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08 을 찾은 방문객이 20만명에 근접했다고 합니다. 방문객 역시 해마다 증가추세입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해마다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20만명이 찾은 전시회라면 대성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수치가 나타내는 허상이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대성황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보통 3~4일간 머물렀던 예년과는 달리, 이번 지스타 2008 기간동안 킨텍스에 머물렀던 기간은 단 하루. 그러나 아쉬운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던 지스타 2008 이기도 했습니다.

☞ 성공한 전시회? GC 2008 을 통해 바라보는 지스타 (2008. 08. 27)


  • 방문객의 허수? GC 보다 방문객은 많았지만 ...

    방문객 자체만 놓고보면, 지스타는 해외 어떤 게임쇼에 비해서도 꿀릴 것이 없습니다. 기자가 지난 8월에 독일에서 체험했던 유럽 게임쇼 GC 2008 도 방문객은 지스타 2008 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독일 GC 의 경우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홀 면적이 지스타에 비해 최소 5~6배는 넓습니다. 지스타가 사용한 전체 면적만한 홀이 무려 6개나 있고, 그 사이사이 통로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기 때문에 체감하는 면적의 차이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GC 2008 역시 지스타처럼 4일간 개최되었습니다. 그런데, 방문객 숫자는 비슷하다 ? 분명 체감상 혼잡도는 GC 2008 이 더한 것 같았는데 ?



    [ GC 2008 의 풍경, 전체 방문자 수는 비슷하다지만 ... ]


    답은 하나, 바로 체류시간의 차이입니다. GC 2008 의 경우, 아침에 한번 입장하면 그날 행사장이 문 닫을때까지 계속 행사장에서 즐기고 다음날 또 오고 그 다음날 또 오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스타는 들고나감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즉 회전율이 매우 높아 그 면적에도 불구하고 GC 2008 과 같은 수의 방문객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으로 비유를 해보자면, 계정을 생성해서 게임에 접속한 유저의 수는 두 게임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 게임은 플레이 타임이 짧아 동시접속자가 얼마 안되고, 한쪽은 플레이 타임이 길고 혼잡도도 높아 대기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로 동시접속자가 많은 것입니다.

    게임의 성패가 단순히 계정을 생성해서 접속한 사람의 수로 판별나지 않는 것처럼, 게임쇼 역시 방문객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체류했는지, 얼마나 그 곳에서 많이 보고 즐겼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스타는, 비록 방문객이 20만명에 근접했다 할지라도, 즐길 컨텐츠가 부족해서 잠시 플레이하다 접속을 종료하게 되어 성공하지 못한 게임들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시장의 한계! 온라인 게임에 걸맞는 전시회란 어떤 모습?

    동시접속자 유지와 증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말 그대로 컨텐츠입니다. 그리고 컨텐츠의 부실은 4번에 이르는 지스타 기간 내내 제기되어 왔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수십년간 들어왔던 한국축구의 문전처리 미숙처럼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일방적으로 지스타 조직위나 정부만을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콘솔과 패키지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던, 그리고 가족이 함께 즐기는 여가 문화로서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 한국 게임시장의 특성이라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게임쇼는 기대 신작들을 처음으로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고 그때의 체험이 향후 구매여부를 판가름짓는 하나의 요인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쇼에 맞추어 경쟁적으로 신작들을 내보이고 그만큼 게임쇼에서 보고 체험할 것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게임쇼에 더 찾아오게 되고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또한 지스타는,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게임을 즐기는 젊은 층과 학생층 위주의 또래 방문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해외의 게임쇼는 또래 방문 역시 많지만 지스타에 비해 가족끼리의 관람, 가족끼리 게임을 통해 즐겁게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콘솔과 패키지 등을 통해 탄탄한 저변을 갖추지 못하고 곧바로 온라인 게임이 확고한 대세를 구축하면서, 그에 걸맞는 사회적 인식 개선, 문화 형성 등이 제대로 갖추어질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한국시장이 가지는 하나의 특징이자 한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시장의 특성이 아닙니다. 온라인 게임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전시회의 포맷이 콘솔이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해외 게임쇼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학 특수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출시에 있어서 시기를 그다지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온은 수능 이틀전에 오픈베타를 했지만 그에 대한 그 어떤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콘솔과는 달리 그 누구라도 클로즈 베타와 오픈베타 기간에 무료로 쉽게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습니다. 몇기가에 달하는 클라리언트지만 다운로드와 설치까지 수십분에서 한두시간이면 완료됩니다. 발달한 인터넷과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에 대한 정보와 평가는 언제라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스크린샷, 게임에 대한 아주 세부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클라이언트와 접속까지 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집에서 편히 앉아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굳이 전시회라는 공간에 가서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온을 예로 들면, 11일부터 오픈베타를 시작해서 집에서 쉽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지스타까지 가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한시간을 줄서서 기다린 다음 이삼십분의 짧은 플레이를 해볼 이유가 무에 있겠습니까. 행사장까지의 왕복 이동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이면, 접속 대기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플레이 타임이 훨씬 더 더 길었을 것인데 말입니다.



    [ 한게임의 신작 C9, 그나마 이런 게임이 모양새를 갖춰주는 ... ]


    첫 선을 보이고 시연이 가능한 새로운 신작들도 몇몇개 있었지만, 어차피 나중에 클로즈 베타나 프리오픈, 오픈베타 기간 등에 아무런 장벽없이 손쉽게, 그것도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더군다나 대다수 온라인 게임은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최대한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테스터 권한을 얻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이 게임을 안하면 밤에 잠을 못잘 것 같다'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이번 지스타에서 꼭 해봐야겠다'라는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데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 부스들이 이벤트 성의 볼거리와 선물 등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게임을 체험하고 즐기는 시간보다는 도우미의 사진을 찍고 선물을 주는 곳에서 길게 기다리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지스타 컨텐츠라 할 수 있는 전시장 부스 운영의 경우, 이런 면에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업체들은 참가를 꺼리게 되고, 또 준비하는 측에서는 행사의 컨텐츠는 뒤로 한 채 어떻게든 참가시키는데 주력하게 됩니다.

