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아쉬움이 많이 남은 2008 블리즈컨.

지난 10월 10일부터 11일까지 북미 로스엔젤레스 주의 애너하임시에서 열린 2008 블리즈컨.
올해로 3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작년보다 더 큰 규모와 더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으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게임 소식들로 가득했었다.


블리즈컨 행사동안 참여한 관람들에겐 즐거움이였지만 글쓴이를 비롯한 각 언론 매체와 팬사이트 기자/관계자들은 2일간의 행사일 동안 정신없는 시간이였다. 여기에 취재 후기및 잘 몰랐었던 사실과 비화등을 공개해 보려한다.



블리즈컨 행사장을 찾기위한 가장 쉬운방법!

대다수 사람들에게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Anaheim Convention Center)’라 말하면 ‘로스엔젤레스 어딘가에 있는 센터’ 라고만 생각 할수 있다. 한데 이 센터를 구글 맵(http://map.google.com)으로 확인해 본다면 몰랐던 사실 한가지를 알게 될것이다. 이 센터의 다른 이름은 바로 디즈니랜드 컨벤션 센터라는 것.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디즈니랜드는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몇걸음 안되는 거리에 있을 정도로 가깝다. 때문에 이 행사장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디즈니랜드를 검색해 찾아 가는 것이다.



흥미로웠던 블리즈컨 이모저모


  • 스타크래프트 2, 어드벤쳐 게임이 되다?

    첫번째 행사일에 공개된 스타크래프트 2 트리올로지(Starcraft 2: Trilogy, 이하 스타2)가 발표됐을때, 블리자드의 랍 팔도(Rob Paldo)는 스타2 테란 켐페인을 소개 했었다.


    한데, 게임내 3D 엔진으로 제작된 스토리들까지는 이해를 하겠지만, 테란 스토리의 중심 인물인 레이너를 움직이면서 주변에 있는 각종 객체들(주크 박스, 텔레비젼, 현상금 표시판 등등) 을 클릭 하는 것은 실시간 전략 게임이 아닌 어드벤쳐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 였다.





    더욱 나아가 레이너가 배틀 크루저에 탑승한 체 격납고와 무기고를 돌아다니고, 무기고에서 각 유닛들의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는것은 완전히 어드벤쳐 게임 그 자체였다.


    현재까지 스타크래프트 2는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알려졌지만, 필자 생각에 이는 멀티 플레이어에만 국한된 것이며, 싱글 플레이는 어드벤쳐 게임 + 전략 게임이라고 정의를 짓고 싶다. (싱글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자꾸 ‘원숭이 섬의 비밀’이 생각났던건 왜일까.)



  • 더 넓어진 행사장으로 인한 기자들의 고된 역경들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는 규모가 굉장히 크며, 여기엔 A,B,그리고 C로 명칭된 3개의 거대한 홀(Hall)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홀들 뒷편엔 행사에 필요한 물건들을 나르는 거대한 트레일러 주차장도 마련돼있다.





    지난 2007년도 블리즈컨은 A와 B, 2개의 홀로만 구성됐지만, 올해는 관람객을 늘이고 3개의 모든 홀을 사용했다. 일반 관람객들에게 있어서 넓은 행사장을 통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즐길수 있는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자들에게는 거의 체력장을 방불케하는 고된 시련(?)을 안겨줬다. 어째서 일까?





    우선 먼저 행사장의 도면을 살펴 본다면, 북쪽 맨 끝에 위치한 A홀은 스타크래프 2 시연장이고, 남쪽방향으로 한칸 아래인 B홀은 워크래프트 와 WoW 확장팩 시연장, A홀과 B홀 중간엔 디아블로, 그리고 가장 남쪽에 있는C홀은 블리즈컨의 각종 설명회들이 있는 메인 스테이지다. 각 홀들끼리 이동하는 거리는 몇십 미터가 되는데, 여기서 A홀부터 C홀까지는 거의 100~200미터가 될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위의 행사장들과 함께, 전세계에서 모인 취재진들은 일명 ‘프레스 센터(Press Center)’라 해서 블리자드에서 마련해 준 기자전용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블리즈컨의 다양한 소식들을 각자 자국으로 보내게 되는 취재 열기가 가득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레스 센터에는 고속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선과 시연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스타2, 디아블로3, WoW 확장팩의 PC가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어찌보면 편할 것 같은 이 프레스 센터는 한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위치가 A홀의 2층에 있다는 것이다.


