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8월, 크루세이더퀘스트는 일본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출시 직전에 앱 용량에 관한 이슈 때문에 출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게임사는 예정했던 일본 대신 중국 iOS 마켓에 크루세이더퀘스트를 우선 출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그 선택은 유효했다.

중국 출시 후 애플 피처드를 받으며 크루세이더퀘스트에 많은 유저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 내에서 '양심게임'이라 불리며 높은 리뷰 평점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이는 소수의 한국 게임만 진입할 수 있었던 중국 iOS 매출 100위 권 내 안착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메이저 개발사의 도전도 쉽지 않은 중국 시장에서 크루세이더퀘스트가 거둔 성과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과연 크루세이더퀘스트는 어떻게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을까. 그리고 중국 진출을 통해 얻은 경험은 무엇일까. 크루세이더퀘스트를 개발한 로드컴플릿의 배정현 대표는 단상에 올라 중국 진출 과정과 그 속에서 느낀 중국 시장에 대한 생각을 청중에게 천천히 풀어놓았다.

▲ 로드컴플릿 배정현 대표




■ 1. History

크루세이더퀘스트는 '모바일용 영웅 수집 RPG'다. 실시간 액션에 퍼즐 요소를 접목했으며, 도트 그래픽과 강력한 스토리 라인이 자랑거리다. 최근에는 1,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약 40여 명의 개발팀으로 게임을 꾸려가고 있다.

사실 크루세이더퀘스트는 굉장히 특이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흔한 오토도 없고, VIP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이 '후져서' 남들 보기 부끄럽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으며, 게임 자체도 깊이가 있어 복잡하고 어렵기까지 했다.

그러나 크루세이더퀘스트는 특이하게도 '잘' 되었다. 2014년 11월 출시되어 약 1년 반째 열심히 라이브 서비스를 하고 있고, 2015년 7월에는 중국 iOS 앱스토어에도 첫선을 보였다. 이후 중국 시장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리뷰 점수를 받으며 100위권 내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상황에서, 크루세이더퀘스트는 좋은 출발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올해 2월에는 길티기어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월 최고 매출을 달성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 주제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작년 IGC와 올해 NDC 접수 기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발표 주제를 '중국 출시 성공 사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발표자료의 초안 제출 기간에 접어들자 전보다 순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발표 주제는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중국 진출기'로, 그 부제는 '특이함으로 중국에 도전하다'로 정했다.

사실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시작은 '중국향 게임'이 아니었다. 그보다 앞서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던 게임인 범핑베어와 디스코판다의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기에, 중국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NHN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으면서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초기 전략을 "일본향내 나게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자"로 세웠다. 사실 롤 모델도 있었다. '브레이브 프론티어'라는 이름의 게임이다. 당시 북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고, 사내에도 팬이 많아 이 게임을 롤 모델 삼아 제작을 시작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기획자들이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말 그대로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어 보세요'라는 주의였다. 엄청난 세계관과 스토리, 애니메이션 컷신과 일러스트를 넣고 싶어 한 기획자의 의견도, 영웅 JSON에다 'State Machine'을 만들고 싶다는 기획자의 의견도, 웹툰을 그리고 싶다는 의견도 게임에 들어갔다.



그 결과 많은 개성이 생겨났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특이하고, 어떻게 보면 이상하기도 했다. 당시 분위기에 어울리진 않았지만 개성 있는 타이틀이 되고 있었던 것 같다. 오토와 VIP는 없고, 컷신이 등장하는 레트로한 시나리오와 아트가 있었다. 깊고 창발적인 인게임 시스템, 무과금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메타와 BM이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2014년 11월 크루세이더퀘스트를 출시해 한국과 대만에서 성공한 듯 만 듯 불안한 성과를 이어갔다. 작년 여름, 열심히 준비했던 일본 진출이 iOS7 용량 이슈로 인해 연기되는 일이 생겼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중국에 빨리 내보내자"는 NHN 엔터테인먼트의 제안에 따라 결국 일본 대신 중국에 먼저 출시하게 됐다.

결과는 예상외였다. 중국에서는 크루세이더퀘스트를 '한국의 개성 있는 양심 게임'이라 표현하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아마 VIP가 없었다는 점이 그들에게 굉장한 충격을 준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 RPG에서 부분 유료화가 빠진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어 기세를 몰아 중국 안드로이드 출시까지 진행했다.

