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역사는 컨트롤러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성능이 오를수록 더욱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게 됐으며, 발맞춰서 컨트롤러 역시 다양한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진화해 나갔습니다. 즉, 컨트롤러의 역사는 곧 게임의 역사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한 패들에서부터 컨트롤러계의 한 획은 그은 십자키와 진동 기능, 그리고 모션 인식까지! 이번 주 게임이슈'콕!'에서는 시대와 함께 변화한 컨트롤러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과연 그 작은 컨트롤러가 게임의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켰을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58년 -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돌리고~♪ 패들 컨트롤러



초창기 게임은 지금 게임과 비교하면 아주 단순했습니다. 점과 선으로만 이뤄진 화면에서 아주 단순한 움직임을 취하는 것이 전부였는데요. 그 시작은 1958년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히긴보덤이 오실로스코프로 구현한 '테니스 포 투'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가 오실로스코프로 만든 이 게임은 아주 단순해서 휠과 버튼으로 이루어진 간이 컨트롤러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테니스 포 투'는 판매용이 아닌 전시용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에 많은 사람에게 잊히고 말이죠.

▲ 최초의 게임 '테니스 포 투'. 조작 방식은 이후 패들 컨트롤러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적인 가정용 게임기라는 측면에서 패들 컨트롤러를 사용한 것은 아타리가 1972년 11월 29일 출시한 퐁이 대표적입니다. 화면을 반으로 나눠 양쪽의 막대를 조작함으로써 서로 공을 튕겨서 승부를 내는 것이 전부인 게임입니다. 단순한 만큼 퐁을 즐기는, 조작하는 컨트롤러 역시 단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초의 게임용 컨트롤러라고 할 수 있는 패들 컨트롤러는 지금 보자면 '이걸로 도대체 어떻게 게임을 즐긴 거지?' 싶을 만큼 단순하게 생겼습니다. 컨트롤러에 붙어있는 거라곤 스타트 버튼과 휠 뿐으로, 스타트 버튼은 게임을 실행할 때만 썼으니 결과적으로 휠로만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었습니다.

▲ 마그나복스 오디세이는 2개의 휠을 붙여서 조작성을 좀 더 향상 시켰다.

그렇게 한때는 컨트롤러의 정석으로 자리했던 패들 컨트롤러였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콘솔 게임기에서 패들 컨트롤러를 사용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개발사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행보였죠. 게임이 발전함에 따라서 조작법과 다양한 시스템이 나오는데, 패들 컨트롤러는 조작에서부터 큰 걸림돌이 됐습니다. 상하 혹은 좌우로만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는 패들 컨트롤러는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존재의의는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뭐라 해도 이 녀석은 최초의 게임용 컨트롤러였으니까요.




1983년 - 최초의 십자키, 컨트롤러 디자인 천하통일! 패미컴 컨트롤러



닌텐도. 게임계에 이만큼 큰 영향력을 끼친 회사가 또 있을까요. 마리오나 포켓몬스터, 젤다의 전설과 같은 굵직한 IP 외에 컨트롤러의 역사에서도 닌텐도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로 닌텐도의 패미컴 컨트롤러로 말이죠. 83년 출시한 패미컴의 컨트롤러는 4방향 십자키, A, B 2개의 버튼, 스타트&셀렉트 버튼이 달린 형태로 향후 컨트롤러의 표준으로까지 자리 잡은 컨트롤러입니다.

지금의 컨트롤러와는 형태가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엑스박스 원 컨트롤러나 듀얼쇼크4, Wii U 컨트롤러조차도 그 근간에는 패미컴 컨트롤러라는 형태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닌텐도는 이런 형태의 컨트롤러를 만들게 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패들 컨트롤러의 몰락과 일치합니다. 게임이 발전하면서 더욱 정교한 조작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패미컴 컨트롤러는 이런 욕구를 완벽하게 해소했습니다. 이제는 움직이기 위해 번거롭게 휠을 좌우로 돌릴 필요 없이 십자키를 이용하면 캐릭터를 원하는 데로 이동시킬 수 있었으며 A, B 2개의 버튼으로는 다양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일례로 액션 게임에서는 A버튼을 이용해 점프하고 B버튼으로는 공격함으로써 적의 공격을 피하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패미컴 컨트롤러는 적은 버튼 수라는 단점을 버튼 조합을 내세워서 정면에서 타파함으로써 게임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 패미컴 컨트롤러는 적은 버튼 수임에도 버튼을 조합해 다양한 기능들을 선보였다.




1990년 - L, R버튼 나에게서 태어났노라 슈퍼 패미컴 컨트롤러



지금도 회자되는 게임기인 슈퍼 패미컴은 패미컴에 이어 컨트롤러계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도대체 어떤 족적이냐고요? 바로 최초로 L, R 버튼을 사용한 컨트롤러라는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슈퍼 패미컴 컨트롤러는 6버튼을 사용하면서도 게임에 최적화된 조작성을 제공함으로써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전의 A, B 2개의 버튼에서 이제는 6개의 버튼으로 늘어난 이 발전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그 배경에는 바로 게임이 있었습니다. 점점 게임이 발전함에 따라 사용해야 할 버튼이 늘어나게 된 거죠. 이제는 패미컴 컨트롤러처럼 버튼을 조합하는 거로는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게 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닌텐도는 기본 4버튼에다가 L, R 버튼을 추가함으로써 총 6개의 버튼이라는, 당시로서는 그 어떤 게임보다도 많은 버튼을 지닌 컨트롤러를 공개한거죠.

