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공포, 연애, 판타지, SF, 액션 등등. 대부분의 영화는 장르를 막론하고 개봉 전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합니다. 사람들은 트레일러 영상, 즉 예고편을 보고 영화의 대략적인 흐름을 가늠하거나, 상상하고, 기대감을 키우곤 하죠. 이러한 트레일러 영상은 영화 이외에도 음악, 연극,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대를 증폭시키기 위해 아름다운 특수 효과와 편집으로 점철된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난 후, 부풀 대로 부푼 기대감을 품고 결과물을 보면 '에계?'라며 실망하거나 "예고편이 전부였다"라는 다소 뼈아픈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이번 주 '게임이슈 콕!'에서는 인벤 기자들이 직접 유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 참신한 아이디어와 아름다운 영상으로 유저들에게 감동과 소름을 선사한 게임 속 시네마틱 트레일러들을 엄선했습니다. 잠시 여유를 갖고, 팝콘과 콜라를 챙겨 편한 자세로 느긋이 감상해보세요!


* 게임이슈 '콕!'은 네이버 제휴 콘텐츠로 모바일 페이지 '게임·앱' 코너에 함께 게재됩니다.




팬에게 영원히 회자될 영상과 음악
이스2 이터널 오프닝
BGM: TO MAKE THE END OF BATTLE


추천인 - 정필권 기자

팔콤의 게임을 즐겨 플레이한 팬이라면, '이스2 이터널'의 오프닝 영상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이스1과 2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완결이자, 당시로써는 '게임 오프닝은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1의 엔딩 장면에서 시작하여 창공에 위치한 이스로 올라가는 연출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죠. 1988년 출시된 원작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시대를 뛰어넘는 영상미와 애니메이션을 보여줘, 팬과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8년 출시된 이스1의 리메이크작인 '이스 이터널'과 비교했을 때, 영상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한다면, '이터널'이라는 이름 말마따나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만한 인상을 줬다고 할 수 있죠. 몇 년 만에 도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급격히 바뀌었거든요. 이러한 영상미는 당시 팔콤 소속이었던 '신카이 마코토'가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유려한 색감과 배경 표현은 게임 출시 16년이 지난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당시 게이머들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죠. 짧지만 전작 아돌의 행보를 축약한 연출, '이스'라는 새로운 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리리아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낳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프닝에 사용된 곡인 'TO MAKE THE END OF BATTLE'은 지금 들어도 팬의 가슴을 자극할 정도입니다. 코시로 유조가 작곡한 원곡이 당시 감각에 맞게 어레인지되었으며, 영상의 연출과 맞물려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세월이 지나도 팬들에게 회자될 연출과 BGM이 만나 영원으로 남은 오프닝, 한 번 만나보시죠.



에오르제아의 미래는 유저들에게 달려있다!
파이널판타지14 : 신생 에오르제아 - 새로운 시작
FINAL FANTASY XIV: A Realm Reborn - A New Beginning


추천인 - 박광석 기자

MMORPG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유저들조차 전율케 하고, 나아가 월정액 결제 욕구까지 자극하는 마성을 가진 트레일러가 있습니다. 바로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의 첫 번째 트레일러 영상입니다.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의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공개된 이 트레일러는 세상에 닥친 종말의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한 번 모험을 떠나는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봐도 마음속 깊은 곳의 모험 정신이 절로 뜨거워질 정도로 아름다운 연출이 돋보이지만, 출시 이후 계속된 혹평들과 서비스 종료 위기로 이어진 굴곡 많은 '파이널판타지14'의 과거를 알고 본다면, 모르고 봤을 때의 배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역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중 최악의 흑역사라 평가받은 '파이널판타지14'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첫 번째 확장팩 '신생 에오르제아'의 서막,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담담한, 조금은 무심한 내러티브
'톰 클렌시의 더 디버전'
2014년 E3 시네마틱 트레일러


추천인 - 정재훈 기자

게임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이하 디비전)'의 시네마틱 트레일러는 게임을 하지 않아도 한 번쯤 볼 가치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뉴욕, 갑작스러운 전염병의 발병, 이어지는 판데믹과 무법 지대로 변해가는 도시까지. 디비전의 트레일러는 그 모든 과정을 짧은 시간에 담아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과정을 설명하면서 단 한 명의 등장인물도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탄절을 앞둔 뉴욕. 영상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하지만 노래는 곧 멎습니다. 연말 시즌을 맞아 번진 '그린 플루'로 희생되는 시민. 그리고 그 와중 살아남기 위한 생존자들의 움직임. 이 모든 과정이 장면 하나하나를 담은 스틸컷의 연속으로 보여지죠. 그리고 카메라는, 그 과정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듯 담담히, 약간은 무심하게 비춥니다.

