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팬들이라면 손꼽아 기다렸을 빅매치, 최고의 라이벌 SKT T1(이하 SKT)과 kt 롤스터(이하 kt)의 경기가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몇 시즌 째 왕좌를 지키고 있는 SKT와 그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최상급 선수들이 뭉친 kt의 대결은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두 팀은 첫 경기가 끝나고 사흘 뒤 곧바로 리매치를 펼칩니다. 슈퍼팀들의 2연전이 가지는 무게감은 엄청나죠.

인벤 e스포츠팀은 이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과연 두 팀 중 누가 웃게 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독보적인 2강으로 꼽히는 슈퍼팀들인만큼 승부 예측 역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팽팽히 맞섰는데요. LoL에 잔뼈가 굵은 e스포츠팀 소속 기자들이 나눴던 이야기를 글로 정리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죠. (좀 더 자유로운 발언을 위해 기자들의 이름은 LoL 챔피언명으로 대체했습니다.)

배석 : 피즈 / 이즈리얼 / 피오라 / 제이스 / 빅토르


1. 폭발력 있는 '피넛'-든든한 존재감 '블랭크' vs LCK 베테랑 '스코어'


피즈 : LCK 공동 1위 SKT와 kt가 드디어 만납니다. 오늘 이 빅매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우리가 뭉쳤잖아요. 피오라 기자와 이즈리얼 기자는 SKT, 제이스 기자와 빅토르 기자는 kt의 손을 들어주셨네요?

피오라 : 일단 간단히 말하면 지금까지 상대 전적이 SKT가 훨씬 높아요. 아무리 선수들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SKT가 이번에도 kt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겁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이즈리얼 : 어, 이거 약간 위험한 발언 아닌가요. 지금 kt는 완전히 새 팀이나 마찬가지인데.

제이스 : 상성으로 따지면 탑-정글 주도권이 완전히 kt에게 있는 거죠 . '스멥' 송경호 대 '후니' 허승훈, 롤드컵에서 딱 3:0 나왔습니다. 롤챔스 서머 결승전 때 '스코어' 고동빈과 '피넛' 한왕호의 대결에서도 '스코어'가 우세였고요.


빅토르 : 그렇죠. 게다가 요새 경기를 주도하는 포지션이 정글인데 '스코어'는 경기 운영이 너무 깔끔해요. 반면에 '피넛'은 운영보다는 아군의 라인전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 정글러를 부수면서 성장하는 편이죠. 한 번이라도 삐끗해버리면 운영이 좋은 '스코어'가 유리할 수 밖에 없어요.

이즈리얼 : 지금 '피넛'이 '스코어'보다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피넛'은 공격적인 운영 밖에 할 줄 모르고, '스코어'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가 가능하다. 하지만 결과적인 수치를 보면 지금까지 '피넛'이 훨씬 더 많은 승리를 거뒀어요. 팀 차이도 있었겠지만, '피넛'은 폭발력있게 경기를 터트릴 수 있는 선숩니다. 그렇게 노련하다는 '스코어'도 '피넛'이 한번 폭발하기 시작했을 때 감당하지 못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그 주장은 좀 인정할 수 없네요.

제이스 : 사실 두 선수 모두 잘하는 선수인 건 맞아요. 그래서 강한 자를 만났을 때 대처가 포인트죠. 지난 시즌 '스코어'는 롤챔스 서머 결승에서 '스멥'에게 바론을 빼앗겼던 그 장면 하나 빼고는 완벽했어요. '피넛'은 자기 흐름이 끊겼을 때 흔들려요. 베테랑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죠. 2016 롤챔스서 '엠비션'에게 혼쭐났던 경기나 롤드컵 준결승에서 '벵기' 배성웅과 붙었던 경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빅토르 : '피넛'이 약간 큰 대회에서 흥분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즈리얼 : 하지만 지금은 큰 무대도 아니에요. 그리고 그동안 충분히 많은 경험을 쌓았잖아요. 게다가 SKT에 합류하면서 멘탈적인 훈련도 많이 받았을 거에요. 이제는 달라졌을 수밖에 없어요.

피즈 : 그러니까 '스코어'가 우세하는 주장은 지금까지 더 안정적이고 노련하게 플레이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거고, '피넛' 쪽은 '피넛'이 가진 캐리력도 있고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장했기 때문에 이제는 경기를 더 잘 풀어나갈 수 있다는 거네요.

