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에도 제작비가 '몇억'은 우습게 넘어가는 시대가 왔습니다.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서 멋진 그래픽과 대규모 마케팅을 앞세운 게임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고 있죠. 그리고 하나의 흐름과 유행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대세' 또는 '주류'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대형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게임을 출시하는 중소규모의 개발사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형 게임사가 다루지 못하는 재미와 소재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줍니다. 많은 수의 유저를 끌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의 유저들에게 인정받는 예가 많습니다.

현실에서의 프렌차이즈 업체와 소규모 자영업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대규모 개발사와 소규모 개발사는 지향점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소규모는 소규모 나름대로, 대규모는 대규모 나름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지금 소개할 '카드크래프트'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소규모 / 비주류임에도 자신들의 색깔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냈습니다.




■ 어디서 본 익숙함 그리고 차별점 - 캐릭터 그리고 포커 룰.

머나먼 왕국 시리즈로 알려진 다이노쿨러와의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해당 작품의 캐릭터들을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머나먼 왕국을 즐겨봤던 유저라면 익숙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죠. 머나먼 왕국 시리즈가 도트 그래픽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캐릭터들의 디자인도 부담 없이 다가옵니다.

소위 말하는 '도트 취향 게이머'들의 심장을 노린다고나 할까요? 캐릭터들을 카드의 형태로 표현했고, 각각의 스킬들을 부여하여 전략적인 활용도를 늘렸습니다. 등급에 관계없이 전부 1성 / 1레벨에서 시작하니 성능보다는 스킬 차이로 캐릭터를 선택하는 편입니다.

▲ '머나먼 왕국'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가져왔습니다. .

아. 포커룰에서 컨셉트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미 서비스 종료를 맞이한 '드래곤 포커 (국내명: 드래곤 파티)'가 연상될 수 있습니다만, 실제 게임 플레이는 완전히 다른 방식입니다. 일단 포커 족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크래프트에 맞도록 룰을 재구성했거든요.

카드의 숫자는 좌측 상단의 직업 마크로, 무늬와 문양은 카드의 속성과 계열로 표현됐습니다. 직업, 속성, 계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하나의 조합으로 탄생합니다. 페어, 플러시, 스트레이트 등 포커의 '족보'들이 게임에서는 '조합'이 되는 방식이죠.

▲ 문양, 계열, 색깔 등이 모여 하나의 조합(족보)이 되는 방식입니다.



■ 포커 룰의 재탄생 - 확률과 변수를 통제하는 재미

개인적으로 '카드 전략'이라는 장르에서 가장 흥분되는 요소는 '계획했던 것이 맞아 들어갈 때' 라고 생각합니다. 노리던 조합이나 콤보가 발동되는 순간의 희열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주죠. 마치 테트리스에서 긴 막대 하나로 블록을 몽땅 지웠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카드크래프트도 카드 전략을 표방하는 만큼, 변수를 통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신이 노리고 있는 조합을 원하는 순간에 발동하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가지고 있는 카드의 속성을 파악하고, 가능한 조합들을 미리미리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조합에 따라서 공격 배율이 달라집니다. 희귀한 조합일수록 배율이 높죠.

전투에 들어가면 직업, 속성별로 3장씩 구성된 총 27장의 카드 묶음을 사용합니다. 52장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포커의 약 반정도 숫자죠. 카드가 적은 만큼 상위 족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확률도 높습니다. 드로우 받은 카드 3종 외에도 교환할 수 있는 여분의 카드가 몇 장 주어지니 이리저리 궁리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결국, 어떤 카드를 남겨두는가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달라집니다. 남은 카드의 종류를 파악하는 '카운팅'도 할 수 있고요. 남은 카드를 계산한 다음 배율 높은 한 방을 노린다든가, 현재 상황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노리는 등 전부 유저의 선택에 따라서 다양한 전략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 드로우는 랜덤. 하지만 교환 슬롯에서 조합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유저들의 취향을 한껏 반영할 수 있도록 조합 육성 기능도 갖췄습니다.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서 조합의 공격 배율을 증가시키는 기능도 지원합니다. 단순한 더블 (페어)부터 플러시, 스트레이트까지 게임에 있는 모든 조합을 취향껏 육성할 수 있죠.

하나의 조합에 최대 10회까지만 투자할 수 있으니 한계 범위는 명확하게 구분 지어져 있습니다. 3색 조합을 아무리 투자하더라도 단일 속성 조합의 배율을 넘어설 수는 없거든요. 그러므로 희귀한 조합에 집중투자해서 큰 대미지를 노릴 것인지. 아니면 기본 조합에 투자해서 안정적인 대미지를 줄지 선택해야 합니다.

▲ 개인적으로 안정성 중시라, 플러시 / 스트레이트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 그래도 아쉬운 부분 - 캐릭터 입수와 콘텐츠 부족

익숙한 룰로 참신한 재미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게임'에 가까운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일장 일단이 존재하죠. 소량을 과금하면서 플레이하는 도중 느꼈던 아쉬움 몇 가지를 나열해볼까 합니다.

일단은 카드(캐릭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등급이 높은 카드라도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어차피 1레벨에서 시작하는 것은 같습니다만...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은 뽑기 없이는 조금 힘든 편입니다.

▲ 인간형은 전부 뽑기로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스킬을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게임 특성상, 낮은 등급의 카드라도 쓸 곳은 많이 있습니다. 버프형 스킬은 대부분 처음에 지급되는 카드들이 가지고 있거든요. 일반 등급의 카드라도 육성해두면 쓸 곳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수 만들어두고도 획득에 어려움을 둔 것은 아쉽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을 통한 친구 초대 시에 다이아를 지급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지인들에게 게임 권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자칫하다가 거친 언어가 섞인 반응을 마주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 했다가 진짜로 한소리 들었어요.

또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도 지적됩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는 '신규 개발사인지라'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한 점은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콘텐츠들이 추가될 것도 분명하죠. 하지만 지금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즐길 거리가 없습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즐길만한 콘텐츠는 '카드 육성'과 '스테이지 반복' 정도 밖에 남지 않습니다. 참신함을 주던 전투 시스템과 적들이라고 할지라도, 의미 없는 반복을 거듭하면 그저 노가다로만 남기 마련입니다.

▲ 뭐, 스테이지 말고는 할 게 없다는 말.



■ 마이너하지만 괜찮잖아? - 흘러가기엔 아쉬운 그런 게임.

카드크래프트는 주류 모바일 게임의 문법에서는 조금 벗어난 게임입니다. 단적으로 평하자면 '소규모, 마이너'로 정리할 수 있죠. 그럼에도 게임은 '꽤나 괜찮은' 모습입니다. 포커룰을 자신들에게 맞게 변경한 점이나, 알려진 게임의 캐릭터들을 가져오는 등 익숙함을 참신함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게임 자체가 마이너 취향인 것은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개발사, 신규 개발사가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개발사들이 가져올 수 없었던 소소한 재미와 룰들을 부담 없이 던지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전투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저 흘러가는 게임으로 치부하기엔 아쉽습니다. 비주류 취향인 것은 틀림이 없으나, 파고들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장점이니 말이죠.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고민하고 선택하며, 스테이지를 하나씩 달성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확률과 변수를 통제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 자신이 마이너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즐겨볼 만한 게임이라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신생 개발사의 처녀작이 많은 이들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게임으로 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