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빈 네트워크'의 두 한국인 대표, VR 어트랙션에서 무엇을 보았나?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VR이라는 바람은 생각만큼 거세지 않았다. 상용화 전까지, VR이 과연 새로운 판도를 만들 거냐는 것을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누군가는 완전히 새로운 판도가 짜일 것이라 말했고, 또 누군가는 호들갑에 불과하다며, 큰 영향이 없을 거라 말했다.
결과는 반반이었다. 개발이라는 분야에서 VR은 확실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많은 개발사는 기존의 플랫폼을 떠나 VR이라는 새 땅에 둥지를 틀었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VR은 아직도 먼 이야기였다. 너무나 비싼 가격, 고성능의 PC 요구….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모바일 VR은 상용화 이전 떠돌던 풍문에 비하면 조금 모자란 모습이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용 VR을 보자면 그렇다.
하지만 VR의 영역은 개인 용도가 끝이 아니었다. 발 빠른 업체들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VR이라는 장비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 'VR 어트랙션'이었다. 물론 장단점은 존재한다. VR로는 어트랙션이 주는 공감각을 모두 구현할 수 없다. 중력을 조절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몇몇 감각은 실제 어트랙션보다 더 날카롭게 자극한다. VR이라는 장치가 주는 이점이다.
'홍빈 네트워크'도 이 점에 주목했다. 지스타 2016에 그들은 여섯 종의 VR 어트랙션을 갖춰 출전했다. 주력 상품은 말했듯이 VR 어트랙션. 하지만 단순히 어트랙션의 개발과 판매가 그들이 바라보는 종착역은 아니다. '버추얼 아일랜드'. 홍빈이 직접 구상해낸 VR 테마파크다. 실제 테마파크처럼 큰 부지도 필요 없고, 복층식 건물 하나면 충분하다. B2B 관에 마련된 홍빈의 부스. 중국 회사이지만 공동 대표 두 명은 모두 한국 사람이다. 궁금했다. 이들이 VR 어트랙션이라는 분야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Q. 만나서 반갑다. 먼저 간단히 본인 소개 좀 부탁한다.
서정욱 대표: 오랫동안 게임업계에서 일하면서 중국과 한국을 오갔다. 96년부터 일했으니 올해로 딱 20년을 보냈다. 조이시티 차이나에 법인장으로 일했고, 이후 넥슨 차이나에 모바일 쪽에서 일하면서 '카트라이더 모바일'이나 '불멸의 전사' 같은 게임을 소싱했다. VR은 작년부터 생각했고, 해오고 싶었기에 올해 초에 퇴사하고 홍빈 네트워크를 꾸리게 되었다.
진호석 대표: 나 역시 2000년 이전부터 게임업계에서 일해왔고, 네오위즈와 웹젠 등에서 일하며 중국과 한국을 돌아다녔다. 국내 회사의 중국 법인에서 주로 일했으나 온라인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중국 회사에서 직접 일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VR 관련 사업을 해보고 싶어 서정욱 대표와 함께 회사를 꾸리게 되었다.
Q. 지스타 2016에 출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번 지스타에서 어떤 것을 얻어가려고 하는가?
서정욱 대표: 우리 상품을 사갈 소비층을 찾으러 온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함께해나갈 협력업체나 더 개선된 사업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영감이 나오기도 한다. 아직은 우리가 가진 타이틀 중 어떤 것이 가장 잘 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진호석 대표: 시연 가능한 어트랙션이 많음에도 B2B로 나온 이유는 모든 이들에게 시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협력 업체나 VR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업체에 VR 어트랙션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Q. 어째서 VR 어트랙션인가? 게임 산업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VR 어트랙션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서정욱 대표: 처음 생각은 VR 스튜디오를 꾸리고 게임 개발을 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히 VR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수익 면에서 불안했다. 물론 투자를 받으면 2-3년 정도 스튜디오를 꾸리는 것은 가능할 거다.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투자를 받아 멋진 도전을 해볼 수 있겠으나, 수익을 내지 못하면 결국 그 세월 동안 돈만 까먹고 살게 되는 거다.
본디 창업을 하게 되면 기본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고 나서 이익을 창출하며 움직여야 한다. 그게 기업이고, 자본주의의 논리이니 말이다. 그 마음과 VR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겹쳐져 고민하다 보니 가장 좋은 해답이 VR 어트랙션이었다.
개인용 VR은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한 시장이 형성되기에는 기기 보급률이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반면 어떤 이든 잠깐의 발품만 팔면 놀 수 있는 오프라인 사업은 사용자에게 보다 빨리 다가갈 수 있다. 사용자들이 VR을 더 쉽게 접할 환경을 만들어주면, 이게 곧 저변의 확대로 이어진다. VR 어트랙션을 개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는 끝에 VR 어트랙션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연구는 차후 개인용 VR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고, 오프라인 기반의 VR 장비는 사용자의 인식과 VR의 저변을 개선하는 방법이 될 거라 믿고 있다.
