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처음 개최돼 전국의 인디 게임 개발자 및 게이머들의 소통의 장이 됐던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usan Indie Connect Festival, 이하 BIC)이 올해로 2회차를 맞이합니다. 특히, 올해의 BIC는 예년보다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돌아온다고 합니다.

전시 규모만 봐도 작년에 80개 출품작에서 올해는 100개로 늘렸으며, 장소도 부산의 명소인 영화의 전당으로 옮기면서 방문객 5천 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인디 게임의 부흥을 위해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게임쇼와 연계해 지스타, 타이완 게임쇼, PAX EAST, BIT 서밋 등에서도 BIC의 전시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올해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를 넘어, 개발자와 게이머의 벽을 허무는 전시의 장이 되고자 한다는 제2회 BIC. 단 2회 만에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는 BIC에 대해 행사의 전시 분과를 총괄하고 있는 이득우 대표와 심사위원장을 맡은 서울대 이정엽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좌측부터 이득우 대표, 이정엽 교수


■ 제2회 BIC 페스티벌 "인디의 벽을 허무는 전시의 장으로!"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올해로 2회차를 맞은 BIC의 목표에 대해서 소개 부탁합니다.

이득우 : 안녕하세요. BIC 전시 분과를 총괄하고 있는 인디 개발 파트너스의 이득우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2회 연속으로 BIC 총괄을 맡게 됐는데요. 중책을 맡게된 만큼 굉장히 영광스러우면서도 부담이 됩니다.

올해 2회차를 맞은 BIC의 목표는 인디 게임의 인식을 넓히는 데 있습니다. 작년에 BIC를 개최했을 당시에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로 기획했었는데요. 그런데 생각외로 많은 게이머, 시민분들이 호응해주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올해는 더욱 크게 개최할 수 있었던 만큼, 올해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를 넘어 일반인들도 즐기는 동시에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지 알릴 수 있는 전시의 장으로 BIC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합니다.

▲ 성공리에 개최된 1회 BIC 페스티벌

이정엽 : 서울대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연구교수인 이정엽입니다. 작년 BIC에서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이득우 대표님께서 이번에는 심사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셔서 올해는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득우 대표님이 한 얘기지만 올해 BIC는 좀 더 소비자를 중심으로 행사가 되려고 합니다. 제가 GDC나 PAX를 몇 번 가면서 느낀 게 그곳에서는 현지 게이머들이 와서 즐기는 분위기의 행사였다는 겁니다. 마치 지역 축제 같은 느낌이랄까요. 작년에 BIC를 처음 개최하면서 홍보도 많이 하고 나름 잘됐지마는 소비자, 그러니까 일반인들에게는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도 컸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런 부분을 더욱 보완하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다양한 부대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오시고 즐겨주시는 지역 진화적인 행사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개발자를 위한 부분 역시 전보다 더 강화했습니다. 국내외 인디 개발자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의 게임을 알리길 바라며, 이를 통해 많은 해외 개발자들과 커뮤니티를 쌓는 네트워크의 장이 됐으면 합니다.


▲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게이머에게 다가가는 행사가 되는 게 목표다


Q. 국내 인디 개발자 행사 중에서도 이렇게 큰 규모는 좀처럼 없죠. 그런 만큼 처음 BIC를 개최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이득우 : BIC의 전신이 된 행사로 2014년에 코엑스에서 개최했던 '오픈 플레이 데이'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BIC의 전신인 만큼, 많이 유사한 행사였는데요. 개발자들이 게임을 전시하면 게이머들이 와서 즐기는 행사였는데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400명 정도가 참여한 행사였는데 예상외로 너무 많이 오셔서 관리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당시 그 모습에 업계에서도 놀라워했고, 특히 부산에서 예의주시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해에 부산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열어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그때 내건 조건이 "E3 같은 홍보성이 강한 행사는 관심 없고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를 만들고 싶다."였습니다. 다행히 응해주셔서 본격적으로 BIC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Q. 본격적으로 BIC에 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하죠. 작년에는 80여 개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올해는 100개로 늘린다고 하셨습니다. 현재까지 몇 작품이 선별됐나요?

이득우 : 현재까지 280개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30여 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무기명으로 해서 현재까지 1차로 82개의 작품을 선별했습니다. 이제 이 82개의 작품 중에서 기타 피드백이나 개발자 참가 여부를 통해 BIC에 출품할 최종 작품을 선별할 예정입니다. 물론 출품작은 BIC 개최 전까지 계속 모집할 것이며, 그중에서도 게임성은 좋은데 개발자가 참여하지 못한 아쉬운 작품의 경우 별개로 전시할 예정입니다.



Q. 심사 시스템을 강화하고 국내외 심사자를 대거 초빙한다고 했었죠. 혹시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한 분들도 계신가요?

이득우 : 심사위원분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심사 자체는 유명한 분들이 하냐 안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인디 게임이라는 특징에 맞게 얼마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가에 주목했습니다.

아까 무기명으로 심사를 진행했다고 했는데요. 저도 게임 심사를 몇 번 해봤지만, 유명한 사람이 있게 되면 아무래도 의견들이 좁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사람이 저렇게 유명한, 발언권이 있는 사람인데 반론을 제기하는 건 안 좋지 않을까.'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인디의 특징인 다양성이 훼손됩니다. 그렇기에 무기명을 진행했으며, 동시에 다른 심사위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게임성에 대한 의견 등은 아예 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Q. 게임성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다면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부분은 뭔가요?

