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윤 조이시티 / 테크니컬 아티스트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이상윤 조이시티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쿠노 인터렉티브의 책임 아티스르로, 룸즈2의 VR 아트 디렉팅과 TA를 맡았다. 현재 조이시티에서 테크니컬 아티스트로 재직 중에 있다.


테크니컬 아티스트(TA)라는 명칭은 국내 게임 업계에 생소하기만 한 명칭이었다. 하지만 수년 사이 이 직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너도나도 TA가 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TA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강단에 오른 조이시티 이상윤 TA도 이에 대해 바른 정의를 이해한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TA가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라는 게임 개발의 중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직책인 만큼 이상윤 TA는 이에 대한 바른 인식이 필요함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단순히 TA의 역할 설명에 그치지 않고 TA 지망생들이 실무에 있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전하고자 했다.

TA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듯 강연 시작 20분 전부터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던 이상윤 TA. 현업에 종사하는 그의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IGC 둘째 날의 강연이 시작됐다.



■ 강연주제: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에요?

⊙ 테크니컬 아티스트란 무엇인가?
 
정확히 TA는 아티스트일까? 아니면 프로그래머?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프로그래머가 아트를 배우는 것이 유리한지, 아티스트가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유리한지 논란이 생긴 적이 있다. 확실한 것은 TA는 두 직군의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시빌 워 급의 논쟁. 하지만 둘 다 잘하는 게 최고.

다만, 아트와 프로그래밍, 각 부분의 능력에서 '잘한다'라고 하는 것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에서는 잘한다는 평가가 박한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조금만 가지고 있어도 능동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한다.

즉, 아트와 프로그래밍, 어느 한쪽으로 독립될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한쪽 분야에 능통하고 다른 분야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TA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역량은 조금씩 다르다. 아시아권의 경우 TA 구직에 있어 아티스트 기반으로 심미적인 능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임 아트 리소스 생산과 구현에서 엔진의 특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해결을 제시하고, 아티스트가 아트 리소스의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 중국 TA 모집 요강 中"


반면 북미권 회사들은 TA에게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밍의 가이드를 제공하고 둘을 서포트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아트에서의 능력과 기술적인 능력 둘 다 요구된다. 기술적인 가이드로 게임 개발의 처음부터 출시까지 책임지며 이를 위해 동료들을 지원한다. - 북미 TA 모집 요강"


▲ 선호하는 능력의 차이는 있지만 아트와 프로그래밍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TA에 요구되는 것을 크게 4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 번째심미적 관점에서의 가치와 기술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만들어진 리소스가 아름다운지 판단하고 이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할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아트 리소스의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다. 이는 TA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 조건 중 하나인데 맥스나 마야, 포토샵 등 아티스트가 리소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TA 채용 공고에서 아티스트 업무 경력을 확인하기도 하는데 지원자가 앞선 제작과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대략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아트 리소스가 게임 구현에서 적용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다. 이는 엔진에서 이것이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대한 부분 따위다.

마지막 네 번째플랫폼에 따른 특성의 이해다. 모바일 게임을 PC 게임 만들듯 만들면 제대로 구동되지 않듯 각 플랫폼에 적합한 개발 과정이나 특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같은 아트리소스를 PC, PS, Xbox에 적용했더니 색이 다 다른 경우가 있을 정도니 플랫폼 특성 이해 역시 TA에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 같은 리소스라도 플랫폼에 따라 표현 결과가 달라지는 특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개발 직군 위치

게임 개발이라고 하면 흔히 프로그래머만을 지칭하는 시기가 있었다. 최근에는 이런 인식이 많이 희석되었다. 대신 각 직군의 개발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개발자는 크게 클라이언트나 서버, 엔진, UI 등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와 컨셉을 미리 짜고 비주얼 일러스트, 모델링, 애니메이션, 라이팅 등을 다루는 아트, 시스템이나 레벨 등 흔히 기획이라고 말하는 디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아티스트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업무 영역이 자연스레 늘어나다 보면 타 직군의 일을 겸하게 된다. 그럼 어느새 TA로서의 역량이 생기게 된다. 아트 기반의 일을 하지 않아도 TA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프로그래밍 기술이 아트 부문의 기술보다 빼어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단, TA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흔히 '테크니컬 아티스트'라는 이름에 프로그래밍, 혹은 아트 부분만 생각하곤 하는데 TA도 본질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디자인적인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TA를 꿈꾸는 많은 개발자나 지망생이라면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을 꼭 인지해야 한다.

▲ TA는 보통 원래 직군에 따라 이와 같은 형태의 이해도를 보인다.



⊙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직무

1. 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은 TA의 담당하는 직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다. 쉐이더의 개발부터 맥스 스크립트나 파이선 등을 사용하는 것도 엔지니어의 업무다.

예를 들어 게임에 새로 추가시켰으면 하는 부분을 샘플로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에게 작업을 요청하면 어떻게 해야 나아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한다. 이 경우 TA가 나서 샘플 데이터를 제작해 가이드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부 TA의 경우 라이팅 부분을 직접 담당하기도 한다. 라이팅은 엔진에 있는 기능들을 많이 활용하기에 이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개발자가 나서야 하고 그것이 TA인 경우가 많다.

최적화, 일명 프로파일링도 TA의 업무 중 하나다. 오랜 기간을 몰두하기에 QA와 프로파일링을 혼동하기도 한다. QA는 플레이 시 지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TA가 해야 하는 업무는 게임 리소스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확인하는 작업이기에 정확히는 다른 업무다.



