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헬퍼. 말 그대로 스토리의 창작을 도와주는 저작 도구입니다. 과거에는 펜이나 종이, 노트북에 의존해 글을 썼지만 스토리헬퍼와 같은 강력한 창작 지원 도구가 등장하면서 글쓰기의 가능성이 더욱 넓어졌죠. 글이라는 것은 작가의 경험이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노력의 산물인데 과연 이런 게 필요할까 싶은 의견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스토리헬퍼를 지원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의 생각은 다릅니다. "1870년대 금속 튜브에 담긴 유화 물감은 예술사 전체를 변화시켰습니다. 화가들은 이 물감을 들고 작업실에서 벗어나 들판에서 그림을 그렸고 인상파 회화의 탄생 계기가 되었죠"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의 스토리헬퍼 설명입니다. 이처럼 스토리헬퍼는 이야기 예술의 금속 튜브를 꿈꾸는 연구자들의 열정으로 2만4천 종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검토하여 대표작 1500편을 선정한 뒤 이를 3만4천 개 요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205개의 이야기 모티프와 각각 36개의 에피소드로 다시 정리되어, 작가들이 자신이 구상하는 스토리에 따라 자유롭게 대조, 검토, 검색, 추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스토리 창작에 대한 완벽한 글쓰기 툴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 이재성 전무, "스토리헬퍼 3년의 의미"

▲이재성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전무

지난 7일(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이삼봉 홀에서 스토리헬퍼 3주년 기념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성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전무는 지난 3년간 발자취를 되짚어보며 스토리 헬퍼가 "창작활동의 저변 확대와 이야기 구성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토리헬퍼는 2013년 7월 무료 서비스를 시작해 40개월간, 지속적인 DB 업데이트를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 현재 대표 영화 약 1,500편이 DB에 반영되었죠. 최근에는 '곡성', '아가씨', 배트맨 VS 슈퍼맨' 등 대중성, 작품성, 서사성 있는 작품들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해 6월 스토리헬퍼 2주년을 맞아 확장 개편하면서 스토리헬퍼의 기능은 더욱 막강해지고 이용자는 대폭 늘었습니다.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스토리헬퍼는 2013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년간 가입자 21,862명, 2015년 확장개편 이후 가입자 9,619명(16년 10월 기준)입니다. 월 평균 유니크(계정 재접속 중복 제외)사용자 5백명을 웃돌고 있죠.

재단 측은 "현재 가입자 수는 국내 전문 작가 수나, 작가 지망생의 수를 상회하는 숫자이며, 이는 스토리헬퍼가 통계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평소 스토리 창작에 관심을 갖고 있던 대중들까지도 흡수한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장르 소설 작가 손지상 씨는 "스토리헬퍼가 자신이 생각하는 모티프가 다른 작품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창작 발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으며 수필 작가 문아름 씨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스토리가 기존에 이미 존재했던 이야기인지, 유사한 이야기는 없는지 확인하는데 스토리헬퍼가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1년 6개월 ‘순가입자’ 1만여명

그렇다면 스토리헬퍼는 이야기 구성의 질을 어떻게 높이는 걸까요? 스토리헬퍼는 스토리 저작을 과학화, 체계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헬퍼의 기본 콘셉트는 기존의 스토리를 참고하고 변형하여 작가 자신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창작하는 것 입니다. 이를 위해 스토리헬퍼는 사례 기반 추론(Cased-Based Reasoning, CBR)의 프로세스에 따라 작가가 스토리헬퍼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끔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생각은 많은데 막상 글로 쓰려니 한 글자도 못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때 스토리헬퍼는 접속한 작가에게 일련의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에 따라 작가 스스로 구상하고 있는 스토리와 유사한 스토리 DB를 추천해줍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시나리오 유사도 분석 시스템’이라는 특허로 구현된 기술로 창작 발상을 돕는 스토리헬퍼의 고유의 프로세스라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헬퍼 후속작 제작 발표 및 스토리헬퍼 3주년 기념 행사

