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월 29일 수요일) 웹젠의 김창근 신임 대표이사 취임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그간 웹젠은 신작 게임의 흥행 부진에 따른 경영 실적 하락과 함께, 여러 차례 뉴스로 뜰만큼 비게임사의 적대적 M&A 에 시달리기도 하다가 얼마전 NHN 게임스에 인수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이번 10월 29일 기자간담회는 NHN 게임스와 웹젠의 경영진들이 웹젠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첫번째 공식 자리였던 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고, 취재진은 물론이고 애널리스트들까지 참석하여 다른 홀을 빌려야 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행사가 진행되고, 신임 대표이사의 첫 기자회견문 낭독은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고, 기자회견문 낭독 모습이 기자와의 첫번째 대면이었는데, 내성적이고, 조용한 스타일의 경영인으로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가겠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자 회견문도 이러한 그의 이미지를 반영하듯, NHN 게임스와 웹젠사이의 '조화로운 경영', 즉 당분간 기존 웹젠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둘것이며 당장의 개혁이나 변혁보다는 안정적인 매출에 주력하겠다 전했다.


기자 회견문을 낭독하는 이미지만 봐서는 여느 일반적인 경영진과 다름없는, 평범한 모범생의 이미지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회견문 자체는 밋밋한 편이었다. 또한, 회견문에 등장하는 '존경하는 기자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들을 때는, '과연 내가 존경받을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이 미치기도 해 낯이 뜨거울 정도로 머쓱하기도 했다.




이후 질문과 답변 시간에도 밋밋한 질문과 밋밋한 답변들 (=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질문과 질문자 스스로도 무슨 답이 나올지를 알 수 있고 거기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뻔한 답변) 이 오고갔고, 여느 간담회와 다를 바 없는 평이한 간담회의 하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혹시나 했던 작은 희망은 저멀리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식사를 하기전인 이때까지는 말이다.


식사시간이 되자, 묘하게도 웹젠의 김창근 신임 대표, 웹젠에 함께 합류한 김태훈 이사, 그리고 NHN 게임스의 김병관 대표와 한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아마 그 자리에서의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글을 쓰기는 커녕 평범했던, 그래서 곧 잊혀질 또 하나의 기자간담회를 뒤로 하고 조용히 회사로 복귀했을 것이다.


사실 NHN 게임스의 김병관 대표와는 한 테이블에서 앉아 1시간 넘게 함께 동석해 있던 상황이었다. 서로 마주보고 있던 상황에서 얼굴 또한 낯이 익어 더더욱 머쓱했던 상태. 결국 그 애매한 상황을 참지 못하고 어느 매체의 기자인지 질문을 던졌는데, 돌아온 것은 NHN 게임스의 대표라는 답변이었다. ;;;


NHN 게임스 대표로서 매체에 자주 등장하지도 않았거니와 Hector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외부 행사에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구실을 둘러댈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한시간 넘게 마주보는 동안 그에게서 나왔던 원초적인 식탐본능(?)으로 인해 낚인 바가 크다.


식사로 나온 음식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주변사람과 즐겁게 먹는 모습이라던가, 웹젠 신임대표가 다가와 '이따 다른자리 가서 먹죠'라는 발언에, "싫어, 난 이거 다 먹을꺼야" 라는 농담섞인 발언 등등...


더구나 함께 동석한 NHN 게임스의 모 실장은 웨이터가 빈좌석에 음식을 갖다놓아 아무도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얼른 접시를 가져와서 같이 먹으며 유쾌하게 웃는 모습들을 보았던 터라, 갓 시골에서 상경한 농촌 총각의 이미지가 순간 떠오르기도 했고 평소에 관계가 돈독한 기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때문에 그들이 NHN 게임스의 임원이라는것을 Hector 는 결코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 그래도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요청에 양복을 고쳐 입은
(좌)김창근 대표, (중)김병관 대표, (우)김태훈 이사 ]


특히, 이들 삼인방 (웹젠 김창근 대표, 같이 웹젠에 합류한 김태훈 이사, NHN 게임스의 김병관 대표) 은 여느 회사를 대표하는 모습이라기 보다 마치 CF에서 나오는, 맥주를 짠 하고 부딪히며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젊은 패기가 느껴지는 삼총사였다고 할까?


식사자리에서의 웹젠 김창근 대표는 밋밋한 기자회견문과는 달리 상당히 경쾌하고, 유머러스 하고 자신감 있는 스타일이었는데, 어찌 이런 밋밋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을까 싶을 정도로 딴사람이었다. (기자회견문을 작성한 실무자는 이글을 보고 혹시 한소리를 들을까 미안하지만, 기자의 솔직한 느낌은 그러했다)


NHN 게임스 김병관 대표 또한 아직은 게임계쪽에서는 생소하기에 평범한 여느 경영인의 모습만을 생각하고, 자사 게임 R2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런데 그는 이미 오픈베타때부터 즐겨오고 있으며, 모 길드에서 유저들 몰래 현재까지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기자도 나름 R2 를 꽤 했지만, 구력에서 밀렸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떠오른 인물은 바로 김남주 전 대표...


그동안 게임계에서는 김남주 대표 밑을 받쳐줄 인재가 없었다며 많이 아쉬워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웹젠을 사랑했고, 회사를 떠나지 않고 개발자로 새롭게 복귀하는 쉽지 않는 결정을 했다. 섵부른 예측이지만, 어쩌면 그도 이런 마음이었을지도..


한편, 웹젠의 또 다른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칩거했던 김남주 전 대표는 웹젠의 임원급으로 계속 회사에 잔류할것이며,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할 그의 복귀작은 '뮤 2' 가 될 것이라 알려주었다.


아무튼, NHN 게임스의 두 젊은피 김창근 대표와 김태훈 이사의 웹젠 합류, 그리고 NHN 게임스의 김병관 대표의 측면 지원 ...


함께 할때 더욱 강해졌었던 웹젠의 전력으로 볼때 , 웹젠의 첫번째 삼총사에 이은 두번째로 결성된 이들 삼총사가 위기의 웹젠을 구할 백기사가 될 것인지 자못 기대된다.


※ 편집자 주: 간담회 및 보도자료를 통해 뮤2 와 뮤 확장판의 언급이 모두 나왔는데, 웹젠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뮤2 와 뮤 확장판 모두 개발이 될 것이라 한다. 뮤2는 김남주 전 대표가 개발을 총괄 지휘하고, 뮤 확장판은 기존의 뮤 개발팀에서 담당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