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그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모험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게임"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이런 개념은 예전부터 존재해왔고, 종종 SF 소설에서 많이 다루어지곤 하던 소재였죠. 2002년 웹소설로 연재됐던 '소드 아트 온라인'도 이를 다룬 소설 중 하나였습니다. 처음에는 가상현실 MMORPG에 접속했다가 그곳에서 갇혀버린 유저들의 이야기를 다뤘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른 게임과 다른 세계, 그리고 디바이스의 발전에 대해 작가 나름의 상상을 담아 서술해나갔죠.
2012년 라이트 노벨로 발간된 이후로 '소드 아트 온라인'은 많은 인기를 끌었고, 그만큼 미디어믹스화나 게임화도 다양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작품 중 다수는 원작의 팬이 아니고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일부 작품의 경우는 원작 팬들에게도 '내가 꿈꾸던 소드 아트 온라인은 이런 것이 아니다'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죠.
가장 최근인 지난 8일에 출시된 '소드 아트 온라인 페이탈 불릿(이하 페이탈 불릿)'은 원작의 3부인 '팬텀 불릿'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정확히는 '팬텀 불릿'에 등장하는 게임인 '건 게일 온라인(GGO)'을 무대로 한 게임으로, 유저가 GGO에 접속해서 원작의 캐릭터들이나 오리지널 캐릭터들과 함께 독자적으로 세계관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출시된 원작 기반의 게임과 달리 TPS RPG라는 또 다른 형식으로 등장한 '페이탈 불릿'은 어떤 모습인지 직접 확인해보았습니다.
TPS로서 기본기는 갖춘 게임성
일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원작 기반 스킬과 다른 요소들로 보완하다
보통 라이트노벨이나 애니메이션 IP 기반 게임에 대해서 게임성에 대해서 혹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원작의 시나리오나 캐릭터를 살리거나 혹은 이와 관련된 부분에 중점을 둔 나머지 게임성을 이루는 또 다른 축인 액션성이나 조작감, 전투 같은 부분에서 미흡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때로는 원작에 나온 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스토리텔링으로 커버하려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원작이 게임이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면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한 턴 롤플레잉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소드 아트 온라인'은 원작부터가 실시간 MMORPG, 혹은 슈팅 기반 MMORPG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조명을 해야 했죠.
'페이탈 불릿'은 이 부분에서는 나름 충실했습니다. 쏘고 피하는 슈팅 게임의 기본에 충실한 구성과 함께 적을 일부 역할군 스킬과 스테이터스 등 RPG의 요소를 적절히 배치했거든요. 뿐만 아니라 에이밍 보조 모드의 온오프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어 TPS에 익숙한 유저와 익숙하지 않은 유저 둘 다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장르에 익숙하지 않을 팬들을 위해서 '불릿 라인'이라는 것을 설정해 적의 공격타이밍이나 적의 위치를 알기 쉽도록 하는 배려도 있었죠. 코어한 TPS 유저에게는 싱거운 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의외로 AI의 공격이 생각보다 매서운 데다가 필드에서 무한에 가깝게 몹이 리젠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필요한 기능이기도 했습니다. 다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리젠되어서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거든요.
다만 이와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에서 선보이는 '액션'이라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슈팅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동작이나 액션은 구현이 잘 안 된 편이거든요. 엄폐물 뒤에 숨어서 조준하거나 하는 그런 부분들 말이죠. 또 사족이긴 하지만, 원작에서 시논이 말하는 어설픈 총기 지식처럼 어색한 장전 모션은 눈에 거슬리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무기별로 특성은 어느 정도 구현된 편이지만, 하드코어한 TPS와 비교가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이런 아쉬운 부분은 원작에서 나온 스킬 활용이나 가젯을 활용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되기도 합니다. 일부 스킬이나 가젯의 밸런스가 아쉽기는 했지만, 주로 사용하게 되는 스킬과 가젯들의 조합만으로도 상당히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했거든요. 전자스턴트랩을 설치하고 적을 유도해서 상태이상을 건 뒤에 적을 처리하거나, 광검으로 스킬을 활용해서 적에게 접근한 뒤에 근접전을 벌이는 등 다양하게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다만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스킬 숙련도를 쌓거나 스킬 포인트를 얻어야 하고, 혹은 스탯을 올리거나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액션을 즐길 수는 없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요.
