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 사이에선 알다가도 모르는 게 유저 마음이란 말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유저들의 마음을 모른 채 개발할 수는 없다. 유저들이 왜 게임을 재밌게 느끼는지, 왜 재미없어 하는지 알아야 보다 원활한 개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이런 유저들의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들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개발자들은 게임 데이터를 통해 유저들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확인하곤 한다. 그런데 이 방법이 정말 제대로 된 방법일까?

잘못되진 않았지만 단순한 데이터만으로는 유저들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 개발자가 본 유저의 속마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정말 개발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숨겨진 속마음은 어떻게 알아야 할까?

그 방법을 넥슨 UX 분석팀의 한이음, 이고은 두 사람이 전달해주기 위해 이날 NDC 강연에 나섰다. 'UX 분석을 통한 유저 속마음 알아보기'. 과연 유저들의 숨겨진 속마음을 정말 들을 수 있는 걸까? 그들의 강연을 들어보자.

▲ 넥슨 UX 분석팀 한이음(좌), 이고은(우)



■ 유저의 숨겨진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다섯 개의 방법


▲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들의 속마음을 들어보자

다행히 숨겨진 유저의 속마음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UX 방법론이란 것으로, 게임에서 다양한 상황에서 무기를 바꾸는 것처럼 UX 분석팀에서도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유저들의 숨겨진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 이 방법론은 크게 5개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설문조사다. 정량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업데이트 콘텐츠를 검증하는 등에 대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설문조사만으로는 원하는 대답을 듣기가 어렵다. 여기서 바로 두 번째 방법 FGT(Focus Group Test)가 진가를 발휘한다. FGT로는 그룹별 반응을 비교하고 출시 전 콘텐츠를 검증한다든가 타겟군을 파악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FGT로도 여전히 부족한 경우가 생긴다. 이때 FGT의 연장선으로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실행하는 게 좋다. 설문조사와 FGT가 정량적인 데이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FGI는 그보다 세부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깊이감 있는 유저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 보다 정성을 들인 방법이다.

네 번째 방법으로 UT(Usability Test, Shadowing)이 있는데 유저가 테스트하는 걸 직접 봄으로써 유저가 느끼는 게임 속 허들을 파악하고 이탈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로그 분석이다. 로그의 경우 수치로 파악하는 만큼 체계화되고 정량적인 계측이 가능하다.




■ 근데 이 방법으로 정말 유저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 다섯 개의 방법론으로 어떻게 유저의 속마음을 파악할 수 있을까? 아니, 정말 유저의 속마음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긴 할까? 넥슨 UX 분석팀에서는 자사가 서비스하는 4개의 게임의 사례로 의문에 답했다. 첫 번째는 '메이플스토리M'이었다. 개발진들은 유저들이 '메이플스토리M'을 하면서 자신들이 의도한 흐름을 따라가는지 궁금했고 이에 UX 분석팀이 나섰다.


■ 메이플스토리M의 사례

▲ 유저들이 개발자들의 의도대로 움직일까? UT로 확인해보자

'메이플스토리M'에선 사용한 방법론은 UT 방법론이었다. 약 1시간 반 동안의 초반 테스트에서는 총 23단계로 구분해 진행됐는데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플로우에서 붉은 점선은 유저가 반복한 행동이고, 붉은색 표시는 유저가 죽은 상황을 나타낸다. 그 외에도 유저가 아이템이나 탈 것, 펫을 사용한 때를 확인할 수 있었다.

▲ A 유저는 특정 구간에서 계속 헤매는 걸 알 수 있다

그 결과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우선 첫 번째로 초반에 탈 것과 펫을 얻을 수 있는데 유저들이 그걸 몰라서 나중에야 쓰거나 아예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모르는 경우였다. 두 번째로는 개발자의 의도와는 달리 특정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헤매는 걸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같은 분석을 통해 유저가 사망하는 곳과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이런 행동 분석을 통해 개발자들은 유저가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 유저들이 특정 구간에서 헤매는 걸 막기 위해 퀘스트 흐름을 수정하고 자동 이동을 개선해 유저들이 헤매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어서 펫과 탈 것을 얻었는데 쓰지 못하던 상황을 처음에 얻는 즉시 사용하게 해서 해결했다. 유저들이 보스 몬스터의 높은 난이도로 자주 죽던 부분도 몬스터를 삭제하거나 수정함으로써 개선했다.

