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황진욱 개발자는 모바일 게임 닌자런과 소드마스터를 개발했으며,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는 졸업 작품 프로젝트로 힐다를 개발했다. 현재는 로드컴플릿에서 신작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로망을 갖고 있다. 마치 가지 않은 길에서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이 그 길을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은 장르를 불문하고 존재했다. 그렇지만 위험 부담 때문에 이 길을 쉽사리 가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황진욱 개발자는 대학에 재학하는 동안 5개의 게임을 만들었고, 그 중 하나인 '힐다'는 졸업 작품 프로젝트였다. 졸업 작품인 만큼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을 도전했다는 황진욱 개발자는 이번 강연에서 자신이 도전한 개발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본 강연 기사는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강연자의 시점에서 서술했습니다.
'힐다'를 개발하게 된 것은, 사실 졸업을 위한 프로젝트 때문이었습니다. 졸업 프로젝트에서 무언가 멋진 것을 만들자는 생각에서였죠. 이전에는 모바일 기반으로 만든 것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PC 기반으로 하자는 것도 어찌 보면 그 맥락에서였습니다. 기존에 했던 것과 다른 것은 왠지 멋지게 보이니까요.
액션 장르를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라서 선정한 것도 있긴 하지만(웃음), 액션 게임은 인디 개발자들에게 있어서 그리 권하지 않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멋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니까요. 모션에 대한 이해라던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라던가......또 이펙트를 다양하게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에셋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무엇이 됐든 인디 게임에서는 그것을 하나하나 갖추고 조립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힘들어지게 됩니다. 의미있는 결과물이 오랫동안 안 나오면 의욕도 상실하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이왕 만들어보면 멋진 걸 만들겠다는 생각에 액션을 선택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했기 때문에 개발 인력 구성에서도 기존과는 달라져야 했습니다. 이전에 저는 많아야 친구나 아는 사람 세 명 정도와 같이 개발해왔습니다. 그 정도의 인력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의 프로젝트를 만들어왔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것이었고, 구상했을 때 이전보다 더 많은 에셋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과도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멤버 중에는 기획자는 없었습니다. 기획자가 없는 이유는 기획을 거쳐서 만들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이유는 제 인맥 중에는 기획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아까 모르는 사람과 작업했다고 하지만, 적어도 다리 건너서는 맥이 닿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획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생판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작업한다는 것이 사실 어렵게 느껴졌죠. 그러다보니 기획자를 따로 모집하진 않았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를 처음에 시작한 제가 기획을 맡게 되었습니다.
인력이 어느 정도 모이고,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저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하나하나 짚어나갔습니다. 우선 액션 게임이었으니 '액션'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떠올렸죠. 액션 게임의 생명은 어떤 것일까? 그 부분부터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플레이했던 액션 게임들을 떠올려보았죠.
속도감, 이 단어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 속도감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뭉뚱그려진, 추상적인 단어입니다. 사실 '감'이라고 붙은 것 자체가 그런 의미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단어가 떠오른 이상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나름의 정의를 내려야 했습니다. 여기에서 속도감은 캐릭터의 움직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빠르고, 답답한 것이 없어야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답답해하지 않고 즐길 수 있으니까요.
액션 게임에서 쾌감을 느끼는 또 다른 요소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을 때는 완다의 거상이 생각났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보스를 보았을 때 느끼는 경외감과, 그 보스를 쓰러뜨렸을 때의 쾌감은 액션 게임에서만 즐길 수 있지 않나 생각했거든요.
여기에 조작감을 곁들이는 것이 액션의 중요한 요소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유저의 입장에서 보면 액션 게임에서 조작감이 불편한 것은 특히 큰 문제죠.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난관을 극복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것이 액션 게임의 핵심인데 그 과정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것이니까요.
저 위의 세 가지가 결합되어서 자신의 소위 '컨트롤'을 통해서 캐릭터를 빠르게 움직이고 거대하고 웅장한 보스를 쓰러뜨리는 것이 제가 만들고자 하는 액션 게임의 본질이라고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뒤로 1차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죠. 기간은 4일에서 5일 정도 소요됐고, 단순한 도형과 폴리곤으로 액션의 흐름 정도를 구현해낸 정도였습니다.