필드는 전쟁터다
초반부터 몰아치는 적들, 그러나 적은 패턴은 조금 아쉬워
언뜻 봐서는 '페이탈 불릿'이 라이트하게 만든 TPS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픽도 카툰렌더링이기 때문에 느낌이 실사보다 가볍고, 보조 기능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플레이를 진행하다보면 유저가 가볍게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집어넣은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페이탈 불릿'은 생각보다 어렵게 레벨 디자인이 되어있습니다. 초반 튜토리얼이 지나고 필드에 바로 나갔을 때부터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죠. 몹의 출현 빈도 및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 데다가, 인간형 몹의 경우 생각보다 명중률이 높아서 이리저리 안 뛰어다니면 금세 체력이 바닥나기 십상이거든요.
더군다나 권총밖에 없는 극초반에도 원거리에서 헤드샷을 날리는 스나이퍼들까지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즉 무빙샷을 생각보다 많이 해야 하고, 콘솔의 특성상 무빙샷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조 기능으로 커버한다는 개념이 더 강했습니다. 이런 구도는 가면 갈수록 심해져서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금세 집중포화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아울러 지상과 공중 동시에서 적이 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에임의 운신폭이 X축과 Y축 둘 다 크게 움직이게 되는 편이죠. 또 공중에 있는 적들 중에는 머리 바로 위에 와서 조준을 어렵게 하는 적도 있기 때문에 이를 포착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보조 기능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적대 플레이어'라는 식으로 랜덤하게 등장하는 몹들도 극초반에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들입니다. 다른 몹들과 달리 페어, 혹은 3인으로 움직이는 이놈들은 파티가 전멸하지 않는 한 마치 플레이어 파티처럼 서로 회복하고 소생시키기를 반복하거든요. 여기에 필드 몹들이 무한에 가깝도록 리젠되기 때문에, 적대 플레이어에만 신경쓰다가 리젠된 몹들에게 일격을 당하는 일이 생각보다 빈번한 편입니다.
다만 던전 플레이의 경우는 하드코어한 게임에 익숙한 유저에게는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사실 몹 자체의 패턴이 다양하지 않아서 익숙해지면 대처가 어려운 것은 아니거든요. 필드와 달리 던전은 몹이 리젠되지 않기 때문에 몹들 하나하나 상대해가는 것 자체는 쉬운 편입니다. 물론 던전은 필드와 다르게 함정 같은 것도 있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전술을 익히긴 해야 하지만요.
던전 보스의 경우 체력이 워낙 높은 데다가 공격도 센 편이라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조금 곤욕스럽긴 합니다. 때로는 쫄몹들을 소환하는데, 그 쫄몹들도 필드 몹들처럼 헤드샷을 심심치 않게 쏘기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롭기도 하죠. 다만 보스 단독 개체의 난이도로 보았을 때는 패턴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긴 합니다.
늘어진 초반 구성과 스토리라인
원작을 안 봐도 무난하도록 구성했지만 밋밋한 초반부
'소드 아트 온라인'의 팬이라면 원작의 캐릭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팬서비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페이탈 불릿'은 초반부터 팬서비스는 꽤 잘 된 편이죠. 초반에서부터 원작의 다양한 캐릭터들과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듯하니까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일단 말씀드리자면, 초반부에 몰아서 만나는 것 외에 딱히 팬들을 위한 서비스컷 같은 것은 크게 없습니다. 좀 더 스토리가 진행되고 나서야 같이 다니게 되고, 그 전까지는 그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에 불과할 뿐이거든요. 초반 퀘스트도 튜토리얼을 지난 뒤에는 계속해서 마을을 왔다 갔다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시간을 상당히 소요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팬들은 있을 테지만 내심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후타미 요스케 총괄 프로듀서가 지스타 2017에서 열린 강연에서 밝힌 것처럼, '페이탈 불릿'은 오리지널 캐릭터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주인공과 소꿉친구 쿠레하, 그리고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게 된 Type-X 아파시스를 중심으로 해서 아파시스의 파츠를 찾고 다음 업데이트 지역을 가기 위한 밑작업을 한다는 것이 초반부의 주요 스토리가 되죠.