작년 말에는 '올해의 2차원 게임'으로 중국 게임매거진에서 상을 받았다. '2차원 게임'은 쉽게 말해 '오타쿠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게임을 많이 접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를 중국에서 표현하는 말이다. 최근 나루토나 드래곤볼 같은 게임이 iOS 앱스토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했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상까지 받으면서 중국 진출은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크루세이더퀘스트의 '특이'한 점이 일본 문화를 선호하는 아시아 게이머의 취향에 적중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2. '특이'의 의미

크루세이더퀘스트가 '특이'한 게임이기 때문에, '특이'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다. 크루세이더퀘스트를 있게 한, 크루세이더퀘스트라는 게임을 항상 말할 때 항상 떠오르는 '특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특이'의 사전적 정의는 '다르다(Different)'와 '뛰어나다(Singular)'다. 또한, 최근 알파고 덕분에 'Singularity'라는 단어도 유행처럼 번졌다.

'Singularity'는 '특이점'이라는 뜻으로, '특이점이 온다'라는 서적에서 언급된 내용이자, 이은석 디렉터가 작년에 발표하기도 했던 기술적 특이점과도 관련 있는 말이다. 기술적 특이점이란 기계가 '다르다' 정도로 인식되다가, 어느 순간 인류가 기계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발전해 인류 이상의 '보편적' 존재가 되는 기점을 지칭한다.



여기서 특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이유는, 특이점에는 기술적인 특이점뿐만 아니라 문화적 특이점도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성이라 불리는 속성이 점점 커져 나가다가 갑작스럽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있다. 가장 쉬운 예가 패션이 아닐까 한다.

처음에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입고 다니지?'라고 생각했던 옷이 대세가 되어 모든 사람이 같은 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패션의 예를 든 또 다른 이유는, 패션이 시대를 나타내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패션이 바뀌는 것은 그만큼 '대세'가 전환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게임도 이처럼 단순히 개성을 지닌 수준을 떠나 특이점에 도달해 보편적이 되고, 그렇게 대세 게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세 게임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크루세이더퀘스트는 무엇이 부족해서 특이하지만 보편적인 게임에 도달하지 못하는가에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



답을 찾으려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중 'Purple Cow'에서 "위대한 대세를 이루는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 작품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이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접했다.

즉, 우리가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의 게임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의 게임이 만족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니즈가 있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시작되어야 '대세'가 되는 보편적인 형태의 성공까지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게임이 중국을 Fast Follow 하려 시도했던 것은 '필패 전략'이라 생각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탑전기'의 예인 것 같다. 당시는 한국의 RPG가 힘들었고, 중국에서 '도탑전기'가 성공한 시기였다. 그러자 많은 회사들이 '도탑전기'를 리스킨해서 출시하기 시작했다.

결국, 해결하고자 하는 물음이 없었던 셈이다. 중국은 도탑전기류 게임이 많이 나오는 시기였고, 한국에도 도탑전기류 게임이 들어왔으나 성과가 좋지 않았다. 결국 어떤 퍼블리셔도 도탑전기류 게임을 바라보지 않았고,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무난한 게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비용이 매우 많다거나, 유저 획득에 대한 비용이 거의 없었던 카카오톡 때와 같은 몇몇 상황을 제외하면 무난한 게임은 한국 및 중국을 비롯한 수많은 경쟁 체제에서 실패하기 쉽다.






■ 3. 중국 마켓과 한국 게임

지금의 중국 게임 트렌드는 세 가지다. 여성 모바일 게임 유저가 굉장히 급증하고 있다는 점과 게임 업계에 많은 인재가 유입되고 점, 마지막으로 '저품질 짝퉁 게임'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트렌드인 '여성 모바일 게임 유저의 급증'은 '기적난난'이라는 타이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쉽게 말해 '옷 입히기 게임'으로 여러 가지 속성이나 테마에 맞춰 옷을 입혀 상대방과 경쟁하는 방식이다. 누적 유저는 2천만 명이 넘으며 그중 여성 게이머의 비율은 90%에 달한다. 또한, 중국 앱스토어의 최고 매출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기적난난'은 앞서 설명했던 '특이점에 도달해서 보편화시킨 개성 있는 게임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그들은 보편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중국 스토어에 RPG가 굉장히 많았는데, 과연 여성향 게임이 잘 될까?", "타이쿤류의 게임 말고 무언가 신선한 게 없을까?", "단순히 옷 입히기 게임에 RPG 게임의 요소를 도입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기적난난'은 많은 여성 게이머를 끌어모으며 큰 성공을 이뤘다.



