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 업계의 발전상을 보자면 눈이 돌아갈 정도입니다. 손안의 작은 컴퓨터라고 할 정도로 발전한 스마트폰에서부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가상현실 기술, 그리고 무인 자동차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까지. 멀게만 느껴진 미래가 어느샌가 성큼 다가온 건데요.

이 모든 기술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코딩, 이른바 프로그래밍이란 불리는 게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앞으로의 세상은 이런 프로그래밍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겁니다. 이에 각국에서는 프로그래밍을 정규 과목에 채택하는 등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점차 프로그래밍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때, 넥슨은 게임사로서는 이례적인 프로그래밍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름하여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exon Youth Programming Challenge, 이하 NYPC 2016)'를 개최하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딩에 대한 두려움과 장벽을 허물겠다고 한 건데요.

프로그래밍의 첨단에 선 게임 산업. 그리고 개발사인 넥슨이 생각하는 미래에는 코딩의 중요성이 얼마나 될지, 넥슨의 정상원 부사장을 만나 이번 대회를 개최하는 목적 등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 넥슨 정상원 부사장



Q. 이번에 개최되는 NYPC 2016의 취지와 목적은 뭔가요?

처음에는 넥슨의 사회공헌 팀이 낸 아이디어 중 하나였습니다. 그중에는 섬책방도 있었는데, 좀 더 색다른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보니까 최근 추세가 앞으로 몇십년 뒤면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세상을 좌우할 텐데 관심사가 너무 없더라고요. 당장 미래의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는 공대생 중에서도 프로그래밍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고, 애들의 경우 꿈이 뭐냐고 물으면 판사, 의사, 변호사가 되는 거라고 할 정도로 이에 대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벌써 프로그래밍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국내는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사회공헌으로 좀 더 색다른 걸 찾던 부분도 있었고 앞으로의 추세가 프로그래밍이라면 프로그래밍과 가장 가까운 게임 회사가 대회를 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이번 NYPC 2016 개최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대학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입상자를 대상으로 취업에 가산을 준다는 등의 취업 목적으로 여겨질 여지가 있고 사회공헌이라는 의도가 퇴색될 우려가 있어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목적은 성적이나 공부에 대한 의미보다는 프로그래밍도 재밌다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은 부분이 컸으니까요.


Q. NYPC 2016의 슬로건은 '세상을 바꾸는 코딩'이었죠. 그렇다면 코딩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세상을 바꾸는 코딩'이란 슬로건을 좀 풀어서 설명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예로 알파고를 들 수 있는데요. 알파고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결국 바둑 프로그램이란 말이죠. 근데 바둑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많았는데 그게 뭐라고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졌을까요. 그 이유는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해 최고의 바둑 기사를 꺾을 정도로 기술력이 향상됐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꺾는 걸 보고 앞으로 인공지능의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당시에 인공지능이란 게 큰 화두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알파고가 나오기 전만 해도 10년 안에 택시 기사들이 사라질 거라고 했을 때 모두 말도 안 된다고 했었습니다. 사람만큼 정교한 조작은 불가능할 거란 얘기였죠.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10년 안에 단순 직종의 30%가 사라질 거란 얘기가 들려오고 있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뭘 해야 할까요. 인공지능이 못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을 해야죠. 앞으로는 이렇듯 보다 코딩의 영역이 확대되며 이를 통해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더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Q. 사실 의아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넥슨은 게임 회사인 만큼 차라리 게임잼 같은 대회를 여는게 더 어울릴 법한데 왜 코딩 대회를 연 건가요?

물론 게임잼은 전부터 하고 있었죠. 이번엔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게임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행사. 프로그래밍 대회라고 하면 꼭 게임과 연결되지는 않으니 괜찮겠다고 싶었습니다. 앱도 만들 수 있고 하다 보니 사회공헌 측면으로 보자면 이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받아들이는 쪽에게도 좋았고요.


Q. 코딩 교육의 이면에는 미래의 공학자를 양성하는 것 외에도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갖추라는 의도도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적 사고가 뭐길래 그러는 걸까요.

논리적인 사고라는 게 문제를 정리하는 사고인데, 사실 프로그래밍이 없어도 옛날부터 다 배워왔던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프로그래밍 사고를 하면 더 나아질 거란 거죠. 수학에서 사인, 코사인을 배운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부분은 거의 없지만 배우는 것처럼, 프로그래밍도 배우면 이후에 생각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Q. 여담이긴 한데 부사장님은 언제부터 코딩을 배우셨나요?

전 제대로 배우진 않았습니다. 대학원 들어갈 때도 생물학과였는데, 보통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되는 게 뭐냐면 '어? 이런 건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입니다. 저 역시도 비슷했고요. 그런데 게임을 만들려면 역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해서 독학으로 책을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필요로 코딩을 배운 케이스인 거죠.




Q. 방금 동기 부여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부사장님한테는 어떤 게임이었나요?

감명을 준 게임이라고 하면 '문명'이었습니다. 아마 그때가 대학원 시험을 보기 직전이었을 거에요. 이 게임이 무서운게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시간을 훅 지나가게 만들던 게임이었습니다. 정말 재밌던 게임이었는데 사실 당시에는 '문명'은 너무 멀리 있던 게임이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엄두도 나지 않았던 게임었죠.

▲ '문명'은 그때부터 타임머신이었다고…

그보다 본격적인 계기가 된 게임은 머드(MUD)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전산실에서 공부했었는데 옆을 보니까 머드 게임을 하고 있더라고요. 되게 재밌게 하고 있었는데 해보니 실제로도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머드 게임은 아무래도 텍스트로만 돼 있다 보니 '이거라면 나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인터넷으로 오픈 소스를 찾아가면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공부를 때려치우고 삼성에 입사하고, 나중에는 넥슨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하게 됐습니다.