빅토르 : 한 가지 변수는 '블랭크' 강선구예요.

피오라 : 저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빅토르 : '피넛'이 한 세트라도 헤맨다면 SKT는 바로 '블랭크'를 투입할 수 있죠. 이건 kt 입장에서 변수에요.

피오라 : '블랭크'는 '스코어'나 '앰비션' 같은 노련한 정글러를 상대로 자기 동선을 숨기면서 잘 운영을 해왔어요. 한타에서 던지는 장면이 간혹 있어서 그렇지 정글 동선에서 밀렸던 적은 없었죠. '피넛'이 흔들린다 해도 '블랭크'가 나오면 또 달라집니다.


2. 탑 상성은 '스멥'이 한 수 위? vs '후니'는 성장했다


제이스 : 탑 상성도 kt가 우위에요. 단적으로 2015 롤드컵 프나틱과 ROX 경기를 들 수 있습니다. '후니'는 유럽에서 지칠 줄 모르는 기세로 치고 올라오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스멥'에게 완패를 당했죠. 챔피언을 바꿔가면서까지 붙어봤는데도 전부 졌어요.

이즈리얼 : 그때의 '후니'와 지금의 '후니'는 하늘과 땅 차이죠. 당시에는 무조건 내가 라인전을 압살해야 팀이 승리할 수 있다는 압박감 아래서 캐리형 챔피언을 하다가 다급해지고 스스로 무너졌죠. 하지만 SKT 안에서는 그런 압박감이 전혀 없어요.

제이스 : 압박감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롤챔스에서 탑 클래스 라이너로 꼽히는 '마린'을 만났 때를 보세요. SKT랑 kt 모두 라인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서 제이스를 뽑았잖아요. 잘하는 탑 라이너에게 밀리면 안 된다. 확실히 묶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죠. SKT는 '스멥'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만약 '후니'가 수비적인 챔피언을 가져간다면 '스멥'이 정글에 힘을 실어주면서 '스코어'와 '피넛'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피오라 : 근데 '마린'과 '스멥'은 스타일 차이가 있어요. 최근 '마린'은 본인 스스로 주도적인 라인전도 하고 스플릿 운영도 할 수 있는 챔피언을 많이 선택했는데, '스멥'은 그렇지 않았어요. 인터뷰에서도 언급됐다시피 kt는 요즘 봇 라인 위주의 운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스멥'도 탱커 위주의 선택을 많이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스멥'이 예전처럼 로밍이나 순간이동을 통해 전 라인에 영향력을 미치는 플레이는 나오기 힘들 겁니다. '후니'의 최근 폼이 좋기 때문에 같은 탱커 싸움으로 갔을 때는 반반 싸움이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제이스 : '스멥'이 탱커류 챔피언을 주로 다뤘다고 하셨는데, 이번 MVP전에서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레넥톤을 들고 라인전 주도권은 확실히 잡았어요. 너무 잘 풀리는 바람에 무리한 플레이로 경기를 그르치기는 했지만... 라인 주도권을 쥐고 이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스노우볼을 굴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만큼은 보여줬다고 봅니다.

이즈리얼 : 아니죠. 당시 '스멥'은 굉장히 부진했어요. 단적으로 말해서 이 선수가 요즘 폼이 이전만 못 해요. 16'스멥'과 지금 '스멥'은 다릅니다. 봇 위주로 운영한다고 했지만 MVP전에서는 '스코어'가 오히려 탑을 집중적으로 봐줬어요. 그런데 그에 비해 한타 영향력은 너무 미비했어요. 레넥톤을 플레이한 1세트는 오버 플레이로 오히려 팀에 패착이 돼버렸고, 2세트 럼블도 다 잘했는데 한타 집중력이 굉장히 떨어졌어요. 존야를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CC기에 얻어맞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거나. KDA 상황만 봐도 라인전에서 소규모 교전까지는 좋던 KDA가 한타가 반복되면서 많이 떨어져 버려요.