두 번째로 설명할 트렌드는 중국 게임 업계에 인재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대학생 신입 연봉 1위가 다름 아닌 게임 기획자라고 한다. 또한, 중국 정부는 게임 산업을 공해와 관련 없는 녹색 성장 산업이라 지정해 게임 시장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하니 좋은 인재가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 게임 산업이 부흥하고, 더 좋은 인재가 시장에 들어오는 좋은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트렌드는 중국의 '저품질 짝퉁 게임'이란 이미지가 완전히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iOS 스토어 순위를 살펴보면 일본 IP의 게임을 많이 살펴볼 수 있다. 100위 권에는 무려 에반게리온 게임이 있기도 하다.

과거와 달리 중국의 GDP가 상승함에 따라, 중국 유저들도 짝퉁에 거부감을 느끼고 진품을 찾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iOS 스토어 순위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 게임은 작은 변화를 빠르게 반복하고, 시장에서 테스트하며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더 크고 올바른 혁신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고, 그런 혁신 위에 IP를 입혀 전통성까지 부여하고 있는 게 현재 중국 게임의 상황이다.



이러한 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세계 2위까지 성장한 중국 마켓의 200위권 내 한국 게임은 극소수다. 중국에서는 연일 한국 게임이 위기라는 소식이 쏟아지고 있고, MMO때 한국 게임의 성장을 막던 '판호'라는 시스템도 모바일에 적용될 거란 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과거 소규모였던 패키지 시장에서 많은 대기업이 성장하고, 거대한 MMO PC 시장으로 발전한 것은 다름 아닌 중국시장을 통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모바일 게임 매출이 PC 게임의 매출을 넘기는 해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중국 게임과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한국의 개발사로서 반드시 공략해야 할 제1게임 마켓이 될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해볼 만하고, 아직 중국 시장이 한국 게임에 대해 호의적이며 기대를 많이 하고 있기에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 4. 회고 : 크루세이더퀘스트

크루세이더퀘스트는 특이한 게임을 지나 보편적인 게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는 어떤 팀인가'라는 것이었다.

개발진은 게이머이기도 했고, 따라서 크루세이더퀘스트의 개발자는 곧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유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유저들에 대해서 반응할 수 있었고, 원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구현해 갈 수 있기도 했다. 다음은 개발진이 크루세이더퀘스트를 통해 던졌던 질문이다.

1. "요즘은 다 오토에 스토리도 무의미하고 너무 쉽고... 이게 정말 재밌는 건가?"
2. "요즘 게임은 돈은 내가 내고 게임은 기계가 하네."
3. "용사를 왜 용사한테 먹이지? 왜 성장하니 캐릭터가 바뀌는 거지?"


즉, 우리는 게임성과 세계관을 중시하는 유저(=개발진)이 즐길만한 게임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던 것이었고, 동시에 개발진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크루세이더퀘스트의 큰 방향성이었다.



그래서 "결과만큼 재미있는 경험을 주고 싶다"는 답을 찾았다. 오토로 플레이하고 마지막에 결과만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에 오토 시스템을 없앴다. 대신 순수하게 조작으로 플레이하는 방식과 깊이 있는 시스템, 시나리오, 캐릭터, 컷신을 강조했다. 켜놓고 다른 일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깊이 파놔야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모두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가. 그러려면 결국 개발자들이 열심히 파놔야 (유저가)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창발성이 있는 게임 플레이인데, 크루세이더퀘스트는 그 부분이 잘 구현되어 있어 거의 무한으로 놀 수 있는 '샌드박스 놀이터' 같은 게임이다.

메타 시스템의 경우는 "소수의 용사만 모아야 하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과거 포켓몬스터를 즐기듯 크퀫몬(크루세이더퀘스트 + 포켓몬스터)을 해보고 싶다는 컨셉으로 진행했다.



용사를 많이 모을수록 귀여운 용사를 많이 보유할 수 있고, 특수 스킬을 해금하거나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또한, 특수 던전인 영혼 요새를 클리어하기 편해지고, 용사 이야기를 통해 게임의 각종 재화도 획득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왜 요즘 게임은 다 먹이고 소진시켜야 하는 거지?"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또한, 용사 소모에 대한 부분도 신경 썼다. 이것은 "왜 어떤 캐릭터를 갈아 먹여야 하는 거지?"에 대한 답이었다. 더군다나 '갈아 먹인다'는 표현이 너무 싫기도 했다. 그래서 크루세이더퀘스트에는 용사를 왕국으로 보내면 명예가 나오고, 또 빵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성장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부분은 개발진이 가진 '게임 내에서 유저가 받아들이는 데 최대한 이상함이 없어야 한다'는 집착의 결과이기도 하다. 용사가 성장하는 부분도 랜덤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4성부터는 특정 캐릭터로 고정 승급하며, 전설 용사처럼 아예 1성부터 같은 캐릭터로 계속 승급하는 성장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개발진은 게임 플레이의 주요 타겟층이 세 종류일 것이라 예상했다. 먼저 게임성을 중시하는 유저인 어린 열혈 게이머, 그리고 추억에 이끌린 콘솔 & 애니메이션 매니아이자 로망을 가진 직장인, 마지막으로 귀여운 도트풍 아트에 끌리는 여성 유저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 결과는 달랐다. 페이스북 자료에 따르면 남성 유저가 95%를 차지했으며 18세에서 24세의 게이머가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예상했던 어린 열혈 게이머 층은 감사하게도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 생각하지만, 그 외의 타겟층인 직장인이나 여성 게이머는 소수였다.

