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은 팀 게임이다 보니 승리에 대한 공을 다섯 명이 나눠 가진다. 승리에 기여한만큼 정확하게 공을 치하받는다면 다행이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기 힘들다. 5명 중에 눈에 크게 띄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고, 꼭 해야 하는 일을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팀일수록 크게 주목받는 선수와 상대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는 선수의 차이가 선명해진다.

'울프' 이재완도 팀 게임 속에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는 선수 중 하나다. 그는 절대 지지 않는 SKT T1 봇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특히, 해외에서 굉장히 야박하다. 일례로,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 ESPN은 롤드컵을 앞두고 선수 파워랭킹 Top 20를 발표했는데, 이재완의 이름은 없었다. 롤드컵 조별 예선 8일 차 SKT T1과 C9의 경기 종료 후, 이재완은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서운하다는 입장을 직접 표출한 적이 있다.

저평가 받고 있는 최정상급 서포터 '울프' 이재완을 위해, 그가 '세계 최고의 서포터'임을 증명하는 팩트 세 가지를 준비했다.


◈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롤드컵 서포터 중 KDA 1위

▲ 2016 월드 챔피언십 조별리그 서포터 부분 KDA 기록, '울프' 이재완이 1등을 차지했다.

▲ 2016 월드 챔피언십 토너먼트 서포터 부분 KDA 기록, '울프' 이재완이 역시 1등이다.


KDA 지수는 선수를 평가하는 데 가장 직관적인 수치다. '울프' 이재완은 이번 롤드컵에서 경기 전체 평균 KDA 5.2로 대회에 참여한 서포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모든 팀이 같은 수의 경기를 치른 조별 리그에서도 이재완은 KDA 6.8, 1등을 차지했다.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핫(Hot)했던 서포터 '코어장전' 조용인보다도 0.4 높은 수치다.

승률이 높을수록 KDA 수치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역대 롤드컵에서 가장 승률이 높았던 서포터와 비교하면 어떨까? 2013년 월드 챔피언십 SKT T1은 18전 15승 3패, 83.3%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당시 서포터였던 현 SKT T1 코치 '푸만두' 이정현의 KDA는 4.0. 이는 2016년 20전 14승 6패, 70%의 승률을 기록한 '울프' 이재완의 KDA보다 1.2 낮다.


◈ 라인전 강한 서포터가 대세 + SKT 봇 라인전은 항상 승리 = ?


SKT T1이 이번 대회에서 치른 20경기 중 SKT T1 봇 듀오가 20분까지 기록한 CS 수치를 살펴보니 11경기에 CS 수급에 우세를 점했고 그중 8경기에 15개 이상(1킬 값어치) CS 차이를 벌려냈다. 상대보다 15개 이상 CS 수급에 뒤진 경기는 단 한 경기(미스포츈 등장, 락스 타이거즈전 2세트)뿐이었고 나머지는 대등했다. 또한, SKT T1 봇 듀오는 20경기 중 11경기에 먼저 상대 포탑을 파괴했다.

이번 롤드컵에서 봇 라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전장이었다. 현재 메타에서 라인전의 강력함은 원거리 딜러보다 서포터 챔피언의 역량에 달려 있었다. 자이라, 미스포츈이 떠오른 이유도 라인전이 강력하다는 장점 하나 때문이다. SKT T1의 봇 듀오가 절대적으로 강한 라인전 수행 능력을 보인 데는 서포터의 중요도가 오른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이재완의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

SKT T1 봇 듀오의 라인전 강력함이 가장 잘 드러난 경기가 삼성과의 결승전 1세트였다. 삼성의 최우범 감독은 밴픽 과정에서 '코어장전' 조용인에게 자이라를 주면 라인전이 이길 것이라는 계산으로 첫 번째로 가져왔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SKT T1 봇 듀오는 경기 시간 20분까지 12개 이상 CS 수급에 앞서고 포탑을 먼저 파괴하면서 삼성의 전략을 망가뜨렸다.


◈ 시야 싸움? 얼마나 설치하느냐 아닌 얼마나 제거하느냐! 이재완, 분당 와드 제거 갯수 1위


서포터의 기량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와드를 통한 시야 장악 능력이다. 2014년 월드 챔피언십에는 와드를 통한 시야 싸움이 극에 달했던 경기다. 당시에는 서포터가 와드를 도맡아 설치했는데, 당시 최강 서포터로 인정받은 '마타' 조세형의 경우에는 아이템보다 와드 구매를 선호하기도 했다.

이후 시즌부터 패치를 통해 개인이 설치할 수 있는 와드 갯수의 한계가 정해졌다. 자연스레 와드 설치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가 한정되기 시작했다. 시야 싸움은 이제 '얼마나 많이 설치하는가' 에서 '와드를 얼마나 잘 지우는가'로 포인트가 옮겨졌다.

이재완은 롤드컵에 참여한 서포터 중 가장 와드를 잘 지우는 선수다. 그는 분당 0.66개의 와드를 지우는데 이는 전체 서포터 평균인 0.4보다 0.26 높은 수치다. 오브젝트 싸움에서는 와드를 통한 시야 장악 능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재 메타에서 '시야 싸움에 가장 능통한 서포터'라고 칭할 만 하다.


누구나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슈퍼스타만 모여있다고 해서 강팀이 되진 않는다.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동안, 뒤에서 팀에 꼭 필요한 일을 조용히 해내는 이도 분명히 필요하다. 슈퍼스타가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팀에는 언제나 이를 뒤에서 받쳐주는 숨은 살림꾼이 있었다. 자신이 빛나는 것을 포기하고 빈 곳을 채워 팀의 밸런스를 맞추는 이들. e스포츠에 팀 게임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숨은 살림꾼'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이재완이 묵묵한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그는 대중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고 때로는 적극적인 의사를 개진하면서 자신이 팀에 공헌한 것에 대해 알아주길 바라기도 했다. 그런 이재완의 행동이 절대 미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가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겸손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이제 자신의 공로만큼 정확한 보상을 받길 원한다. 이재완도 그럴 것이다. 그는 팀에 필요한 플레이를 해왔고, 서포터로써 SKT T1이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에 우승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그가 자신의 공로를 보상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팀을 위해 노력해온 이재완의 역할을 인정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