3. 슈퍼팀, 그들에게도 약점이 있다


이즈리얼 : 저는 이전 경기들, 그러니까 두 팀이 2016 시즌에 어땠는지는 제쳐두고 이번 시즌을 들여다봤어요. 두 팀이 졌을 때 왜 졌느냐, 어디 부분이 약했느냐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요. kt는 라인 주도권을 참 잘 잡아요. 원하는 대로, 픽의 의미대로.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을 때 당황해서 마음이 급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MVP전에서 상대가 생각보다 잘 대처하니까 조합의 힘이 빠지기 전에 더 많은 이득을 보려다가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상황 판단 자체는 최선이었지만, 과정에 오버플레이가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게 kt 롤스터의 패착이었어요. SKT가 아프리카전에서 패했던 이유는 하나에요. '마린'을 집중 공략 하려다 무너졌다고 봅니다. 이런 피드백은 빠르죠. 변수 대처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아요.

제이스 : 일단 솔직히 MVP전에 대한 분석은 인정. '마타' 조세형이 그 경기 이후에 했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우리가 초반 스노우볼을 너무 크게 굴려서 방심해서 졌다. 경기 주도권은 잡았다는 거죠. 주도권을 잡고 유지하는 게 쉽냐 아니면 주도권이 없는 상태에서 역전하는 게 쉽냐를 따지면 주도권을 유지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근데 SKT가 아프리카를 상대했을 때는 주도권을 못 잡아서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장면을 자주 봤어요.

이즈리얼 : 아닙니다. 그 경기는 주도권 문제가 아니라 탑을 말리려고 했는데 이게 잘 안 풀리면서 무너진 거예요. 카타리나나 렝가, 제이스가 전부 구경꾼 느낌의 챔피언이죠, 한타에 약한. 스노우볼을 빨리 굴려야하는 조합이에요. 이런 조합을 짰으면 원래 계획대로 탑을 터트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kt가 영리하긴 합니다. 주도권을 밴픽부터 잡고 들어가잖아요.

빅토르 :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SKT의 밴픽이 좋은 밴픽인지는 의문이에요. 의아한 밴픽이 은근히 많아요. 실력으로 그걸 극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프리카전도 마찬가지에요. 라인 주도권을 무조건 가져와야 하는 조합이었어요. 뒤가 없죠. 그리고 제이스가 탑에서 그걸 해내지 못했어요. 렝가는 실수가 한번 나온 후로는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플레이를 하더라구요. 이런 걸 보면서 '후니'와 '피넛'은 말렸을 때 흐름을 되찾는 걸 아직 어려워한다고 느꼈어요. 그만큼 kt전이라는 부담감이 두 선수에게 크게 작용할 수 있어요.

이즈리얼 : 부담감이라면 kt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죠. 2017시즌 kt의 목표가 뭐냐. 극단적으로 말해서 SKT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에요. 그런데 SKT를 만나서 1세트를 졌다? 흔들리겠죠. 그리고 kt 선수들, '데프트' 김혁규나 '폰' 허원석 같은 선수들이 호승심이 강해요. 이기고자 하는 욕구가 크죠. 한 세트라도 내주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제이스 : 지금 kt 선수들은 예전부터 SKT한테 많이 이겨도 보고 져보기도 한 대 SKT전 베테랑 선수들이에요. 한 세트를 진다고 해서 흔들릴만한 선수들이 아니란 얘기죠. 또, SKT를 이겨봤던 경험도 큰 도움이 될 거에요. SKT를 상대할 때 가장 무서운 점이 뭐냐, 그냥 위축되는 거에요. 상대가 무적함대 SKT이기 때문에. 그걸 극복했던 팀이 2016년의 아프리카죠. 상대가 누구든 막 들어가잖아요.


빅토르 : 그렇죠. 저도 구 삼성 선수들이 많은 게 kt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SKT를 잡아본 경험이 워낙 많잖아요.

이즈리얼 : 저도 kt 선수들이 SKT에 대한 두려움은 하나도 없을 거라는 점은 동의합니다. 그런데 SKT도 마찬가지예요. SKT가 추구하는 게 뭐냐 하면 '상대가 누구든 우리가 원래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이거에요. SKT는 지금 절대자의 위치잖아요. 그래서 자기들이 잘하는 플레이만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김정균 코치가 부스 안에서 항상 강조하는 점도 그거에요. 우리가 전 세트에 실수했던 게 이건데 그것만 줄이면 이겨. 절대 한 세트를 내준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지는 않습니다.