이런 결과는 크루세이더퀘스트가 아직 특이점을 넘어 보편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을 거듭했고, 유저들이 불편함을 느낄만한 부분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우선 크루세이더퀘스트는 일일이 다 메뉴를 클릭해야 하기에 기본적인 소요 시간이 많다. 깊고 창발적인 플레이는 좋으나 패시브 시스템을 배우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많은 용사를 알고 있으면 있을수록 조합의 재미가 늘어나기 때문에 배움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버그도 많고, OP 용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개발진 측은 "모든 용사가 쓸모 있어야 한다"는 비전이 있었기에, OP 용사가 등장하면 너프를 하는 편이다. 그렇게 한 차례 OP 용사의 너프를 진행하자 중국에서 여론이 악화되었고, 유저들이 앱스토어에 몰려와서 별점 테러를 하기도 했다.

결국, 개성 있는 게임이 특이점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즉 보편화에 도전하지 못한 경우 기획자는 개성을 포기할 것인지, 완화할 것인지, 아니면 유저들에게 잘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유저가 생각하는 게임과 제작자가 생각하는 게임의 간극이 커지는데, 이것이 바이럴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크루세이더퀘스트를 예로 들자면, 제작자는 인생게임이며 유저들이 잘 즐기는 매니아 게임이며, 글로벌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유저는 '운빨망겜'에 '버그퀘스트'지만, 그나마 도트가 귀여워서 한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개성 있는 게임은 마케팅을 바이럴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간극은 바이럴을 통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야 할 때 상당히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마케팅을 진행해 유저가 유입되었다 하더라도 조금 플레이하고 위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고 싶고, 올해 2주년을 맞이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

지나친 시간 요구를 완화하는 것과 과금 시 최소 가치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조금 더 친절하고, 쾌적하고, 안정적인 게임으로 서비스하는 것. 무엇보다도 소통의 개선을 통해 유저와 함께 게임을 성장시키려 한다. 물론 이 요소들이 기존의 개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먼저다. 달라진 시즌2를 기대해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보면 정답이 없는 강연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중국은 이제 게임을 잘 만들고, 그나마 성공사례라고 든 것은 여성용 옷 갈아 입히기 중국 게임이고. 크루세이더퀘스트도 잘돼서 발표한 게 아니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강연을 듣고서 "사면초가의 상황 아닌가?"라는 걱정을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작년, 중국의 플랫폼 사와 마켓을 방문하러 베이징에 갔을 때 '오타쿠 게임즈'라는 곳을 찾은 적이 있다. 그곳에서 과거 'SINAGAMES' 대표를 역임했던 '오타쿠 게임즈'의 대표를 만났는데, 그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크루세이더퀘스트가 엄청 유명하다"는 것. 그리고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한국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칭찬을 들어서 좋기도 했지만, 더 좋게 생각했던 점은 아직도 중국 시장이 한국 게임에 많은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크루세이더퀘스트는 아직 확실한 보편적 장르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좋은 첫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크루세이더퀘스트와 같이 개성 있는 게임들이 나갈 수 있는 방향은 퍼즐앤드래곤, 클래시 로얄, 헬로히어로처럼 새로운 재미를 만들 수 있는 장르여야 하며, 그것이 바로 좋은 게임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첫걸음이다.

'오타쿠게임즈'의 대표가 앞선 이야기를 했던 까닭은, 많은 게임 업체들이 그런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조차도 떼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또 다른 가능성은 바로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 PC에 비해 글로벌 출시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새로움이 있다면 아이튠즈나 중국 스토어 등에서 피처드를 받을 수 있으니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그 이후에는 지금 크루세이더퀘스트가 풀어야 할 과제와 같다. 개성을 보편적으로 만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많은 고민을 통해서 가능성을 성장시켜야 한다. 이 과정은 게임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계속 게임을 성장시켜 가야 보편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배정현 대표는 게임을 만드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강연을 마쳤다.

