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제3세미나실에서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 게임 강국 프로젝트 - 흑역사(黑歷史) 10년의 극복방안’을 주제로 2차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박성규 협회장, 법무법인 태평양 안길한 변호사,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이정훈 교수가 참가해 게임산업 진흥을 막는 현행법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2차 포럼에서는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고사 직전에 놓인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재생 방안과 필요성, 한국에서 ‘포켓몬GO’가 나올 수 없는 이유 등 다양한 주제가 발의돼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포럼을 주최한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은 "오늘 같은 역사적인 날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한 후 "4차 산업의 꽃이랄 수 있는 게임 산업의 심장이 멈출 위기에 처해 이번 포럼을 개최했다"라며 포럼을 통해 무늬만 융합, 상생이 아닌 진심 어린 발전의 그림을 짜 맞추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



■ 박성규 협회장 - “바다이야기 사태, 그 이면에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있었다”

▲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박성규 협회장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박성규 협회장은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흑역사 10년 극복방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게 됐는데 잘잘못을 따지고 비난하고 책임을 묻자는 게 아니다”라며, “오늘의 발표는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대비하자는 의도에서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그 성장의 은혜를 입지 못한 산업도 있었다. 바로, 아케이드 게임산업이다. 10년간의 규제 끝에 한국 아케이드 산업은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전체 게임 중 아케이드 게임의 규모는 21.7%나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별세계 이야기다. 현재 국내 아케이드 게임은 전체 게임 중 0.53%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게임산업이 한창 성장할 때만 해도 만여 개의 업체가 있었고, 정점을 찍던 2006년에는 무려 2만여 개나 됐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그 원인에 대해 박성규 협회장은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한 정부의 규제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아케이드 게임뿐 아니라 국내 게임산업에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남긴 바다이야기 사건. 표면적으로 이 사건은 사행성 게임으로 인해 상품권 유통, 환전 시스템을 악용해 국민을 사행성에 빠지게 한다는 명목으로 인해 법의 철퇴를 맞았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사실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박성규 협회장은 “흔히 알려진 바다이야기 사건은 우리들이 국민을 사행성의 늪에 빠뜨렸다고 잘못 알려진 사건이다”며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행성 문제의 핵심인 상품권의 경우 2002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가 경품고시를 통해 허용한 거라고 강조했다.


거기에 더해 2004년 12월 경품고시가 개정되자 상품권 배출량과 환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바다이야기 게임기 역시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일어난 게 바다이야기 사건이었다. 하지만 바다이야기 사건은 앞서 설명한 데로 그냥 일어난 게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문화부의 무리한 상품권 발행 정책과 영등위의 허술한 심의로 인한 성인용 게임기의 난립이 있었기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바다이야기 사태의 원인을 정부의 정책 실패가 아닌, 업체들이 무조건적으로 사행성 게임을 조장한 결과 발생했다고만 말한다.

결국, 이로 인해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회생불가의 피해를 입게 됐다. 2만 5천여 개의 업소가 폐업했고 1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어서 게임기 150만대를 폐기처분했는데 그 가치만 무려 6조 원에 해당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박성규 협회장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선량한 일반 아케이드 게임업자까지 피해를 봤는데 그들 모두를 한데 묶어 바다이야기 사태의 공범으로 언론이 매도했기 때문이다.

사태를 방조한 업계에도 책임이 있지는 않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으로 상품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걸 사용할 곳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였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환전뿐이었다. 물론, 업계에서도 환전 규모가 커지면서 이상하다는 걸 느끼긴 했지만 이미 불길이 너무 크게 번져 수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가장 큰 피해를 당한 피해자건만, 이때 생긴 바다이야기 사건이라는 낙인은 지금까지 아케이드 게임업계를 옭아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그 흔한 부루마블도 아케이드 게임으로는 낼 수가 없다. 전체이용가로 신청할 경우 주사위로 인한 랜덤 요소와 금액이 오가는 시스템,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해 등급분류를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청소년불가 등급으로는 가능할까? 그것도 불가능하다. 청소년불가 등급의 게임은 고스톱 및 포커류를 제외하면 등급분류를 받을 수가 없다.