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유저들이 정말 불편해하는 점이었다. '메이플스토리M'은 그 속마음을 어떻게 들을 수 있었을까?


'메이플스토리M'에서는 UT 방법론을 통해 유저 행동을 관찰해 불편한 점을 파악했다. 그 결과 유저들이 조작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동에 대한 입력 미스와 점프를 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자주 거론됐다. 이에 개발진들은 방향키와 점프키 위치를 변경하고 자동 이동 기능을 강화했다. 물론, 이 방법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유저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순 있었다.

또한, 퀘스트에 대한 상세 정보가 부족해 반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많은 유저들은 퀘스트를 바로 스킵하곤 한다. 그래서 헤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 역시 자동 이동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퀘스트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을 추가해 보완했다.

이런 UT와 유저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를 통해 게임의 허들 요인을 파악하고 낮춤으로써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M'을 완성할 수 있었다.

▲ 유저의 플레이를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미처 알 수 없었을 것들이 많다


■ 테라의 사례


두 번째는 '테라' 길드 대전 콘텐츠에 대한 유저들의 성향을 알고자 했다. 전략을 필요로 하는 콘텐츠였던 만큼, 유저들이 어떻게 전략을 짜고 즐기는지 알고자 만렙 유저 40명을 대상으로 FGT를 진행했다. 이때, 유저의 채팅과 행동을 도식화함으로써 유저들의 길드 대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1세트에서는 AB연합과 CD연합이 맞붙었다. 당시 이겼던 쪽은 CD연합이었는데 공통으로 자신의 기지를 헤매는 듯한 채팅을 했고, 그 중 AB연합에서는 자신들의 기지를 공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중간에 중립 네임드가 나올 경우 처치하면 버프와 아이템을 줌에도 양쪽 모두 잡는 데 오래 걸려서 꺼리는 것도 알 수 있었다.

▲ "B길드님 우리껄 왜 침 ㅋㅋㅋㅋ?"
"이제 봄 ㅠ.ㅠ"

1세트가 끝나고 최종적으로 유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네임드가 등장하자 처음에는 잡는 걸 시도했으나 이내 HP가 생각보다 높기에 포기했다는 것, 자기 연합의 기지를 판별하기 어려워한 것, 특히 AB연합의 경우 자신들의 기지를 공격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거였다.

좀 더 새로운 데이터를 얻기 위해 2세트에서는 길드 연합을 바꿔 AC연합 대 BD연합으로 진행했다. 이번에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승리한 AC연합의 경우 기지를 최대한 멀리 지었고, BD 연합은 기지가 멀면 지원이 늦기에 기지를 가까운 곳에 지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2세트에서는 기지를 멀리 지은 AC연합이 승리했다. 전장에 대한 빠른 지원이 늦은 AC연합은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그들은 사제의 빠른 소환으로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어서 거리라는 단점을 극복했다.

▲ 2세트의 승패를 가른 기지 위치와 소환

이렇듯 FGT 테스트와 유저들의 채팅을 봄으로써 길드 대전에 대한 유저들의 보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채팅이 없었다면 알 수 없는 부분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유저들이 승리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는 뭐였을까. 설문조사에서는 모두 기지 건설 위치를 가장 중요한 승리 요소로 손꼽았다. 하지만 정말이었을까? 혹시 미처 말하지 못한 속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테라'는 이어서 FGI를 통해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 설문조사보다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설문조사에서는 기지 위치가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그들이 인터뷰에서는 이동시간이 승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을 낸 거였다. 만약 FGI를 하지 않았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부분이다.