"보편화된 특이성으로 시장을 파괴하는 혁신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싶다. 여러분은 분명 게임을 만들어 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게임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는가? 그 게임이 만족시켜 주고자 하는 니즈가 있는가? 그것을 자신에게 많이 물어봤으면 한다. 이런 고민과 성장을 거쳐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좋은 게임을 만들었으면 하고, 내년 NDC 때도 좋은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 로드컴플릿도 다음에는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중국 진출 '성공기'로 만난다면 좋겠다."




강연이 끝난 뒤, 약 10분간의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Q. 용사 밸런싱 파괴, 메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 위험한 주제인 것 같다. 항상 용사를 출시할 때마다 최대한 버그가 없도록 노력한다. 그런데 메이 같은 경우는 굉장히 까다로운 점이 많았다. 최대한 빨리 고쳐질 것이다.


Q. 특이점을 돌파한 다른 사례는 무엇이 있나?

- 밸런스 붕괴일 수도 있는데, 클래시 로얄 같은 경우도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개성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슈퍼셀 같은 경우는 개성 있는 타이틀을 매우 많이 만들고, 또 가차 없이 삭제해간다. 여러 가지 중 남은 한 가지를 하나를 앱스토어에서 강하게 푸시한다. 클래시 로얄이 정말 좋은 사례인 것 같다. 게임성도 좋았고 복합장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Q. 중국 진출을 앞둔 사업팀이다. (크루세이더퀘스트는) VIP와 오토가 없는데도 중국에서 높은 매출이 나왔다. 중국에서만 도입된 특별한 BM이 있나? 또 어떠한 BM이 중국에서 먹혔는지도 궁금하다.

- 전혀 바꾸지 않고 그대로 나갔고, 양심 게임으로 유명해졌다. 단, 중국 안드로이드 시장 같은 경우는 마켓 측이 요구한 게 있었기에 VIP 시스템이 추가되어 나간 경우다.


Q. 중국에서 초기 마케팅을 어떻게 했는가?

- 우리는 못했다. 애플이 해주셨다. 출시와 동시에 피처가 돼서 정말 다행이었다. NHN 엔터테인먼트도 마케팅 시도를 많이 했고, 현재는 안정되어 어느 정도 CPI도 가능하다. 그리고 NHN 엔터테인먼트의 중국 자회사도 스토어가 많은 베이징을 방문해 피처드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로드컴플릿은 아직까지 개발사로서의 색깔이 짙다. 수익이 많아지면 퍼블리셔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여 외부 개발에 투자가 많아지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로드컴플릿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 일단, 우리는 큰 게임은 퍼블리싱 하지 않을 예정이다. 만약 퍼블리셔로 일을 한다 하더라도 작은 게임 위주로 할 것 같다. 가지고 있는 풀 이상으로 하는 것은 우리와 개발자가 서로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 그 이상으로 하진 않을 것 생각이다.

내부적으로 '마카롱 스튜디오'라고, 작은 게임을 지금 잘 만들어 왔고 사업을 잘했던 스튜디오가 있기에 그쪽에서 작은 게임들을 퍼블리싱 하는 것은 어느 정도 고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큰 타이틀들은 내부적으로 우리 취향에 맞게 열심히 만들 것 같다.


Q. 보편성을 높이려 하다 보면 개발자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지 않나?

- 맞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성을 높이는 과정을 처음부터 시도하긴 힘들다. 처음에는 분명히 개성 있는 타이틀로 승부해야 하겠지만, 서비스를 하다 보면 이게 맞는가에 대해 고민할 것이고 그때부터 보편성을 추구하기 시작할 것 같다.

그때 고려해야 할 것은 기존 유저들이 떠날만한 움직임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타협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타협을 하게 된다면 고유의 작품성은 물론, 기존 유저도 떠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 같다.


Q. 크루세이더퀘스트를 재밌게 하는 유저이자 인디게임을 개발 중인 학생이다. 정말 화려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음에도 순위가 떨어진 이유가 한국에서는 콜라보 캐릭을 얻기 위해서 과금을 해야 했다.(는 이유인 것 같다.) 중국 시장에도 이렇게 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 우리는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원서버다. 중국 안드로이드만 서버가 따로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뽑기 정책 등은 모두 똑같이 가고 있다. (중국 시장이라고 해서) 다르게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