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벤에서 필진으로 활동 중인 saturns 님의 SD건담 캡슐파이터 업데이트 리뷰입니다.

3월 27일 자로 SD건담 캡슐파이터 (이하 건캡파) 가 다시 한번 업데이트가 되었다. 최근 들어서 건캡파는 업데이트도 자주 되고 본격적으로 아이템과 기획들이 현실화 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최초 컨셉과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점에서는 무언가 씁쓸한 맛이 느껴진다. 그래서 역대 건캡파의 업데이트와 최근의 업데이트를 비교해 보고 한번 과연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제대로 되어있는지를 한번 따져보고자 한다.


☞ 관련 기사: 희미해져가는 명가의 부활을 바라며, 캡파 리뷰 (2008. 02. 04)




[ 패치 당일날 등장한 퍼펙트 지온그, 더블제타 같은 고급기체도 한방에 몇대씩 돌아다닌다 ]



참고로, 3월달에 집계된 건캡파 PC방 인기순위는 49위다. 아크로드 바로 다음, 거상 바로 위다.


인기 아이템, 인기 애니메이션은 단지 '애니메이션'으로 끝나지 않고, 관련 상품의 폭풍을 몰고 온다. 일명 '건프라'라고 불리우는 일련의 프라모델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인기다. 심지어 건담을 제대로 안보거나 모르는 사람들 조차 한두번은 조립해볼 만큼 인지도가 높다.


그 뿐인가?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와 PS를 기반으로 나온 무수한 건담 게임들로 인지도가 매우 높다. 건담의 인지도는 건담 자체를 넘어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도 언급이 된다. 개구리 중사 캐로로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는 대놓고 건프라 매니아임을 밝히고 건담을 패러디한 영상이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심지어 현실세계의 초등학교 학생들한테 건담 얼굴을 딱 들이대면 누구라도 '어 건담이다!'라고 알아챌 만큼 익숙한것이다.


건담이라는 아이템을 갖고도 이렇게 낮은 순위에 랭크되는 이유는 건담 매니아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건담이 좋다고 해서 건캡파라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공식이 성립할 순 없다. 게임은 게임 그 자체로서의 생명력이 있어야 하니까.




[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건프라 라인업은 SEED 같은 최근 작품보다는 우주세기 시리즈가 더 인기도 쎄고 역사도 설정도 오래되었으며 라인업도 훨씬 충실하다. 우주세기 팬들이 더 많은 이유중 하나다. ]



※ 필자 주: 참고로 필자는 건캡파의 서비스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 '프라모델 SD건담을 사거나 뽑기 식으로 뽑으면 그 안에 코드가 들어있고, 코드를 입력하면 게임속에서도 그 해당 기체를 사용할수 있을까?' 라고 기대했던 적이 있다. 물론 그런 기획은 아예 없었던 것 같아 보이고 실현에도 여러 난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필자처럼 당연히 건캡파는 건담 관련상품으로서 연계를 지닐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 더블제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 ]



현재의 건캡파는 '캐쥬얼게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오히려 정작 건담 상품으로서의 관련성은 적은 편이다. 일단 27일 업데이트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인 '쉴드 시스템'을 살펴보자.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연방 대 지온'시리즈를 해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실드 시스템을 기억할것이다. 연방대 지온의 쉴드는 따로 방어버튼이나 동작같은것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처음 플레이하면 당연히 격투 게임의 '방어'에 해당하는 동작이 있을것이라 기대했는데, 사실은 '그래픽상으로 쉴드가 있는 부분에 적 공격이 떨어져야 방어가능'이었다.


즉, 쉴드로 적극적인 방어를 한다는 개념은 애초에 없었고 오로지 적의 공격이 그래픽상으로 쉴드가 있는 자리에 맞기만 바래야만 하는 것이었다. 기체 방향을 약간 틀거나 할수도 있겠지만, 원래 디자인 상에 쉴드가 애매하게 붙이있는 기체들의 경우 난감해진다. 자쿠같은 경우는 아예 쉴드로 방어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 이걸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



하필이면 건캡파의 업데이트로 다른 건담 게임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온것이다. 애니메이션 상의 디자인이 원래 그렇게 되어있는 기체들은 꽤 당황스럽다.