여담으로 이때 닥터스트레인지에 영향을 받아서 망토를 휘날리는 모습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1차 프로토타입 단계가 아니라 나중 단계를 생각했을 때 망토를 표현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투자되는 걸 알았습니다. 단순히 플레인 위에 모델링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바람의 효과에 따라 펄럭이는 이펙트도 넣어야 하고, 쉐이더 등으로 망토가 흩날릴 때의 변화를 캐치해야 하는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망토는 구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 이 단계에서 고양이 정령을 무기로 변화시켜서 액션을 다양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 프로토타입에선 주인공 뒤를 따라다니는 네모로 구현된 것이 고양이 정령입니다. 단순 도형으로 치환해서 구현했을 때는 밋밋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것을 구현해야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죠. 그렇지만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 아이디어는 속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그것보다 1차 프로토타입에서 기본적으로 결여되었다고 느낀 건 속도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적의 공격을 피하고 공격하는 조작감은 갖춰졌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했거든요. 뭔가 좀 더 빨리빨리 진행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습니다.
특히나 '이동'이 문제였습니다. 걷고, 달리는 것만으로는 제가 원하는 것만큼 캐릭터가 빠르게 움직이질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동을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스킬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순간이동인 거죠. 이를 통해서 캐릭터가 좀 더 빠르게 적에게 접근하고, 적의 공격을 피할 때도 좀 더 여유있게 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차 프로토타입은 폴리싱을 추가하고, 위에 언급한 스킬을 구현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간단하게 배경 맵핑까지 구현했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스킬 추가였습니다. 단순히 '이동기'가 생겼을 뿐인데, 이것만으로도 플레이하는 느낌이 기존과 완전히 변했거든요. 좀 더 속도감이 붙은 겁니다. 보스를 공격하러 다가갈 때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접근이 가능해졌고, 회피할 때도 좀 더 빠른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또 순간이동으로 지형과 지형 사이를 오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죠.
아직은 테스트 단계였기 때문에 이것을 당장에 개선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선은 계속 플레이 테스트를 하면서 밸런싱을 점차 맞춰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모든 것이 순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럭저럭 괜찮은 조각감을 갖고 있었고, 캐릭터의 움직임에서도 어느 정도 속도감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구현하고 싶었던 것 중에서 조작감과 속도감이라는 큰 부분이 상당 부분 해결되었기 때문에 이대로 진행하면 될 거야, 라고 안심하기도 했었습니다.
다만 이제부터 팀에 기획자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획자는 게임을 기획하고, 그 기획에 맞춰서 팀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죠. 그런데 기획자가 없다면?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없어지는 셈이죠.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가 게임 개발 과정을 이끌어가야 하기는 합니다. 여기에서는 결국 제가 기획을 맡았다고 앞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또한 팀장의 역할도 하고 있었습니다. 팀장은 말 그대로 팀 전체를 이끌어가는 장입니다. 팀 전체를 케어하고 작업을 검토하는 역할도 하는 셈이죠. 사실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검토하는 것은 PM이 하는 일이기도 한데, PM도 없으니 그 역할도 제가 해야 했습니다. 일이 2중에 3중으로 생긴 셈이라고 할까요.
가장 큰 문제는 그래픽과 아트에서 발생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컨셉을 잡고, 방향에 맞춰서 잡았어야 하는데 그 단계를 생략했던 것이죠. 그 당시로서는 시간이 없었고, 기획자 없어도 원래 하던 방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닥쳐오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래픽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티스트마다 각자 다른 스타일로 구현해냈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람마다 그림체가 다 다른 것처럼, 그래픽 작업도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이전에는 소수의 사람들과 작업하다보니 그래픽 스타일이 다른 것도 어찌저찌 끼워맞추거나 할 수 있었는데 다양한 스타일들로 구현된 것들을 하나로 묶으려고 보니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몇 개를 골라내서 적용해보고, 좀 더 나은 것들을 하나하나 찾는 과정을 해야 했죠. 누가 고르냐고요? 그건 저였습니다. 모델러 역할을 하다보니 모델링으로 구현할 아트를 고르는 것도 제가 하게 되었거든요. 즉 업무가 가중된 셈입니다.