피오라 : SKT 선수들도 인터뷰에서 항상 얘기해요. 어떤 팀과 경기를 앞뒀는데 어떻게 준비할 거냐 아니면 어떤 팀과 경기를 했는데 어떻게 준비를 했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대가 누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준비했다는 답변을 하지 않아요. 항상 같은 대답이죠. 상대가 누구냐는 건 고려하지 않았고, 우리 실수를 줄이는 위주로 피드백했다.

이즈리얼 : SKT가 진 경기를 보면 조합에 맞는 플레이를 못 했어요. 단순히 픽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거예요. 그런데 kt 같은 경우는 달라요. kt는 항상 라인 주도권을 잡아왔던 팀입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kt가 만났던 팀 중에 kt보다 라인 기량이 뛰어난 팀은 없었어요. 그런데 SKT는 라인전이 굉장히 강합니다. 또 kt의 운영이 지금 봇 위주에요. 그게 지금 그 팀의 색깔이죠. 봇이 라인전이 강한 픽을 가져가거나 1렙부터 강하게 몰아붙인 다음 시야를 장악하면서 미드-탑을 편하게 해주는 흐름으로 경기를 이끌어요. 그런데 SKT의 봇 듀오가 정말 강해요. 아무리 kt 봇 듀오가 강하다고 해도 반반 이상은 안 나올 겁니다.

빅토르 : 저는 그래서 '스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그 역할을 맡은 게 '스코어'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는 거죠. 지난 시즌의 kt는 전 라인이 모두 주도권을 쥐는 팀이 아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이길 줄 아는 선수가 '스코어'이기 때문에 kt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4. kt의 브레인 '마타'와 7.3 패치 버전


피오라 : 지금까지 이야기에서 이어 말하자면 kt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마타'는 라인전이 반반 이상 가야 전체적인 오더를 보고 활동 범위를 넓히는 스타일이에요. '뱅-울프'가 이걸 과연 가만히 둘까요?



이즈리얼 : MVP전에서 '마타'가 두 번 다 역이니시에이터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kt가 갈수록 원하는 스플릿 구도가 나오지 않자 한타를 먼저 걸면서 선진입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마타'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져 버린 거에요. SKT전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어요.

빅토르 : 중요한 게 7.3 패치 버전에서 말자하랑 자이라가 너프를 당했어요. 그래서 봇 라인전이 예전처럼 치열하게 싸우면서 한순간에 무너지는 확률이 줄어들었다고 보거든요. kt도 이에 대한 대처를 분명 해왔을 거에요. 워낙 다 쟁쟁한 선수들이니까 봇 뿐만 아니라 다른 라인 위주의 운영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이즈리얼 :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kt의 강점이 뭐냐. '마타'가 직접적으로 오더를 하면서 경기 운영을 굉장히 촘촘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하셨다시피 말자하나 자이라가 사라지면서 봇 라인전을 압도하기 힘들어졌단 말이에요. '마타'가 영향력을 끼치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거죠. 기존 운영 방식을 바꾼다? 팀 스타일은 간단히 바뀌는 게 아니에요. 2016 시즌의 진에어를 보세요. 늪 스타일 정말 바꾸고 싶었을 거에요. 그런데 잘 안됐잖아요. 결국 새 시즌에 선수 교체를 하면서 탈피할 수 있었죠. 그런 게 바로 팀 색깔이에요.


5. 최강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와 그의 유일한 적수 '폰'


빅토르 : 미드에서 암살자 대전이 나온다면 SKT 입장에선 장담할 수 없어요. '페이커'가 솔로 킬을 따이기 시작하면서 무너지는 모습을 은근히 보였잖아요. 모든 선수들도 이야기 하다시피 SKT는 미드 위주로 돌아가는 팀이에요. kt가 구 삼성 시절처럼 미드 말리기에 성공한다면 승기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제이스 : 저는 미드에서 암살자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폰'의 주특기는 '페이커'를 열 받게 하는 거예요. 최근에도 아지르, 라이즈 같은 챔피언을 선택해서 라인전 압살보다는 수성에 능하면서 팀에 힘을 주는 픽을 보여줬죠. 2015 MSI 르블랑-모르가나 구도 때처럼 단단한 방패를 찌르려다 '페이커'가 스스로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이 SKT전에서 오리아나와 코르키를 선택해 '페이커'를 상대로 그런 움직임을 잘 보여줬죠.