게다가 조작성의 문제도 걸쳐 있다. 연방 대 지온에서도 쉴드가 있는 쪽은 자동으로 방어가 되지만, 약간 오른쪽을 더 덮는다던지 정면을 전부 덮는다던지 혹은 등에 걸어서 후방을 방어한다든지 하면 요긴할것 같은 상황은 많은데, 그런 것이 일절 불가능하다. 겔구그 같이 처음부터 쉴드가 등에 걸린 상태로 시작하는 기체는 끝날때까지 등부분만 방어가 되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할 것이다.


물론 프로그래머, 모델링 담당자 입장에서야 쉴드 시스템을 적용시키면서 방어 동작을 일일이 넣자면 각 유닛의 3D 모델링을 고쳐야 하는것은 물론 모션까지 일일이 새로 넣어서 수정해야 하는 수고가 있겠지만, 플레이어보고 그런 입장을 일일이 고려하고 이해해주면서 플레이하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 대부분의 기체는 쉴드가 측면에 달려있다. G3는 이대로는 후방만 방어가 가능할 뿐 ]



방어를 하려면 공격은 아예 포기하고 방향을 확 틀어 쉴드를 상대편쪽으로 갖다 대야한다. 전투중에 의식적으로 방어는 힘들다는 이야기로, 사실상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G3 같은 경우에나 후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크리티컬을 몇회정도 막을수 있겠지만, 전면 측면은 텅텅 비었다. 연방 대 지온에서의 겔구그와 비슷한 결론이다.


두번째 살펴볼 업데이트는 실탄형 병기의 잔탄제 이다. 현재까지는 빔과 마찬가지로 쏘고나면 게이지가 그만큼 줄어들고 곧 자동으로 충전이 되는대, 이것을 FPS게임의 잔탄시스템과 비슷하게 바꾼다는 것이다. 탄창에 30발의 탄이 들어있고, 탕탕탕... 하고 계속 쏴서 1발만 남았다면 마저 쏘고 탄창을 갈때까지는 충전이 안된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것도 FPS게임 흉내를 낼것이 아니라, 건캡파의 시스템과 어울리는 가를 한번 생각해 봐야한다. FPS게임에서는 탄창 개념이 있다. 대부분 25발쯤 쏘고 5발이 남아있다면, R키(보통 Reload의 줄임말로 R키를 재장전키로 많이들 설정한다)등을 눌러 바로 30발짜리 탄창으로 교체가 가능하다. 그러면 만에 하나 적과 마주쳤을때 5발을 쏘고나서 탄창을 재장전하다 죽는 사태는 피할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업데이트 사항에서는 탄창을 따로 넣을 수고까지 할 계획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실전에선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1발 남은 머신건을 적에게 쏘고 재장전 하는 사이 적은 빔라이플을 계속 쏴대는 것이다. R키 하나 없는 머신건 기체들은 탄 계산을 잘못하거나 자칫하다가는 그야말로 패배를 당하게 된다.


이건 쉽게 말해서 실탄형 병기에 대한 너프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업데이트를 한적이 있다. 실탄병기 연사속도 대폭하락, 재장전 시간 상승, 대신 한발당 데미지만 소폭 올려주는 것이 주요 골자였는데. 막상 적용시키니깐 실탄형 기체들이 너무 약해진데다 타격감이 떨어지는 느린박자의 연사 때문에 김이 빠지는 것이었다.





[ 제일 불쌍한건 시구였다. 무기도 실탄밖에 없는데 ... ]



그런데, 생각해보면 소프트맥스의 '특정기체 너프'는 이미 여러번의 전례가 있다. 묵제타를 예로 들면, 묵제타는 A랭 기체인 제타건담에서 다시 한번 랭크 올리고 설계도 사고 재료 기체를 얻어며 업그레이드 해야 나오는 최강기체였다. 묵제타 한대 얻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은 지금도 다른기체의 두배 이상이다.


