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남다른 분석력을 가진 LoL 전문가와 함께 결승전을 예측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킹티'라는 별명을 가진 진에어 그린윙스의 정글러 '엄티' 엄성현 선수입니다. 그는 아쉽게 이번 시즌을 일찍 마무리 지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음 시즌을 위해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엄성현 선수는 정글러 출신답게 넓은 시야로 꼼꼼하게 게임을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의 수려한 말솜씨와 분석력으로 이번 결승전을 미리 파헤쳐봤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스프링 시즌 마지막 스토리는 물론, 결승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던 엄성현 선수와의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요?
정규 시즌이 끝나고 휴가를 받아서 부모님과 함께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복귀해서 스크림이나 솔로 랭크를 하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벌써 이번 시즌이 다 끝났네요.
Q. 진에어 그린윙스의 스프링 시즌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아쉬울 것 같습니다.
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고, 부정적인 감정도 많이 생겼던 시즌이라서 솔직히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받을 만한 성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Q. 이번 시즌에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게임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신뢰를 많이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그리고 이번 시즌에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못 보여드려서 아쉬워요. 정규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게임을 했어요. 그래도 마지막 마무리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락스 타이거즈 형님들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웃음). 마지막 경기는 정말 지기 싫더라고요. 우리가 락스 타이거즈 밑에 있다는 것이 분하고 인정하기 싫었어요.
Q. 포스트 시즌의 윤곽이 거의 다 정해졌는데, 지금까지 진행된 포스트 시즌 경기를 총평한다면?
저는 특정 팀의 승패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이름을 가리고 게임 자체를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전체적으로 실수를 더 적게 한 팀이 올라간 것 같아요.
플레이오프 2라운드의 경우 저는 아프리카 프릭스보다 kt 롤스터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아프리카 프릭스가 '유칼' 선수 저격 밴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밴픽이 너무 특이해서 '저게 맞는 건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야스오 깜짝픽이 잘 통했고, 아프리카 프릭스가 전체적으로 준비를 잘 했더라고요. 아프리카 프릭스 선수들 모두 실력이 월등했던 것 같아요.
Q. 아프리카 프릭스가 이번 시즌에 결승전에 진출할 정도로 선전할 거라고 예상했나요?
'모글리' 이재하 선수에게 아프리카 프릭스의 연습 과정에 대해 들었는데, 정말 살아남기 위해 연습을 한다고 느껴졌어요. 다들 잠재력도 뛰어난 선수들이라서 충분히 잘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들더라도 정신력만 잘 유지할 수 있으면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이제 대망의 결승전만 남았습니다. 먼저 탑의 '기인'과 '칸'의 대결은 어떻게 예상하나요?
저는 정글러 출신이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라인도 주의 깊게 보는 편인데, 탑이 가장 흥미로운 구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인' 선수는 LCK에서 굉장히 고평가받는 선수에요. 스크림을 치르고 '소환' 김준영 선수의 말을 들어보면 '기인' 선수가 탑솔러 중에서 가장 잘 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칸' 김동하 선수가 고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탑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깜짝 픽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프리카 프릭스가 말파이트를 다시 꺼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파이트는 사실 스크림에서 카밀 상대로 좋다는 것이 알려져서 자주 나왔어요. 이번 결승전에서 다시 나와도 이상한 픽은 아니죠. 저는 킹존 드래곤X가 준비할 수 있는 탑 깜짝 픽은 제이스라고 생각해요. 무난하게 간다면 사이온이 등장할 것 같고요. 오히려 '기인' 선수가 어떤 픽을 가져올지 모르겠어요. 아프리카 프릭스가 워낙 독특한 챔피언을 좋아하고 포지션 변경이 가능한 챔피언을 좋아해서 쉽게 예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탑에서는 정복자 룬이 뜨면서 다양한 챔피언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리우스도 언급되고 있는데?
정복자 룬이 뜨면서 잭스, 야스오, 피오라가 많이 강해졌더라고요. 저희 팀이 마지막 경기에서 다리우스를 픽 창에 올렸는데, 실제로 사용할 생각도 있었어요. 다리우스가 사이온이나 오른 상대로 괜찮다는 평가가 많아요. 다리우스는 앞 라인을 때리는 싸움에서 좋은데, 만약 상대가 CC를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경우 한 번에 터질 가능성이 높아요. 이니시 챔피언이 아니라서 아군 정글러가 이니시 챔피언이면 사용할 수도 있어요. 조건과 제약이 많은 챔피언이라서 사용하기 힘든 상황이 더 많이 나옵니다.