스틸컷의 연속이 영상의 줄기라면, 꽃은 후반부에 이르러 등장하는 디비전 요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법자들을 쫓아내고 클리너들과 대치하는 짧은 장면이지만, 영상 내에서는 어떠한 과장도 없이 요원들의 싸움 방법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실제로 영상에 등장하는 설치형 터렛은 게임 내에도 구현된 스킬이니까요.

잘 만든 트레일러는 그 자체로 일종의 기승전결을 보여줍니다. 디비전의 트레일러는 어째서 뉴욕이 그 모양 그 꼴이 되었으며, 왜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요원이 되어 활동해야 하는지 명확한 동기를 부여하죠.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지만, 애당초 트레일러의 목적이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임을 생각해 볼 때 디비전의 트레일러는 단언컨대 좋은 트레일러 할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스틸컷으로 구성된 독창적인 내러티브는 몇 번을 보아도 다시 한 번쯤 보고 싶거든요.



침략당한 조국의 해방을 위해
에이스컴뱃6 - 해방의 전화
Ace Combat 6 - Fires of Liberation


추천인 - 김규만 기자

평화로운 일상 속 어느 오후, 하늘을 가르는 굉음과 함께 전쟁은 시작됩니다.

출시된 지 약 10여년이 되어가는 플라이트 슈팅 게임 '에이스컴뱃6'는 게임 속 가상의 수도 '그레이스메리아'를 되찾기 위한 에메리아 공화국 공군, '가루다 편대'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플레이어는 '가루다 편대'의 전투기 파일럿이 되어 수도를 되찾기 위한 전쟁에 뛰어들게 되죠.

당시 XBOX 360 독점 발매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정 때문에 많은 팬들이 실망을 하기도, 또 전 시리즈들 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에이스컴뱃6'의 트레일러 하나만큼은 다른 시리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했습니다.

약 4분 정도의 트레일러 속에는 갑작스럽게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수도 '그레이스메리아'의 모습과 딸과 생이별하게 되는 어머니, 이후 하늘을 수놓는 전투기들의 전투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중반 쯤 시작되는 '가루다 편대'를 중심으로 에메리아군이 수도를 탈환하기 위해 뭉치는 장면과, 후반부 게임 OST 중 하나인 'A Brand New Day'가 들리는 부분은 1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전율이 오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한국전쟁의 상황과 유사한 스토리라인이라서 그랬을까요? 당시 이 트레일러에 가상의 국가들을 각각 한국, 북한으로 묘사했던 더빙 버전 UCC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트레일러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작은 것에 주목해서, 더욱 크게 다가온...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오프닝


추천인 - 박태학 기자

블리자드의 시네마틱 영상 제작 솜씨는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특히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죠. '워크래프트' 시리즈나 '디아블로' 시리즈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의 오프닝 영상을 최고로 꼽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해병입니다. 타락 후에도 온 몸으로 멋짐을 뿜어내는 아서스도 아니고, 날개가 있든 없든 정의감 가득한 티리엘도 아닙니다. 그냥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 명의 해병이에요. 뭐, 딱히 착한 사람도 아니죠. 공식 설정 상 대부분의 해병은 재사회화된 범죄자나 반란군 출신입니다. 영상에 나오는 해병 역시 한 범죄 하게 생겼고요. 이러니 유저가 감정 이입할 구석도 딱히 없어요. 말 그대로 '소모품'입니다.

실제로 오프닝 영상에 나오는 해병 역시, 듀갈과 스투코프의 판단에 의해 저그가 득실대는 전장에 버려집니다. 이들에게 닥칠 운명은 영상 말미에 쏟아지는 저글링들이 대신 말해주고 있죠.

누구나 알 만한 영웅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아요. 저그 물량공세 막을 때 쓰는 소모품이라는 역할, 그리고 게임 속 전장에서 죽어간 해병들의 심정을 대변한, 매우 드문 영상이에요. 이후 출시된 블리자드 작품들은 이렇게 '별 것도 아닌' 소재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이 영상을 봤을 때 나이가 13살이었는데요. 멀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상대적으로 널널한 캠페인 깰 때는 최대한 해병들 안 죽게 만들려고 열심히 컨트롤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프닝 보고 뭔가 굉장히 울컥해져서 그랬던 것 같은데... 어린애니까 아마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난 듀갈 같은 나쁜 사람 아니야!'

여담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출시 이후 블리자드 게임들은 그래픽과 분위기가 점점 화사해지고 있습니다. 즉, 앞으로 블리자드가 이렇게 거칠고 음울한 시네마틱 영상을 다시 만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여요. 앞서 설명한 이유와 더불어, 브루드워의 영상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