문제는 캐릭터 모델링만이 아니었습니다. 배경을 어떤 식으로 구현할지도 문제가 되었죠. 배경을 단순히 도형, 혹은 1차 맵핑만 했을 때는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액션을 어떻게 구현할까, 캐릭터 모션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낼까, 게임플레이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게 만들어야 할까, 이 부분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자연히 배경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막상 캐릭터나, 액션에 맞춰서 배경씬을 작업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 말 그대로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습니다. 카툰풍일지, 실사풍일지, 혹은 어떤 풍일지에 대해서 제대로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달려왔거든요. 딱히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만들어보자'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배경을 계속 만들어보고, 적용해보고 고쳐가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배경은 게임 시스템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물론 배경이 어느 정도 퀄리티가 있어야 게임에 몰입할 수 있기야 하죠. 하지만 배경 때문에 게임 시스템을 고친다는 것은 주객전도된 이야기일 겁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배경에 신경을 종종 쓰긴 하지만, 결국 게임에서 유저가 중시하는 것은 캐릭터를 통해서 구현해내는 일련의 플레이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이때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예, 배경 설정에 맞추겠다고 게임 내부 시스템을 고치고 있던 것이죠. 배경 설정이 너무 막힌 나머지 더 나아가지 못했던 터라 갑갑해서 그런 것이긴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버린 겁니다. 어쨋든 배경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배경을 이리저리 적용해보고, 배경에 어울리지 않거나 혹은 막히는 것들이 있을 때 배경을 고치지 않고 이미 갖춰진 시스템을 손보는 행동을 반복했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시간이 꽤 지난 상태였었습니다.
그때에 와서야 기획 단계에서 신경을 못 쓴 것에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영입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하고, 많은 것들이 투자된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진행된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벅찬 상황이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영입했을 때 충돌이 발생하면 프로젝트가 완전 무효화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우선 저 자신부터 돌아보자는 생각에 일정표를 만들어갔습니다. 일정표를 만들어가니까 제가 지녔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세부적으로 업무를 안 짰던 겁니다. 뭉뚱그려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팀원들에게 말하는 것이 다였습니다. 이것을 개선해서 하나하나 검토해야 할 것을 다 표시하고 하루에 작업할 수 있는 양을 체크했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계획을 만들고, 실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루 단위로 일일이 검토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고요.
이 과정에서 원화와 3D를 따로 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배경과 3D 모델링을 입힌 3차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죠. 3차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에 세부적으로 수정을 거치면 완성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것이었지만, 시간에 대한 압박감은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결국 같이 할 또 다른 사람을 구했습니다. 기획자는 아니었고, 라이팅 및 배경 작업과 모델링 쪽에서 제가 알고 있던 사람을 구했죠. 이미 기획 단계를 건너 뛴 상태에서 다시 그 단계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알고 지내던 분이었고, 성향도 어느 정도 맞았기 때문에 저는 믿고 그 사람에게 배경과 모델링 쪽을 맡겼습니다. 컨셉 등에 대해서 조언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저는 그 분야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죠. 저는 그 뒤로 컨셉을 짜고,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렇게 업무가 분담이 되자 업무의 효율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배경의 세부 리소스 등이 좀 더 추가되고, 에셋도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배경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여기에 쉐이더도 적용하면서 깊이감이 좀 더 생겨났습니다. 이 작업까지는 전에 신경을 쓸 수 없었는데, 배경 작업이 분화되면서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쓸 수 있던 것이죠. 또한 전장에서 나무 그림자를 자연스레 배치하면서 밝게 빛나는 스킬 이펙트가 좀 더 부각되는 효과까지 유도하는 등 기획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진전이 생겼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힐다는, 출품을 해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대작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제가 만들어가고자 했던 액션 게임의 정의에 부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 과정에서 제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 과정을 진작에 갖지 못했던 점입니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고 소통이 트였다면, 제가 어려울 때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또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보충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좀 더 용이했을 것이고요. 무엇보다 작업 중에 분업이 더 잘 이루어져서, 업무량도 좀 줄어들 수도 있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제 자신의 업무량에 대해서 잘 모른 채 무턱대고 일을 진행했던 겁니다. 저 자신에 대한 과신은 없었지만, 제가 해낼 수 있는 일의 양에 대해서 모르고 일을 진행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제 능력 이상으로 많은 업무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분업을 통해서 업무량이 배분되면서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진작에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업무량을 파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것이 자랑스럽게 말할 만한 사실은 아니지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런 아쉬움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아쉽다고 해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막힌 단계에서 멈췄다면, 이렇게 여러분에게 보일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거나 할 때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남들과 갑작스레 같이 하는 건 낯선 일이고, 익숙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 익숙함의 틀을 벗었을 때, 오히려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길이 종종 보이고는 하니까요. 창조, 창작이라는 일은 종종 그런 것 같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시도함으로써, 기존에 안 보이던 답을 찾아내는 그런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