진짜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캡틴잭' 강형우는 "그 BJ가 헬퍼가 아니면 내 월급을 기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유저들과 프로게이머들이 심증적으로 헬퍼 사용을 강력히 의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유저들이 제작한 분석 자료들로 라이엇 게임즈에 신고 또한 했습니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한동안 대응이 없었습니다. 해당 의심을 받은 BJ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 방문하고, 이슈가 폭발해 용암이 흘러 나올 때쯤 라이엇 게임즈가 헬퍼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2016년 3월 10일,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개발 총괄인 'TechSam'은 지속적으로 헬퍼 사용자를 제재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은 충분히 전해졌지만, 유저들이 원하는 건 해당 BJ가 헬퍼를 사용 유무에 대한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변은 글 말미에 실려있었습니다. 대상자가 헬퍼를 사용한 기록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 [뉴스] 라이엇, 헬퍼 관련 입장 밝혀 "감시 강화, 예외 없이 제재할 것"



유저들은 목까지 차오른 분노를 한 번에 식힐 수 있는 사이다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라는 단어를 발견한 순간 기대했던 사이다가 아닌, 탄산이 다 빠지고 시원하지도 않은 레몬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분노는 전혀 식지 않았습니다.

분노의 온도가 높아진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지난 3월 23일 라이엇 게임즈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챔피언 선택 방식과 자유 팀 대전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인큐'의 도입 이후 개선된 점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주 내용이었는데요. 사실 다인큐의 도입은 많은 유저들이 우려를 표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려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솔로 랭크를 별도로 적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뉴스] 라이엇 게임즈 "솔로 랭크, 도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 발표된 공지에는, "솔로 랭크 도입과 관련된 준비를 아직 시작하지 못했으며, 솔직히 말하면 솔로 랭크가 도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라이엇 관계자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처럼 헬퍼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솔로 랭크에 대해서는 말을 바꾼 것으로 인식되면서 라이엇 게임즈의 전반적인 운영 능력에 신뢰를 보낼 수 없다는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국내를 막론하고 해외 커뮤니티까지 헬퍼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들이 불거졌고, 심지어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직원이 돈을 받고 헬퍼를 눈감아준다는 황당한 루머까지 돌았습니다.

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벤에 올라온 '핵 방관' 게시물에 대한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은 이런 사건들이 하나씩 쌓여왔던 결과일 것입니다.

▲ 출처=리그 오브 레전드 인벤 '달려랏람머스' 님의 게시물


리그 오브 레전드는 상대방과 대결을 하는 게임입니다. 대결이 기본이 되는 게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공정함에 대한 신뢰일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편 유저가 헬퍼를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대결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게 당연합니다. 상대적으로 헬퍼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피해를 받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게임이 인기를 얻기란 참 힘든 것입니다. 게임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좋은 운영까지 합쳐져야 비로소 인기를 얻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완성도는 훌륭합니다. 한 때 라이엇 게임즈는 운영에 있어서도 칭찬을 받는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운영에 대한 평가는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플레이어 중심'의 정책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플레이어를 앞에 세우고 운영진은 한 걸음 뒤로 빠져 미온적인 대처를 내놓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고 사랑하는 게이머들은 운영 주체인 라이엇이 게임 내의 부정적인 이슈에 대해 명확하고 확실한 대응을 해주길 원합니다. 헬퍼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늦기 전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