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국내외 유수 웹진들은 각 분야별로 올해 최고의 게임을 선정했다. 이들 중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해외 게임 웹진 IGN은 최고의 2008년 PSP 게임으로 파타퐁을 꼽았다.

혹시 파타퐁 외에 올해 후보작이 다들 별로였었나? 그렇지는 않다. 올해 IGN PSP 분야 후보작에는 인기 시리즈인 파이널 판타지 7:크라이시스 코어를 비롯해 멋진 3D그래픽과 화려한 전투를 보여주는 갓 오브 워, 아이디어가 빛나는 에코크롬 등 다양한 게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파타퐁이라는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위의 수상작 영상만 본다면 아무리 봐도 애들용 게임 같아 보일 뿐이다. 2D 그래픽에 색조도 단순하고 게임이 과연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얻었을 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파타퐁을 플레이해본 기자는 이런 평가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수긍한다. 기자가 갖고있는 PSP에는 파타퐁 정품 UMD가 항상 꽂혀져 있으며 출퇴근길, 집에 가서 한 두 스테이지씩 꼭 꼭 파타퐁들을 이끌고 모험을 떠난다.

기자가 그렇다고 다른 PSP 게임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처음 PSP의 세계(마수?)로 이끈 F모 기자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접해봤으며 그 중에는 후보작들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결국 출퇴근 길에는 못참고 다시 파타퐁으로 들어간다.

과연 파타퐁이 어떤 게임이고, 왜 이렇게 기자를 비롯해 IGN과 같은 유명 웹진에서도 높게 평가하는 걸까? 그에 대해 기자이지만, 또한 파타퐁을 즐기는 한 유저로서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파타퐁? 그게 어떤 게임인데?


파타퐁은 국내에 2008년 2월 22일에 100% 한글화 되어 정식 출시된 PSP 게임이다. 일본에는 2008년 11월 경 파타퐁 2가 이미 발매되었으며, 국내에도 1월경에 한글화되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출시된 파타퐁은 한글화가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이며 글씨체 또한 파타퐁의 분위기와 잘 맞는 편이다. 드물게 깨진 글자도 눈에 띄지만 거의 대부분의 문장이 국내 게임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자연스럽다.




게임 전반적인 분위기는 2D 그래픽의 리듬액션게임으로 특히 게임 내 디자인이 무척 개성적이면서 동화같이 귀여운 인상도 준다.

게임 진입 난이도는 게임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 처음 PSP를 장만한 사람에게 많이 추천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 게임의 중요 팁을 알려주는 친절한 로딩화면 ]



파타퐁은 리듬액션게임으로 분류되지만 게임의 전체 시나리오를 이끄는 중심 스토리가 있다. 플레이어는 수수께끼의 눈알(?) 생물 “파타퐁” 들이 신이 되어 4개의 북을 쳐서 파타퐁을 조종해 지고톤족을 물리치고 전설의 땅으로 파타퐁들을 안내해야 한다.

2008년 출시 게임 중에서도 연초에 나온 게임이다 보니 막히는 부분이 생겼을 경우 참고할만한 게임 공략 글이나 함께 즐기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현재 네이버를 비롯한 몇몇 사이트에 파타퐁 팬까페가 있으며 또한 파타퐁 모든 스테이지별 공략도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파타퐁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


파타퐁은 기본적으로 리듬액션 게임 장르로 분류된다. 4박자에 맞춰 "파타/파타/파타/퐁" 또는 "퐁/퐁/파타/퐁"과 같은 지정된 버튼을 타이밍에 맞춰 눌러주면 파타퐁이 따라하면서 지정 버튼에 따른 액션을 4박자 동안 취한다. 그 다음 다시 4박자 리듬을 치고, 파타퐁이 따라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파타/파타/파타/퐁"과 같은 버튼은 악보 개념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악보 아이템을 얻으면 새로운 연주법이 추가된다. 하지만 기적과 같은 특별 악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4박자 리듬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파타퐁을 실제로 즐겨보면 '리듬액션 게임 또는 음악 게임"이라고 단순하게 분류하기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리듬액션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게임을 설명하기는 무리가 있다.

일단 파타퐁은 스토리가 있고, 스토리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늘어난다. 이 중 스토리와 관련된 중심 스테이지는 필수적으로 완료해야 다음 스토리로 진행한다. 스테이지에 따라서는 보스도 등장하는 등 많은 이들이 RPG에서 진행하는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보스의 행동을 보고 진행해야 하는 보스전은 턴제 액션RPG 게임의 보스전과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다.






또한 단순히 하나의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 이상의 부대 단위로 편성된 파타퐁족들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하나의 스테이지에는 최대 3개 부대만 끌고 갈 수 있고, 각 부대는 종류별로 정해진 인원만 만들 수 있으며 같은 종류의 부대를 여러개 만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한된 퐁들을 어떻게 구성하여 스테이지를 이끄는지 고민도 하게 된다.

마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나리오 모드에서 '이번 스테이지는 무슨 기체 무슨 기체를 몇대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파타퐁이 들고 있는 무기는 매 스테이지에서 얻는 장비로 바꿔 들수 있으며 장비 성능이 좋을 경우 전투 진행이 훨씬 쉬워진다. 여기에 병사를 만드는데 돈과 마찬가지인 '차링'도 필요하고, 같은 종류의 병사도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훨씬 좋은 능력을 가진 병사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션이 어려울 때는 이전에 잡았던 보스를 여러번 잡아, 레어퐁과 같은 좋은 병사를 만들기 위해 일명 차링 노가다나, 상위 재료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 4레벨 짜리 보스란 이번에 이 보스를 4번째 잡는다는 뜻 ]



여기에 더해 마을 안에서 미니게임을 통해 재료나 무기를 얻을 수도 있다. 또한 미니 게임으로만 얻을 수 있는 "스튜"는 스테이지마다 적용가능한 소모품으로 파타퐁들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버프효과를 띄기도 한다.




