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리프트가 런칭한 이후, HTC의 바이브도 런칭되며 조금씩 VR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E3에서 소니가 'PS VR'의 런칭 날짜와 타이틀을 공개하면서, 당분간 게임업계에서 VR은 여전히 뜨거운 이슈로 남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에서도 이런 VR 시장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바른손이앤에이 역시 마찬가지. 바른손이앤에이가 투자하여 설립한 EVR은 한 때 엄청난 화제가 됐다. 실제 인간과 너무나 비슷한 고퀄리티의 렌더링. 언리얼엔진으로 만든 그들의 캐릭터는 많은 이들이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마침 이번 E3 현장에서 바른손이앤에이의 윤용기 대표와 EVR의 박재욱 테크니컬 아트디렉터가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이 닿아 간단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 조금 갑작스럽게 방문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운을 뗀 윤 대표와 박 디렉터는 EVR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M'의 데모를 보여주고 기획 의도와 지향점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박재욱 아트 디렉터는 그동안 많은 게임, 영화에 참여해왔다. '캐리비안의 해적' 등 다양한 대작 영화에서 CG를 담당하기도 했고,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에도 그의 손길이 깃들어 있다.

바른손이앤에이의 윤용기 대표(좌), EVR 스튜디오의 박재욱 아트디렉터(우)

간단히 EVR의 회사 설립 배경을 설명한 윤 대표는, EVR에서 원하는 방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에 EVR을 설립한 배경도 VR 분야에서 선도적인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그래서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최고의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전사차원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간단히 EVR에서 제작 중인 연애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M'의 데모를 시연해볼 수 있었다. 이미 어느 정도 화제가 됐을지 모르겠지만, 사양이 다소 떨어지는 노트북으로 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인간과 정말 비슷한 그래픽을 볼 수 있었다.


EVR스튜디오의 '프로젝트M' 티저. 그래픽이 대단하다.

EVR은 현재 세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VR 게임과 VR 솔루션, 그리고 VR LAB이다. 먼저 VR LAB은 VR로 시청할 수 있는 '무비'에 대한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일 먼저 '문화재'를 VR로 보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그리고 'VR'게임은 현재 회사의 총력을 다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바른손이앤에이와 FX Gear가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는 상태다.

박 디렉터는 "EVR은 현재 조직도 일반 회사와는 다르다. 게임 개발팀도 있고 비주얼 팩트라던가 프리 렌더링을 담당하는 팀도 따로 있지만,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테크놀로지팀은 FX Gear 쪽의 멤버들로 구성된 팀이다. 그리고 '작가'팀도 있는데, 네이버에서 유명한 여류 작가를 섭외하여 1년 전부터 게임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있다. 덤으로, 게임 자체가 현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패션 코디네이터도 있어서 캐릭터에 어울리는 의상 디자인고 소품까지 세세하게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VR이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M'은 강력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며, AI가 들어간 일종의 연애 시뮬레이션이다. 다만, 연애보다는 약 40여 명에 달하는 캐릭터들과의 대화와 사건을 겪으며 교감하고, 그 과정에서 연애도 할 수 있는 형태다. 그리고 AI가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아닌 각 캐릭터도 서로 대화를 하면서 하나의 사회를 이루며, 이 '사회'를 체험하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그들은 '프로젝트M'을 강력한 스토리텔링과 AI를 기반으로 하는 '감성 교감형 콘텐츠'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심즈'와 비슷한 장르라고 할 수 있지만 강렬하면서 깊이 있는 스토리로 '교감'을 즐기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여기서 윤 대표는 VR 솔루션 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애초에 '프로젝트M'은 상당히 높은 사양이 요구되는 게임이지만, 모바일 시장도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VR 솔루션 팀'이 연구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바로 스마트폰의 자이로 센서를 이용해 PC에서 모바일로 콘텐츠를 스트리밍 하여 HMD가 없는 플레이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기술은 1/60초, 즉 1프레임 동안 자이로 센서의 신호를 PC로 전송하고 PC에서 분석해서 다시 스마트폰에서 재생할 수 있는 빠른 속도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게 되면 사용자들이 바로 어색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면 스마트폰으로도 체험을 해보고 더 높은 교감을 원하는 유저들이 발생할 것이고, 이를 통해 VR의 보급률도 높아져 선 순환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VR 솔루션이 필요하고, 거기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필요하다고 윤 대표는 덧붙였다.

▲ 프로젝트M 스크린샷. 정말 현실과 비슷하다.

'프로젝트M'은 페이스 캡처를 통해 배우를 섭외하고 렌더링까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극 사실주의적으로 표현된 캐릭터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바로 '언케니밸리(uncanny valley)' 현상이다. 쉽게 말해 인간을 따라한 존재가 비슷하긴 하지만 뭔가 어색한 부분이 있을 때, 해당 존재에 대한 혐오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 초창기 3D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진 표현이라던가, 좀비에 대해 어째서 공포를 느끼는지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는 개념이다. 어설프게 많이 닮는 수준을 지나쳐 실제 인간과 구별이 안갈 정도로 완벽하게 닮으면 이런 혐오는 다시 사라진다. 그래서 이 '닮음'의 수준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초창기에는 리얼리티가 아니라 약간은 카투니한 렌더링 형태로 갈까도 고민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정면 승부를 택했고, 모델링과 표정 구현, 피부 질감까지 할리우드 영화나 게임에서 해 온 기법들을 연구하여 현실과 구분이 안 갈정도의 모델링으로 언케니밸리를 극복하려 한다고 한다.

윤 대표는 이런 고퀄리티의 그래픽이 '주력'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디까지나 그래픽은 부가적인 요소고, 게임의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HMD가 없이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동작이 많이 제한된다. 그래서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분을 풀기 위해 기획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쓰고, 스토리 역시 탄탄하게 쌓아가려는 것이라고. 그리고 고퀄리티의 비주얼은 이런 '프로젝트M'의 재미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라고 전했고, 이후 회사의 비전과 준비 중인 MMORPG '아스텔리아' 등 차기 게임을 간단히 소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