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시스템과 RPG를 섞은 카드배틀 RPG는 이제 와선 새로울 것도 없는 장르다. 모바일에 최적화한 RPG로 '밀리언아서' 시리즈부터 '큐라레', '데빌메이커: 도쿄' 등 수많은 게임이 이러한 카드배틀 RPG를 표방했고 사랑받아 왔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카드 시스템 요소는 옅었다. 덱이라고 해봤자 수집형 RPG의 진형과 큰 차이가 없었고 대부분이 공격, 방어, 회복 등으로 나뉜 정도였다. 그렇기에 카드배틀 RPG 대부분은 덱이나 조합보다도 카드 자체 등급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카드배틀 RPG라지만 결국 핵심은 RPG인 셈이었다.

그러던 중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카드배틀 RPG와는 다른 게임이 나타났다. 겜플리트의 '카드크래프트'였다. 단순히 좋은 카드를 쓰는 게 아닌 카드의 조합과 전략을 극대화한 '카드크래프트'는 전략의 목말랐던 유저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이 다가왔고 입소문을 탄 끝에 최근에는 스마일게이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했다.

이제 '카드크래프트'는 '아케인 스트레이트'로 이름을 바꾸고 글로벌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남들과는 다소 다른 길을 걷는 겜플리트다. 그 이유는 뭘까? 이러한 궁금증과 앞으로의 목표를 듣고자 겜플리트를 찾아가 봤다.

▲ 겜플리트 우동완 대표, 송지훈 사업팀장 (우측부터)


Q. 우선 회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우동완 대표 : 겜플리트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는 마음에 설립한 회사다. 그전에는 KOG에서 '그랜드체이스'를 개발했고 이후 아이폰4가 나오기 직전에 컴투스로 이직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그래서 창업했는데 잘 안됐다. 그래도 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해서 심기일전해 2015년 12월 겜플리트를 창립하게 됐다.

한편, 회사가 조금씩이나마 커지면서 겜플리트의 목표도 달라지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는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온전히 나 혼자 만드는 게임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Q. 게임에 대해 얘기해보자. '아케인 스트레이트', 어떤 게임인가?

우동완 : 우선 '카드크래프트'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카드크래프트'는 수집한 카드들의 직업, 속성, 계열을 활용해 다양한 조합 및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카드전략 RPG다. 기존 카드시스템을 이용한 RPG들이 가진 단점인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전략을 통해 깊이를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아케인 스트레이트'는 그런 '카드크래프트' 글로벌 버전의 명칭인데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기존의 '카드크래프트'에는 없던 스토리나 퀘스트가 추가됐고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완성도를 더 높인 버전이라고 보길 바란다.

▲ 조합에 따라 효율은 하늘과 땅 차이다


Q. '아케인 스트레이트' 출시 후 '카드크래프트'는 어떻게 되나? 따로 서비스 하나?

송지훈 사업팀장 : '카드크래프트'의 서비스는 종료된다. 단, 기존 유저들의 플레이 데이터를 그대로 이관해서 '아케인 스트레이트'에서 아무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업적인 부분이 얽혀있어서 대부분 퍼블리셔가 이런 데이터 이관에 대해 특정 조건을 제시했는데 스마일게이트는 유저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도록 전적으로 협력해줬다. 아마 이런 이관 계약을 받아준 건 스마일게이트가 업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Q. '카드크래프트'와는 전혀 접점이 없는 타이틀 같은데, '아케인 스트레이트'로 바꾼 이유가 있나?

우동완 : '카드크래프트'는 너무 TCG 색이 강한 타이틀이었다. 그런데 우리 게임은 TCG라기 보단 카드 시스템을 조합한 RPG다. 그래서 TCG를 생각하고 접한 유저들이 괴리를 느끼곤 했다.

여기에 '카드크래프트'가 북미에 이미 상표로 등록된 문제도 있었다. 결국, 기존에 제기되던 타이틀에 대한 문제와 맞물려 새로운 타이틀을 정할 필요가 생겼다. '아케인 스트레이트'는 여러 안 중 하나였는데 왠지 모르게 입에 붙어서 이걸로 정했다.


Q. 최근에는 카드전략 RPG가 드문 편이다. 대부분 수집형 RPG나 MMORPG이고 카드 장르의 경우 '하스스톤'같은 정통파가 휘어잡고 있다. 왜 카드전략 RPG였나?

우동완 : 우선 '하스스톤'같은 정통 TCG는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다. RPG로 만들되 기존 게임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재미를 줄 필요가 있었다. 기존 RPG의 경우 게임 플레이가 단조롭지 않나. 막히는 구간이 있어도 고레벨, 고성능 캐릭터나 카드가 있으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진영이나 덱이 큰 의미가 없었다. 이걸 바꾸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바로 카드시스템이었다.

대부분의 카드 게임은 손안의 패와 어떤 카드를 뽑을지에 따라 조합이 달라지고 전략이 달라진다. 매판 다양한 변수가 생기는데 이 요소를 RPG와 접목하면 기존 카드전략 RPG와는 다른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겨서 '아케인 스트레이트'를 만들게 됐다.

▲ 기존의 카드전략 RPG의 경우 전술이나 조합보다는 카드의 성능을 더 중요시한다


Q. 여타 카드 시스템과 RPG를 조합한 게임과는 다른 '아케인 스트레이트'만의 특징은 뭔가?

송지훈 : 보통 카드시스템을 조합한 RPG의 경우, 결국은 RPG라 성장과 카드의 성능이 핵심이다. 전략과 조합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막히는 구간이 생긴다거나 하면 대부분 과금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케인 스트레이트'는 다르다. 과금을 통해 전설 카드를 뽑았다고 해서 그냥 막 굴리면 그 카드 성능의 절반도 쓰지 못한다. 그 카드 특성에 맞는 조합과 전술을 써야 100% 쓸 수 있다. 즉, 카드를 뽑는 게 끝이 아니란 거다.