그러면 그만큼 강한 성능을 지니는 것이 당연한데, 그런 제타의 부스터시간 다운, 순발력 다운, 빔샤벨 연사속도 다운, 3번무기 유탄 위력 다운 등등등 능력치를 계속해서 하향시킨 것이다. 그러나 제타는 워낙 강력했던 탓에 이렇게 칼을 맞고도 아직도 간간히 보이긴 한다.


하지만 오픈 베타 당시 가히 공포의 존재였던 퍼스트 건담은? 퍼스트는 빠른 속도와 적당한 빔 라이플 위력과 매우빠르고 밸런스 잡힌 근접전투력을 가진 기체였고, 초창기에는 근접전에서 마주치면 그야말로 괴물같이 강력했다.


그러나 B랭천하 이던 시절 이야기고, 다른 기체가 거듭 풀리면서 그보다 더 강력한 기체는 많이 나왔다. 특히 레드 프레임이나 제타건담이 나오면서 퍼스트의 위력은 빛이 많이 바랬는데, 그런대 어째서 인지 뒤늦게 퍼스트 건담의 강점인 칼질 연사속도와 체력을 대폭 하락시켜 버린것이었다.


건담을 일찍 접했던 사람들이면 누구라도 퍼스트 건담의 활약을 떠올리며 게임을 하게 되어있지만, 레드프레임의 연타에 한번 걸리면 아무것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 제타의 속도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그 퍼스트를 그나마 기본적으로 가진 성능마저 떨어트려 버렸다. 또한 그 뒤로도 샤이닝건담과 이프리트의 존재로 퍼스트를 쓰는 사람은 설자리가 없어져 버렸다. 결국 이런 패치들은 밸런스가 계속해서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작년에 벌어진 상성별 밸런스 패치를 다시 생각해 보자. 그 직후 돌아다닌 동영상 중 유명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A랭 빠 기체인 풀아머 건담이 C랭 찌기체인 아스트레이와 마주보고 오로지 빔 라이플만 서로 연사하자 풀아머 건담이 먼저 박살나는 동영상 이었다.


묵찌빠 시스템의 적용이 너무 과해서 그만 랭크간의 차이를 뛰어 넘어버린 것이다. 당시 소프트맥스에서는 현명하게도 긴급히 재 패치를 했다. 하지만 상성패치의 근본 원인 자체는 묵기체가 빠기체고 찌기체고 닥돌로도 잘 잡자 타 기체의 원성에 따라 묵 기체에 대한 하향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유명했던 풀아머 건담과 아스트레이의 대결 영상이었다.


본격적으로 말하자면, 상성시스템과 현재 건캡파의 무기시스템은 잘못되어 있다. 이 상성 시스템으로 인해 밸런스를 맞추려면 큰 장애가 생긴다. 상성쪽으로 조금만 패치를 해도 전 유닛간의 대항구도가 무너지고 게임 전반적인 밸런스에 이상이 생긴다. 게다가 새로이 기체가 추가될때마다 비슷한 문제는 계속된다. 게다가 그 상성이란 것이 원작하고도 별 상관은 없다.


건캡파에 현재 등장하는 수십종의 기체들이 각각의 상성이 있는데, 그 상성이라고 정해진 것은 개발진들이 임의로 정한것이지, 원작 애니메이션 상의 활약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자면 애니메이션 상에서 캡파의 찌기체 특성에 가까운 블리츠는 묵기체로 근접전투를 하게 되어있다. 반면, 아마츠의 경우 원래 활약은 근접전투를 주로 하는 묵기체인데 게임상에선 찌기체다. 그런가 하면 똑같은 겔구그가 한대는 빠기체, 한대는 묵기체다. 제타 건담은? 메가 입자 런쳐를 장착한 버젼은 빠기체고 빔샤벨 장착버젼은 묵기체다.






