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SUCK AT SHOWCASING YOUR GAME(네 게임 쇼케이스는 형편 없어).

강렬하기 그지없는 제목이었다.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이 강연 제목을 보고 괜히 어딘가 찔렸으리라. 그만큼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공감하는 문제에 대한 강연이었다. 고대하던 대로 게임은 만들었고, 자신도 있는데, 게임을 보여줄 기회만 되면 쑥맥이 되어버린다. 마치 맞선에 나간 모태쏠로처럼 말이다.

대형 기업이 아닌 이상, 모든 이들은 자신의 게임을 직접 선보인다. 개발만 잘 하기도 어려운데, 쇼케이스에 나가 게임을 알리고, 유저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말로만 들어도 어렵다. 도대체 무엇부터 준비해야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한단 말인가?

루마니아의 '디즈어썸가이즈' 에서 일하는 니콜라 버벡(Nicolae Berbece)은 수많은 게임쇼에서 자신의 게임을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해온 베테랑으로서, 막막해 하는 초보 개발자들을 위한 가이드를 준비해 왔다. 강연은 무척 빠르고, 신나고, 날카롭게 진행됐다. 자, 메모장을 들고 니콜라가 하는 말을 들어보자.

▲ 디즈어썸가이즈 니콜라 버벡(Nicolae Berbece)




당신의 게임을 쇼케이스에 잘 선보이는 법에 대해서, 쇼케이스의 시작 전, 진행 중, 끝난 후의 3가지 단계로 나누어 이야기하겠다. 슬라이드 상단의 박스는 이것을 쇼케이스로부터 몇 달 전에 해야하는지 적어놓은 것이다.




먼저 각 컨퍼런스 별로 서로 다른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E3는 미디어만을 위한 행사이고, 게임스컴은 플레이어가 주축이 된다. GDC나 스팀데브데이는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다. 이렇게 각각의 컨퍼런스는 대상이나 주된 목적이 모두 다르며, 어느 것에 참가할지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어느 게임쇼에 참가할지 정했다면, 이제는 참가하기 위한 그룹을 찾아보도록 하자. 가능하다면 절대 혼자로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비용도 절약되며, 어려움도 줄어든다. 참가자들의 그룹도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는데, 큐레이터 그룹, 나라별 그룹, 행사를 위한 직접적인 그룹 등 다양한 성격의 그룹이 있으니, 필요에 맞춰 선택하자.


참가가 확정되었다면, 이동 계획과 숙소를 잡아야 한다. 일정은 되도록 행사 전에 이틀, 행사 후에 하루를 붙여서 잡아라. 행사 전에 미리 도착해 최소 이틀은 준비를 위해 소비될 것이고, 계획한 것들은 절대로 원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비 시간을 두고 발생하는 뜻 밖의 일에 대처하라. 숙소는 무조건 행사장에서 가까운 곳을 잡아라.




그리고 게임쇼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네트워크 파티다. 명심하라. 네트워크 파티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거기서는 영업부터 개발에 대한 도움까지 모든게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모두가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파티 입장권은 금방 동이 난다는 것이다. 몇주 전에 모두 팔려버리기 일쑤니, 항상 SNS 등을 주시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파티 자리를 확보하라.



이제 쇼케이스에 필요한 물건들을 살펴보자. 배너, 티셔츠들, 명함, 그리고 여러가지 것들이 생각날 것이다. 어떻게 만들어도 되지만, 절대로 색상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초록은 엑스박스, 파랑은 플레이스테이션, 보라는 트위치TV 를 연상시키듯, 색상으로 자신을 어필하라.






롤업 배너는 필수로 준비해야 하는 물품이다. 하지만 이를 만들 때 몇가지 명심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첫번째로 게임의 로고는 무조건 상단에 들어가야 한다. 게임쇼는 언제나 사람으로 넘쳐나고, 사람들에게 가려진 배너는 오직 상단의 조그만 부분만 모두에게 보일 것이다. 여기에 로고를 집어 넣어라.




다음으로,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 마라. 그 누구도 받은 전단지를 들고 다니지 않고, 그저 거추장스러운 짐이자 쓰레기가 될 뿐이다.




다만 명함 사이즈의 전단지는 매우 유용하다. 싸고, 쉽게 배포할 수 있고, 누구나 부담없이 주머니에 보관할 수 있다. 이는 만든 목적을 충실히 수행한다. 혹은 코드를 넣어서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번엔 전시할 게임을 준비하는 부분이다. 먼저, 쇼케이스에 맞춰 게임을 손봐야 한다. 전시를 위한 '컨벤션 모드'는 필수적이다. 간단한 옵션 적용으로 쉽게 켜고 끌 수 있게 만들고, 짧은 플레이 세션으로 구성하며, 알아서 작동하면서 스스로 재시작을 하고, 중간에 게임을 시작할 수 있고, 버그나 크래쉬가 발생하면 저절로 재시작하게 하라.




컨벤션 모드에 대해서 두가지 더 고려할 것이 있다. 만약 당신의 게임이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라면 플레이어 외에 남는 자리는 AI 로 채워라. 또, 해금 요소가 있는 게임이라면 모든 것을 해금해놓고 선보여라.




컨벤션 모드에서 작동할 때에는 이런 대기 화면을 두어라. 관중들이 한눈에 어떤 게임인지 알아볼 수 있고, 쉽게 플레이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안전을 위한 보안도 챙겨라. 옵션이나 게임 메뉴 등에 대한 접근을 막아놓아라.