이렇게 함으로써 카드를 뽑는 순간의 재미는 물론이고 전설 카드를 쓰는 재미도 추구하도록 했다. 여기에 특정 구간의 과금을 강제하지 않아서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한 점 역시 여타 게임과 다른 '아케인 스트레이트'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일발역전의 강력함을 원하는 과금 유저로부터 불만은 없었나?

우동완 : 돈을 썼으니 쉽게 깨게 만들자가 아닌, 더 재밌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BM을 짰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과금 유저로부터 그런 불만은 듣지 못했다.

▲ '아케인 스트레이트'에서의 과금은 게임이 쉬워지는 게 아닌, 재밌어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Q. 퓨전 장르의 경우 이도저도 아니란 혹평을 받기도 하는데 '아케인 스트레이트'는 어떤가?

우동완 : 게임이란 게 오래되다 보니 어떻게 만들어야 재밌는지 일종의 틀이 정해졌기에 그런 얘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 실제로 그 기준을 벗어나서 잘 되는 경우가 드문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그 틀, 정석이란 것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전부 조금씩 변화를 거쳤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순한 FPS 게임에서 스토리가 추가되고 RPG의 레벨 요소를 넣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장르를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기존에 성공한 게임이 있지만, 틀을 깨서 성공한 게임도 있지 않나. 그래서 카드전략 RPG라는 장르가 딱히 단점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결국,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기면 그만이다.

송지훈 : 이도 저도 아니란 건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케인 스트레이트' 역시 그렇다고 본다. 기존 RPG와 비교하면 복잡할 수 있지만, 단조롭지 않고 TCG처럼 진입장벽이 높지도 않다.


Q. '카드크래프트'에는 없던 스토리를 추가한 이유를 듣고 싶다.

우동완 : 기존에는 튜토리얼만 하고 바로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유저들 사이에서 스토리가 없어서 몰입이 안 된다거나 왜 플레이해야 하는지 모르겠단 얘기가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트로를 추가해서 유저들이 게임에 더 몰입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인트로를 만드니 너무 허전했다. 어정쩡하게 인트로만 만드니 뭔가 중간에 끊긴 기분이었다. 이대로 내면 오히려 추가 안 하느니만 못할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스토리와 퀘스트를 만들어 스토리텔링에 힘을 쏟게 됐다.

송지훈 : 여담이지만 '아케인 스트레이트'의 스토리는 기존 모바일 게임과는 좀 다르다. 보통은 세계관을 설명해주며 플레이어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인데 사실 별로 몰입이 안 됐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짰다.



Q. '카드크래프트'의 경우 혼자 하는 기분이라는 얘기가 많다. '아케인 스트레이트'는 어떤가?

우동완 :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보통 레이드 같은 협동 콘텐츠나 PvP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케인 스트레이트'에도 조만간 레이드를 업데이트할 생각이다.


Q. PvP 콘텐츠가 없더라. 카드전략이란 요소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콘텐츠인데 추가 안 한 이유가 있나?

우동완 : 단순히 PvP를 추가하는 건 의미 없었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대전을 통해서 상대를 이겼다는 쾌감을 느끼고 다양한 전략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내부 테스트를 해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케인 스트레이트'만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0년 넘게 TCG를 개발해온 장인을 영입하면서 하나 미션을 줬는데 그게 바로 PvP 콘텐츠다. 언제 추가하겠다는 확답은 못 주겠지만 간과한 건 아니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

▲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PvP를 만들겠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


Q. 전략, 조합에 대해 줄곧 얘기했는데 이 부분이 카드 게임의 대표적인 진입장벽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동완 : 맞다. TCG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라고 하면 덱 구성이다. 내 손에 어떤 카드가 있는데 어떻게 짜야 할지 모두가 한 번쯤 고민할 거다.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아케인 스트레이트'에서는 덱을 구성할 때 의도적으로 제약을 줘서 덱을 짜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했다. 대신, 특정 덱 안에서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Q. '카드크래프트' 출시 후 2년이 지난 지금 '아케인 스트레이트'로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한 이유가 있나? 그리고 스마일게이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이유도 듣고 싶다.

우동완 : 원래는 '카드크래프트' 출시 후 간단히 번역하고 글로벌로 낼 생각이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출시했으니 최대한 많은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 게임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출시 후 유저들로부터 꽤 많은 피드백이 와서 처리하다 보니 글로벌 서비스할 짬이 안 나더라. 그러면서 일종의 중압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냥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싶었는데, 이쯤이 되니 대충 번역해서 내는 건 너무 무성의하지 않을까 싶었다. 거기에 유저들이 좋게 봐주고 있는데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완성도를 높이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됐다.

송지훈 : 스마일게이트랑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단순하다. 여러 퍼블리셔와 접촉하던 중 우리가 원하는, 유저를 신경 써주는 퍼블리셔가 스마일게이트뿐이었다. 앞서 말한 데이터 이관이 대표적인데 우리 제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답해줘서 함께하게 됐다.


Q.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우동완 : 겜플리트는 게임의 재미를 완성한다는 걸 목표로 게임과 컴플리트를 섞은 사명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유저들의 반응도 좋아서 우리가 목표한 데로 만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다음으로 나아갈 시기다. 단순히 가능성을 보는 게 아닌 더 많은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아케인 스트레이트'를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10일이면 '아케인 스트레이드'가 정식 출시된다. 게임이 재밌으면 유저는 알아서 찾아온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유저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생각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