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비롯해 우리는 많은 것들을 비교할 때 '궁합'을 따지곤 한다. 무엇과 무엇은 같이 먹어야 맛있고, 무엇과 무엇은 같이 해야만 가장 재미있다는 식으로. 게임에도 그런 궁합이 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사례는 장르와 플랫폼의 궁합들이다.

플랫포머 게임들은 왠지 꼭 고전 게임기에서 조이패드로 해야만 할 것 같고, 어드벤처는 PC에서 구동하며 마우스를 쓴 포인트-앤-클릭 방식이 여전히 좋아보인다. 레이싱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기의 완벽한 휠과 페달을 활용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런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은' 궁합은 여럿 있고, 실제로도 꽤 들어맞는다.

하지만 언제나 게임계에서는 새로운 궁합을 찾아내는 개발자들이 있다. 그런 이들이 있었기에 '헤일로' 같은 조이패드에 최적화된 명작 FPS가 나올 수 있었고, 또 터치 인터페이스에서의 다양한 퍼즐 게임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넷마블 N2에서 개발하고 있는 '파이널샷' 역시 이런 새로운 궁합을 찾고자 하는 게임 중 하나다. 지난 2일부터 약 일주일 간의 사전 테스트를 마친 '파이널샷'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멀티플레이어 PVP를 표방하는 FPS 게임이다.

모바일 플랫폼과 온라인 FPS의 조화는 지금까지 아예 없었던 시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생소하고 신선한 것이기도 하다. 과연 그들은 왜 '파이널샷'을 모바일 디바이스로 만들었고, 또 어떤 게임을 목표로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 호기심을 품고 구로의 넷마블 본사로 찾아갔다. 오래전 '서든어택'으로 시작해 '파이널샷'으로 돌아온 하천구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 넷마블 N2 하천구 PD


하천구 PD 약력
  • '무혼' 개발 PD
  • '오투잼 온라인' 개발 PD
  • '서든어택' TFT 총괄팀장
  • '파이널 샷' 개발 PD




  •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파이널샷'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하천구 : 넷마블 N2 파이널샷 개발실의 실장 겸 PD를 맡고 있고, 과거에는 '서든 어택'을 비롯한 게임들의 개발에 참여해왔다. '파이널샷'은 약 4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어서 1년 정도 개발한 모바일 FPS로, 멀티플레이어 PVP 초점을 맞춘 모바일 온라인 FPS를 지향하고 있다.




    Q. 사실 처음에는 모바일 기기의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FPS의 조작을 구현하는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어려웠던 부분과, 이를 극복한 방법은?

    하천구 : 처음 '파이널샷'의 개발을 총괄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런 생각이었다. "이게 돼?" 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면서 개발을 시작했었다. 사실 조작이라는게, FPS는 특히나 세밀한 마이크로 컨트롤을 할 수 있어야 하면서도 빠른 반응이 가능해야 했다. 하지만 이건 모바일 디바이스에선 거의 불가능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보완할까를 많이 고민했다. 기본적으로는 움직임을 최대한 부드럽게 하고, 유저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조작 한계가 분명 있긴 있다. 그런 장치로도 유저가 플레이를 하는데 지장이 없게끔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오토 타겟을 위시한 새로운 기능이 많이 들어가 있다. 기존의 PC 플랫폼 FPS는 4개의 이동키 조합으로 8방향 이동을 지원하지만, '파이널샷'은 360도 이동이 가능하다.

    또 가장 독특한 것으로 '복수' 라는 버튼이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공격하면 바로 그 대상을 타겟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다. 평소에는 활성화되지 않다가, 피격 당하면 바로 눌러서 뒤돌아 볼 수 있다. 조작이 불편해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Q. FPS 나 TPS 같은 슈팅 장르는 대표적인 온라인 주류 장르였다. 그런데도 모바일 플랫폼에서 FPS를 만들게 된 것은 어떤 이유인가?

    하천구 : 슈팅 게임은 사실 PC나 콘솔 게임기가 주력 디바이스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우리가 시도를 하게 된 것 같다.

    FPS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이지만, 다른 장르의 게임들보다 요구되는 것들과 마음가짐이 특히 좀 까다롭다. 굉장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고, 전용의 마우스나 키보드를 사용하고, 아예 자신만의 세팅을 갖춰서 게임을 하는 이들도 굉장히 많이 있다. 그만큼 다른 장르에 비해 본격적으로 하는데 좀 준비할 게 많다. 이건 새로 플레이하려는 이들에게 꽤 진입장벽이 되곤 한다.

    모바일 플랫폼의 절대 장점은 역시 휴대성과 접근성이다. 모바일과 FPS를 접목하면 그런 진입장벽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좀더 쉽게 플레이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파이널샷'이다.




