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외계인들이 이전까지 사용하지 못했던 웜홀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예전과는 달리 외계인의 침공이 파도처럼 몰아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외계인 공습에 대비해 기지를 사수하라는 요청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 될 것임은 자명해보입니다. 통신문은 '우리의 운명이 멸망이라면 그들도 함께 데리고 갈 것(if it is truly our destiny to be destroyed, we are taking them all with us)'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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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가 이용자에게 전하는 형태가 아니라, 타뷸라라사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사건처럼 기술된 이 공지는 해외 언론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가마수트라(gamasutra.com)는 '엔씨소프트 오스틴 개발팀은 비디오 게임 스토리에서 거의 들어보지 못한, 착한 편이 죽으면서 끝나는 이야기를 창조했다(create something almost unheard of in video game story: a final, absolute ending to the narrative in which the good guys ultimately die)'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대규모 몬스터 소환 이벤트'로 볼 수도 있는 타뷸라라사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스토리의 종결'을 맺으며 끝이 났습니다. 사실 유저수가 줄어들고 수익성이 악화되어 서비스가 종료되는 판국에 '스토리를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를 신경 쓰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서비스가 종료될 때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어떤 끝맺음을 보여주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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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팬들에게 타뷸라라사는 '망한 게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개발자였던 리차드게리엇을 '먹튀'로 끌어내린 게임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인 인상의 대부분은 사실 타뷸라라사를 막상 플레이해보지도 못하고 생긴 것입니다.
물론 결과로 말해주는 게임시장에서 타뷸라라사가 가진 힘은 여기까지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약간이나마 타뷸라라사를 경험해보았던 입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게이머들이 타뷸라라사를 접해보고, 결과가 아닌 '게임 그 자체로' 평가할 기회가 이렇게 사라진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타뷸라라사는 최고의 게임이라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분명 몇 가지 중요한 시도를 했고 그 중 몇몇은 '발전' 내지는 '진보'라고 불러도 될 만한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타뷸라라사의 맵-환경은 전장의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을 끊임없이 주었다는 점에서 뛰어났습니다. 일반적인 MMORPG에서 몬스터란 경험치를 획득하기 위한 요소로 기능할 뿐 어떤 의지나 행동을 읽을 수 없습니다. 몬스터를 처치한 뒤 재생성 되는 과정도 어떤 개연성을 찾기 힘듭니다. 절대자가 ‘있으라’ 한 것 마냥 몬스터는 갑자기 리스폰됩니다. 그리고 게이머가 자신을 죽여줄 때까지 그냥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몬스터의 행동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뷸라라사는 달랐습니다. 외계인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거점, 전략적 요충지, 도시로 공격을 해왔습니다. 게이머가 있든 없든 간에 마치 행성을 점령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처럼 그랬습니다. 때로는 쓰러지기도 때로는 아군의 기지를 점령해 자신들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상점, 퀘스트NPC, 수리, 부활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도시급 기지에 외계인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힘을 합해 물리쳐야했습니다. 싸우거나 말거나는 선택이지만, 기지를 점령당하면 중요한 기능들을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물리쳤을 때는 외계인들에게 얻은 아이템들을 모아 또 다른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몬스터가 재생성 되는 과정도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전략적 거점을 공격하는 외계인을 물리치고 나면 잠시 한 숨을 돌릴 수 있는데 다음 몬스터는 그냥 리스폰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비행선이 날아와 외계인 제2부대를 강하시키는 방식으로 생겨납니다. 몬스터-환경이 세계관과 맞물려 개연성 있게 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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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 집중하게 하는 방식도 이전 게임들과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타뷸라라사의 전투는 FPS 게임을 하는 느낌을 주었는데, WASD+마우스로 조작하는 방식이 같기도 했지만 사용하는 무기가 모두 총기류이고 탄창을 가지고 있어서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무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적의 속성에 맞는 무기로 교체해서 싸워야 하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타뷸라라사에서는 캐릭터와 몬스터의 위치를 끊임없이 가늠하고, 크로스헤어를 조준하도록 유도합니다. 은폐 엄폐가 가능해서 나무나 돌 뒤로 숨으면 적의 공격으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적의 레이저 공격을 회피하는 와중에 외계인 제2부대를 실은 비행선이 나타나 뒤를 노리고, 게이머는 자리를 피해 바위 뒤로 몸을 숨긴 다음 저격총을 꺼내 한 명씩 물리치기 시작하는 식의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이는 스킬의 쿨타임이 언제 돌아오는지 보기 위해, 적과 나의 체력량을 비교하기 위해 정작 캐릭터와 몬스터에서는 시야가 멀어지고 UI에 집중하게 되는 보통의 MMORPG와 다른 점이었습니다. 보통의 MMORPG에서 무기의 DPS와 스킬 사용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타뷸라라사는 위치와 거리, 은폐물의 활용을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2007년 리차드게리엇이 한 해외매체와 나눈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 캐릭터 ‘저장’이 가능한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었습니다. 보통 전사를 50레벨까지 키우고 마법사를 키우려면 다시 1레벨부터 이미 경험한 컨텐츠를 반복해야 하는데, 타뷸라라사는 원하는 시점에 캐릭터를 복사해 저장시켜놓을 수 있었습니다. 전직하기 전에 캐릭터를 저장해두면 나중에 다른 직업을 플레이해보고 싶을 때 1레벨부터 다시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기능입니다.
결국 입수된 정보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이제까지 인간들과 끊임없이 행성의 주도권을 두고 다투던 외계인들은 총공격을 감행해왔습니다. 타뷸라라사의 세계에 그리 많은 게이머가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외계인과 싸웠습니다. 그리고 멸망했습니다.
그 마지막 전투에 대한 기록을 소개하면서 타뷸라라사에 대한 추억은 이제 그만 접어야겠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플레이와 이유 없는 전투에 대해 타뷸라라사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기왕이면 우리나라 MMORPG에서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의 해법이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네요.
차세대 MMORPG를 꿈꾸었던 타뷸라라사여.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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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Niimo@inven.co.kr)