즉, 이러한 규제 앞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으로 새로운 게임은 절대 나올 수가 없다는 게 박성규 협회장의 의견이다. 온갖 제약이 있는데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규제에 걸리면 게임을 출시할 수가 없다. 그러면 작은 개발사는 망할 수밖에 없으니 자연스레 창의적인 게임이 나올 수가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이런 규제들 속에서도 여전히 불법 사행성 게임은 나온다는 부분이다. 규제의 사각을 노려서 심의를 받을 때는 평범한 게임으로 심의를 받고, 이후 사행성 게임으로 변모한다.


이런 불법 사행성 게임에 대해 박성규 협회장은 “이런 게임들 때문에 여전히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사행성 게임만 만든다고 오해하곤 하는데, 이 게임을 누가 만드는지는 협회장인 나도 모르고 협회원 누구도 모른다. 왜 이런 걸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게임은 정부에서 근절시켜주길 바란다”라며 불법 사행성 게임을 근절시킴으로써 건전한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모판을 마련해주길 촉구했다.

끝으로 그는 이제는 아케이드 게임산업에 둘러쳐진 규제를 완화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마 정부는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지우고 싶은 흑역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는 이제 그만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규제할 건 하고, 진흥해야 할 건 진흥시켜야 하지 않나"라며,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정상화되면 그로 인해 20만 개의 일자리, 3조 원 규모의 시장이 창출되는 만큼 규제로 일관된 정부의 인식 변화를 부탁하며 발제를 끝마쳤다.




■ 안길한 변호사 - “한국에서 '포켓몬GO'가 만들어질 수 없는 이유”

▲ 법무법인 태평양의 안길한 변호사

왜 한국에서는 '포켓몬GO'같은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 이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의 안길한 변호사가 나섰다. 그는 우선 '포켓몬GO'에 대해 지금까지는 없던 AR과 IP 등 다양한 시도가 결합한 혁신적인 게임이라고 말하며, 이런 게임이 나올 수 없는 데는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법과 제도가 뭐길래 그러는 걸까. 법적으로 '포켓몬GO'를 만들 수 없게 한 걸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혁신을 막아서는 장애물인 건 사실이다. 혁신은 갑자기 떠오르는 게 아니다. 많은 도전 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여 혁신이 된다. 하지만 한국의 게임법은 이러한 도전을 방해한다.

한국에서는 게임을 개발하면서부터 규제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우선 개발을 하려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고 판매할 때는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규제가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어기게 되면 과징금은 물론이고 최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특히 영업정지는 한 달간 개발사의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만큼, 회사를 존망의 기로에 서게 할 정도로 무서운 처분이다.


안길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과연 그 여러 개의 게임 중 하나가 잘못한 걸 갖고 개발사의 모든 게임 서비스를 중지하는 게 옳은 건지 의문이다"라며, 현행 게임법이 잘못됐음을 시사했다. 예를 들어 어느 한 게임이 개발사 전체 매출의 1%밖에 안 되는데 그 게임이 잘못했다고 개발사의 모든 게임 서비스를 중지하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한편, 이렇듯 처벌이 강력하니 자연스레 개발사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자연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기존에 문제없는 게임을 모방하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게임법은 이렇게까지 강력해진 걸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게임법이 새롭게 만들어진 법이 아닌, 전부터 있던 게임 관련법을 개정한 끝에 나온 법이기 때문이다.

과거 게임법은 오락실을 기반으로 한 게임장을 기준으로 법이 만들어졌다. 즉, 게임장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을 유통하면 그 게임장 영업을 금지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런 법은 게임이 발전하고 업계가 성장하며 문제가 됐다. 현재 상황에 맞춰서 법안을 만든 게 아닌 과거 게임법을 기반으로 계속 개정됐기에 잘못에 비례하지 않는 이상한 게임법이 된 것이다.