Q. '엄티' 선수의 포지션인 정글 구도는 어떻게 예상하나요?
정글은 킹존 드래곤X가 밸런스 붕괴일 정도로 너무 강력해요. '피넛' 선수가 굉장히 강한데, '커즈' 선수도 만만치 않게 강해요. 두 선수 모두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선수 성향이 다른데, '커즈' 선수는 혼자서 위협적인 플레이를 잘 하고, '피넛' 선수는 '비디디' 선수랑 함께 움직일 때 시너지가 상당히 강력해요.
그래도 킹존 드래곤X 정글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미드, 정글이 워낙 세서 캐리하고 싶은 욕심에 다소 무리하는 경향이 보이더라고요.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전제로 플레이한다고 할까요. 가끔 그런 부분에서 삐끗해서 지는 경우가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프리카 프릭스 정글러들이 어떻게 받아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아요. 아프리카 프릭스 정글러들이 받아치는 것을 잘하거든요. 저희 팀과 아프리카 프릭스의 마지막 대결에서 '모글리' 선수가 녹턴으로 루트를 준비한 것을 봤는데, 준비를 굉장히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킹존 드래곤X도 긴장은 하고 있을 거예요.
Q. 정글은 1티어가 정해져 있어서 특이한 챔피언이 등장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글 밴이 많이 나오는 추세라서 아예 새로운 픽은 아니더라도 특이한 픽이 나올 수 있어요. 올라프와 스카너가 잘릴 경우 주목해야 해요. 공격적인 챔피언으로 카직스, 리신, 카밀, 잭스가 충분히 나올 수 있어요. 아프리카 프릭스가 탱커 정글 챔피언을 선호하는 반면, 킹존 드래곤X는 딜러 정글 챔피언으로 빠르게 끝내는 것을 선호해서 세주아니나 자크는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 밖에 조합에 따라 녹턴이나 신짜오 같은 독특한 픽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신짜오는 요즘 솔로 랭크에서 정말 무섭더라고요.
Q. 가장 중요한 격전지인 미드를 예측해봅시다. 어떤 구도가 나올 것 같나요?
작년부터 느꼈는데, '비디디' 선수는 완벽한 미드라이너라고 생각해요. 작년 섬머 시즌에 갱을 다닐 때, '비디디' 선수만큼 갱을 하기 힘든 선수가 없었어요. 이번 결승전은 '쿠로' 선수가 어떤 챔피언으로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비디디' 선수가 공격하고 '쿠로' 선수가 수비만 하는 구도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LoL이 많은 시대를 지나와서 예전처럼 선수의 스타일이 고착화되어 있지 않거든요. 상황에 맞게 충분히 스타일을 바꾸며 플레이할 거예요. 누가 이길지 쉽게 예상하기 힘든 라인업이에요.
Q. 지난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야스오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미드에서 특이한 챔피언이 나올 수 있을까요?
미드에서 탈리야가 선픽으로 등장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쿠로' 선수는 야스오, 르블랑, 카사딘으로 탈리야를 카운터칠 수 있으니까요. 아지르와 스웨인은 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미드는 후픽 싸움이라서 후픽으로 챔피언을 선택한 선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뉠 것 같습니다. 미드는 워낙 챔피언이 많이 나왔잖아요. 벨코즈, 베이가, 야스오 등. 더 이상 새로운 챔피언이 나올 것 같지 않아요.
Q. 스노우볼의 핵심인 바텀 구도는 어떨까요? 최근, '크레이머' 선수의 폼이 많이 오르면서 팽팽할 것으로 예상되는 라인인데?
킹존 드래곤X의 바텀은 윗 라인을 위해 희생하는 경향이 보이더라고요. 이즈리얼-탐켄치 같은 픽으로 버티면서 가끔 윗 라인에 지원을 가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아프리카 프릭스의 바텀 듀오의 경우 '투신' 선수가 이니시를 공격적으로 하는 것을 제외하면 라인전 자체는 공격적으로 하는 편이 아니에요. 라인전 구도는 반반으로 갈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 팀이 챔피언 선택이 중요하다고 봐요. 아프리카 프릭스는 라칸이 핵심 픽이 될 것 같고, 킹존 드래곤X는 탐켄치를 워낙 완벽하게 사용해서 중요한 키 카드라고 생각해요. 원딜의 경우 케이틀린이 주요 픽이 될 것 같다는 말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두 명 모두 솔로 랭크에서 고속 연사포를 선 템으로 가는 진을 많이 연습하더라고요. 초반에 강력한 칼리스타도 충분히 나올 것 같아요.
우세한 쪽은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킹존 드래곤X의 봇듀오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프릴라' 듀오는 스타일이 항상 변하더라고요. 버티는 것도 잘 하고, 공격적으로 할 때는 태세 변환해서 공격도 잘 해요.