Q. VR 어트랙션이 기존의 개인용 VR, 혹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어트랙션과 비교할 때 어떤 점에서 더 낫다고 보는가?
서정욱 대표: 솔직히 말해 기존의 어트랙션과 VR 어트랙션을 같은 선에 놓는 것은 힘든 일인 것 같다. 누가 봐도 VR을 보면서 어트랙션을 타는 것 자체는 그리 멋진 일이 아니다. VR 어트랙션은 기존의 그것과 같은 '어트랙션'이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달라야 한다. 그리고 이 점은 우리가 상품을 개발할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기도 하다.
VR 어트랙션과 기존 어트랙션의 차이는 '게임성'을 가진 요소들을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임의대로 코스를 선택하거나, 달리는 차 위에서 총을 쏠 수도 있고, 이를 점수화해 보상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단순히 한번 타고 끝나는 어트랙션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테스트 단계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좋다. 가족 단위로 플레이할 수도 있고, 매 플레이가 다른 그림을 만든다. 그리고 이 점은, 기존의 어트랙션보다 훨씬 강력한 재방문의 동기가 된다. '4DX'라는 이름으로 소형 어트랙션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영상이라는 측면에서 VR이 훨씬 강하다. 우리가 개발하는 어트랙션은 자리 하나마다 컴퓨터가 존재한다.
Q. 그렇다면 어트랙션 프로그램이나 구성은 계속 바뀌게 되는가?
진호석 대표: 물론 계속 순환된다. VR은 그런 면에서 기존의 어트랙션에 비해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니 말이다. 사용자가 계속 바뀌는 만큼, 인터페이스도 바뀌고 UI도 바뀔 것이다. 현재 만들어진 VR 어트랙션은 아직 초기 버전에 불과하고, 최적화된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바뀔 예정이다. 아마 그때가 되면 네트워크 기능을 비롯해 다양한 면이 개선되어 있을 것이다.
Q. 소프트웨어 개발에 쓰이는 엔진은 주로 어떤 것을 사용하는가?
진호석 대표: 기본적으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지만, 콘텐츠 일부는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편이다.
Q. 홍빈의 VR 어트랙션에 쓰이는 하드웨어는 어떤 것이고, 개발 및 제조 과정에서 경제적인 부담은 없는가?
진호석 대표: 기본적으로 오큘러스와 바이브를 사용하고, 다른 VR 장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우리가 노리고 있는 것은 최적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고, 이를 위해서라면 다른 장비를 더 쓰거나 더 좋은 종류의 장비로 교체할 수도 있다.
경제적 부담 또한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우리의 장비는 매우 간편하고, 효율적인 장치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생산 단계가 간단한 편이다. 하지만 모든 장비가 같은 상황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개발 단계에서 하드웨어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린 특별히 전부터 어트랙션을 개발해온 회사가 아니다. 그래서 개발 과정은 오롯이 콘텐츠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콘텐츠에 필요하다면 하드웨어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Q. '홍빈 네트워크'에 대해 한번 물어보고 싶다. 언제 만들어진 회사인가?
서정욱 대표: 올해 초에 창업하게 되었다. 때문에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와 별도로 우리 사업에 우리가 정통해야 할 필요는 있기에 A부터 Z까지 협력 없이 생산한 자체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다. 직원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20명 정도 될 거다. 사무실은 상해와 서울에 두 곳 있다.
Q. 그럼 홍빈의 주 수익은 VR 어트랙션을 개발, 판매하는 것인가?
진호석 대표: VR 어트랙션으로 구축할 수 있는 사업모델은 굉장히 다양하다. 물론 말씀하신 대로 기기를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전시 광고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력은 '도심형 테마파크'를 생각하고 있다.
VR은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을 때 최고의 몰입감을 얻을 수 있다. 때문이 이와 같은 공간을 테마파크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려 한다. 'VR 드림파크'라는 상용화 모델이다. 매장을 만들어 장비와 SDK, 보상 및 랭킹 시스템 등, 전반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예정이며, 표준이 될 매장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버추얼 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기획하고 있다.
Q. '버추얼 아일랜드'는 그럼 언제쯤 완성되는 것인가?
서정욱 대표: 아무래도 회사 연력이 짧다 보니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지스타 이후를 기점으로써 준비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상용화할 예정이다. 첫 매장은 중국이 아닌 한국 서울에 세워질 것이다.
Q. 매장이 완성되면 꼭 들러보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VR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서정욱 대표: 서로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경쟁은 어디서나, 언제나 일어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쟁보다,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하며 함께 상생하는 것이 더욱 많은 일을 성공적으로 할 길이 아닐까 싶다. 우리 또한 잘나가는 기업이라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웃음) 함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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