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해보면, 하나의 게임은 마치 생명체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태어나고, 살아가며, 결국은 죽는다. 다른 문화 매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영화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영원히 변치 않는다. 그 모습 그대로, 언제까지고 이어진다. 살아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죽었다고 볼 수도 없다. 어디선가는 또 누군가에 의해 보여지고 있을 테니까. '책' 또한 마찬가지다. 태어나는 순간, 책은 영속성을 지닌다. 내용이 바뀌어도 '개정판'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을 뿐, 책의 내용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게임 또한 비슷했다. 만들어지는 순간 부터, 지금까지도 꾸준히 존재하는 게임들은 여럿 있다. 아직 게임 시장에 '온라인'이라는 단어가 낯설던 시절, 게임은 지금의 영화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이 게임의 기본이 된 지금, 게임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탄생하고, 또 사멸한다. 물론 게임은 그대로 남고,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사람들은 그 게임을 떠난다. 사실상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으로선 죽는 거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이 법칙이 더 처절하게 적용된다. 그 어떤 게임 시장보다도 많은 수의 게임 중에서 살아남는 게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수십종, 수백종의 게임이 오랜 기간 살아남아 유저들과 함께해오지만, 전체 게임 수에 비하면 너무나도 적은 수만이 남는다. 다른 게임을 뛰어넘지 못하면 죽는다. 이 단 하나의 법칙 아래, 마치 기원전에나 일어났을 생존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세가(SEGA)의 '마츠나가 준' 디렉터는 모바일 게임인 '체인 크로니클'의 치프 디렉터이자, 세가 모바일 인터렉티브의 부장을 맡고 있다. 그의 게임 체인 크로니클은 살아남은 수십 종의 게임 중 하나다. 비록 한국에서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플레이되고 있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뭔가 다르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거나, 혹은 알고 있어도 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체인 크로니클'의 생존 비결일 것이다.

▲ 소니 모바일 인터렉티브 '마츠나가 준' 부장

마츠나가 준 디렉터가 '세덱(CEDEC)'의 첫 날 연단에 오른 이유가 바로 그 비결에 있었다. 3년을 이어온 '체인크로니클'의 성공 비결. 간단히 본인의 약력을 말한 이후, 그는 현재 모바일 게임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마츠나가 준 디렉터의 시점에서 서술합니다.



모바일 게임과 고정 관념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모바일 게임의 초창기는 '소셜 게임'의 시대였다.

모바일 게임 보급 초기, 모바일 게임의 가장 큰 성장 원동력은 '소셜'이라는 코드에 맞춰져 있었다. 남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고, 간편한 조작만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그것이 초창기 모바일 게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모바일 게임의 모습은 점차 바뀌었다. 스마트폰의 스펙은 점점 더 높아졌고, 비주얼과 시스템은 점점 원래의 '게임'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했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게임 기기인 PS Vita나 닌텐도 DS에 밀리지 않게 발전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바일 게임은 게임 그 자체의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졌다.(마츠나가 준은 이 변화를 '네이티브 게임'이 되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바일'이라는 틀 안에 갇힌 모습은 변할 수 없었고, 수 년간의 발전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은 몇몇 고정 관념을 남기게 되었다. "게임성이 강한 것은 모바일이라는 하드웨어에서는 좀 불편하다", "시나리오 같은 요소는 역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캐릭터로 돈을 버는 것 아닌가?"

▲ 모바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들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모바일이라는 하드웨어는 어떻게 해도 PC나 콘솔의 게임 감각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분야다, 스크린에 직접 붙이는 미니 스틱이나 아예 스마트폰 자체에 부착하는 게임 컨트롤 디바이스 등등이 그 연구의 산물일 거다. 하지만 그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휴대가 가능하다는 '편의성'을 위해 그 모든 것들을 희생한 거니까.

"시나리오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모바일 게임은 플레이어가 얼마나 게임을 오랫동안, 자주 즐기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분야다. 게임이라는 분야에서 '시나리오'는 영속성을 지닐 수 없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시나리오는 유저들에게 소화되기 마련이고, 점점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는 게임이라면 시나리오를 마무리 지을 수도 없는 상황. 꾸준한 업데이트가 없다면, 시나리오는 그저 게임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장식 그 이상이 될 수가 없다.

"캐릭터로 돈을 버는 것 아닌가?"는 조금 다른 부분이지만, 이 또한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 역시 피할 수 없다. 돈을 벌지 않으면 게임의 운영은 불가능해지고, 게임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그 게임을 죽이는 것과 같다. 게임의 꾸준한 생존을 위해서라도 돈을 벌 수 있는 BM은 필요한 것이고, 그 수단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바로 캐릭터다.

이 말들에 좌절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쇠락하는 모바일 게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모바일 게임 또한, 똑같은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 게임들은 성공하고, 또 어떤 게임들은 실패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째서 성공하는 게임들이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이다.