Q. 게임 개발을 하면서 많은 작품에 참여하셨을 텐데, 그럼 최초로 만든 프로그램은 뭐였나요?

넥슨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그냥 공부하면서 컴파일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에야 앱도 만들고 하지만 당시에는 환경도 그렇고 제 실력도 없었거든요. 최초로 만든 게임은 넥슨에 입사한 다음에 만든 '바람의 나라'였습니다. 당시 서버 프로그래머로 함께 했었죠. 이후에는 '택티컬 커맨더스'에서도 서버 프로그래머를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기획도 함께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보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들도 입사하고 해서 그때부터는 프로그래머 생활은 끝내고 기획을 전담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프로그래밍을 했던 게 이후 기획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Q. 질문을 다시 코딩 교육에 맞추도록 하죠. NYPC 2016도 그렇고 결국 이런 코딩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기 위한 양성책이란 반응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양성한다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알 수 없습니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한테 무작정 코딩을 공부하라고 할 순 없잖아요? 그보다는 하나의 길을 제시해주고 싶은 측면이 더 강합니다. 프로그래머라는 길도 있다고 말이죠.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왜 브라질이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냐"고 할 때, 브라질에서는 그게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축구에 도전하고 그중에서도 재능이 있으면 더 위로 나아갈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는 축구를 한다고 하면 그러잖아요? "공부나 해!"하고 말이죠.

전 코딩 교육은 당장에 공학도를 육성하는 수단이기보다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흥미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Q. 그런데 벌써부터 코딩 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정규 과목에 편성되면 사교육 과열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사실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결국은 코딩이란 걸 어떻게 평가하냐에 따라 사교육이 과열될지 안 될지가 결정될 거 같습니다. 대입 시험에서의 코딩이 단순히 지문이 있고 답이 정해진 형태라면 당연히 사교육이 활성화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과열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잠잠해지겠죠.

하지만 한편으론 프로그래밍의 성격상 사교육 과열이 될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코딩이란 게 명확한 지문이 있고 답이 있는 것보다는 창작의 성격이 더 강하니까요. 결과적으로 과열되는 건 지금과 같은 초창기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국에선 벌써부터 고액의 코딩 유치원이 등장하는 형편이다
(출처: JTBC 뉴스룸)


Q. 답이 획일적이지 않다면 대회를 하는 입장에서도 평가하기엔 여러 애로 사항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렇다고 알고리즘 문제로 가면, 알고리즘을 많이 외운 사람이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불리한, 누가 알고리즘을 빨리 푸냐는 식으로 가게 됩니다. 그래서 일종의 에세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평가하려고 합니다.

평가에 대해서는 저희도 고민이 큽니다. 획일화된 답이 나오진 않겠죠. 애초에 문제부터 외우기만 한 건 통용되지 않게 하면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으니까요. 덕분에 직원들도 고생이 많습니다.


Q. 그러고 보니 1등 상품이 노트북과 레고 마인드스톰이었는데, 레고 마인드스톰은 프로그래밍과 어떤 연관이 있어서 주는 건가요?

아무래도 창의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되고 코딩을 통해 명령문을 넣어서 작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게 부상으로 뭐가 좋을지 물으니 마인드스톰을 가장 많이 말하더라고요. 개발자들도 추천하는 것 같으니 좋을 것 같아서 부상에 넣게 됐습니다.

▲ 프로그래밍과 레고가 만난 마인드스톰. 직원들도 참 좋아한다고


Q. 게임잼이 아닌 코딩 대회를 여는 이유에 대해서 우선 인식을 개선하려고 한다는 부분이 와 닿았었는데, 과연 정말로 개선이 될까요?

당장에 도움이 되진 않겠죠. 그리고 또 이걸로 이미지 개선이 되겠냐고 하면 안 될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넥슨이 게임만 만드는 게 아니라 이런 것도 한다고 알리는 계기는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중학생 딸이 있는데, 이 아이들이 크는 세상에서는 판검사만 제일인 건 아니잖아요? 그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이란 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그저 게임 회사가 중독이란 것과 함께 묶여서 게임 중독만 해결하는 게 아닌 이런 사회 공헌도 하고 있다고 알아주시면 감사할 듯합니다.


Q. 나름 이번 행사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은데 NYPC 2016은 단발성 행사인가요? 아니면 매년 진행할 예정인가요?

매년 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왜 했냐고 욕을 먹으면 어쩔 수 없지만, 성공적으로 개최했는데 내년에는 안 한다면 그것도 이상하잖아요?(웃음)


Q. 요즘 아이들에겐 코딩이 필수가 될 거라고 하셨는데, 그럼 부사장님 자녀는 어떤가요?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나요?

지금은 안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부모자식 간에 공부를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개발팀에서는 자식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있긴 하더라고요. 초등학교 2, 3학년밖에 안 됐는데 코딩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만들고 말이죠. 뭐랄까, 그 아이들에게 있어선 코딩이 공부라기보다는 부모와 함께 노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레고처럼 뭘 만들고 싶은데 잘 안되면 부모가 도와주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이 말이죠.


Q. 혹시나 싶지만 코딩 교육이 더 활성화되면 향후 한국 게임 산업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죠. 지금은 스마트폰이 대세지만 코딩 교육이 정착이 되면 PC 보급률도 올라갈 것이고 코딩을 통해 기술을 익힐 테니 게임 산업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럼 마지막으로 NYPC 2016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하하 역시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데요(웃음). 음… 여러분 코딩은 무섭지 않습니다. 해치지도 않고요. 그러니 우선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넥슨 프로그램 챌린지는 매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니 부디 많은 참가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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