2. 문서화

내가 R&D(연구개발)한 부분을 엔지니어나 동료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수가 작은 조직이라면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의도를 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나 이메일만으로 100명 이상, 여러 팀에 있는 동료들에게 원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업무의 문서화, 구체화이고 TA가 맡아야 하는 임무 중 하나다.

문서화가 빛을 발하는 때는 개발 과정 중 이슈가 생겼을 때이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유사 프로젝트의 문제 사항이 담긴 문서를 전달해 현재 직면한 문제에 대입한다면 간단하게 해결 방법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부족하다면 더욱 구체적인 문제 파악이 가능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만들어내게 된다.

세 번째는 미들웨어의 도입과 테스트 결과를 남기는 일도 문서화 업무의 하나다. 최근 등장한 개발 툴의 효율이 높아지고 그 수도 많다. 이것들을 현재 사용하는 업무에 도입했을 경우 얼마나 실용적일지 문서로 남기는 일이다.

3. 조율 커뮤니케이션

TA는 아트와 프로그래를 양쪽에 두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전달하는 것인데 단순히 뜻을 옮기는 데에 그쳐선 안 된다. 그 의견이 가치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도 TA의 몫이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업물이 멋지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 프레임, 퍼포먼스를 모두 무시한 채 캐릭터품질만을 요구한다면 TA가 중간에서 이를 제지해야 한다. 단, 단순히 옳지 않은 내용이기에 주장을 무시한다는 식의 통보가 되어서는 안 되며 아티스트, 혹은 프로그래머의 이야기가 왜 이루어질 수 없는지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필요하다.

▲ 똑같은 한국말이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적인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의 통역 역할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트 리소스, 혹은 프로그래머의 리소스를 다른 편에 제대로 옮기고 개발 과정도 효과적으로 진행됐음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기도 한다.

실례로 많은 적군이 등장할 때 프레임이 떨어져 프로그래밍을 최적화하고 그래픽 리소스를 줄였음에도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는 유닛의 수를 줄이고 줄어든 적의 수만큼 떨어진 긴박감을 살리기 위해 난이도를 높이는 기획 수정을 요청해야 한다. 이 조율도 TA의 몫이며 그들이 게임 디자인에 대해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되려면?

그렇다면 TA가 되기 위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사람의 질문을 위주로 대답하자면 일단 영어와 수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토익 점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제작에 사용되는 툴의 용어가 모두 영어다. 개발 관련 레퍼런스 문서나 매뉴얼 역시 영어인 경우가 허다하다.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이슈 공유가 대부분이 해외 개발자들이 활동하는 포럼에서 이루어진다. 즉, 영어를 할 줄 알아야 가장 쉽고, 빠르게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

▲ 많은 정보를 영어 검색만으로 얻을 수 있다.


영어 실력이 떨어진다면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흔히 기술 부분의 번역은 전문 번역가에게 부탁해도 용어와 전문 지식이 없어 제대로 된 번역을 하지 못하기 일쑤다. 즉,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번역을 해낼 수 없다. 이때 구글 번역기 등을 통해 기본적인 해석을 얻고 이미 알고 있는 전문 용어에 대한 해석을 더하면 전문적인 영어 실력 없이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번역기를 이용해 필요한 문장을 찾아내는 습관을 들이면 천천히 전문적인 문서의 구조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용어와 친해지는 것이다. 사회 생활을 현실적으로 그린 만화 미생에서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용어는 전문가들의 대화이며, 10분에 끝낼 일을 1분에 끝내고,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이는 만화에서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 TA의 업무에서도 적용된다. 용어의 정확한 뜻을 안다면 영어 원문의 뜻을 바르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데 단순히 그 뜻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정의를 내리면 더 정확하게 익힐 수 있다.

'쉐이더'나 '텍스쳐' 등 흔히 사용하는 용어의 뜻을 정확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용어가 익숙하지 않고 잘못 사용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셈이다.



영어만큼이나 수학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풀던 어려운 문제풀이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TA에게 필요한 수학은 문제 해결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 필요한 '수학적 사고'이며 개발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학 용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 사인값 등 비교적 귀찮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업무에 사용되는 게임 수학은 재밌다고 느껴질 정도로 친해지기 쉬운 분야이다. 그러니 수학이라는 이름에 미리 겁먹지 말고 거부감을 줄여나가도록 하자.

프로그래머의 직무인 스크립트도 알아두면 좋다. 많은 사람이 수학처럼 복잡해 보이는 형태의 스크립트에 지레 겁을 먹곤 한다. 하지만 스크립트도 검은 건 바탕, 흰색은 글자인 문자의 나열일 뿐이다. 한줄 한줄 구분되어 있어 찬찬히 뜯어보면 구조가 간단하고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TA를 꿈꾸는 프로그래머에게 무턱대고 그림을 잘 그리라고 하는 것은 뎃셍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인체를 정확히 그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또 그런 요구에 제대로 된 인체가 아니라 젓가락을 그리는 사람이 태반이고 말이다.

아티스트의 기술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림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아웃포커싱, 모션 블러 등은 인간의 눈이 아니라 카메라에서 시작됐다. 그렇기에 카메라를 이용해 다양한 사진 효과를 배운다면 더욱 쉽게 게임 아트에 적응할 수 있다. 카메라는 특별한 효과 외에도 빛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고 이해하는 데에도 효과적인데 이는 개발 분야의 라이팅과 궤를 같이한다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TA를 지망하는 개발자라면 컨퍼런스에 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생각을 전하는 것이 조율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인간의 눈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한 접근.


이상윤 TA는 먼 미래에는 게임 개발 기술과 툴의 기능이 좋아져 아티스트 하나하나가 TA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게 모두가 기술적인 이해를 가지고 게임 개발의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TA가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