모바일 게임의 가치 스스로의 모습을 잃다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한다. 훌륭한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내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의 성과는 게임을 릴리즈하는 그 순간 폭발한다. 어떤 게임을 만들더라도, 그 게임이 최고로 높은 가치를 갖는 시기는 릴리즈의 순간이다. 그 이후가 되면? 당연히 게임의 가치는 점점 하락한다. 우리가 개발 과정에서 준비해 둔 콘텐츠와 시나리오, 그리고 캐릭터가 소모될수록 게임의 가치는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 발매 직후, 게임의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 흐름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절한 운영과 업데이트를 통해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사실 가장 많은 개발사들이 실수하는 것도 이 단계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것 자체는 해내나, 그 이후의 사후 대책을 잘못 처리해서 게임이 죽어버리거나, 그 스스로의 모습을 잃고 만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처음에는 천천히 더 강한 아이템을 추가하고, 더 강한 캐릭터와 스킬들을 추가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며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고, 패러미터의 인플레이션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강력한 아이템들이 등장하고, 최강의 스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나중에 그조차도 한계에 이르게 되면,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요소들이 달라붙기 시작한다. 뜬금없는 빙고 게임과 같은, 게임성과 관련 없는 요소들이 게임에 등장해버린다. 이쯤되면 그 게임을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게임의 릴리즈 이전에, 개발 단계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게임을 이루는 요소들은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의 기본적인 '룰'이다.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를 정의할 수 있는 요소. 그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룰이며, 흔히 이 룰에 따라 게임을 분류할 때 '장르'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스킬의 효과나 무기의 성능, 어빌리티 등의 '수치 요소'들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런 요소들은 언제나 변경이 가능하고, 변경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실제로 많은 게임에서 업데이트를 통해 스킬의 기본적인 효과를 바꿔 버리거나, 아예 다른 스킬로 만들지만 그 게임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룰은 다르다. 이 '룰', 즉 '코어 디자인'은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뼈대이며, 절대로 바뀌어서는 안 되고 바꿀 수도 없는 요소라 할 수 있다.

▲ 코어 디자인과 확장 요소는 따로 놓고 봐야 한다




'코어 디자인'의 방법 복잡하게, 심플해 보이게


그럼 이제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코어 디자인'을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코어 디자인은 간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저가 게임을 받아들일 때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간단한 코어 디자인은 굉장히 많은 이점을 갖추고 있다. 진입 허들을 낮추고, 유저에게 더 친근히 다가갈 수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도 비교적 적다. 하지만 꾸준히 라이브할 게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간단한 코어 디자인은 그만큼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코어 디자인'은 복잡해야 한다. 그러나 유저에게는 간단해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체인 크로니클'은 6x3의 타일 안에서 캐릭터가 움직이게끔 설계되어 잇다. 물론 칸에 딱 맞춰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자유롭게 칸을 통과해 움직이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굉장히 단순하다. 6x3으로 이뤄진 보드에서, 내 캐릭터를 움직이고, 스킬을 사용해 적을 물리치면 끝나는 구조다. 하지만 이 내면에는 굉장히 복잡한 시스템과 변수 창출의 요소들이 가득 깔려 있다.

▲ 6X3이라는 기본 전장

체인 크로니클의 스킬들은 굉장히 다양한 타격 범위를 갖고 있다. 어떤 기술은 양 옆을 타격하고, 또 어떤 기술은 나선을 그리며 적을 타격한다. 물론 이런 필살기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천천히 하나씩 접하게 되기에 처음부터 유저에게 '복잡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스킬들의 적용 범위는 한 번의 전투에 무한대에 가까운 변수를 만들어준다. 몇 번을 플레이해도 다른 전투가 펼쳐진다는 뜻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복잡한 코어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큰 그릇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변수를 소화할 수 있고, 다양한 추가 요소들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 말이다.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를 예로 들어도 코어 디자인이 복잡하다면, 카드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그 카드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개성은 게임의 코어 디자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코어 디자인이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라이브 상황에서 업데이트는 더욱 쉽고,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나중을 생각해서 미리 큰 그릇을 준비하는 것이다.

▲ 바리에이션의 기초는 깔아 둔다

전에도 말했지만, 인간은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면 언젠가 꼭 질리게 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도, 2-3년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면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고, 결국 게임은 스스로의 모습을 잊게 된다. 복잡한 코어 디자인은 운영의 수명을 늘려 주고, 더 많은 선택지를 게임 본연의 모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추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이 코어 디자인이 유저에게 복잡하게 보인다면, 그건 실패한 거다. 유저에게 게임은 간단해 보여야 하고, 쉽게 입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상충되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수많은 게임이 사라지는 것이며,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유저에게 게임의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다면, 간단해 보이면서도 복잡한 게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그릇을 크게 만들어 둔다면, 수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문제를 방비할 수 있고, 여러 문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보통 개발자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관리자들의 의견 때문에 게임의 모습을 잃기 마련인데, 미리 이렇게 준비를 해 두었다면 게임의 참모습과 개발자로서의 긍지를 포기하지 않고도 게임의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 뜬금없는 빙고 게임 따위를 넣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시나리오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


미리 말하자면, 선입견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시나리오는 게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게임을 이루는 요소 중 유일하게 게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확장이 가능하며, 시나리오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큰 리스크조차 없다. 개발 코스트가 가장 낮은 요소이면서도 강력한 운영 리소스이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면서도 유저의 발을 붙잡는 강력한 요소이다.