    각종 주요 행사들이 남쪽 끝인 C홀 1층에서 펼쳐지는데, 이를 취재하고 보도 하려면 북쪽 끝인 A홀 2층까지 뛰어가야 한다. 어느정도 늦게 보고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매체들은 여유가 있었지만, 웹진등의 ‘정보=속도전’인곳은 조금이라도 빨리 뛰어가서 자리를 선점하고 업로딩을 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에 컨벤션 센터 안은 보이지 않은 전쟁이였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행사장 내에 무선 인터넷이 있지만, 화질이 높은 사진들을 무선인터넷으로 업로딩 하다가는 다음 행사를 놓치기 쉽상이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프레스 센터까지 가야한다. 때문에 필자를 포함한 일부 기자들은 무거운 삼각대와 카메라를 짊어지고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달음박질을 해서 센터에 도착하면 중요한 정보을 작성하고 다시 짐을 챙겨서 남쪽 끝까지 가야 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메모한 정보들을 정리해서 등록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30분이다. (각 간담회 사이에는 30분의 휴식이 있었다고..) 그리고 이와 같은 행동을 간담회마다 해야한다. 약 2~30 킬로그램정도 되는 각종 장비들을 들고 다니면서 행사장을 5~6번 뛰고나면 그날 밤 깨끗했던 나의 발은 물집으로 가득했고 취재하는 동안 힘들고 아픈줄 몰랐던 것을 이틀간 몸으로 느꼈다.
    (만약 블리자드 관계자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다음 행사때는 메인스테이지가 C홀이 아닌 A홀로 바꾸길 간절히 희망한다. ㅠ_ㅠ)


  • 예상치 못한 날씨로 인한 감기 피해 속출

    흔히들 ‘캘리포니아는 낮이 길고 기온이 높은 곳’ 이라 생각해 반팔옷에 반바지를 자주 입고 다니는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도 그래서 반팔과 바지를 준비해 갔지만, 행사일 날씨는 해가 많고 덥게 느껴지는 일명 ‘써니 캘리포니아(Sunny California)’가 아닌 춥기만 한 날씨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미 서부쪽에 급작스런 냉기 기단이 내려와 평균보다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보도 했다. 때문에 반팔옷을 입고 돌아 다녔다가는 감기걸리기에 좋은 날씨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변화된 날씨를 모르고 가볍게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은 감기에 걸려서 행사일 동안 고생한 사람들이 속출했었다.





    뿐만 아니라 행사장 안에서도 센터 관리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외부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행사장안에서 에어컨을 신나게 틀어 놓은 바람에 넓은 C홀은 냉장고가 되버렸고 추위에 떨면서 취재를 하기도 했다.


  • TV 중계로 인한 시간과의 다툼

    이번 블리즈컨은 역사상 처음으로 TV 생중계를 했다. 그래서였을까. 작년과 비교 했을때 모든 행사들의 진행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 느낌이다. 정해진 방송 시간에 맞춰서 행사를 진행해야 했던 블리자드는 전반적으로 무언가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각종 간담회가 끝나면 유저들과 제작진들과의 질문과 답변 시간이 주어지는데, 작년 블리즈컨에선 한 유저가 질문을 길게 해도 모두 들어주는 여유가 있었던 반면에 올해는 그런것 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 몇개만 받고 간담회를 서둘러 끝내버린 것이였다.





    뿐만 아니라, 행사 첫번째날 마지막 공연이였던 유저들이 만든 WoW 영화 시상식은, 시상 작품을 상영도 하지 않고 그저 순위만 발표하고 서둘러 끝내 버렸다. 이는 두번째 날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유저와 개발진들간의 만남 보다는 무슨 공식 발표회 마냥 빨리빨리 넘겨버리는 모습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내년엔 TV 중계를 하지 말고, 유저들과의 대화를 좀더 많이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 역시 블리자드 사장, 마이크 모하임은 달랐다.

    현재 블리자드의 사장 마이크 모하임(Mike Morhaime)은 이번 행사에서도 화려함과 친근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계적인 게임 제작회사의 사장으로서, 행사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에서 신 캐릭터 발표하는 모습은 확실한 ‘회사의 대표자’의 모습이었다. 게임 업계에서는 뛰어난 포커 카드게임 플레이어로 알려 졌으며, 레벨 80 엘리트 타우렌 치프턴(Level 80 Elite Tauren Chieftain, 약자 L80ETC)에서는 멋진 기타 리스트로서, 행사 마지막날 있었던 L80ETC 공연에서도 화려한 기타 실력을 보여줬다.


    한데, 이러한 멋진 모습 외에도 마이크 모하임은 순수하게 게임을 좋아하는 일반 유저와도 같은 모습들이 포착 되었다. 행사장 안을 돌아다니며 게임 유저들 외 멋진 코스프레를 한 유저들과도 함께 사진도 찍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으며, ‘더 길드(The Guild)’라 불리는 유명한 게임 웹 드라마의 출연진들 간담회에도 참석해 다음 시즌 미리보기를 관람한 모습을 봤을때, 그는 거대 회사의 사장이라기 보다는 게임을 좋아하는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멋진 정장을 고수하고, 넥타이를 매고 다니면서, 위엄과 체통을 지키는 여느 기업 사장님들의 모습과 비교 했을때, 너무나도 다른 사고방식의 블리자드 사장인 마이크 모하임을 보면 ‘과연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게임을 만드니, 멋진 게임이 나올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일들이 있었던 2008 블리즈컨. 힘들고 고된 취재를 경험 했지만, 좋은 정보와 타 유저들간의 만남, 개발진들과의 조우, 작년에 만났던 게임 업계/매체/블리자드 관계자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필자에겐 모든 것이 흥미로웠고 가슴 벅찬 행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세계적인 행사에 참여하게 된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만 블리즈컨 후기를 줄이겠다.



    인벤 북미 특파원 – Terry Seo 기자
    (healinglight@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