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유명 프랜차이즈,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다룬 영화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의 개봉이 다음주로 다가왔습니다.

그 개봉을 앞두고 오늘(4일) 여의도 IFC 몰에서는 '워크래프트' 개봉을 기념하는 '전사의 탄생' 이벤트가 진행되었는데요. 본 행사에는 프로 코스프레 팀 스파이럴캣츠의 코스튬플레이 및 워크래프트 팬으로 유명한 최현석 쉐프가 참석, 자리를 빛냈습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최현석 쉐프와 기자단이 마주 앉아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터뷰 자리가 마련되었는데요. 한국에서 가장 섹시한 요리사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 최현석 쉐프가 가진 범상치 않은 게임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친근하고 재미있었던 그 대화, 지금 들려드리겠습니다.

▲ 엘본 더 테이블 최현석 쉐프




Q. 워크래프트 게이머로서 경력을 소개해보신다면?

A. 전 사실 와우력은 그리 강하지 않아요. 전 와우보다는 초창기 워크래프트, 워크래프트3에 굉장히 많이 투자했고, 정말 미친듯이 몰두해서 플레이했었죠. 그래서 결혼 생활에 위기가 온적도 있고요(웃음).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앵그리버드나 다른 핸드폰 게임으로도 그런 위기가 종종 찾아왔었어요.

WOW의 경우는 그런 워크래프트가 RPG로 나온다고 하니 초창기 오픈베타 때 했었고, 혼자서 야성 드루이드를 키우다가 58레벨 정도에서 그만 뒀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도 왠지 손대면 위험해질 것 같아서, 함부로 게임을 하질 못했어요. 평소에 아무래도 바쁘게 살다보니까 말이죠.

게임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뻔한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와이프가 게임 하는 걸 너무 싫어해서, 언젠가는 출근한다고 해놓고 하루종일 게임하다가 들어가면, 너무 일 열심히 하는거 아니냐 하기도 하고. 그래서 미안하고 죄책감도 받고 그랬죠. 가끔 꿈에서도 게임이 나와요. 전에는 꿈에서 제가 드루이드가 되어서 이태원 길을 뛰어다니는 꿈도 꿨었어요. 스타크래프트 할 때는 다크 템플러가 되는 꿈도 꾸고요.

WOW 새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시네마틱이 공개되고 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끓어오르지만 함부로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잠깐 할 때도 말퓨리온 때문에 드루이드만 팠고, 개인적으로 일리단이 너무 멋있어서, 일리단의 엄청난 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와우 인벤도 자주 다녔어요.


Q. 쉐프들 중에서도 유명한 키덜트인데, 워크래프트 관련 상품들도 모으곤 하는지요?

A, 제가 로보트, 초합금 쪽으로 파다 보니까, 이 세계가 참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더군요. 하나를 파기 시작하니 다른 것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워크래프트에는 차마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캐릭터 상품을 보면 탐이 나긴 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리단이나 그런 캐릭터가 멋지게 나오면 손을 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와이프가 이런 취미에 공들이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웃음).




Q. 워크래프트 안에 요리가 굉장히 많은데, 그런데서 영감 받으신건 없는지?

A. 제가 WOW를 하는 동안에는 요리를 올린 적이 없어서 잘은 몰라요. 그런데 최근에 WOW 관련 요리책이 나왔더군요. 그걸 읽고 나면 거기서 많은 영감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기회가 되면 언젠가 WOW 유저를 위한 코스 요리를 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WOW나 게임 이야기를 주변과 잘 공유하는 편인지요?

A. 주변 사람들이 자기들이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티를 잘 내는 편은 아닌데, 쉐프 중에서는 키덜트 쪽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전도, 전파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아요. 그나마 제 지인들은 조금 하는 편이죠. 아참, 예외적으로 백종원 대표님 같은 경우는 저보다 레벨이 훨씬 높으시고, 워낙 WOW을 열정적으로 하신 걸로 유명하시죠.


▲ 최현석 쉐프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일리단 스톰레이지


Q. 팬으로서 워크래프트 영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A. 앞서 말씀드렸다 시피 제가 좋아하는게 일리단 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막 열광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배경이 1차 대전쟁이고, 그럼 일리단이 나오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되는거야... 싶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행사에서 이 영화가 잘 되고 시리즈가 이어져서 일리단이 나올 때까지는 봐야하지 않겠냐고 말을 했는데 진심이었어요.

보통 이런 기존 시리즈들은 오래 거듭하다 보면 이야기가 변해서 팬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워크래프트는 프로즌 쓰론까지 훌륭한 이야기가 이어지니, 길게길게 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꼭 영화에서 일리단 스톰레이지를 볼 겁니다. 이번 영화도 보려고 예매 전쟁을 뚫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요. 예매만 성공한다면 왕십리 아이맥스 최고의 로얄 자리에서 최상의 환경에서 보고 싶습니다.

