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가 4주차 일정을 마치며 슬슬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개 '리그 3강'으로 분류되는 런던과 뉴욕 서울팀에, 사이좋게 5승 3패를 기록 중인 휴스턴과 보스턴, LA 발리언트와 필라델피아까지를 상위권으로 보는 편입니다.

상위 팀들이 그간 승리를 쌓아올 수 있었던 데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만, 특히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한 가지 강점을 꼽자면 '탱커진이 매우 탄탄하다'는 부분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 잘 나가는 팀들은 거의 대부분 팀 내 탱커 선수들의 기복이 크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팀 전체가 합을 맞춰나가는 경향이 보였다는 것이죠.

지금까지의 리그 경기를 약간 과장을 보태서 표현하자면, '탱커들의 역량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인데요. 이번 4주차 경기에서도 그러한 양상이 짙게 드러난 편입니다. 그런고로 이번 시간에는 팀의 중심이자 전략의 핵심인 탱커 선수들을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상위권 팀 탱커들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선수들은 누구인지, 또 어떤 플레이로 팀을 캐리했는지를 확인해보도록 하죠.





■ '탱커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던 경기들

먼저 리그 4주차 1일차 첫 경기, LA 발리언트와 필라델피아 퓨전과의 경기를 조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 팀의 딜러들은 경기 내내 서로 잡고 잡히는 막상막하의 공방을 펼쳤습니다만, 정작 경기는 4:0으로 LA 발리언트의 압도적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이 두 팀의 승패를 갈랐던 주원인이 무엇이었나를 따진다면, 단연코 탱커 차이를 들 수 있겠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카르페'는 LA의 '순'과 트레이서 1:1을 자주 벌이고 때때로 승리했습니다만, 한타 자체는 LA 발리언트가 이기는 구도가 자주 나왔습니다. LA의 탱커인 '페이트'와 '엔비'가 계속해서 교전 후 체력이 떨어진 나머지 영웅들을 빠르게 물어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필라델피아는 메르시의 궁극기를 아꼈다가 교전 중 쓰러진 아군을 살리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는데요. 하지만 양 팀의 탱커 기량 차이가 나 궁극기를 쓰기 전 전투에서 대부분 패배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이 전체 한타를 무조건 지게 되는 악수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먼저 발키리나 초월 같은 궁을 쓰고 싸움을 걸어도 전투가 길어지면 패배할 수밖에 없기에, 어떻게든 탱커들간의 싸움을 이겨야만 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구도는 끝내 나오지 않았고, 발리언트가 손쉽게 나머지 세트를 챙기며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지난주에 리그 3강 중 하나인 뉴욕을 꺾을 정도로 기세가 올랐던 필라델피아였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맥없이 무너진 느낌이 강했는데요. 어찌 보면 이 경기야말로 여태껏 리그에서 봤던 여러 경기중에서도 가장 탱커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페이트와 엔비 듀오는 거의 사냥개같은 느낌으로 필라델피아의 힐러진을 물어댔습니다


▲ 카르페와 쉐도우번을 앞세운 필라델피아를 4:0으로 완전히 제압해버린 발리언트


탱커 차이가 승부를 가른 게임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4주차 2일차 3경기, 런던 스핏파이어와 서울 다이너스티의 대결인데요. 리그 3강 중 두 팀이 맞붙는 경기였던 만큼 모두의 관심도도 높았던 경기였지만, 정작 경기는 런던이 시종일관 서울팀을 압도하며 4:0이라는 스코어를 내버렸습니다.

이날 런던의 플레이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집요함'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눔바니에서 벌어진 화물 거점 수비턴 상황에서 런던은 서울에게 거점을 거의 빼앗길 뻔했으면서도 끈질기게 버티고 살아남아 거점 완막을 성공시켰습니다. 이러한 플레이에는 윈스턴을 주로 골랐던 '제스쳐' 선수와 디바를 플레이한 '우햘' 선수의 활약이 컸다고 할 수 있었는데요.