사실 기존에도 레퍼런스를 찾는 작가들에게 영화나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존재했지만, 스토리헬퍼는 모티프 추출과 플롯 세분화를 통해 작가들의 창작에 친화적인 형태로 영화 스토리를 재구성하여 DB화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이를 무료로 작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작가들을 위한 영화 레퍼런스의 오픈소스(open-source)화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헬퍼가 보유하고 있는 1,500편의 영화 DB는 약 2만 4,000편의 영화 후보군에서 작품성, 대중성, 서사성이라는 3개 기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각각의 영화는 시퀀스와 장면으로 분할되어 DB화되어, DB 요소는 12만 개에 달합니다.



■ 스토리헬퍼 후속작 ‘스토리 타블로’ Coming soon next Spring)

▲스토리 타블로의 장면 매니지먼트 - 시퀀스 편집 화면

이날 행사에는 스토리헬퍼의 후속작 '스토리 타블로(Story TABLO)' 발표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스토리 타블로는 이미지 기반의 사용자 참여형 시나리오 저작도구로, 사용자가 이미지를 활용해 스토리텔링을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저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재단 측은 최종적으로는 웹 기반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협업형 창작도구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토리 타블로의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캐릭터 시뮬레이션, 장면 매니지먼트, 사용자 협업 시스템의 3단계를 통해 저작 프로세스를 지원.
• 영화 DB로부터 캐릭터와 플롯의 원형적 표상을 추출하고, 이를 스토리텔링 저작 요소로 DB를 구축.
• ‘캐릭터 시뮬레이션’ 단계는 사용자가 쿼리를 통해 DB에 접근, 창작에 활용할 수 있는 로직 포함.
• ‘장면 매니지먼트’ 단계는 원형 장면 DB를 기반으로, 전체 시나리오를 완성해 나가는 세부 저작 단계.
• ‘사용자 협업 시스템’ 단계는 사용자 참여형 라이브러리를 지원한다.  


스토리 타블로에서 사용자는 작성 중인 스토리를 웹 상으로 공유, 피드백, 수정할 수 있으며 참여 기여도에 따라 권한 및 보상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창의적 사용자들의 상호작용 과정을 도모하며, 스토리 저작 프로세스를 생산 및 확대하는 장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데요. 추후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죠.



■ 우리나라 최고의 스토리텔러를 가린다! '톱 스토리텔러' Pilot 프로그램

▲ THE MOTH의 한 장면

행사 마지막엔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깜짝 파일럿 프로그램 '톱 스토리텔러'를 공개했습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소’와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톱 스토리텔러'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스토리텔러가 모여 5분동안 ‘가장 재미 있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미국의 스토리텔링 이벤트, 'THE MOTH'를 모티브로 기획되었죠.

이번 '탑 스토리텔러' 파일럿 프로그램은 정기적 개최를 위한 파일럿 행사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구체적인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자유주제’로 진행되며, 자신의 경험 이야기 혹은 픽션도 허용된다.
•단, 형식의 통일을 위해 ‘모티프 카드’ 선정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등록된 205개의 모티프 중 3개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주어진 시간은 5분이다.
•현장의 반응에 따라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보인 스토리텔러가 ‘톱 스토리텔러’로 선정된다.

▲스토리헬퍼와 스토리타블로에 활용된 205개의 모티프

한편,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이날 현재 제작중인 스토리헬퍼를 주제로한 카드게임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제작중인 '스토리헬퍼 카드게임'은 오프라인에서 여럿이 모여 이야기 만들기를 진행하는 스토리텔링 게임인데요. 모티프 카드 205장, 조커카드 16장으로 이루어진 보드게임으로 집단 창작 모드를 시연할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은 이밖에도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인데요. 이처럼 아이디어나 계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결과물이 있기에 앞으로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