    지스타 무용론이 나온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고질적인 컨텐츠 부족과 볼 거리 없다는 이야기도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4년동안 해마다 똑같이 나왔던 말이지만, 4년동안 변한 것은 없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걸맞는 전시회란 무엇인가 ? 라는 근본적인 고민에 대한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지 해마다 행사를 치르기만 하는, 일종의 '생명연장의 꿈'이라고 해야 할까요.



    [ 올해는 줄었지만, 그간 부스걸이 많았던 이유도 ... ]


    그런데 '온라인 게임에 걸맞는 전시회'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기자로서도 쉽게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아마 업계에서도 그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워낙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기자이기도 하고 4년에 걸쳐 지스타를 보아왔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에 맞게 변해야 한다' 라고 말을 할지언정, 이런 방법이 좋다 라는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기자로서도 지스타에 대해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새로운 방식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일년일년 생명연장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과연 온라인 게임 위주의 전시회라는 것이 가능한지, 온라인 게임에서 전시회가 어떤 의미와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즉 아주 밑바닥부터 개념과 컨셉과 행사 포맷을 재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내년과 내후년에도 볼거 없네와 컨텐츠 부족이라는 말은 반복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중간에 한두해 지스타를 쉬더라도 지스타의 존재의 의미부터 다시 한번 정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대형 게임사 위주의 시장 재편

    한가지 더 어려운 것은, 지스타에 참가할만한 회사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게임쇼인데 나름대로 신작이나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게임시장의 특징중 하나는, 대형 퍼블리셔 위주로 시장 재편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중소개발사들이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면서 포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게임을 몇몇 퍼블리셔들이 서비스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게임은 많아질지언정, 지스타에 참가할 게임사 자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덕분에 이번 지스타는 NHN 한게임, 엔씨소프트, CJ 인터넷 넷마블,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SK텔레콤, JC 엔테터인먼트의 대형부스가 다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색다른 부스도 일부 눈에 띄었지만, 다양한 업체의 참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개발사야 '(돈도 돈이지만) 퍼블리셔가 있으니 우리가 참여할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고, 퍼블리싱은 상위 몇몇 게임사에 계속해서 집중될 것이기에 참가할 수 있는 업체의 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특성에 걸맞는 방식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어려움과 함께, 참가할 회사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시장의 상황이 지스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 이런 대형 업체들로 게임 서비스가 집중되고 있다 ]



  • 일정, 그리고 구색 갖추기의 어려움

    이번 지스타는 운도 없었습니다. 지스타는 해마다 11월 10일 전후의 주말에 걸쳐 4일간 진행됩니다. 이번에도 동일한 일정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지스타 시작 이틀 전인 11월 11일은 다들 알고 있는 아이온의 오픈베타 날이었고, 지스타 종료 이틀 후는 역시 다들 알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확장팩 출시일이었습니다. 게임계의 관심이 지스타보다 이 두개의 게임에 더 쏠려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지스타 시작일이 수능일이었고 덕분에 그날 하루 쉬게 되는 학생들이 첫날부터 지스타를 찾아 긴 행렬을 이루긴 했지만, 2008년도 게임계의 최대 이슈라 할 수 있는 두 게임의 정면승부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힘에 부쳐보였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콘솔, 패키지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해외의 게임사들이 참가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온라인 게임 개발사라 해도 국내 서비스사는 따로 있기 때문에 직접 참가할 이유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행사에 한번도 참가하지 않은 블리자드의 경우 WWI 나 블리즈컨으로 자체 행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GC 2008 에 블리자드는 참가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국내 게임사의 참가를 유도하게 되고, 관공서의 거부하기 어려운 요청이 꾸준히 이어집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참가 가능 업체의 숫자 자체가 줄어든다는 한계와 업체 자체의 참가 필요성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관공서의 요청만으로 커버하기란 한계가 있습니다.


  • 지스타 2009 는 과연 ?

    해마다 제기되는 장소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의견입니다. 코엑스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다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킨텍스라는 장소 자체가 지스타의 활성화 여부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방문의 목적성과 그에 걸맞는 컨텐츠의 문제이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기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한번의 접속이 아닌, 장기적인 플레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게임의 컨텐츠 문제인 것처럼요.

    다음번 지스타는 강남의 코엑스에서 할지 일산의 킨텍스에서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는 합니다.

    지스타 2009 가 일산이든 강남이든 아니면 제 3의 장소이건 간에 그리 상관하지 않습니다. 영화제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찾아가 며칠을 머무르는 일도 흔하고, 맛집을 찾아 차를 몰고 한두시간 달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찾아가서 보고 느끼고 체험할 이유만 갖추어지면 일산이 아니라 지방 어디라도 문제가 아닙니다.

    기자 역시 그런 것이 충족된다면 지방 어디에선가 열려도, 차안에서 자는 한이 있더라도 3박 4일간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한 빈곤에 시달린다면 바로 옆에 있더라도 오래 머무를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예전 카멕스(KAMEX) 역시 걸어서 5분거리에서 개최되었지만, 반나절도 머무르지 않았으니까요.

    부디 지스타 2009 에서는 오래 머무를 이유를, 취재진, 업계 관계자, 그리고 방문객 모두에게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 단체 캠핑카! 행사만 좋다면야 이런 걸 못하겠습니까 ... (GC 2008 사진중) ]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