    Q. 네트워크적인 제약이 있는 모바일 환경에서 실시간 동기식 PVP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PVP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하천구: 맞다. 사실 멀티플레이어 FPS니, 처음에는 당연히 P2P 방식의 멀티플레이를 계획했다. 문제는,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은 기본적으로 레이턴시 뿐만 아니라 연결이 자주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현상도 빈번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PVP 중에 호스트와 게스트가 모두 증발해버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결국 서버 사이드를 활용한 동기화 방식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한국의 네트워크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우리나라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글로벌 런칭을 계획하는 만큼, 일본, 동남아 등의 지역만 가도 연결 지연 문제나 안정성 문제가 확 드러난다. 그래서 그쪽의 최적화 작업에 계속해서 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Q. FPS는 시기를 막론하고 대표적인 '하던 사람만 하는' 장르 중 하나다. 그런 닫힌 장르를 보다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하천구 : 맞는 말이다. 멀티플레이 FPS 라는 장르 자체가 좀 특수한 면이 있다. 하던 사람만 하고, 새롭게 하려니 막막한 그런 부류다. 그래서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춰서 시작하고자 했다. 오히려 모바일 기기는 PC, 콘솔 게임기 같은 기기보다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할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런 진입 장벽 자체만 해소하면 될 것이라 봤다.

    FPS 에서 진입 장벽들은 총기의 반동 조절이나 순간적인 반응 등 조작 난이도 부분이 많이 차지한다. 그런데 사실 모바일에서는 그런걸 다 원하는대로 조작하기가 힘들다. 과연 모바일 조작체계에서 총기의 사실적인 반동을 일일이 제어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은 사실성을 떠나서 오히려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조작을 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때문에 그런 마이크로 컨트롤을 요구하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그래서 오히려 게임이 너무 쉽지 않냐는 피드백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유저들이 한 번 씩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모바일에도 이런 종류의 재미가 있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사실 이번 사전 테스트에서 가장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런거였다. FPS 자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얼마나 쉽게 게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말이다. 다행히도 사전 테스트에서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비슷한 느낌으로 과거 '몬스터 길들이기'를 출시할 때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모바일에서 과연 RPG가 성공할 수 있냐, 하지만 결국 RPG는 지금 모바일 시장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런 식으로 모바일에 맞는 FPS의 색깔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RPG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모바일 RPG들은 정형화된 업데이트 패턴이 있다. 반면에 '파이널샷'은 앞으로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업데이트하게 될지 궁금하다.

    하천구 : 여느 PC 멀티플레이 FPS들처럼, 새로운 맵과 총기, 신규 모드들 등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미 온라인 FPS를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방식이다. 크게 보고 있는 부분은 글로벌 런칭을 준비하는 만큼, 전세계가 같이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전세계 배경의 콘텐츠 들이다. 한중일 3국 대항전 같은 콘텐츠가 도입될 수도 있고, 그동안의 모바일 FPS 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정통 FPS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되, 모바일 FPS에서 즐기는 PVP의 재미에 집중할 것이다.




    Q. 온라인 FPS는 '클랜' 위주의 커뮤니티가 필수적이랄 만큼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이와 관련된 커뮤니티 콘텐츠는 어떤게 준비되고 있나?

    하천구 : 일단 보통의 온라인 FPS가 가지고 있는 클랜 시스템은 거의 다 탑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가지 더 한 것은, 단순히 클랜원들끼리 모여서 우리 게임하자, 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목표로 하고 같이 뭉치도록 새로운 목표를 꾸준히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클랜전을 기본으로 상시 시즌제를 도입, 리그를 진행한다. 클랜 포인트를 획득하고 이로 순위를 매기고,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상시로 벌어지는 시즌 랭킹과 오프라인 대회를 병행할 계획이다.

    오히려 이부분에서는 모바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더 많다고 본다. 클랜으로서 목적성 있는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 측면에서의 보조가 확실히 투입될 것이다. 다양한 클랜의 보다 재미있고 활성화된 경쟁, 그것이 모토다.


    Q. 태블릿 컴퓨터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 대응할 계획이 있는지?

    하천구 : 현재 나와있는 안드로이드, iOS를 지원하는 모든 기기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애초에 글로벌 버전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그렇게 목표를 잡고 만들어 왔다. 사실 전세계 시장에서 평균적인 디바이스 성능은 천차만별이기에, 저사양 기기에서도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를 품고 있었다.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에서는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Q. 사전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과 현재 버전에 대한 피드백, 수정 방향은 어떻게 잡혀나가고 있는지?

    하천구 : 사실 처음에는 이 게임의 타겟층을 10대, 20대로 뒀다. 그런데 테스트 도중에 50대의 아저씨가 플레이하는데 한판에 60킬을 넘게 기록하기도 하고, 예상보다 더 커버할 수 있는 유저 범위가 넓다.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게임을 권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이걸 어떻게 하냐?" 지만, 몇판 하고나면 금새 재미있다고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사전 테스트 동안 들어온 피드백, 밸런스 문제도 고쳐나가야 하고, 온라인 FPS라는 장르는 결국 계속 유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고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가 발전시켜야하는 부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유저 중심의 모바일 FPS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니 만큼, 더욱 노력할 것이다. 아직 정식 서비스 일자를 확실히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대하는 유저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하천구 : 오래 전부터 직접 FPS를 즐겨왔던 게이머이자 FPS 게임 개발자로서, 유저분들과 못다한 약속들을 모두 다 지키고 싶은 마음인데, 사실 개인적으로도 FPS를 통해서 게임 분야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새롭게 알아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도 많은 변화와 발전의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FPS를 만드는 입장으로 돌아왔는데, 우리의 기본 자세는, FPS 유저 중 한 명으로서 모두가 다 같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유저분들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말하고 목소리를 내어주시면, 그를 통해 소통하고 변화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런 기본적인 형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부디 많은 분들이 플레이해주시고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