사실 건캡파의 상성과 무기 시스템은 바로 SD건담 G제네레이션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다. 건담에 등장하는 모든 유닛들을 SD화 시켜 캐쥬얼한 게임으로 엮겠다는 발상은 사실 G제네레이션 시리즈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주세기 건담부터 헤이세이라 불리우는 신 시리즈 건담들까지 대거 참전시켜 원작을 좀 벗어나서 게임적 재미를 추구하기 시작한것이 G제네레이션 시리즈이다.


그런데 밸런스에 심각한 문제들이 내재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유닛 숫자는 많은데 결국 실제로 써보면 고만고만하다!'라는 것이다. 기체가 수백대 단위로 등장하다 보니, 그래픽은 조금 틀릴지 몰라도 빔 샤벨, 빔라이플, 헤드발칸, 바주카 혹은 유탄 정도의 4가지 무기로 고정화되어 있고, 방어력, 체력, 대미지도 나름 신경써서 죄다 달리 설정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이 비슷비슷했던 것이다.


게다가 기력치가 존재해서, 기력이 올라가 최고상태가 되면 특수능력이 각성해서 분신을 쓰거나 슈퍼모드가 공격이 크리티컬로 히트하거나 한다. 또한 그 상태에서 빔샤벨로 공격하면 크리티컬이 몇배씩 데미지가 나와 거의 2~3만 단위의 대미지를 기본으로 주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건캡파에서 SP시스템과 필살기 시스템 (이 필살기도 PS2버젼 G제네레이션들에 등장한다)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무기시스템은 4가지 밖에 없다. 그나마도 4번째는 필살기이고, 1번 근접무기, 2번 사격무기, 3번 사격무기 하나 더 이다.






실제 건담 시리즈와 건캡파간에 보이는 무기간의 불균형이나 엇박자를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무기 시스템이나 기체 설계가 지니는 여러 오류에서 비롯되는 문제점들도 일일이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 기체당 무기 숫자만 늘리면 좀 더 나은 해결책이 보일 수 있는 문제이다. 아니면 최소한 보관함에서 무기 교체만 가능하게 하면 기체의 설계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이번 업데이트로 더블 제타가 등장했는데, 묵기체에 하이퍼 빔샤벨, 빔라이플, 헤드발칸을 탑재해 놓았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다음 업데이트에서는 원래 머리에 달린 하이퍼 메가 입자포 장착형 기체가 나올 것이다. 혹은 메가 빔 런쳐 장착 버전이 나오던가. 상성은 빠나 찌로 바뀌겠지만. 건캡파에서는 한대 키우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이 G제네레이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설계하면 과거에서 보듯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한편으론 캡슐을 대폭 푼것은 확실히 좋은 선택이었다. 캡슐의 가격도 내려가고, A랭과 B랭이 뽑히는 확률도 대폭 올라가면서 플레이어들이 비교적 쉽게 자기들이 원하던 기체를 타게 된 것은 좋은 방향이었다. 실제로 해당 패치 발표때 접속자가 꽤 올라간 것을 실감할 것이다. 하지만 뒤이어 벌어진 후속조치에 또 문제가 있다. 바로 개발진들 스스로가 기획의도에서 레어기체는 조합식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깨버린 것이다. 블리츠 건담과 퍼펙트 건담이 바로 그런 예이다. 레어 기체의 값어치를 스스로 깨버린 것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쭉 살펴보면, 건캡파는 아직까지는 가야할 길을 뚜렷하게 확립했다기보다는 과거의 혼돈에서 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기체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하던 시기를 훌쩍 놓쳐버린 채, 지금에서야 여러 기체와 아이템들을 공개한다는 느낌이다. 다만, 아직도 건담을 좋아하고 건캡파에 매달려 있는 플레이어들의 의견에 좀 더 귀기울이고, 일관성있고 체계적인 업데이트가 앞으로는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 필자의 눈에 자꾸 거슬리는 이런 오타들은 언제쯤 고쳐질까 ? ... ]



인벤 객원 필진 - satu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