두 탱커 선수들은 정신없이 벌어지는 난전 속에서도 높은 체력을 유지하고 적절한 순간에 스킬을 돌려 생존하는 묘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경기 내내 해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두 선수 모두 궁극기를 채우는 속도까지 빨라 시도 때도 없이 원시의 분노와 자폭을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서울팀의 선수들이 필요한 순간에 제 위치에 가 있지 못하고 한타를 시작해 괴멸당하는 구도가 자주 발생했죠. 1세트에서 발생했던 서울팀의 'C9' 상황을 만든 것은 런던의 탱커 듀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 서울측 수비 궁극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전진 수비중인 탱커들, 결국 C9을 만들어냅니다


▲ 서울의 준바 선수가 힐러 둘을 자르고 시작했지만, 결국 한타 승리는 런던이 가져갑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탱커 캐리 경기는 4일차의 보스턴 업라이징과 LA 발리언트와의 경기입니다. 앞서 발리언트의 탱커진이 필라델피아를 완벽하게 제압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발리언트의 탱커진을 보스턴의 탱커진이 압도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보스턴은 이날 경기에서도 3주차 때와 동일하게 '감수'의 윈스턴과 '노트'의 디바를 탱커로 세우는 로스터를 들고나왔습니다. 지난주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지난주보다 더욱 팀 합이 좋아졌다는 점이었는데요. 이날 경기는 비단 탱커 진영의 압도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더욱 날카로워진 '드림캐즈퍼' 선수의 공격력과 훨씬 더 생존력이 좋아진 '켈렉스' 선수의 메르시 플레이가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팀의 핵심 전력은 윈스턴을 플레이하는 '감수' 선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감수 선수는 4주차 경기에서도 기복 없이 꾸준하게 팀을 캐리하는 모습을 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1세트 아이헨발데에서 보스턴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겨우 세트를 선취할 수 있었는데, 이 1세트에서만 감수는 윈스턴으로 42킬 13데스에 막은 피해 24,000라는 수치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이어지는 세트에서도 감수의 활약은 계속되었습니다. 호라이즌 달 기지에서 감수 선수의 윈스턴은 난전 상황에서 계속 살아남으면서 짧은 시간 동안 원시의 분노를 세 차례나 사용하는 묘기를 해내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순'과 '어질리티'를 앞세워 공격하는 발리언트의 진격을 엄청나게 늦추는 데 이바지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 경기 내내 시종일관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감수 선수


▲ 지상군은 탱커 라인이 제압하고, 공중에서는 드림캐즈퍼의 파라가 활약하고!



■ 상위권 팀들의 승리의 열쇠는 '탱커 차이'?

사실 현재 오버워치에서 탱커들은 그닥 처지가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이전처럼 '돌진 메타'라며 무작정 뛰어들기만 하면 해결되는 시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인데요. 이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현재의 탱커들은 그야말로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디바는 방어 매트릭스 하향으로 인해 아군 보호 능력이 저하되었고, 이에 따라 적을 포커싱하여 함께 뛰어들던 윈스턴의 생존력도 덩달아 줄어들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리그 빌드는 아직 메르시 너프가 이루어지지 않아 강력한지라 무작정 뛰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포커싱한 적을 잡아내는 것조차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포커싱한 적은 도망가고, 갈 곳을 잃어버린 탱커들은 적 트레이서의 궁극기 배터리가 돼버리기 일쑤죠. 이뿐만 아니라 탱커들은 상황에 따라 오리사-로드호그 조합이나 라인하르트-자리야 조합까지도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듯 탱커의 다재다능함이 요구되는 시기에 리그 팀에서 탱커를 플레이한다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일 것입니다. 가뜩이나 리그에는 능력 있는 딜러 선수들이 많기에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죠. 그렇기에 팀 내에 매 경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탱커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대적으로 큰 이점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리그가 진행될수록 탱커가 중심이 되는 경기의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1스테이지 플레이오프를 한 주 앞두고 각 팀들이 승점 쟁탈전을 벌여야하는 현 시점에서, 5주차 경기 또한 승부의 열쇠는 '탱커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각 상위권 팀들이 탱커 싸움을 어떻게 풀어가는가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