이제는 L, R 버튼을 사용하지 않는 컨트롤러가 없다고 할 정도이니,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슈퍼 패미컴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 L, R 버튼은 나날이 진화해 이제는 없다면 이상할 정도




1996년 - 더욱 정교하게, 더욱 진짜같이 닌텐도64 컨트롤러



이번에도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입니다. 패미컴, 슈퍼 패미컴, 닌텐도64 3대가 연속으로 나올 정도니 닌텐도가 게임계에 끼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말한 슈퍼 패미컴 컨트롤러가 최초로 L, R 버튼을 사용했다면 닌텐도64 컨트롤러는 최초로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을 가미한 컨트롤러입니다.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 이제는 게임 컨트롤러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이 기능들이 모두 닌텐도64 컨트롤러에서 나왔는데요. 특히 아날로그 스틱의 경우 기존에 십자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정교한 조작감을 선보였습니다. 덕분일까요? 당시 닌텐도64로 나온 게임 중에는 장르를 정립한, 전설로까지 남은 게임들이 여럿 있습니다.

3D 액션 게임의 기초를 잡은 '슈퍼마리오64', 3D 액션 어드벤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등이 대표작으로, 풀 3D 게임은 이래야 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게임들이죠. 그리고 이 게임들이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 아날로그 스틱이 있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 풀 3D 월드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던데는 아날로그 스틱의 공로가 컸다.

한편, 닌텐도64 컨트롤러의 혁신은 아날로그 스틱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진동 역시 닌텐도64 컨트롤러에서 최초로 도입된 기능인데요. 이 진동은 적을 공격하거나 반대로 적에게 맞았을 경우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해줌으로써 게이머에게 있어서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줬습니다.

당시에는 컨트롤러 내부에 탑재된 것이 아닌, 럼블팩이라는 외부 장치와 결합함으로써 사용할 수 있던 이 진동 기능이 향후 모든 게임 컨트롤러에 탑재된 것만 봐도 당시 진동 기능이 일으킨 센세이션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당시 진동 기능은 필수가 아닌 선택 요소였지만 곧 필수가 된다.




2004년 - 터치 게임의 원조는 바로 나! 닌텐도DS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터치 기능. 하지만 아직 터치 기능이 생소하던 때에 게임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한 게임기가 있습니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인데요. 닌텐도DS는 닌텐도의 제2의 전성기를 이룩했으며,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기이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휴대용 게임기로 기네스북에 등재가 된 게임기입니다.

지금이야 닌텐도DS의 성공에 수긍하는 분위기이지만 당시만 해도 성공에 상당히 회의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동시대에 라이벌로 있던 PSP에 비해서도 성능이 낮았으며, 멀티미디어 기능 역시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닌텐도DS는 그런 성능 차를 터치라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뛰어넘었습니다.

▲ 故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터치야말로 가장 직관적이다."

특히, 게임은 컨트롤러로 조작해야 한다는 종래의 통념을 닌텐도DS는 박살 냈는데요. '만져라 메이드 인 와리오'같은 게임들은 순수하게 터치만을 사용해서도 충분히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함으로써 게임에서 터치 기능의 가능성을 제시해줬습니다.




2006년 - 게임? 이젠 움직이면서 해라! 위모트 컨트롤러


2006년 부진에 휩싸인 닌텐도를 구한 콘솔 게임기가 있습니다. 바로 닌텐도의 Wii인데요. Wii는 그전에 어떤 게임기도 선보인 적 없는 새로운 컨트롤러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각각 분리된 2개의 막대 형태의 컨트롤러로 얼핏 불편하게만 보인 이 컨트롤러는 무려, 모션 인식 기능을 이용했는데요. 이를 통해 당시 Wii에서는 종래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의 게임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위모트 컨트롤러의 모션 인식 기능은 기존의 게이머가 아닌, 비게이머들까지도 게임 속으로 끌어들였는데요. 단순한 게임이 아닌 자신의 움직임이 화면에 투영되는 그 모습에 큰 관심을 가진 것입니다.

▲ 컨트롤러를 쥐고 휘두르면 게임상에서도 복서가 주먹을 휘두른다.

이런 위모트 컨트롤러의 힘이었을까요. Wii는 당시의 라이벌이었던 PS3, 엑스박스 360과 비교해서 빈약한 성능과 게임 수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에서는 두 게임기를 넘어 1억 대 이상 팔리는 쾌거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Wii의 성공 이후 나날이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던 모션 인식 컨트롤러지만 최근 VR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이런 모션 인식 컨트롤러의 존재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 VR과 모션 인식 컨트롤러가 가져올 미래의 게임들은 어떤 모습들일지 자못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