이득우 : 딱 정해져 있진 않지만, 심사위원들이 직접 해보고 재밌다, 메커니즘이 참신하다 하면 그런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Q.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뭔가 심사 조건들이 두루뭉술한 느낌입니다.

이득우 : 인디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명확히 정의해진 게 아니다 보니 어떤 기준을 잡는 순간 '이건 인디 게임이다, 아니다'하는 얘기가 나오게 됩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쪽에 맞췄고, 실제로 심사위원분들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다양한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오히려 심사 조건이 명확히 잡히지 않았기에 다양한 게임을 선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상당히 많은 작품이 출품됐는데요. 어떻게, 눈에 띄는 작품이 있던가요?

이정엽 : 아무래도 심사위원 분들마다 성향이 다르다 보니 콕 집어서 말할 순 없지만, 전 얼마 전 스팀에 출시된 '레플리카'라는 게임이 눈에 띄었습니다. '레츠놈'을 개발한 소미님이 개발한 게임인데요.


이 게임은 국가기관의 음모에 동참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의 윤리적인 부분에서 고민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보면서 국내에서도 이 정도의 스토리를 갖춘 게임을 만들 수도 있구나 하면서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게임성 역시 꽤 좋거든요. 출시한 지 이제 일주일 됐는데 스팀에서도 좋은 평을 받는 걸 보면 인디 게임이 갖는 독창성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먹히는 소재들을 잘 버무린 것 같습니다.


Q. 혹시 외국 개발자들이 얼마나 많이 출품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득우 : 예, 간략한 통계치가 있는데요. 한국을 제외하고 18개국에서 출품, 그중에서 16개 국가의 작품이 선별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외국 개발자의 참가가 두드러졌습니다. 선별작 중에서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이 개발한 작품이 40개로 나머지 42개는 외국인 개발자들이거나 혹은 한국인과 함께 협업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작년 BIC에서는 국내 개발자의 출품작이 70% 정도 됐던 거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외국 개발자들의 비율이 50% 이상인 만큼 해외에서도 좋게 봐주고 있는 듯해서 기쁩니다.



■ 그들이 생각하는 인디란? "도전하는 정신이 있다면 그게 바로 인디"

Q.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AR이나 VR 게임들도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오히려 대기업보다 인디 쪽에서 다양한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데 말이죠.

이정엽 : HTC 바이브 전용 게임이 2개, 오큘러스 게임은 10개 정도가 출품됐습니다. 그중에서도 게임성도 괜찮은 게임들이 더러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대표적으로 '로스트 케이브'라는 게임은 VR에 대한 저의 고정관념을 깬 게임인데요. 저는 VR은 1인칭에서야말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3인칭 게임으로도 매우 재밌게 만들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올해 BIC에서 기대되는 VR 게임 '로스트 케이브'

이득우 : 사실 VR이라는 게 흥미 요소가 강한 콘텐츠입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어디까지나 게임인 만큼, 게임으로서 재밌는지 아닌지를 중시했습니다.


Q. 비슷한 인디 게임 행사로 얼마 전에 개최한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이하 OOI)'가 있는데 같은 인디 게임 행사로서 BIC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이정엽 : 행사의 기본 취지부터 살짝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OOI의 경우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실험작의 성격이 강한 반면, BIC의 경우는 좀 더 가벼운 인디 게임이라고 할까요. 물론 같은 인디 게임 행사라는 점도 있어서인지 몇몇 게임은 겹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 참신함의 끝을 보여준 게임 'Line Wobbler', OOI는 참신함에 큰 비중을 뒀다


Q. 여러 차례 인디 개발자를 만나고, 행사도 봐오고 했지만, 인디에 대한 정의는 무척 애매한 것 같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인디의 정의는 뭔가요?

이득우 : 제가 쉽사리 정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이번에 심사에서도 가장 고민하던 부분이 그거였습니다. 어떻게 인디의 정의를 내릴 것인가 말이죠. 배고프고 독창적인 게임만 인디 게임인가? 그 물음에 저희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게임의 개발자, 출품자가 인디 게임 개발자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러한 정신만 있다면 인디 개발자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이정엽 : 전 인디의 정의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에는 소자본으로 AAA급 게임들과는 다른 게임을 만들던 것을 인디 게임이라고 했었지만, 이제는 인디 게임이 대두한 지 오래된 만큼 인디 게임 안에서도 이른바 스타일이란 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무엇보다도 개발자 자신이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게 인디의 정의에 가장 걸맞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이제 BIC 개최까지도 한 달 반 정도가 남았는데요. BIC를 기다리고 있을 게이머를 위해서 한 마디 부탁합니다.

이득우 : 지금도 계속 준비를 하는 상황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심사가 1차 적으로 끝나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작년에도 심사에 대한 말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선정 기준이 뭐냐에서부터 어떤 의미로 저 게임을 인디라고 해석했냐는 말들이 말이죠.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그런 의문시됐던 부분을 밝히고 싶었고, 다 같이 만들어가는 행사가 될 수 있게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엽 : 작년에 처음 개최한 BIC는 성공적이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출품작을 늘린 만큼, 재야에 묻혀있던 많은 게임들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2회 BIC의 성공을 밑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더 다양한 게임들을 소개하고자 하니 올해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