Q. 바텀에서 등장할 특이한 픽은 없을까요? 말씀하신 키 카드 라칸과 탐켄치는 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4, 5페이지로 넘어가면 서포터 챔피언이 밴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시작부터 서포터를 밴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리고 최근에 모르가나 서폿이 워낙 핫해서 서포터 밴을 하는 것이 애매할 수 있어요. 서포터는 웬만하면 열릴 것 같습니다.
Q. 라인별 구도를 예측해 봤는데, 팀 스타일 자체를 놓고 보면 어떤 구도가 나올까요? 대부분 킹존 드래곤X가 초반부터 공세를 펼치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단단하게 버티면서 후반을 바라볼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킹존 드래곤X는 솔직하게 말해서 스타일은 뻔해요. 그 스타일을 막을 팀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고요. 개인 기량도 기량인데, 서로 의사소통이 좋아서 팀플레이가 잘 이뤄지고 있어요. 결승전에서도 정규 시즌에 보여준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아요.
아프리카 프릭스는 '탱커 정글 더하기 받아치기'가 컨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추가로 변수픽을 통해 변수를 창출하려고 하겠죠.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킹존의 공격을 받아치는 구도가 나올 것 같아요. 아프리카 프릭스는 스플릿이든 이니시든 컨셉을 확실하게 잡고 올 것 같아요.
Q.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어느 팀의 우승을 예상하세요?
킹존 드래곤X도 완벽한 팀은 아니에요. 정규 시즌에 2패를 당하기도 했고요. 아프리카 프릭스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덟 명의 감독님들 모두 킹존 드래곤X의 우승을 예측했는데, 그 정도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아요.
저는 정확히 5:5를 예상합니다. 킹존 드래곤X는 지금까지 경기가 없었고, 지켜보기만 한 입장이잖아요. 경기 감각은 아프리카 프릭스가 더 좋을 거예요. 아프리카 프릭스가 밴픽만 잘 준비한다면 팽팽할 것 같습니다.
Q. 이번 결승전의 열쇠 역할을 할 선수는 누가 될까요?
두 팀 모두 미드와 정글이 게임을 이끌어가는 경향이 심해서 두 팀의 미드, 정글 싸움이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Q. 아프리카 프릭스 임혜성 코치와 과거 한솥밥을 먹었는데, 임혜성 코치의 코칭 스타일은 어땠나요?
지금의 아프리카 프릭스와 같아요. 특이한 픽이나 깜짝 전략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실수하는 것을 많이 싫어하셨죠. 그것이 지금의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요. 임혜성 코치님과 저랑 의견 충돌이 많이 있었어요. 당시 세주아니가 주류 픽이 아니었는데, 저에게 세주아니를 추천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탱커 정글러를 좋아하지 않아서 결사반대하며 다투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죄송하죠. 그래도 같이 진에어 그린윙스에 있을 때, 굉장히 유쾌한 분이셨어요.
Q. 결승전을 지켜보는 LoL 팬들 입장에서 어느 부분에 관전 포인트를 두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정글러라서 정글 루트에 포인트를 둬요. 예를 들어 '피넛' 선수가 왜 이 레드를 먹을까. 왜 이곳에 와드를 박을까. 이렇게 사소한 것을 생각하면서 보면 저 선수가 어떤 의도로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 보여요. 저처럼 선수들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 재밌을 거예요.
Q. '엄티' 선수는 많은 선수들과 친하기로 유명한데, 어떤 팀을 응원하세요?
저는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선수들이 저를 친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웃음). 저는 킹존 드래곤X를 응원해요. '모글리' 선수와 친하지만, 저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선수라서 우승하면 배가 아플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팀에서 나간 임혜성 코치님이 우승하는 것을 보면 더 배가 아플 것 같아요(웃음). 코치님은 이미 성과를 많이 이루셨잖아요. 아무래도 '칸' (김)동하 형을 비롯한 킹존 드래곤X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잘 알아서 더 응원하고 싶어요.
Q. 이번에 결승전에 직관하러 간다고 들었습니다.
'테디' 형이 끌고 가서 부산에 가게 됐어요. '쿠로' 형이 '테디' 형을 소환했고, '테디' 형이 저를 소환했습니다. '쿠로' 형과 '테디' 형은 거의 연인 사이일 정도로 친해요. 카톡을 일주일에 300개씩 하더라고요(웃음). 부산까지 가는 데 힘들 것 같지만, 재밌을 것 같아요. 좋은 자리였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결승전을 기대하고 있을 많은 LoL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제가 직접 경기를 뛰지 못해 아쉽지만, 킹존 드래곤X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기를 많이 지켜봐 주시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부산에 가는데 저와 '테디' 형을 너무 부담스럽게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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