짐싸는 법에 대해서 말해보자. 여기 보이는 물품들, 가위, 플라이어, 커터칼, 케이블 타이, 덕트 테이프... 이 모든 것이 네 가방 안에 꼭 들어가야 한다. 분명히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며,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면, 당신의 옆 이웃들이 필요로 한다. 꼭 게임쇼에 챙겨가라. 또 여러 대사와 설명을 연습해놓아라.





시연 환경을 조성할 때 가능하다면 키보드는 피해야 한다. 키보드는 족히 수십개의 버튼을 가지고 있고, 관중들은 처음 보는 게임의 조작법을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조이패드는 정해진 수의 버튼이 대부분의 게임을 통틀어 비슷한 방식으로 쓰인다. 직관적으로, 관중이 부담없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라.





그리고 무조건 모든 장비는 유선을 써라. 배터리의 문제도 있고, 안전의 문제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종종 도둑질을 한다. 이런 도난 방지 부품들은 아마존에서도 아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준비해 놓아라.




당신의 게임이 모바일 혹은 태블릿 게임이라면 이를 거치할 홀더를 마련해라. 혹은 아주 거대한 터치 스크린을 준비해도 좋다. 다만, 주최자에게서 스크린을 빌리지는 마라. 이는 엄청나게 비싸며, 지역 회사들에게서 훨씬 싼 가격으로 임대할 수 있다.





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게임쇼가 진행되는 중에 해야할 것들이다.



첫번째는 높이 조정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의 높이를 높여라. 앞서 배너에서 말했듯 지나가는 관중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사람들 머리 위로 솟아난 것들 뿐이다.




높이 뿐만 아니라 소리 또한 당연히 중요하다. 게임쇼에서는 모두가 엄청나게 시끄러우며, 당신 또한 소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포터블 앰프는 부담이 적으면서도 저렴하고 쉽게 빌릴 수 있다.




여기까지가 부스를 만드는 법이고, 이제 전시를 진행하면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녹화하는 것이다. 관중들의 모습, 혹은 인터뷰, 게임 중간중간 보이는 화끈한 리액션 등 다양한 것을 미리 영상으로 담아놓아라. TV 위에 웹캠을 달아놓는 것은 효과적이다. 후에 영상을 수정하게 될 때 어떻게 그걸 다 하는지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리가 시끄러운 지점만 찾아내면 된다.





또 관중들에게 줄 선물들이 필요하다. 그런 쇼케이스에서 당신은 수많은 좀비처럼 허우적거리는 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형, 티셔츠, 스티커 등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명함 전단지에 무료 코드를 넣어 배포해도 된다. 만약 이런 것들을 준비하기 어렵다면, 협찬을 해줄만한 회사들에게 메일을 돌려봐라. 누군가는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부스에서 이벤트를 주최해라. 토너먼트는 특히나 사람을 많이 끌어모은다. 우리는 파티 게임이었는데, 게임 무료 키를 걸고 토너먼트를 열었다. 단순히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도 특정 팀이 AI 팀을 이기면 무료 키를 얻을 수 있도록 이벤트를 했다. 반응은 굉장히 좋았고, 모두가 신나 날뛰었다.




이제 관중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당신은 제한된 수의 컴퓨터만을 가지고 있고, 시연대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언제나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들보다 지켜보는 관전자들이 훨씬 많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가지 나쁜 소식은, 관중들은 그들의 관심을 아주 찰나의 순간 동안만 우리들에게 쏟는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언제나 많은 관중들은 더 많은 관중을 끌어들인다. 때문에 관중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할 일을 주어야 한다. 게임을 하지 못하더라도 참여하고 부스에 오래 붙들어 둘 수 있는 것. 우리는 이런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를 했다. 캐릭터를 그려서 정말로 잘 된 것들은 실제 캐릭터로 게임에 추가하기도 했다. 또, 간혹 엄청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다음은 당신이 관중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다. 우선 많은 말을 하고 할 말을 준비해 두어라. 당신은 정말로 많은 말을 하게 될 것이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도 좋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부스를 방문한다는 이야기니까. 또, 관중들은 항상 당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임을 잊지 마라. 그들도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게임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라. 꼭 말을 많이 해라.







자, 그럼 이제 게임쇼가 끝났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가장 먼저 할 것은 기록해 둔 영상 등을 재미있게 편집해 홍보 수단으로 만드는 거다. 또, 그동안 교환한 수없이 많은 명함들을 하나씩 트래킹하고 메일을 보내라. 단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3, 4일 정도 기다린 후 메일을 보내라.





또 게임쇼 동안 들어온 피드백을 검토하고 이벤트에 대한 포스트모템을 해라. 토너먼트나 컨테스트 등 유저 이벤트의 후속 조치도 잊지 마라.




그럼 당신의 할 일은 끝났다. 모든 것을 해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성공적인 게임쇼는 당신의 매출을 높여주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게임쇼가 게임의 판매에 주는 영향은 지극히 미미하다. 아래는 우리의 게임을 포함해 수많은 게임들의 판매 그래프로, 그 어느 게임도 게임쇼 보다 직접적인 할인이 더 큰 효과를 거둔다는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쇼케이스가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쇼케이스에서 일어나는 일은 판매량이 아니다. 이런 실시간 이벤트에서는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단순히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대형 게임 퍼블리셔일 수도 있고, 그가 당신에게 새로운 마켓과 기회를 제안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우연한 사건들이 이벤트의 핵심이다. 절대로, 이런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마라.




명심하자. 이벤트는 당신에게 당장의 매출 상승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신에게 굉장한 인간관계와 비즈니스의 향상을 가져다 준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유의하며 다음 쇼케이스를 준비해야 한다.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