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부터 8일, 양일간 개최된 '유나이트 서울 2016'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강연이 뭐였느냐고 한다면 주저 없이 '스매싱 더 배틀'을 꼽겠습니다. 마지막 날, 마지막 강연. 강연을 들으러 가면서 이전 강연들과는 반대로 한산한 줄을 보며 시간도 늦어서 돌아갔나 싶었는데, 착각에 불과했습니다.

강연장에는 시작도 전에 청중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요.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한 몇몇은 바닥에 앉아서까지 강연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스매싱 더 배틀'의 인기를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요.

강연을 시작하며 멀티플랫폼 게임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가 아닌, 어째서 멀티플랫폼으로 개발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 스튜디오HG의 한대훈 대표. 모바일로 시작해 스팀은 물론 오큘러스 VR로까지 출시한 그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 스튜디오HG의 '한 군', 한대훈 대표



■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니티의 강점은 무엇인가?


"유니티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자기소개와 '스매싱 더 배틀'에 대한 소개를 끝마친 그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쉬운 개발, 무료 엔진, 많은 레퍼런스 게임, 어셋 스토어 등의 장점을 나열하던 그는 그중에서도 멀티플랫폼 지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어느 엔진이든지 플랫폼 변경 시 추가 작업은 필요하지만 유니티는 플랫폼 변경이 한층 수월하단 거였다.




■ 각 플랫폼의 장단점은?


PS4, 오큘러스 리프트, 스팀, 모바일, 기어 VR 등으로 개발되고 있는 '스매싱 더 배틀'. 한대훈 대표는 멀티플랫폼으로 개발한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 플랫폼별 장단점에 관해 설명했다. 처음에 그가 소개한 건 PS4였다. 최근 인디 친화 정책으로 접근도 쉽고 게이머들도 유료 게임에 친숙하단 장점이 있었지만, 출시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다음은 대표적인 VR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였다. 그가 밝힌 오큘러스 리프트의 장점은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VR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단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모바일은 어떨까. 엄청난 보급량과 대중적인 플랫폼이란 장점이 있었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다양한 성능의 기기로 인한 파편화에 대한 단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연쇄할인마 스팀 역시 단점은 존재했다. PC 게임 최대의 플랫폼, AAA급 게임부터 인디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는 스팀이었지만, 이 역시 어지간한 퀄리티가 아니면 관심을 받기 힘든 플랫폼이란 단점이 존재했다.


한편, 또다른 VR인 기어 VR에 대해서는 "가장 접근성이 높은 VR 기기지만, 현재는 게임보다는 영상쪽으로 많은 유저층이 존재합니다."라고 밝혔다.



■ 그렇다면 왜 멀티플랫폼으로 개발했을까?


처음 '스매싱 더 배틀'을 모바일로 개발한 이유에 대해서 한대훈 대표는 그냥 대세여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모바일을 넘어 멀티플랫폼으로 개발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게임 개발하면서도 줄곧 '가상 패드로 액션 게임을 하는 게 정말 재밌나?', '여기에 어울리는 BM 모델은 뭐지?' 등의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한대훈 대표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정말로 '스매싱 더 배틀'이 모바일에 어울리는 게임인가?"

게임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갈 무렵, 그에게 문득 오큘러스 코리아에서 연락이 왔다. '스매싱 더 배틀'을 VR로 만들어볼 요량이 없냐는 거였다. 처음에는 한대훈 대표도 VR은 1인칭 게임에 특화됐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게임을 VR로 만들어보니 그런 생각은 단숨에 사라졌다. 전보다 더 재밌었고, 테스트한 사람들의 반응 역시 호평이었다.

▲ VR 버전은 멀티플랫폼 개발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호평 속에 한대훈 대표는 단숨에 개발 방향을 새롭게 잡았다. 다른 플랫폼에서 더 재밌을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던 만큼, 멀티플랫폼으로 안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거였다.



■ 멀티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마스터 버전 제작


멀티플랫폼 개발을 하고자 마음먹은 한대훈 대표는 마스터 버전의 제작에 착수했다. 마스터 버전은 각 플랫폼에서 작업해야 할 내용이 전부 들어가 있는 버전이었다. 그래픽에서부터 조작법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 마스터 버전을 만들자 남은 건 플랫폼별로 간단한 수정을 하는 것과 출시 순서를 정하는 것뿐이었다.

한대훈 대표는 콘솔 > PC, 오큘러스 리프트 > 모바일 순으로 발매를 결정했다. 이런 순서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콘솔 게임이 모바일로 나온다고 할 때와 모바일 게임이 콘솔로 나온다고 했을 때, 느낌이 전혀 다르잖아요."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멀티플랫폼으로 나오지만 플랫폼별로 최적화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모바일 버전의 경우 갤럭시 노트2에서 60프레임을 달성하는 것과 iOS, 안드로이드 동시 출시를 목표로 했다.

PS4 버전의 경우는 폴리곤을 늘리기는 힘들어서 대신, 블룸이나 포스트 이펙트, 파티클 개수를 증가하는 등 부가적인 옵션을 넣어 향상된 그래픽을 선보였다. 여기서 PS4에 대한 아쉬운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개발과 서류 작업을 동시에 할 만한 여유가 없어서 결과적으로 PS4 출시는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그대로 놔두기 아쉬운 마음에 결국 스팀으로 출시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경우는 전혀 다른 미니어쳐 스타일의 화면을 적용했으며, 안정적인 VR 체험을 위해 90프레임이라는 최소 조건을 달성했다. 그 외에도 지나친 포스트 이펙트를 삭제하는 등 플랫폼에 맞게 최적화를 이뤘다.



■ 플랫폼에 맞춰서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닌, 게임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해라


끝으로 한대훈 대표는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플랫폼에 맞춰서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게임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하라고 말이다.

그는 "잘 만든 게임이 해당 플랫폼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하고, 그걸로 게임의 운명이 결정된다면 얼마나 아쉽겠습니까."라며, 자신의 게임이 사랑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찾고, 도전해 보길 청중들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