나이트엘프들, 말퓨리온이나 티란데 이런 캐릭터를 정말 좋아해요. 팬아트를 많이 모으기도 하고, 제가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는데 직접 일리단을 그려보기도 하고요. 예전에 주방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랑 서로 데몬헌터니, 돼지오크니 하면서 서로 놀린 적도 있는데 감회가 새롭군요.


Q. 일리단을 그렇게 좋아하시는데, 이번 확장팩 '군단'은 해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A. 아시다시피 제가 초합금 로보트 수집을 하고 있는데, 여유가 날 때나 조립을 하고 취미를 즐길 수가 있어요. 일에 치이는 경우가 많죠. 지금도 그런데 만약 확장팩이 나온다면... 많이 고민할 것 같습니다. 보니까 메타몰포시스도 되고, 악마사냥꾼을 완벽히 재현한 느낌이에요. 예전에 플레이 하던 캐릭터들이 이제는 마치 옛 여자친구 같이 아련한 느낌인데, 확장팩에서 다시 플레이 한다면 또 감회가 새롭겠네요.




Q. 뭔가 하나에 빠지면 깊게 좋아하시는 편인데, 워크래프트의 일리단 외에 다른 히어로물 등에서 좋아하는 캐릭터가 또 있으신가요?

A. 마블 쪽 히어로 중에서는 아이언맨을 좋아해요. 그런데 이게 수집가로서 쉽게 건드리면 안되는데, 아이언맨 수집도 살짝 건드려 버려서요. 헐크버스터 중에서도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걸 찾아 매일 경매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엑스맨에서는 역시 울버린이 좋아요. 전반적으로 파이터 기질에, 저랑 성향이 비슷한 캐릭터들인 것 같아요. 주로 혼자 다니는 마이웨이 친구들이죠. 특히나 일리단 같은 스타일이 너무 좋습니다. 메타몽 변신, 멋있잖아요?


▲ 게이머 최현석을 알린 유명한 장면(자료제공 : KBS)


Q. 사회적으로 게임 인식이 너무 안좋은데, 공인으로서 게임을 한다는걸 밝히는걸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최현석 쉐프는 당당히 밝힌 사람 중 한명인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A. 일단 전 게임을 진짜로 좋아해요. 좀 심하게 빠진 적이 많으니까요. 흔히 덕내난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게 심한 분들이 좀 있죠. 저의 경우에는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수건으로 눈을 가리는데, 어? 이거 일리단이잖아? 하고 내뱉은 한마디가 딱 들킨거죠. 지금의 워크래프트는 뭐 거의 종교 잖아요? 모두가 즐기고 하나되어 공유하는 그런 취미생활이죠.

제 버킷 리스트에 매년 들어가는게, 완벽한 몸을 만들어서 화보를 찍는게 꿈인데, 일리단 스톰레이지는 옷이 바지 밖에 없어요. 기회만 된다면 일리단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사진을 찍어보고 싶네요. 아지노스 전투검을 양손에 들고요. 아지노스 전투검이 워크래프트에 나오는 무기중에 최고로 멋진 무기거든요.

이번에 WOW 계정 1년을 주신다고 했는데, 플레이 하게 될 것 같네요. 와우 인벤에서 이것저것 보고 있어요.




Q. 수많은 키덜트들과 유부남 게이머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사고 계실텐데, 그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일단 와이프에게 고마운게 있어요. 제가 새 로보트를 사면 집에 와서 현관에 두고 먼저 집안을 살펴보거든요. 그래서 와이프가 자고 있으면 몰래 가지고 들어가고 그랬는데, 사실 와이프가 다 알더라고요. 다음날 아침에 바로 또 로보트질이지? 라고 해서 혼날 줄 알았는데, 그러더군요. 당당하게 가지고 들어오라고. 일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사회생활 힘든데, 좋아하는게 그거 하난데 그거도 당당하게 못하면 어떡하냐면서요. 그렇게 배려를 해주더군요.

이런 것들, 취미 생활로 리프레시를 하는게 자신에게도 일에도 많이 도움이 돼요. 로보트를 살 때 알람을 맞춰놓고 경매를 하는데, 전세계의 사람들과 경쟁을 벌여서 수집품을 따내는 그 희열이 있죠.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자기만의 취미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이 게임을 하는걸 안좋게 보는게 저는 정말 이해가 안가요. 이것도 즐겁게 자신을 리프레시 하고 에너지를 채우는 일이니까요.

물론 이게 너무 심각하게 일상에 지장이 있을 만큼이면 안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멋지게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거에요. 세상에는 여러가지 취미가 있죠. 뮤지컬, 연극, 음악 등등, 많아요. 그런 것들과 같은 종류의 취미이고, 또다른 예술 분야입니다. 왜 게임만 유독 안좋게 보이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데에 열정적으로, 순수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이고, 그만큼 재미있게 사는거라고 생각해요. 편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