[ 나뭇가지를 주는 우보 봉 ]




[ 버프용 스튜를 만들어주는 보글보글 페롱. ]



누가 박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 만으로 RPG식 전투를 즐기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군대 단위로 전투를 진행하리라고 생각했는가? 얼핏 보기엔 리듬게임과 전혀 상관관계를 찾기 힘든 'PvE전투', '다수의 부대 배치', '반복 수행을 통한 능력치 업'이라는 소재들이 파타퐁 속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필요하기에 반복이라 느껴지지 않는 반복 리듬


파타퐁의 한 스테이지를 듣기만 한다면 반복되는 리듬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단 전진을 하려면 '파타/파타/파타/퐁'이라는 네박자 리듬을 내가 먼저 누르고 파타퐁들이 따라부르는 한 턴이 진행된다. 이것을 파타퐁들의 시야에 적이 나타날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같은 리듬을 눌러줘야 한다.

공격 또한 대부분 '퐁/퐁/파타/퐁'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며, 가끔 기적을 부르거나 회피의 노래, 기다림의 노래와 같은 다른 노래를 필요할 때 부를 뿐이다.





그런데 잠깐, 일반 리듬게임에서 4박자마다 같은 노트를 눌러줘야 한다면 과연 재미있을까? 그나마 박자가 빠르지도 않다면? 처음에야 게임에 익숙해진다고 하겠지만 보통은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파타퐁의 반복리듬은 아무리 반복돼도 지루하다 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네 박자의 고정 리듬 자체가 리듬게임의 노트 처럼 누르면 점수가 체크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RPG게임에서 방향키나 공격키를 눌러 캐릭터를 작동시키는 것과 같이 하나의 명령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즉,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누르는 것인 만큼 지루하다거나 하기 싫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최대한 타이밍을 잘 맞춰서 피버 효과를 빨리 얻어야 한다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 박자가 틀리면 응원해주는 파타퐁들. ]



리듬액션의 기본도 갖췄다! 퍼펙트, 콤보 및 피버와 효과


파타퐁의 기반은 리듬액션이다. 단순한 4박자 리듬이라도 연속으로 맞추면 콤보 수가 체크되고, 각 박자마다 타이밍이 있다.

박자를 제대로 맞추면 리듬게임에서 퍼펙트 노트로 맞춘것 같이 같은 북소리라도 좀 더 크고 울리는 소리가 나며, 큰 북 소리가 나도록 계속 성공시키면 원래는 10연속 콤보까지 연주해야 얻을 수 있는 피버 효과를 좀 더 빨리 얻을 수 있다.

파타퐁의 피버 효과는 보통 리듬게임이 스페셜 모드에서 점수를 주는 것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피버 상태가 되면 박자가 어긋나기 전까지 유지되며 그 동안 해당 스테이지에 데려간 파타퐁들의 특기 스킬을 강화시켜준다.

예를 들어 활을 쏘는 활퐁은 피버가 유지되는 동안 화살을 한 번에 3발씩 쏜다던가, 기마퐁은 피버시 적에게 뛰어들면 상대가 뒤로 날아가는 등의 효과를 얻는 식이다. 이런 피버 상태가 오래 유지될 수록 전투를 짧게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스테이지 공략에서 피버는 최대한 빨리 띄우고, 틀리지 않고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방패퐁은 피버상태에서 방패카 커지면서 파타퐁들이 받는 대미지를 줄여준다. ]



리듬액션 게임의 한계를 넘은 게임, 파타퐁


파타퐁은 리듬액션 게임이며 1인용 캐주얼 게임이다. 공략법은 있지만 없어도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쉬운 게임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어디에나 있는 비슷비슷한 캐주얼 리듬액션 게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파타퐁은 다른 리듬액션 게임처럼 '리듬액션'이라는 틀에 갇혀 화려한 그래픽, 정신없는 키노트와 수많은 유명 곡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파타퐁 속에 들어있는 '리듬액션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컨텐츠 아이디어'들은 다른 리듬액션게임과는 철저히 차별화된, 그러면서도 얼마든지 게임의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IGN역시 수많은 쟁쟁한 게임들을 젖히고 파타퐁에게 올해의 PSP 게임상을 준 것이라 생각되며, 기자 역시 파타퐁을 '리듬액션 게임의 한계를 넘은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 보스를 처치했을 때의 쾌감은 왠만한 RPG게임 못지않다 ]



보통 MMORPG 게임에서는 퀘스트를 하다 보면 NPC에게 "이런건 니가 좀 해!"라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파타퐁은 파타퐁들 자체가 내가 모든 것을 다 시켜야만 하기 때문에 파타퐁족들을 보면서 가끔은 "이놈들 내가 다 떠먹여 줘야 하냐!"라고 화를 내고 싶을 때도 있을 정도다.

그래도 결국 오늘도 퇴근길이나 혼자 있는 여유시간이 되면 PSP를 켜고 파타퐁을 실행시키고 있다. 오늘은 좀 좋은 무기가 나올까나 기대하면서 보스전에 들어가고, 좋은 재료가 있는데 다른 재료가 부족해서 미니게임으로 재료를 모으다 보면 가끔은 버스 정류장을 지나칠 때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재미있는 것을.

이 글을 보는 사람 중 만약 PSP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파타퐁을 해보지 않았다면 주저없이 한글판 파타퐁을 구입해 플레이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느새 '파타/파타/파타/퐁'이라는 네 박자에 맞춰 거리를 걷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Inven EST (est@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