▲ FGT와 FGI를 통해 유저들의 행동패턴과 전략, 승리 요소 등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었다


■ 마비노기 영웅전의 사례


세 번째 사례는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의 사례였다. '마영전'에서는 한 가지 특이한 유저 동향이 감지됐는데 캐릭터를 정성들여 만든 신규 유저들이 튜토리얼을 하고 첫 던전에 나서는 사이에 눈에 띄게 이탈하는 모습이었다. UX 분석팀은 왜 유저들이 이탈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이번에 사용한 방법은? 역시 UT였다. 유저들의 행동을 직접 보면서 그들이 왜 이탈하는지 확인했다.

▲ 이쯤되니 UT가 만능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결과 유저들이 '마영전'에 대해 어려워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영전'은 퀘스트를 받고 배를 탄 후에 출항해 던전에 간다. 첫 번째로 유저들은 출항 후 던전에 가는 거에 대해 어려워했다. 배에 탄 후에 출항이 던전으로 간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거였다. 그래서 몇 분이나 배 위에서 헤매고 그대로 게임을 접는 경우가 발생했다.

▲ 출항이 사냥 시작이란 걸 모르고 몇 분이나 헤매는 경우도 있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마을로 돌아가는 부분에서도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마영전'에서는 클리어한 후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근데 마을로 돌아가기를 신규 유저들은 던전 포기로 오인한 거다. 거기에 던전 마지막에 있는 붉은 벽으로 인해 붉은 벽으로 가야 마을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 "여기 붉은 벽이 나가는 곳 아니에요?"

즉, 신규 유저들에게 있어 '마영전'은 초반 튜토리얼이 부실하단 걸 알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팀에서는 퀘스트 동선을 발자국으로 안내하던가 유저가 헤맬 경우 팝업을 노출해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안내하는 식으로 개선했다.

그렇다면 초반에 이런 문제를 넘어가면 유저들은 게임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다양한 유저들을 모아 FGT를 통해 유저 적응도를 확인했다. FGT를 하면서 크게 던전 클리어 시간이 긴 유저와 짧은 유저로 분류됐는데 확인해보니 과거 '마비노기'를 해본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 간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UT와 FGT 두 UX 방법론을 통해 '마영전'은 신규 유저들의 초반 허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만약 FGT를 하지 않고 단순한 데이터를 통해서만 확인했다면 유저들이 어떤 점에서 전투 시작과 종료를 헷갈려하는지 등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 '마영전'은 신규 유저들의 허들을 낮추기 위해 개선에 들어갔다


■ 레고 Q&C의 사례


네 번째는 '레고 Q&C'의 사례를 들며 유저별로 다양한 테스트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같은 게임, 같은 테스트 방식을 사용해도 유저별로 만족도나 속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은 다르기 때문이다. '레고 Q&C'에서는 성인과 아이들로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게임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성인들은 체계화된 설문 답안을 내놨다. 어떤 스테이지가 재밌는지 명확히 점수로 표현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달랐다. 체계화된 답이 아닌 게임이 재밌는지 아닌지 등의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점수처럼 수치화한 답안보다 지금 기분이 어떤지, 왜 그런지 등 질문을 바뀌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 당연히 성인과 아이의 질문 양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이들의 경우 게임 콘텐츠에 대해 원론적으로 표현한다. '재밌다. 재미없다. 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어른과 비슷한 설문을 줄 경우 제대로 된 답을 얻기가 힘든 편이다.

▲ 저학년을 대상으로 개선점을 물었더니 대부분 "정말 재밌어요!"라는 내용을 적었다

▲ 이는 아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임에 대해 쉽게 흥미를 잃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연령별로 어떻게 접근해야 좋은지를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유저의 속마음을 알기란 어렵다. 유저가 게임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할 때가 아닌, 안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마련해 감춘 속마음을 드러내게 해야 한다.


■ 유저의 속마음은 말과 행동 안에 숨어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지금도 많은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의도가 유저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유저가 따라올 거로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유저들은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만 움직이지도 않는다. 때론 헤매기도 하고, 때론 개발자의 의도를 놓치기도 한다. 이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개발자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 소개한 다섯 개의 UX 방법론을 통해 이제 개발자들도 유저들의 속마음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됐다. 이제 이 방법을 통해 보다 유저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바란다.

▲ 유저의 속마음을 깨달은 그대에게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