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괴혼을 설명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말로 해서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세상에는 꽤 많이 있는데 괴혼도 그 중에 하나. 몇 가지 단어의 파편들은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스트랄. 아바마마. 왕자. 공굴리기. 점착액션. 로맨틱. 남코.


하지만 괴혼은 뭘 하는 게임이야? 라고 물으면 주인공이 왕자인데 공을 굴리면서 물건들을 붙여 공을 크게 만드는 게임이다 라고밖에 말 못하겠다. 사실 괴혼의 플레이는 그게 전부다.


그렇지만 '공굴리기'는 괴혼을 설명하기에 너무도 불충분하다. 탁월한 개그센스의 약간은 느끼한 왕자병을 가진 우주의 왕 '아바마마', 풍부한 자유도와 너무나 자연스러운 조작감, 어디에서도 뿌리를 찾을 수 없는 - 굳이 찾는다면 눈 내리는 아침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굴리던 눈덩이 - 독특한 아이디어, 무의식을 파고드는 반복적인 BGM 등 '괴혼'은 너무도 개성이 뚜렷해서 다른 어떤 게임과도 다른 그런 게임이다. 무엇보다 간단해 보이는 그 공굴리기가 재밌었다는 것.


'대작'이라거나 '역작'이라고 하긴 어려웠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있는 게임계에 '재미있고 신선한 발상'의 일침을 가한 괴혼은 그래서 게이머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아는 사람은 아는' 남코의 유명한 게임이 되었다.


이런 괴혼이 지난 1월 8일, 모바일로 출시되었다니 어찌 다운받지 않을쏘냐.





첫 화면은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국내 출시된 모바일 게임에서 남코의 타이틀을 만나보다니. 모바일은 아무래도 원작을 그대로 옮기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므로 우선 튜토리얼을 하면서 조작법을 익혀보자 하고 들어갔을 때 나타난 아바마마의 '8비트 느낌이 나죠?' 하는 멘트에는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게임을 시작하자 이제까지 가졌던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물론 원작처럼 3D 환경에서 공을 굴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기의 한계도 있으니 기대하지 않았지만, 썰렁한 배경에 강제 횡스크롤 방식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원작에서 공굴리기라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지루함으로 직결되지 않은 것은 뛰어난 자유도 때문이 아니었던가. 괴혼 모바일은 주어진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죽음' 처리. 원작에서는 왕자가 죽지 않는다. 죽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원작에서는 제한시간을 주고 얼마 이상의 크기로 공을 굴려라 거나 특정 조건의 물체만 모아오라는 조건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고, 시간이 다 된 후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바마마에게 사랑의 펀치를 맞고는 그만이다.


그런 여유로운 마음으로 튜토리얼을 진행하다가 캐릭터가 죽는 순간 느껴지는 당혹감이란. 공굴리기 점착액션이 슈퍼마리오 같은 프로슈머 장르로 변한 게 모바일 괴혼이었다. 길이 끊어진 곳을 점프해야하고 공에 붙이기에 너무 큰 장애물을 만나면 점프해서 넘어야 했다. 공을 이리저리 굴리는 재미있는 조작은 어디가고, 점프액션이 된 건지. 게다가 강제 횡스크롤. 어물쩍거리다가 화면 밖으로 밀려 나가는 순간 죽음이다. 세상에, 튜토리얼을 하다 죽어본 게임은 처음이다.





본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공의 크기와 붙일 수 있는 장애물의 크기 비교가 직관적이지 않아서, 붙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붙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손을 잠시 늦추면 바로 화면 끝에 걸리면서 죽음. 보통 죽은 자리에선 또 죽기 마련인 게 횡스크롤 게임이 아닌가.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실수로 또 죽음. 그런데 한 스테이지에 생명은 두 개. 처음부터 다시 하란다.


어차피 강제 스크롤로 원작의 '시간제한'을 대신하고 있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공을 만들었냐 인데 왜 굳이 죽음이라는 요소를 넣었는지 의문이다. 혹시 몇 안 되는 스테이지로 부족한 컨텐츠를 반복하게 하려는 기획이었을까. 두 번의 실수로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면 차라리 다른 스테이지를 하고 말지 또 하고 싶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모바일이라는 기기가 가지는 한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공에 붙은 오브젝트가 많아질 때 느껴지는 랙현상이나,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는 스테이지(혹자는 이틀 만에 모두 클리어 했다고 한다), 2D 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비록 게임사는 원작의 엔딩 스탭롤에 나오는 2D 미니게임을 옮겼다고 하지만)은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괴혼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재미, 공굴리기라는 독특한 장르적 특성이 제한받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로맨틱 점착 액션이, 횡스크롤 점프 액션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괴혼 모바일은 원작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접근했다간 실망감을 안겨주는 게임이었다. 일본에서의 발매가 PSP판의 괴혼 엔딩을 본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의 것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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