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제 기존에 있던 IP들을 이용해 제작하는 작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원피스'나 '나루토', '드래곤볼' 같은 굵직굵직한 만화들이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되어 서비스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비단 외국의 상황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유명 웹툰의 IP를 활용하여 다양한 게임들이 제작되었고, 실제로 유의미한 수치와 결과들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IP를 활용하여 게임이 제작되는 추세에서 독자적인 웹툰 - 게임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IP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개발사도 나타났다.


게임 또는 만화. 어느 한쪽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두 작품이 서로 보완·협력하여 새로운 IP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이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게임과 웹툰이 협력하여 태어난, '언노운 코드'의 김칸비 작가와 게임의 개발사 '썬켓'의 이진비 대표를 만나 웹툰과 게임을 통한 새로운 IP 구축의 시도와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Q. 웹툰 작가로는 꽤 오랜 기간 활동하셨는데,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칸비 작가 : 팀 겟네임 소속의 웹툰 작가 김칸비라고 합니다. 네이버에서 '죽은 마법사의 도시', 레진에서는 '언노운 코드'의 글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교수인형', '후레자식' 등의 전작에서 작화, 스토리에 참여했습니다.

▲ 언노운 코드의 글 작가를 맡은 '김칸비' 작가

Q. '언노운 코드'는 조금 독특한 웹툰이자 게임입니다. 웹툰 원작도, 게임 원작도 아니라 게임과 웹툰이 동시에 진행되는 형태인데요. 일종의 협업 작품인 셈인데, 함께 작업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김칸비 작가 : 감언이설을 통해서...해달라고 꼬셨습니다. (웃음) 농담이고요. 이쪽 이진비 대표와 친분이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친구라기보다는 친구의 친구같이 한 단계를 거쳐서 알게 된 사이였죠. 게임 기획 단계에서 요청이 들어왔고, 언노운 코드의 글작가로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이진비 대표 : 완전히 제로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요. 이전에 김칸비 작가가 생각하고 있던 작품의 설정 일부를 교체 / 변경해서 언노운 코드라는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럼 게임에 맞춰서 작품의 내용을 변경한 것인가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변경된 건지 궁금한데요?

김칸비 작가 : 원래는 판타지 세계관의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가, 이를 게임과 같이 연계하려다 보니 표현에 한계가 생기더라고요. 작품으로써의 이야기 구성도 갖춰야 하고,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요소들도 고려해야 해서 현대물로 장르를 변경했습니다.

웹툰 - 게임 간의 협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배경은 현대물이고 시나리오에서 등장하는 시스템 일부에서 게임에 맞는 설정을 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Q.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함께 진행되다 보니 신경 쓸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품을 연재하면서 세계관 외에도 신경 썼던 부분들이 있으신가요?

김칸비 작가 :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부분은 '게임으로 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있었어요. 일반적인 웹툰이라면 장르 하나를 가지고 풀어나가면 되는데, 언노운 코드에서는 판타지와 SF를 모두 신경 써야 해서 고민이 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상 현실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했죠. 지금까지 해왔던 스릴러 장르보다는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 가상 현실이라는 소재는 게임과 함께 진행하기 위한 결과물.


Q. 이전, 지금 작품 내에서 게임이라는 소재가 계속 등장하는데, 작가님 본인은 게임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김칸비 작가 : 전에는 게임을 즐기긴 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전보다 확실히 줄었어요. 애도 생기고 작업 때문에 시간이 적다 보니 싱글 플레이 위주 게임들을 구입해서 플레이하는 편입니다. 게임을 하다가 멈춰도 상관이 없는 게임들을 느긋하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Q. 작가 본인의 작품 중에서는 처음으로 게임화된 작품인데요, 소감은 어떠신가요?

김칸비 작가 : 게임 화면을 보고 있자니... 구상한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만화가 게임화 되면 재밌겠다. 내가 만들까?'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아닌지라 제대로 해보지는 못했었죠.

▲ 구상한 캐릭터들의 성격과 기술들이 구현되는 것에 신기한 느낌을 받는다고...


Q. 작품과 게임과의 연계 / 협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 중이신 건가요?

김칸비 작가 : 음... 솔직히 말하자면 초기부터 마음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개발사 측에서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 줘서 게임 때문에 표현하고 싶은 부분들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딱히 없어요. 다만, 디자인 같은 부분에서는 게임에 추가될 것을 고려해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게임 내에서 등급이 캐릭터별로 구분되는데, 이 부분에서도 최대한 표현을 보장해줬습니다. 등급이 낮은 캐릭터는 어쩔 수 없이 단조롭게 표현됩니다. 하지만 등급이 높은 캐릭터는 제 마음대로 디자인해도 괜찮다는 의견을 전달받았습니다.