▲ 현행 게임법은 유기장업법 등 과거 게임법이 계속 개정된 끝에 나온 법이다

이런 이상한 게임법의 대표적인 사례는 그 유명한 주차장 지붕 사건을 들 수 있다. 오피스텔에서 게임을 개발하던 한 개발자가 사업자 등록을 하려 했는데 오피스텔이 주차장 지붕을 설치한 불법 시설이라 사업자 등록이 허용되지 않았던 사건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불법 시설에서 개발하는 것과 게임 개발하는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길래 그랬던 걸까. 이는 과거 게임법이 게임장이라는 시설과 연관이 있었기에 생긴 문제였다. 문제는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이런 잘못된 법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어느 개발사가 경품을 제공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에 대해 안길한 변호사는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말라고 하는데, 경품을 규제하는 건 게임이 유일한 거 같다"며, 전방위적인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비판했다.

▲ 현행 게임법은 위반 정도에 비해 처벌이 과도한 편

그렇다면 규제 일변도의 게임법이 개정되면 당장에라도 독창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안길한 변호사는 당장에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각종 규제로 몸 사리던 개발사들이 시대착오적인 규제만 사라진다면 다양한 도전을 할 테고 그 과정에서 혁신적인 게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발표가 끝나고 그는 마지막으로 "냉정한 얘기지만 개발사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도하기에 앞서 규제로 인해 포기하고 실패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라고 말해 다시 한번 게임법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이정훈 교수 - "게임산업진흥법, 어떻게 개정되야 할까?"

▲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이정훈 교수

중앙대 이정훈 교수는 규제의 핵심인 게임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발제를 시작했다. 게임법이란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건전한 게임이라는 목적하에 과도한 규제가 생겼고 결국 게임산업을 옥죄게 됐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이라는 부분이다. 즉, 이 주체가 누구냐는 건데 그 답은 바로 이용자다. 이용자에게 건전한 게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현행 게임법은 그렇지 않다. 규제에서부터 진흥까지 그 핵심이 이용자가 아닌 게임회사에 맞춰졌다.


그 이유는 게임을 산업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그저 산업으로만 보니 자연스레 게임회사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게임은 단순한 돈 되는 산업만이 아닌,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게임법의 명칭 역시 '게임문화 진흥과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식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고 이정훈 교수는 말했다.


흔히 게임산업 진흥에 대해 말하면 기반을 융성하는 걸 목표로 하는데 이미 게임산업의 기반은 마련됐다. 즉, 이제는 본격적인 진흥의 순간으로 게임이 문화산업임을 분명히 인식시키고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깨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산업 진흥에 대해 설명하며 이정훈 교수는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의식한 듯 "게임을 콘텐츠와 기기로 분리해서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외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선 첫번째는 사행성 게임물을 게임법에서 분리해야 한다. 애당초 게임법에는 사행성 게임을 인정하지 않음에도 으레 사행성 게임이라는 표현을 하는 게 잘못됐다며 아예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규제의 개선은 등급분류제도도 피해갈 수 없었다. 산업진흥을 위해선 사전에 등급분류를 받는 게 아닌 게임위에서 사후관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물론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사후관리라는 건 문제가 일어날 경우 해결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행성 게임일 경우 사특법에 따라 처리하고, 이후 기업에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관리해 기업을 관리하는 식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최근의 화제인 자율등급제와 관련해서는 실효성 보장을 위해 자율규제 준수에 대한 인센티브제와 동시에 엄격한 위반행위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정훈 교수는 아이템 거래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아이템 거래가 사행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됐지만, 불법환전이라는 고리만 차단할 수 있다면 어엿한 하나의 상품으로도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당연히 합법적인 마켓과 가상 경제 거래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지만, 합법화만 된다면 이용자는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고 정부는 세수를 늘릴 수 있어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아이템 거래가 투명화된다면 흔히 말하는 작업장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이정훈 교수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