플레이어가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모험을 즐기는 과정 자체를 조명하겠다는 후타미 PD의 말처럼 '페이탈 불릿'에서는 'GGO'의 배경 세계관에 대한 불필요한 설명이나 '팬텀 불릿'과의 스토리 연계가 초반부터 이어지진 않습니다. 다만 이를 대신해 초반에 들어간 오리지널 스토리는 초반부 흐름이 밋밋한 편입니다. 흔히 말하는 '라이벌 선언'이 한두 번 정도 나온 것 외에는 큰 이벤트가 없거든요.
그 외에는 플레이어가 파트너들과 함께 필드를 나가고, 보스를 상대하는 것의 연속입니다. 때로는 뜬금없이 큰 이벤트가 언급되는데, 그것조차도 대화로만 처리되어서 '이런 걸 왜 이렇게 처리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었죠.
JRPG 특유의 불편함이 드러나는 구성
콘솔 TPS로서는 편의성을 잘 갖췄기에 더욱 아쉬운 부분
'페이탈 불릿'의 장르는 TPS RPG, 즉 슈팅을 기반으로 한 RPG입니다. 전통적인 RPG처럼 명확한 롤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킬 계열의 구분과 스탯 배분, 주로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서 어느 정도 구분이 되기도 하죠. 여기다가 레벨업 및 강화, 스킬 및 스탯 업 등 RPG적인 요소들이 가면 갈수록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RPG적인 요소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죠.
RPG로서 '페이탈 불릿'을 봤을 때는 클래식한 JRPG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픈월드나 자유로운 진행이 아닌 일직선적인 방식, 노가다, 회차 시스템이 그 예죠. 이것을 잘 살려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편입니다.
스토리는 앞서 말했듯 초반부에 임팩트가 부족합니다. 거기다가 심지어 회차 시스템의 경우 서브퀘 진행, 쌍총 기술 등이 전부 초기화되죠. 그나마 노가다의 경우 무기 강화를 위한 반복 작업은 온라인 공투나 보스 몹 바로 앞 패스트 트래블 포인트를 활용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는 편이라는 것이 다행이긴 합니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맵과 UI 상의 퀘스트 표시도 상당히 불편한 편입니다. 메인 퀘스트의 경우 맵에 표시가 되지만, 서브 퀘스트는 맵에 표시가 되질 않거든요. 유저에게 주어진 정보라고는 퀘스트 창에 어느 지역이라고 명시된 것과 보상, 그리고 퀘스트 내용이 전부입니다. UI나 미니맵상에 주어지는 힌트조차도 없죠.
뿐만 아니라 스킬과 가젯 편성, 프리셋 변경도 일일이 홈이나 총독부의 터미널에 가서 해야 하는 등 RPG로서의 '페이탈 불릿'은 클래식한 JRPG의 불편한 점에 자체적으로 불편한 점을 더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TPS로서의 '페이탈 불릿'이 에임 보조 및 불릿 라인 등 초심자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편의 기능도 어느 정도 잘 갖춘 것을 비교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온라인'이 빠진 '소드 아트 온라인'
슈팅 게임임에도 너무도 적은 멀티플레이 콘텐츠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말처럼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게임은 온라인 게임들입니다. 그렇지만 '페이탈 불릿'은 온라인 게임의 요소를 묘사했다고 하기에는, 그 근간이 되는 멀티플레이 콘텐츠 자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페이탈 불릿'의 온라인 콘텐츠는 온라인 대전과 PVE에 해당하는 온라인 공투 두 가지입니다. 그렇지만 흔히 알고 있는 콘텐츠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온라인 대전의 경우 PVP라기보다는 PVE와 PVP가 혼재된 양식입니다. 마치 오브젝트 싸움처럼 중앙의 보스에게 먼저 데미지를 일정 수치 이상 입히거나, 혹은 지정된 시간 내에 보다 많은 데미지를 준 팀이 이기는 방식이죠.
