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이번 TGS2016에서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은 다름 아닌 'VR'이었을 겁니다. 올해 일러스트에 VR이 아예 그려져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죠. 기대작들의 시연대가 다수 마련되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이미 영상이나 정보 공개를 마친 터였기도 했던 터라, 크게 반응이 오는 시연장은 따로 찾아보기 어려웠단 느낌입니다.

하지만 VR 부문은 이와는 반대로 충실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어떤 느낌일지 알 수 없는 콘텐츠이기도 했으니, 시연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유저들에게 'VR이란 이런 느낌입니다.'를 전달하려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대형 게임사만큼은 아니지만, 시연할 수 있는 곳도 충분했던 VR 코너.

때문에 인디부터 대형 기대작의 VR 콘텐츠까지 다양한 VR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VR 주변기기' 쪽이었죠. 발판이나 별도의 조작대와 같은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몰입감을 느끼게 해주는 기기들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기기 자체의 덩치가 꽤 큰 편이라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시연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직접 올라타 보니 '어라? 이거 예상보다 괜찮은데?'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이거. 생긴 건 괴상해도 괜찮은 물건 들입니다.

▲ 이런 느낌입니다. 저처럼 덩치 큰 아저씨(29세)가 타면 조금 흉한 면도 있어요.



"4D는 아니고 한 3.5D는 되겠다." - 발판형 주변 기기

게임을 진행하면서 발밑의 발판을 움직여 일체감을 줄 수 있는 기계들은 몇 가지 있었습니다만, 유저가 직접 발판 위에서 걸어 다니거나, 허리를 고정해야 하는 등 몇 가지 불편함을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기기 자체의 크기까지 큰 편입니다.

아케이드 기기를 상정하고 제작된 형태로, 스노보드를 탈 때처럼 발을 고정한 형태에서 스노보드 / 서핑의 두 가지 시연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이나 유저의 움직임에 맞춰, 밑에 있는 발판의 전후좌우 고저차를 줘 실재감을 느낄 수 있는 주변기기입니다.

탑승 후의 느낌은 '오오.. 꽤나 스릴 있는데' 쪽에 가깝습니다. 실제를 따라잡았다는 측면보다는 게임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공간감과 현장감, 몰입감과 함께 발판이 움직이는 것이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특히, 서핑 시연대를 체험하는 동안에는 시연자의 움직임과 게임의 진행 내용을 보고 얼굴을 향해 물을 분사해주는 부가 기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영문도 모른 체 체험 후 옷이 젖어있는 상황도 나왔습니다. 아 참.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기능은 카메라가 얼굴의 위치를 자동으로 추적해서 분사하는 형태는 아니고요. '수동으로 진행요원이 얼굴을 조준해서 발사'하는 식입니다.

▲ 어쩐지 얼굴만 기가 막히게 촉촉해지더라니...

시연자의 얼굴을 계속해서 주시하면서 물 발사구를 조준할 지점을 찾고 있는 진행요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슬픔과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분이 고생한 덕에 현장감은 200% 느낄 수 있었지만, 자동이겠거니 하던 기대감이 깨진 것은 살짝 아쉬운 부분입니다. 물 밑에서 발을 열심히 놀리는 백조를 본 느낌이에요.

뭐 아무튼.. 발판형 주변기기 2종을 전부 타보고 느낀 것은 '멀미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VR 멀미는 뇌가 인식하는 움직임과 실제 몸의 움직임이 달라서 발생하는 것인데, 몸이 계속해서 게임과 동일하게 움직이다 보니, 각 10분짜리 시연을 4종을 돌아도 무리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아저씨 이게 그 4D죠? '응 아니야~ 수동이야~'



"이거 고삐 계속 흔들어야 되는 거에요?" - 탑승형 주변 기기

그래도 기본적인 구조가 같았던 발판형 주변 기기와는 달리, 탑승형 주변기기 2종은 시연 내용에 따라 기기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바이크 레이싱을 체험할 수 있는 시연대에서는 당연히 바이크 모양의 시연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말을 타는 시연대에서는 말 모양의 기기를 가져다 뒀어요.

앞서 체험했던 스노보드나 서핑처럼 움직임이 격한 시연대는 아니었지만, 몸을 고정하거나 잡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시연자로서는 오히려 불안한 느낌이 강합니다. 바이크 같은 경우에는 갑작스레 몸이 기울어지는 부분이 좀 있는데, 풍채가 좋은 시연자들은 기기에서 떨어질 것만 같은 위태로움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진행 요원들이 몸을 잡아주는 상황도 여럿 나왔죠.


기기에 몸 자체를 붙여야되는 형태다 보니, 오히려 멀미는 나지 않고 무섭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움직임도 격하지는 않은데, 마음 놓고 잡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오로지 진행 요원의 도움만 바라고 탑승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식의 기기가 가정용으로 제작된다면 안전문제가 발생할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탑승형 기기인 말타기는 움직임이 조금 정적인 대신에, '진짜로 고삐를 쥐고 흔들어야' 게임이 진행됩니다. 그것도 승마할 때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이죠. 고삐를 안 흔들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그럼 당연히 말이 출발 안 하죠. 계속 흔드세요.'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사바나 같은 초원을 말을 타고 여행하는 시연대인데, 바이크만큼 몸을 붙이는 형태도 아닌데다가... 양 손목을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다 보니 감작스레 기기가 기울어지면 정말 불안합니다. 주변에 잡을 곳도 없고, 시연에 집중하던 상태라서 순간적으로 고삐를 놓고 말의 목을 잡거나 끌어안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에 계곡을 뛰어넘는 화면이 연출될 때, 특히 문제가 더해집니다. 시야에 계곡을 넘어간다는 정보가 제공되긴 하지만 기계의 기울기가 그런 식으로 설정될줄은 몰랐습니다. 열심히 고삐를 흔들다가 갑자기 기울어지는데... 졸지에 소리지르며 잡을 곳을 찾는 애마인들이 계속해서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 얼마 안 기울이는 것 같은데 잡을 곳이 없다 보니...

해당 부스의 시연대를 모두 돌아본 결과, '가격만 괜찮다면 발판형 기기 정도는 구비해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용의 형태는 아니지만, 준수한 몰입감과 재미를 줬으니 기기 자체의 효용성은 인정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안전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저도 혹할 듯 싶어요. 무엇보다 꽤 여러 번 체험을 했는데도 멀미나 어지럼증이 없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