피오라 : '페이커'가 솔로 킬을 따려다 스스로 무너졌던 건 옛날 일입니다. SKT가 전체적으로 흔들렸던 2014 시즌에 특히 많았죠. 최근 아프리카전에서는 왜 그랬냐. 조합 자체가 카타리나와 렝가가 초반부터 스노우볼을 굴려줘야 밀 수 있는 조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리한 플레이를 한거죠. 팀의 속도전을 위해서였다고 봐요.

이즈리얼 :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요. '폰'이 아지르 같은 수비적인 픽을 꺼내 들었을 때 '페이커'도 찍어누르는 픽이 아니라 오리아나 같이 수비적인 챔피언을 가져가 버릴 수도 있어요. '페이커'가 정말 잘하는 플레이가 비슷한 수비적인 챔피언을 선택해서 라인전을 이겨버리는 거에요. 원래는 반반 가야 하는 픽인데.

피오라 : 덧붙여서 설명하자면 '폰'이 아지르를 했을 때도 이긴 경기에서는 주도적으로 움직였어요. 먼저 라인을 밀고 다른 라인에 다이브 지원을 가서 팀에 힘을 싣는다든지 하면서요. 근데 아지르로 패한 경기를 보면 갱을 계속 당하면서 라인에 강제로 붙어 있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죠. 아지르의 팀적인 변수가 사라졌고, 결국 경기를 졌어요. '페이커'가 비슷한 수비적 챔피언을 골라서 6대4 정도로만 라인전을 해줘도 아지르나 라이즈가 가지는 강점이 사라질 거예요. 그럼 무너지는 모습이 다시 나올 수 있죠.


빅토르 : '폰'은 카운터 플레이 자체가 굉장히 능숙한 선수에요. 라인전 자체도 강하고. 그래서 '페이커'를 상대로 전적이 좋은 유일한 선수인 거죠. 저는 '폰'이 '페이커'를 묶어 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미드 중심인 SKT는 굉장히 답답해질 거에요.

피즈 : 미드 구도에 대한 의견도 정말 팽팽하네요. 이쪽은 '페이커'가 반반 이상 해줄 것이라는 의견이고, 반대쪽은 '폰'은 충분히 버틸 거고 그래서 '페이커'가 활약을 못 할 거라는 이야기잖아요. 그럼 이번 대결에서 미드는 수비적인 챔피언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거엔 모두 동의하시는 건가요?

이즈리얼 : 저는 오히려 kt가 변수를 만들기 위해서 공격적인 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폰'은 호승심이 있는 선수예요. 잘한 경기에서 MVP를 받지 못한 것도 굉장히 아쉬워하더라고요. 자신감도 있어요. 그만큼 잘하는 선수고. kt가 평소처럼 라인 주도권을 가져오려면 미드에서 공격적인 픽으로 성과를 내야 해요.


6.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최상위권 팀의 밴픽 싸움


빅토르 : 탑에서는 카밀이 키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카밀이 풀리는 경기가 앞으로 굉장히 많아질 거에요. 그러면서 카밀을 활용하려는 팀과 받아치려는 팀이 생기겠죠. '후니'는 자신감이 높고 공격적인 챔피언을 좋아하는 선수예요. kt가 '후니'에게 카밀을 쥐여주고 카운터 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즈리얼 : 저도 이 부분은 인정합니다. SKT가 카밀을 가져가면 굉장히 불리할 것 같아요. '스멥'이 피오라를 정말 잘하거든요. 보고 응수를 쓰는 선수에요. '스멥'의 피오라를 상대로 카밀이 일대일? 안되죠. 정글러를 부르겠죠. 그럼 또 '스코어'가 읽고 역갱을 봐줘요. 여기서 한번 터지면 게임은 끝나는 거에요. 그래서 그냥 SKT 입장에서는 카밀을 안 하는 게 낫죠. 탱커 싸움으로 가는 게 변수를 줄이는 방법이에요. '후니'가 생각 이상으로 순간이동 활용도 좋고 탱커 플레이를 잘해요.

빅토르 : 반대로 kt가 카밀을 가져갈 수도 있어요. '스멥'이 캐리력이 좋은 선수니까. SKT 입장에서 이걸 예상하고 밴한다 하더라도 밴 카드 한 장을 날리는 거죠. 카밀의 존재는 kt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즈리얼 : '마타'의 자이라도 견제할 만 하죠. SKT 입장에서 말자하는 자르지 않을 것 같고.

