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탱커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된다는 말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원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역할들을 맡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원할 때 먼저 들어가 교전을 열어줘야 하고, 히어로즈에 없는 '와드'를 자청하며 상대가 들어올 경로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아군이 확실히 킬을 기록하거나 전장에서 살아나올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긴박한 한타 상황에서 탱커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는다. 화끈하게 킬을 쓸어담는 딜러 포지션에 비해 조명받기 힘든 만큼 '탱커의 교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노블레스' 채도준의 플레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 모두를 살린 '노블레스' 무라딘의 신성한 망치

MVP 블랙과 첫 세트에서 채도준은 침착함의 끝을 보여줬다. 아군이 킬을 기록하며 불멸자와 함께 신나게 전진하는 상황. '식스맨'으로도 불리는 불멸자와 함께 이기에 수적으로 확실히 앞선다는 판단이 설 만하다. 하지만 MVP 블랙 역시 강력한 한 방은 건재했다. 'Ttsst' ETC의 광란의 도가니로 상대 다수의 발을 묶고 해머 상사와 리밍이 딜을 퍼붓기 시작했다. 대량 학살의 위기에서 모두가 정신없는 순간에도 '노블레스'의 무라딘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보이는 대로 망치를 적중시키지 않고 아껴둔 한 방의 망치로 연쇄 작용할 수 있는 리밍의 궁극기를 끊었다. 자칫 전멸하고 기세가 기울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단 한 명의 활약이 모두를 구해낸 것이다.

다른 어떤 팀보다 빠르게 굴린다는 MVP 블랙의 운영은 '노블레스'가 있는 한 L5에 통하지 않았다. 마지막 3세트에서 MVP 블랙은 때마침 무리하게 들어온 '노블레스'를 끊어내고 저그 무리까지 불러낸 상태였다. 거침없이 진격하면 되는 상황에서 '노블레스'가 등장했다. 다섯 명이 저그 무리와 함께 전진하는 위험천만한 곳 가운데 들어가서 유유히 살아나왔다. 앞서 자신이 실수했고, 만약에 한 번이라도 더 제압당한다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 찾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침착하게 화신과 드워프 도약을 상대 기술에 맞게 활용해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적진으로 홀로 뛰어드는 용맹한 드워프!

L5는 '노블레스'의 위험한 줄타기로 시간을 버는 동안 울트라리스크 무리를 손쉽게 제압했다. 남은 저그 병력은 조촐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반격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MVP 블랙이 자신들의 공격 기회라고 생각할 법한 타이밍에 무라딘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반대로 아군에게는 최고의 역전 기회를 제공했다.

MVP 블랙과 L5의 경기 결과는 3:0이지만, 세트별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일방적이지 않다. L5의 팀원들의 슈퍼 플레이가 흐름을 바꿔버리며 매 세트 극적인 승부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특히, '노블레스'는 자신이 왜 '무라딘의 화신'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몇 번의 무라딘 너프도 그의 팀을 위한 희생과 센스 플레이는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