그간 시나리오가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온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개발 중에 시나리오의 필요성과 불필요성을 따져 삭제당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의 구조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른바 '통편집'을 당해 버리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과정 중 하나이고, 딱히 문제가 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운영 중에 일어나는 시나리오 관련 이슈는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다.

▲ 시나리오의 가치는 어떻게 지키는가?

일단 운영 중 시나리오가 게임 진행에 맞춰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시나리오의 볼륨이 줄어들게 된다. 두 번째로, 시나리오의 퀄리티가 계속 낮아지게 된다. 개발 과정이 끝나고 나면, 시나리오에 대한 중요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며, 동시에 앞서 말한 시나리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존재한다. 일단 시나리오 라이터가 더 빨리 글을 쓰거나, 더 많은 작가진을 고용하면 된다. 근데 이건 해결책이라 하기도 이상한 원론적인 부분이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두 번째 방법은 조금 다르다. 시나리오의 퀄리티를 지키며 게임을 유지하는 방법. 바로 올바른 '배치'다.

체인 크로니클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우리는 시나리오 배치에 몇 가지 법칙을 적용했다. 가장 높은 완성도를 지녔으며, 동시에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시나리오는 일단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곳에 배치했다. 어디냐고? 물론 게임을 시작하는 '스타트 지점'이다. 좋은 스토리라 해도 헤비 유저들만 도달할 수 있는 부분에 배치하면 빛을 보기 힘들다. 캐릭터의 등급과는 다르게 낮은 등급, 즉 초보 유저들이 접하기 쉬운 캐릭터에 더 좋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두었다.

▲ 좋은 이야기는 많은 유저에게 노출

체인 크로니클에는 '키즈나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 캐릭터가 50레벨이 되면 그 캐릭터의 뒷이야기가 열리는 시스템인데, 이 또한 시나리오 배치의 일환이다. 캐릭터를 50레벨까지 만들면서 겪어온 과정을 함께 해온 유저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노린 점이었다. 물론 키즈나 시스템을 통해 보게 되는 시나리오는 메인 시나리오와 같은 무게감은 없다.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일종의 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뤄진 일이다. 매번 무거운 스토리만을 이어가면 지치게 되니 말이다.

이 키즈나 시스템은, '성취감'의 극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같은 시나리오라 해도, 그냥 평범히 노출되는 것과 어떤 조건을 달성했을 때 등장하는 것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또한 굉장히 무겁고, 중요한 시나리오라 해도 감정선이 움직이지 않을 때 노출되는 것과 유저의 감정선이 흔들릴 때 노출되는 것은 그 가치가 또 다라진다. 체인 크로니클에서는 유저가 어떤 캐릭터를 얻게 되었을 때 특정 시나리오가 노출되게 만들어 두었다. 그저 새로운 캐릭터를 얻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진짜 새로운 동료를 얻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많은 대사가 나오지는 않지만, 달성감을 높여 주는 장치로서의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다.

▲ 시나리오의 완급 조절도 필요한 부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이다. 물론 좋은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좋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해야 유저에게 100% 전달할 수 있는가이다. 멋진 시나리오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나리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개발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이뤄져야 할 일이다.



장수, 그리고 번영 모든 게임은 질리게 된다


모든 게임은 수명이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도 언젠가는 질리게 되며, 어느 순간부터는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이유는 다양하다. 더 멋진 게임이 나왔거나, 운영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졌던가, 혹은 그냥 오래 되어서 질리든가 말이다.

운영하는 이가 없으면 게임은 사멸하게 되고, 운영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추가할 요소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물론 그 추가 요소들을 받아들일 그릇도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말이다. 물론 더 긴 운영을 위해서는 이 요소들 하나하나가 높은 효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모바일 게임의 수명은 결국 개발 단계에서부터 갈리게 된다는 뜻이다.

개발진과 운영진의 정열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정열만으로는 죽어가는 게임이 살아나지 않는다. 게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정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효율성, 그리고 논리성이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게임이 오랫동안 유저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야속하고, '앗' 하는 순간 유저들은 게임에서 떠나고 만다. 더 이상 게임에 즐길 거리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유저를 탓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개발자 아닌가?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유저들이 끝까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일 아니던가?

▲ 작품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열정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