빅토르 : '마타'는 카르마를 안 좋아하는 경향도 좀 있어요. 인터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한타에서 좋은 서폿 챔피언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이라를 선호하죠.

이즈리얼 : 자이라가 대미지 너프를 당하긴 했어도 스킬 메커니즘은 변화가 없어요. 여전히 역이니시에 강합니다.

피오라 : 맞아요. 7.3 패치 버전이 적용된 이번 IEM에서도 자이라는 계속 나왔어요. 물론 SKT-kt의 대결에 비해 수준은 조금 다른 경기들이었지만...


피즈 : 그래서 '마타'의 자이라는 잘릴 것이다?

이즈리얼 : 예. 무조건 자르죠.

피오라 : 카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카밀이 풀려도 두 팀 모두 안 가져갈 확률도 있다고 생각해요. 카밀은 더 이상 라인전이 강한 챔피언이 아니에요. 라인 주도권이 중요한 메타여서 카밀을 기피할 수도 있다고 봐요.

이즈리얼 : 그렇게 되면 결국 탑 탱커 티어 싸움으로 가는건데 마오카이가 밴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네요. 봇은 진-애쉬-바루스 구도인데 바루스는 무조건 밴이죠.

빅토르 : 원딜 싸움도 정말 골치 아플 것 같긴 해요. 한두 개만 밴해버리면 다른 쪽에서 가져갈 만한 원딜이 없어요. 예를 들어 진-애쉬-바루스 중에 두 개를 자르면 하나가 남고 후픽인 팀은 이즈리얼이나 시비르가 강제돼요. 이렇게 되면 한쪽이 초반 불리함을 안고 시작하는 거죠.

이즈리얼 : 근데 반대로 원딜에 그만큼 투자를 하면 레드 진영에서 오피 챔피언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빅토르 : 지금 엄청난 오피라고 분류할만한 챔피언이 많이 없어요. 르블랑이나 바루스 두 개 정도.

피즈 : 그렇다면 밴픽 싸움에서 좀 더 편안한 팀은 어디일까요? 물론 굉장히 복잡하고 머리 아프겠지만 그나마 편안한 팀이요.

빅토르 : 결론적으로 이야기하긴 해야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누가 밴픽에서 더 유리하냐는 걸 들어보고 싶어서 화두를 꺼낸 거긴 한데.

이즈리얼 :유리한 팀은 없어요. 못하는 챔피언이 없는 선수들이잖아요. 근데 만약에 정글 집중 밴이 나와서 엘리스나 리신 정도만 살아남는 경우가 나오면 SKT가 더 유리하다고 봐요. '피넛'은 둘 다 잘하는데 '스코어'는 리신을 잘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피오라 : 그쵸. 플레이한 적이 있지만 큰 임팩트는 없었죠. 밴픽에서 특별히 저격 밴이 나오거나 할 것 같지는 않고, 극단적인 밴이 나온다면 위에 말하신 것처럼 SKT 쪽에서 정글 집중 밴 정도가 나올 것 같네요.


7. '2연전'


피즈 : 데칼코마니 형식의 일정이 짜지면서 양 팀이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펼치게 됐어요. 2연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강팀 간의 대결에서는 이런 2연전이 처음이죠.

이즈리얼 : 당연히 첫 경기에서 이긴 팀이 굉장히 유리해질 거에요.

피오라 : 첫 경기를 2:0으로 이기든 2:1로 이기든, 그 팀이 다음 경기에서 2:0으로 이긴다고 봅니다. 한 세트를 진 팀은 다음 세트에서 자신들이 가진 모든 걸 쏟아 부을 수에 없어요. 그런데 만약 그렇게 하고도 졌다. 남은 3일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에 뭔가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2:0으로 이길 것 같습니다.

빅토르 :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제이스 : 글쎄요. 저는 기간이 짧다고 피드백을 못 하는 팀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첫 경기 승패에 관계없이 2라운드도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고 봐요.

이즈리얼 : IEM 기간 동안 양 팀 모두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했을 겁니다. 그런데 패배하고 3일 만에 다시 일어선다? 힘들 거에요.

빅토르 :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2라운드 몫까지 충분히 많은 카드를 마련해두지 않았을까요? 일방적인 승부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