이진비 대표 : 일단은 작품이 먼저 나와버렸으니까, 이 부분에서는 게임이 작품을 따라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언노운 코드라는 IP의 구상은 웹툰과 게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원작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를 어떻게 게임에 등장시킬 것인지는 개발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니까요.

반대로 게임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웹툰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요. 상호 협력, 보완하면서 맞춰나가는 관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김칸비 작가가 의견을 많이 주는 편입니다. 게임 내에서 반영했으면 하는 것들이나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 개발사 '썬켓'의 이진비 대표

Q. IP를 직접 만들어 나가다 보니, 어느 한쪽에 종속된 구조는 아닌 셈입니다. 이런 구조가 가지는 장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이진비 대표 : 아무래도 IP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으니,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게임에만 등장하던 캐릭터 중에서 인기가 높은 캐릭터는 웹툰에 등장시키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유저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는데, 유저 분들이 열정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죠.

원작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형태도 아니고, 외주를 받아서 게임을 만드는 형태도 아니니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앞으로도 더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부분도 있고 막히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게임과 웹툰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결과물을 얻고자 노력 중입니다.

콘텐츠 외적으로는 웹툰과 게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마케팅 진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웹툰을 보고 게임을 설치 및 플레이하면 보상을 제공한다든가 하는 방식입니다. 한 쪽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IP에 주도권이 있다면 다른 작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따로 계획이 있으신지?

이진비 대표 : 이미 다른 모바일 게임에서도 죽마도(죽은 마법사의 도시)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언노운 코드에서도 죽마도 캐릭터를 넣는 쪽으로 고려하겠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기도 하고 말이죠.

김칸비 작가 : 게임과의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세 명 정도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현욱, 크림슨 로브, 레이븐 정도? 웹툰에서 사용했던 마법이나 무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작가의 다른 작품 '죽은 마법사의 도시'의 캐릭터들을 언젠가 게임에서 볼 수 있을지도?


Q. 게임 내에서는 2D로 진행되는 화려한 연출이 특징인데요. 굳이 3D가 아니라 2D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진비 대표 : 처음엔 연출을 일일이 스크립트로 만들려다 보니 개발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고 힘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체적인 툴을 만들어 효율적이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선회했습니다. 덕분에 시간도 줄이고 연출 개발에 들어갈 시간/인력적인 비용들도 아낄 수 있었죠.


Q. 전투 시스템이 조금은 독특한 편입니다. TCG 와 수집형 RPG의 결합인 셈인데, 원작에서도 이와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더라고요. 이를 게임에서는 어떻게 풀어내셨나요?

이진비 대표 : 보통 카드 게임이라면 캐릭터 자체가 카드나 수집물의 형태가 되기 마련인데요, 처음 생각했을 때에는 카드를 내는 사람을 주체로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캐릭터는 고정되어 있고 유저가 낼 수 있는 카드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형태였어요. 다만, 캐릭터 하나만 사용하다 보면 연출이나 재미가 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의 방식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캐릭터마다 낼 수 있는 카드들을 세팅할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들까지 배치할 수 있으니,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깊어지는 결과로 도출됐습니다. 웹툰에서도 카드로 형상화해서 전투를 벌이는 것도 마찬가지고,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새로운 스킬을 추가하거나 캐릭터를 업데이트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 캐릭터마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카드를 세팅할 수 있어, 전략성을 높일 수 있었다.


Q. 그렇다면 언노운코드 게임에서 준비 중인 다음 콘텐츠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진비 대표 : 일단은 북유럽 신화에 기반을 둔 새로운 캐릭터들이 게임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웹툰에 등장했던 캐릭터 중에서는 의사 선생님 캐릭터가 추가될 예정이고요. 작품에서 등장할 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만큼, 기대되는 캐릭터기도 합니다.

콘텐츠 부분에서는 '콜로세움'이라는 것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비동기식 PVP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콘텐츠가 될 것 같은데, 유저의 파티 구성이 적으로 등장해서 PVE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중이신 유저 분들이라면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기대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 웹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의사 선생님'이 추가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