이런 방식 자체는 신선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온라인 대전 콘텐츠가 이것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중앙에 놓이는 보스만 변할 뿐이죠. PVE에 해당하는 온라인 공투 또한 퀘스트를 같이 하는 멀티플레이 개념이 아니라, 던전 보스만 같이 사냥하는 극도로 단순화된 레이드 던전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온라인 공투도 이 콘텐츠만 구현된 상황이죠.
둘 다 콘텐츠 자체가 재미가 없다거나, 혹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현재 온라인 대전과 온라인 공투 둘 다 콘텐츠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에 있죠. 온라인 공투의 경우는 전작 '소드 아트 온라인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과 비교해봤을 때 오히려 퇴화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은 방을 생성할 때 필드 처음부터 진행하거나, 혹은 보스 앞에서 바로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페이탈 불릿'은 그저 보스만 때려잡는 게 끝이거든요.
일부에서는 '소드 아트 온라인' 기반의 게임에서 전통적으로 멀티플레이는 강화 등을 위한 노가다 수단으로 주로 쓰였던 만큼, 이런 점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슈팅 게임에서 또 하나의 재미 요소인 플레이어 간 대결이나, 협동 플레이를 너무 섣불리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일견의 아쉬움은 있습니다.
다소 아쉬웠지만 가능성은 보인 '페이탈 불릿'
캐릭터 게임의 한계는 못 벗어났지만, 발전된 게임성은 합격점
'페이탈 불릿'은 분명 전작들보다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습니다. 특히나 그래픽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개선이 있었죠. 특수 효과나 배경도 그렇지만, 특히나 캐릭터 모델링 부분에서 보다 깔끔하고 선명하게 원작 캐릭터의 느낌을 살려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파티클이나 특수 효과 부분에서 여전히 아쉬운 점이 느껴지긴 했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엉성한 마감이 더욱 더 아쉬워지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드린 것들 외에도 AI 버그가 생각보다 많아서 파티 NPC가 파티커맨드를 했는데도 플레이어 위치를 인식 못하고 엉거주춤 있거나, 혹은 워프 시에 못 따라오는 일도 있죠. 던전 보스나 필드 보스도 자잘한 버그가 많아서 이를 악용해서 쉽게 클리어하는 방법들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다 따지고 봤을 때, '페이탈 불릿'도 IP 기반 캐릭터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리플 A급 TPS 게임과 비교하기에 '페이탈 불릿'의 완성도는 상당히 낮고, 그런 만큼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원작의 걸출한 네임밸류에 어느 정도 기대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죠.
사실 '페이탈 불릿'은 이미 캐릭터 게임이나 원작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잡기에는 초반부터 꽤나 고난이 심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아파시스의 "~나노 데스!" 라는 말이 무슨 저주의 주문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특정 유저층이 좋아하는 캐릭터 게임임을 고려하고 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페이탈 불릿'은 생각보다 괜찮았던 게임입니다. 원작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는 팬서비스적인 측면도 잘 갖췄고, TPS의 기본기를 갖추면서 원작과 RPG로서의 요소를 어느 정도 잘 녹여냈거든요. 전작들보다 원작의 코어 팬들을 위한 특전 요소나 원작과의 연계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대신 이를 전보다 발전된 게임성으로 충당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작의 캐릭터와 함께 역경을 이겨낸다는 팬들의 로망을 스토리로만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 속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한 구성은 덤이죠.
후타미 PD는 지스타 2017 강연에서 "유저에게 자신의 분신인 오리지널 캐릭터가 '소드 아트 온라인'의 세계에서 캐릭터들과 더불어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하고 상상했던 것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고 언급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페이탈 불릿'은 다소 아쉬웠어도,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